122화. < 절대적인 화력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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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은 방기의 한 호텔 라운지에서 소피 그린과 리앙고 베르트랑과 마주 앉아 있었다.
"이건 저희가 스텔레인께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임시 정부의 이인자 형제 중 동생, 리앙고 베르트랑이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작은 회색 박스, 그 안에 담긴 건 손톱 한 마디 만한 오리할콘으로 28g이었다.
"......정말 별 것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의 성의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별것 아닌 건 절대 아니었고, 시가로 수억을 호가할 정도로 꽤 값비싼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현욱은 이제 웬만한 마법 금속 앞에서는 별 감흥이 없는 편이었다.
이 값비싼 오리할콘도 <노움의 아공간 자판기>에서 어렵지 않게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군요. 새 행정부 수립에 많은 자금이 필요할 텐데요.”
"우리의 미래를 구해주신 분께 해드리는 보답치고는 보잘것없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CAR는 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기에, 이정도의 지출이라면 꽤 신경을 쓴 것이었다.
물론, 이 나라에도 시시때때로 ‘게이트’ 발생하며 ‘공략’이라는 게 이루어진다.
그에 따라서 ‘아이템’이라는, 기반 산업 없이도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렇게 쌓은 돈은 전부, 은도즈 연맹이 기갑부대를 만드는 데 써버렸다.
"그러고 보니 내일 떠나신다고 했죠? 여기에서 한국까지 하…… 정말 긴 여행이겠네요.”
그렇게 말한 건 소피 그린이었다.
“제가 알아보니까 한국까지는 항공편으로도 3~4곳을 경유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뭐, 당연한 말이지만,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가는 건 고단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 아프리카의 중심부에는 제대로 된 교통 수단이라는 게 없다고 봐도 무방했는데…….
‘뭐, 어차피 프리드웬의 긴급 복귀면 단 1초 만에 돌아갈 수 있다.’
그런 상세한 스킬 내용을 쉽게 누설할 수는 없기에, 이현욱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그거 아세요? CAR의 구원자 스틸레인이 돌아간다니까, 다들 불안해하고 있어요."
그녀의 말처럼 이들은 이현욱이 이 땅을 떠난다는 게 못내 아쉬운 기색이었다.
‘내가 이 땅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안도감으로 작용했겠지…….'
물론, 그의 활약 덕분에 은도즈 연맹은 완전히 몰락한 상태이기에 남은 위협은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인사치레를 주고받은 뒤에도 리앙고는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쭈뼛거렸다.
‘역시, 오늘 나한테 무언가를 말하러 온 거다.’
이현욱은 내심 리앙고가 꺼낼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게 어떤 내용일지 이미 예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현욱에게 아주 큰 이득이 될 것이었다.
"저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말입니다…… 한 가지 부탁을 좀 드려도 될까요?”
역시나, 리앙고는 그런 말을 꺼내며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시간이 많지 않지만, 일단 들어는 보죠.”
리앙고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서 천천히 내밀었다. 그건 웬 사진이었다.
“이미 저히가 스틸레인께 큰 빚을 졌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작은 오리할콘 조각만으로는 보상할 수 없겠죠. 그런데 염치불구하고……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현욱은 사진을 자세히 살폈다.
웬 바위산 중심에 난 여러 개의 구멍, 그리고 그곳으로 이어지는 철로가 보였다.
"이 사진은…… 침식으로 발생한 던전 강 광산 같은데,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CAR에는 이런 게 꽤 여럿 있습니다.”
세상이 게임으로 변한 초기, CAR의 사바나에는 유독 ‘코볼트 게이트’가 많이 생성되었다.
그런데 CAR는 그때도 내전 중이었기에 코볼트 게이트를 제때 정리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 결과 CAR 국토 곳곳에서 침식이 일어났다.’
게이트를 오래 방치하면 국소 지역이 이계화되는 ‘침식’이 발생한다.
그런데 어떤 침식은 의외의 행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코블트 게이트를 방치했더니 일대에 ‘던전 강철 광산’이 생성된 것이었다.
'이 나라에만 총 31개의 던전 강철 광산이 생성된 상태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던전 강철 채굴은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몬스터 사냥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플레이어만 채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놈의 ‘배리어’라는 게 광석에도 있어서 아무리 단단한 드릴일지라도 채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은도즈 연맹’이 플레이어들을 잡아 들여서 강제 노역을 시켰던 것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던전 강철에 관한 수요가 많지도 않은 편이다.’
오늘날은 아이템 제조라는 게 수공업 형태로 이루어지기에 대량 생산은 꿈도 못 꾼다.
즉, 던전 강철의 수요가 현저하여 던전 강철 채굴업의 채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백팔십도 달라질 예정이었다.
‘곧 마법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할 테니까…….'
이에 가장 기본적인 마법 금속인 ‘던전 강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때가 되면, 코볼트 게이트를 의도적으로 방치하여 ‘침식’을 일으키기에 이른다.
이현욱은 그 시기가 오기 전에 던전 강철 광산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해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부 광산이, 갑자기 발생한 몬스터 때문에 폐쇄되고 말았습니다.”
“음…… 광산에서 갑자기 나타날 몬스터라면, 골렘입니까?”
이현욱의 물음에 리앙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딱 아시는군요? 아이언 골렘, 그게 다수 발생했다는 보고입니다.”
아이언 골렘은 골렘 중에서도 상위 계체에 속하는 존재였다.
"아이언 골렘도 금속이니, 스틸레인께서 나서주신다면…… 쉽게 정리될 것 같습니다.”
거기까지 들은 뒤, 이현욱은 잠깐의 침묵을 지키더니,
"음…… 확실히 번거로운 일이군요.”
영 흥미가 없다는 듯 난색을 보이까지 했다.
그러자 리앙고의 표정이 확연히 굳어졌다.
"역시…… 워낙 바쁘실 테니까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현욱의 속내는 전혀 달랐다.
'오늘, 이 나라의 광산 개발권을 얻어 간다.’
지금 이 상항은 이현욱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였다.
CAR의 경제를 일으킬 미래 산업은 광산업 말고는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아이언 골렘이 등장했는데…… 마침 스틸레인이 곁에 있다.
‘지금 이 순간, 나한테 손을 안 벌린다면 그건 국가를 경영할 자질이 없는 거다.’
그렇기에 이현욱은, 저쪽에서 먼저 제안해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제게 어려운 일이 아닌 건 맞죠. 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조건 혹은 대가, 리앙고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 물론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죠.”
리앙고는 고개를 주억였다. 앞서서 소피에게 듣기로는, 스틸레인은 비즈니스에 능한 사람이라고 했다. 애초에 이 나라를 도운 것도 ‘히든 스테이지’를 얻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총 10개의 던전 강철 광산 채굴권, 그걸 제게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 예? 채굴권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리앙고가 머뭇거리자, 이현욱이 상체를 앞으로 내밀어서 속삭이듯 말했다.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마법공학 기술의 최전선 쪽과 인연이 있습니다.”
이현욱의 지금 이 말이 ‘라퓨타’를 은유하고 있다는 것을, 리앙고는 눈치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이 세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강철 함대’를 떠올렸다.
‘이현욱이 라퓨타의 관리자일 것이라고, 온 세상이 추정하고 있다.’
리앙고는 새삼스레, 눈앞에 앉아 있는 이현욱의 모습이 엄청나게 거대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이 남자의 말도 안 되는 활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중앙 격납고를 단 십여 분 만에 초토화했었지…….'
그런데 그 압도적인 파괴력마저도 그가 가진 힘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었다.
‘이 남자와의 인연을 어떻게 해서라도 유지하는 게, 우리나라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야.’
그때, 이현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제가 가진 마법공학 기술을 이용한다면, 31개의 던전 강철 광산의 채산성을 대폭 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 던전 강철들을 대량 수입했으면 하고요. 그건 아마도 지금까지 CAR 수출했던 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 될 겁니다.”
거기까지 듣자, 리앙고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 그게, 정말입니까?”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역사상 단 한 번도 풍요롭지 못했다.
그리고 발전할 그 어떤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옆 나라, 차드는 ‘세계수’라는 우연의 축복이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우리는 끝내 신세를 필 수 없을 거다.’
그런데 지금, 라퓨타의 관리자로 추정되는 남자가 엄청난 딜을 제안해왔다.
그건, 여전히 어둡기만 했던 이 나라의 미래에 한줄기 여명이 비춘 것만 같았다.
***
골렘 계열 몬스터 중에서도 ‘아이언 골렘’은 상대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었다.
3m가 넘는 거구에다가 온몸이 단단한 강철로 이루어진 괴물…… 그만큼 방어력이 압도적인 데다가 재생 능력까지 달고 있어서, 웬만한 딜러가 작정하고 두들겨도 잘 죽지 않는다.
"그, 그래서…… 은도즈 연맹이 공략 시도조차 못 했었는데……."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남자는 이곳, 던전 강철 광산(이하 DS광산)의 관리인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올린 채 무언가를 바라보며,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내저었다.
“허— 말도, 안 돼……."
개체당 7t이 넘는 아이언 골렘, 그것의 상반신이 무슨 장난감처럼 깡— 하고 분리된다.
그리고 빙글빙글 회전하며 공중으로 떠오르는데, 중력이 역전된 것만 같은 장면이었다.
까가가가강——!
이어서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변형’되고 '융해’되고 ‘파쇄’된다.
까가가가강——!
마치 종이 인형인 양 사분오열로 찢기는 아이언 골렘…… 이걸로 벌써 7마리째였다.
"아, 아니 대체 저게, 가당키나 장면입니까?”
"뭐…… 이상한 게 너무나 많은 시대죠.”
DS광산관리인의 물음에 리앙고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저것보다 더한 장면을 봤기 때문에 침착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허……."
족히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DS광산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던 아이언 골렘들이다.
그런데 단 한 사람의 손짓에 저렇게 손쉽게 퇴치될 수 있다니, 괜스레 허망할 따름이었다.
"그거야, 저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스틸레인이잖아요. 우리에게는 축복 같은 일이죠.”
그때, 아이언 골렘의 가슴팍이 뜯어지더니 그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슉——!
그리고는 캐치볼처럼 이현욱의 손아귀로 날아들어서 툭— 가볍게 안착했다.
약 지름 10cm 금속 구체, 울퉁불퉁한 모양새였다.
- 아이언 골렘의 코어를 획득했습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아이언 골렘의 코어(희귀)
- 효과 : 마나를 불어 넣을 시, 주변 금속을 끌어당겨 ‘골렘’이 된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꽤 쓸만한 물건이었지?’
골렘 계열 몬스터를 처치하는 유일무이한 방법은 ‘코어’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코어가 멀쩡하다면 아무리 깨부수더라도 육신을 이루는 ‘재료’를 끌어당겨서 원상 복구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멀쩡한 ‘아이템’ 형태의 코어를 얻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강력한 외압을 가해서 박살 내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온전한 상태로 잡아 뜯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현욱에게는 지금처럼 너무나 손쉬운 작업이었다.
이현욱은 그 ‘아이언 골렘의 코어’를 앞으로 가볍게 내던지며, 마나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 아이언 골렘을 생성합니다!
그 순간, 널브러져 있던 금속 파편들이 ‘코어’를 향해 날아들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티디디디디——
“어어—?”
이내, 그 자리에 한 마리의 아이언 골렘이 우뚝 서 있었다.
비록 으스러진 금속이 뒤엉키며, 최초의 모습보다는 다소 거칠지만…….
'내가 조금 만져주면, 더 괜찮은 모습이 된다.’
이현욱이 ‘금속 융해’와 ‘금속 변형’으로 조금 건드리자, 꽤 반질반질한 모습으로 조형된다.
- 아이언 골렘의 ‘마스터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1/43)
쿵— 쿵—
"뭐야! 저게 왜 갑자기 되살아나는 거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건 제가 통제하는 겁니다.”
"아…… 그, 리빙 아머 같은 겁니까?”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 녀석의 유용한 점은 코어를 뽑아서 아이템 형태로 보관할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소환 지역 주변에 충분한 ‘금속’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멀쩡하게 재조립할 수 있었다. 즉, 휴대가 가능한 ‘권속’이라는 점만큼은 리빙 아머보다 매력적인 녀석이었다.
"자, 더 깊숙이 들어가 보죠.”
이현욱은 광산 안쪽으로 전진하며 수십 마리의 아이언 골렘을 너무나 손쉽게 처치했다.
그렇게 얻은 ‘아이언 골렘의 코어’만 해도 41개로서, 쓸만한 권속을 잔뜩 얻은 셈이었다.
CAR 임시 정부의 의뢰를 수행하는 동시에 이 귀한 걸 마음껏 파밍하다니, 일거양득이다.
그런데 한 넓은 지형에 이르렀을 때, 전혀 다른 형태의 아이언 골렘을 마주하게 됐다.
쿵——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가 지금까지 나온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의 등장을 알렸다.
이내 저편의 어둠 속, 무려 12m의 높이에서 시퍼런 눈빛이 피어올랐다.
쿵——
이현욱은 금속 통제력을 통해서 그것의 몸뚱이를 정확하게 훑었다.
……중량 1,021t의 괴물이었다.
"허…… 저놈은 지금까지 본 것보다 서너 배는 더 큰데요?”
"아마도 엘리트 몬스터일 겁니다. 저걸 처리하면 끝날 겁니다."
심지어 그 녀석에게는 이현욱의 금속 통제력이 먹히지 않았다.
이는 ‘격’이 다르다는 뜻으로 아마도 ‘엘리트 몬스터’인 듯했다.
그러나 이현욱은 여전히 여유롭기만 했다.
'그럼, 그냥 때려 부숴야지, 뭐…….'
이현욱은 왼쪽 손목에 각인해두었던 AD-1 한 대를 소환한 뒤, 단 3개의 검을 꺼냈다.
쩍—쩍—쩍——!
3개의 거검, 모글레이가 추락하며 이현욱의 바로 앞에 차례대로 내리박혔다.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6,791kg
* 초월 감각(+40%)이 적용 중입니다.
* 강골(+30%)이 적용 중입니다.
* 강골-레플리카(+15%)가 적용 중입니다.
* 강골-레플리카(+15%)가 적용 중입니다.
* 월드 보스 몬스터 슬레이어(+5%)가 적용 중입니다.
* 서울의 구원자 (+100%)가 적용되지 않은 지역입니다.
이건…… 이현욱으로서도 감탄을 숨길 수 없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봐도 진짜 대박이다. 강골 효과가 무려 3개나 중첩되다니…….'
이는 얼마 전에 얻은 2개의 ‘모글레이(레플리카)’가 덕분이었다. 원본과 비교해서 절반의 능력이라지만, 한 번에 2개를 얻었으니 사실상 2배가 된 셈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절반이라고 해도, 무려 1t짜리 검이다.’
그 누가, 이 괴물 같은 무기의 일격을 절반이라고 시원찮다고 여기겠는가?
이현욱은 양손을 들어 올렸다.
쩌저저저——
지면에 내리박혀 있던 3개의 모글레이가 천천히 비상했고,
'헬리오스 열선—'
그 스킬을 부여하자, 어둠 속에서 3줄의 붉은 선이 피어난다.
그리고 이현욱이 가볍게 손을 내리는 순간, 광풍을 일으키며 3방향으로 쏘아진다.
이내 3개의 방향에서 동시에 쇄도— 2t, 1t, 1t의 거검이 거인의 몸뚱이를 후려친다.
쩍——i! 쩍——! 쩍——!
그러자 그 거대한 금속 몸뚱이가 감자를 내리친 것처럼 뭉텅뭉텅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쇼크웨이브’나 ‘플레어 웹’ 사용한다면 시원하게 다져버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잘못했다가는 이 광산 자체가 붕괴하여 매몰될 수도 있기에,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 코어를 얻기 위해서라면, 섬세하게 썰어줄 필요가 있다.’
어느새 놈의 사지가 완전히 절단되며 육중한 몸뚱이가 거꾸로 엎어졌다.
쿵——!
그 특유의 재생 능력으로 실시간으로 금속을 끌어 당기며 재융합을 시도했지만.......
‘그래 봤자 내 데미지를 버티기에는 회복 속도가 느리다.’
그때, 2개의 모글레이가 연달아 놈의 가슴팍에 처박혔다.
쩍— 쩍—
이현욱은 2개의 모글레이를 지렛대처럼 움직여서 놈의 가슴팍 부근을 개폐해버렸고,
이어서 바닥에 널브린 금속 조각을 융해하고 변형하여 ‘쇠사슬—갈고리’ 형태로 만들었다.
‘가라—’
촤라라라——!
그 갈고리가 뱀처럼 꿈틀거리며 나아가더니, 2개의 모글레이가 벌려놓은 가슴팍의 균열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그 안의 코어에 휘감기는 순간— 이현욱이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쩡——!
그렇게, 너무나 손쉽게 코어를 뜯어내는 데 성공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의 코어(영웅)
- 효과 : 마나를 불어 넣을 시, 주변 금속을 끌어당겨 ‘골렘’이 된다. (주입된 마나 양과 주변의 금속량에 따라서, 생성되는 골렘의 크기가 최대 2배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현욱은 그걸 품에 집어넣으며 리앙고를 돌아보았다.
"자, 다른 광산에도 아이언 골렘이 나타났다고 했죠? 지금 당장 이동하죠.”
이현욱이 CAR 내의 아이언 골렘을 처리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4시간이었다.
***
이현욱은 CAR의 근심 걱정을 제대로 덜어준 뒤, 마침내 서울로 복귀했다.
‘이게 며칠 만이야…….'
그런데 라퓨타 오더 타워에 도착한 직후, 여상민이 황급히 한 가지 소식을 전해왔다.
"그, 대장장이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연락이 와서 마스터를 애타게 찾았어요.”
"응? 왜,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거야?”
"제가 볼 때는 별일은 아닌 것 같은데, 좀 대단한 걸 만드는 데 성공했나 봐요.”
그들은 지금, 무슨 무기 실험 때문에 강원도 병기창 부지에 가 있다고 했다.
이현욱은 곧장 그리로 날아갔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그렇게 꽥—하고 소리치는 건 강희설이었다.
“왜? 무슨 일인데 나를 그렇게 애타게 찾은 거야?”
"우리가 물주 나리를 찾는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응? 설마 돈 떨어진 거야? 분명히 내가 연구 비용은 넉넉히……."
"에이, 우리가 언제 그런 이유로 찾은 적이 있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으흐흐—하고 다소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그, 있잖아요. 물주님께서 실종되기 전에 저희한테 만들라고 했던, 그거요.”
"나는 실종된 게 아니라 일하고 온 거고…… 아, 초대형 공중 투하 장치가 완성된 거야?”
“네, 진짜 완전 대박이라니까요? 깜짝 놀랄 준비하고, 지금 바로 보러 갑시다!”
인도로 떠나기 전, 이현욱은 대장장이들에게 ‘태양 마차의 코어’를 맡겼다.
그리고 그걸로 비공정 대신 공중 투하 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그때, 이현욱은 구체적인 묘사를 하기도 했다.
"—압도적인 숫자의 무기를 싣고 전장 위에 떠 있을, 거대한 공중 격납고가 필요합니다.”
그 소망을, 대장장이들이 과연 어느 정도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기대되었다.
“자, 저거에요!”
저 멀리, 한 공터에 파란색 방수 천막으로 덮여 있는, 정사각형의 무언가가 보였다.
그런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언뜻 봤을 때 한 모서리의 길이가 족히 15m는 될 법했다.
이내, 몇몇 대장장이들이 그 천막을 잡아당겨 벗겨내는 순간, 강희설이 소리쳤다.
"자, 저궤도까지 상승할 수 있는 궤도투하장치, 일명 <워박스>를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