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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21화 (121/221)

121화.  < 절대적인 화력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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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외국인 플레이어가 수년간 이어져 온 전쟁을 종결지었다.

그것도 단 한 번의 전투만으로 적들의 본대를 괴멸시킴으로써 얻은 결과였다.

"하…… 정말로, 혼자서 끝내버렸어요.”

그 장면을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서 소피 그린이 탄식을 내뱉었다.

솔직히, 아무리 이현욱이라도 혈혈단신으로 ‘중앙 격납고’를 치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저항군의 지원을 기다렸다가 양동 작전을 펼치자고, 이현욱을 설득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괜찮다고 말하고는 말릴 틈도 없이 적진으로, 정면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다.

그게 겨우 15분 전이었다.

즉, 15분 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었다.

"아, 아니 저런 괴물들이 세상에는 널린 겁니까?”

저항군의 이인자, 보위 베르트랑은 기쁨보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지난 몇 년간 벌였던 항쟁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의 압도적인 힘이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남자한테, 얼마 전에 총구를 겨누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그 괴물 중에서도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괴물이지만…… 솔직히 말이 안 되긴 해요.”

격이 낮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병기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권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

아무리 잘난 능력인지라도 마나 고갈이라는 절대적인 한계를 마주하는 게 당연지사였다.

그렇기에 스킬을 신중하게, 최고의 효율로 사용하는 게 흔히 말하는 고수의 덕목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마나를 조절하려는 기색조차 없었던 것 같은데…….'

그저 무자비하게, 가지고 있는 모든 화력을 동원하여 적들을 철저하게 짓밟아버렸다.

'저 남자…… 도대체 한계라는 게 있긴 한 거야?’

이렇게 놀라기도 벌써 수차례, 옆에서 지켜볼수록 이해가 되기는커녕 의문만 커진다.

‘역시, 이현욱은…… 상식 밖의 존재가 확실하다.’

소피가 그렇게 감탄하는 사이에 등 뒤로 저항군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

총31대의 트럭 행렬, 저항군의 본대였다.

“—전 병력, 팀별로 흩어져서 잔존 병력을 소탕한다!”

보위 베르트랑의 명령에 따라서 저항군이 회색 연기로 뒤덮인 중앙 격납고로 진격했다.

그런데.......

“……여기도 전부 죽어 있습니다! 사실상 전멸 상태인데요, 얘들?”

"근데 도대체 뭐에 죽은 거야? 전투 흔적이 거의 없잖아?”

"아까 들어보니까, 표창들이 저절로 찾아가서 죽였다고 하더라고요.”

중앙 격납고는 이미 괴멸 상태였기에 저항군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시설을 점거했다.

이어서 적진의 중심지에 발생한 수십 미터 깊이의 싱크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이거 그냥 구멍이 아니야! 저 아래에도 공간이 엄청 넓다!”

"와— 이 새끼들, 이런 지하시설은 대체 또 언제 만든 거야?”

소피를 비롯한 몇몇 플레이어들이 ‘부유 마법’을 통해서 싱크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어, 스틸레인이 저기에 있습니다!”

이현욱, 그의 주변으로 은도즈 연맹 소속 병사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최후의 전투가 치러졌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유독 큼직한 거인의 시체 한 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 잠깐만…… 그 사람 서, 설마 리옹 누아르에요?”

수직으로 갈라져 버린 그 반쪽짜리 얼굴을 보는 순간,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리옹 누아르…… 그 바바리안 플레이어의 강함이란, 저항군이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헉! 저 남자는 웬만한 공격으로는 상처도 낼 수 없을 텐데, 어떻게……."

그 남자와 수차례 맞서 싸운 바 있는 저항군 병사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 덩치 봐! 심지어 ‘거인화’ 상태에서 죽은 거야!”

"허…… 거인화 상태라면, 오우거를 맨손으로 할 정도인데……."

자신들은 감히 상대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물이 불쌍한 짐승처럼 도살되어 있다. 적이라지만, 그래도 자국 최강의 플레이어였기에 그의 비참한 죽음은 꽤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기 저 검……”

한편, 거검 모글레이가 이현욱의 등 뒤, 허공에 고고하게 떠 있었는데,

바로 그 검으로 리옹 누아르를 양단했다는 건,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야, 저 검이 센티널 타워를 한 방에 박살 냈다면, 믿을 거냐?”

"네? 아무리 그래도 검으로 어떻게 타워를 부숩니까?”

"역시…… 너희, 지원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국을 구원한 이방인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런저런 감탄을 흘려댔다.

"……소피, 저항군 지원 병력이 도착한 겁니까?”

이현욱이 입을 열자, 저항군들의 대화가 멈추며 고요가 찾아왔다.

"네, 맞아요.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이죠?”

소피가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이곳은 흡사 오래된 고대 문명의 유적지 같은 공간이었다.

"아마도 은도즈 연맹을 지원하는 외부 세력의 비밀 실험 장소 같습니다.”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헉!"

그의 손끝을 따라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레드 드레이크 뼈가 놓여 있는 제단 양옆으로 늘어선 수조, 그 안에 담긴 수백 구의 시체를 목격한 것이었다.

그건 눈뜨고 바라보고 참혹한 광경이었다. 그제야 메케한 약물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저, 저게 무슨…… 도대체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거죠?”

이 내전의 양상이 아무리 참혹했다고 한들, 사람을 저런 식으로 다루는 건 말도 안 됐다.

"젠장, 어떻게 이런 끔찍한 짓을…… 진짜로 악마들이었어……."

인간으로서는 결코 자행할 수 없는 악행의 광경……

여기저기에서 악에 받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소피, 병력을 동원해서 이 안을 철저히 수색해야 합니다.”

"하— 네, 그래야죠. 어쩌면 생존자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안에, 네크로맨서의 꼬리를 잡을 만한 단서가 있을지도 몰랐다.

이현욱은 금속 통제력을 발휘하여 주변을 싹 훑었다.

그러다가 한쪽 벽면 안에서 다수의 금속을 감지했다.

‘저 안에 비밀 공간이 있다.’

그는 모글레이를 휘둘러서 벽돌 벽을 무너뜨렸다.

그 안으로 들어가니,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실험실이 나왔다.

한쪽 선반 위, 큼직한 플라스크 안에 사람의 두개골이 담겨 있었다.

‘이것도 흑마법사들이 언데드 강화 실험을 한 흔적이다.’

그놈들은 이현욱의 공습이 시작되었을 때 허겁지겁 자리를 떴을 것이었다.

이어서 그 실험실 안쪽 구석에서 꽤 큼직한 금고를 하나 발견했다.

‘이 금고, 금속이지만 내 금속 통제력이 먹히지 않는다.’

아마도 꽤 격이 있는 마법 방어막이 덮어 쓰여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모글레이로 몇 번 두드리자 마법 방어막이 벗겨낼 수 있었다.

쩍!

금고 안에는 웬 철제 박스가 하나 들어 있었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아이템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파라켈소스의 연금술 세트(영웅)

- 효과 : 이 도구를 사용할 시 각종 연금술 스킬이 대폭 향상됩니다.

'오…… 이런 것까지 두고 갈 정도로, 급하게 움직였나 보군?’

연금술 세트 아이템, 이건 상당히 희소한 물건이었다. 단 하나의 아이템만으로도 복수의 연금술 스킬 등급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려 ‘영웅’ 등급이다.

‘잘 됐다. 앞으로 연금술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었으니…….'

그를 위해서 구광 그룹 손녀이자 연금술사 플레이어인 구효민에게 연금술 관련 기술 지원을 약속받았으며, 곧 강원도 야지의 병기창 부지에 연금술 공장도 함께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 정도 아이템이라면, 연금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러나 그런 자잘한 소득 외에 네크로맨서를 추적할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하긴, 네크로맨서가 빌런이 기획한 최종 병기라면, 철저하게 그 존재를 숨길 테니.......'

즉, 이러한 권역 시설도 이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숨겨져 있을 것이었다.

그래도 네크로맨서가 이미 성장 중이라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나는 그놈을 상대할 방법을,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되었다.

‘전생에 이루지 못했던…… 신성력이 인첸트 된 마기계 병단을 조성해서 놈을 막는다.'

이른 시일 내에 마주할 죽음의 군단장, 네크로맨서…….

그놈을 잡아먹을 준비를, 확실하게 해나갈 계획이었다.

***

이 세상이 게임처럼 변하면서 통상 병기는 사실상 힘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인류의 지혜가 농축된 최첨단 장비들은 여전히 유용한 게 많았다.

가령, 인공위성은 그 어떤 아이템보다 훌륭한 정보 획득 수단이었다.

"......."

우성문은 집무실에 앉아서 바로 그 군사 위성으로 촬영된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 그 영상을 가지고 보고를 들어온 이교준 팀장이 서 있었다.

“4일 전, 오후 11시부터 현재까지 6시간 간격으로 촬영된 영상입니다.”

군사 위성으로 찍은 열화상 카메라 영상 속, 붉은 점—생명체의 분포도가 변하고 있었다.

"이곳은 상하이 서남부의 한 공터인데, 일주일 전부터 특이 동향이 관측되었습니다.”

6시간마다 점점 늘어나고 짙어지는 붉은 점들, 그 점 하나가 블랙 오크 1마리였다.

그리고 오른쪽 아래에 그 붉은 점이 총 몇 개나 감지되었는지, 계측된 숫자가 표시되었다.

- 5,814

3시간 전 기준으로 무려 5,814개…… 그렇게 영상이 끝났다.

이는 5,814마리의 블랙 오크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뜻이었다.

"음, 지금 이 장소에 블랙 오크의 본대가 집결 중인 건가?”

"예, 맞습니다. 그 장소는 붉은 전쟁 바위라고 불리는 놈들의 병력집결지입니다. ”

"하…… 이건 확실히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이는군……."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어지는 영상은 열화상 카메라가 아니라, 실물 사진이었다.

역시나 군사 위성으로 찍은 사진이었는데, 웬 날개를 가진 생명체들이 무리 지어 나는 모습이었다. 언뜻 보면 아주 작은 철새 떼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들이 앉아 있는 게 상하이의 초고층 빌딩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그 장면이 사뭇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수백 마리에 이르는 ‘와이번’ 무리였다.

각 개체가 30m가 넘는 하늘의 지배자들, 그것들이 수백 마리가 모여 있는 것이었다.

"흠, 와이번이라……."

즉, 놈들이 이 땅을 침략한다면 와이번을 통한 공중 침투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이제는 정말, 전면전을 감행할 생각인 건가?”

불과 몇 달 전, 블랙 오크 왕국이 대한민국에 선전포고했다.

이후 두 차례나 이 땅에 블랙 오크들이 침투하여 테러 행위를 벌였다.

이에 당하고만 있지 말고 보복 공격을 하자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면전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만 하는 게, 현명한 대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블랙 오크 종족은 어떻게 해서든 ‘라퓨타’를 빼앗으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전쟁 자체가, 막을 수 없는 ‘이벤트’인지도 몰랐다.

이럴 때 생각나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 팀장, 이현욱의 위치는 확인됐나?”

"예, 찾아보니까 신분으로 인도 첸나이에 입국했다고 합니다.”

이현욱의 실종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 기간이 다소 긴 편이었다.

"하…… 정말로, 가끔은 지나치게 제멋대로 구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교준 팀장은 여전히 이현욱을 평가할 때마다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팀장, 너무 걱정하지 마. 자네가 아는 이현욱은 바보짓을 할 사람인가?”

"아니긴 하죠. 하지만, 이런 중요한 시기에 연락이 안 되니 말입니다.”

그 대목에서 우성문이 피식 웃어 보였다.

"그래, 결국은 우리가 이현욱이 절실히 필요하기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그건 부정할 수 없군요. 이 나라는 많은 면에서 이현욱의 힘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이렇듯, 이현욱이라는 플레이어는 어느 순간부터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성윤 플레이어도 국내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그저께 밤에 연락이 와서 오늘 저녁 같이 먹자고 하더군.”

“……오, 드디어 중력 마법사가 이런 중요한 일에 나서주는 겁니까?”

이교준 팀장은 이현욱이 관해서 이야기할 때와는 다르게 어딘가 들뜬 표정이었다.

이성윤, 중력을 다루는 S등급 플레이어로서 명실상부한 이 나라 최강자…….

아무리 최근들어 이현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한들, 이성윤의 업적은 차원이 달랐다.

"글쎄, 힘이 되어줄지는 모르겠군, 워낙 바쁜 인간이니……."

그런 이성윤이 나설지 안 나설지는 이따 만나서 이야기해봐야 할 것이었다.

"네? 아무리 그래도 전쟁 위기인데, 모르는 척하겠습니까?”

"그 인간은 국가의 존립보다 더 거국적인 꿈이 있어서 말이야.”

우성문은 그 남자가 품고 있는 숭고한 목적의식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조국을 우선으로 돌봐야 한다는 게 우성문의 기조였다.

"저, 실장님? 그런데…… 이현욱이 저번에 말한, 그 선제 타격 작전 말입니다.”

얼마 전, 우성문은 이현욱과 만남에서 블랙 오크와의 전쟁을 예견했었다.

그곳에서 이현욱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놀라운 한 마디를 꺼냈다.

"정말로 마법 미사일 폭격…… 그런 게, 가능하겠습니까?”

"이론상, 여건만 받혀준다면 만들지 못할 것도 없긴 해.”

지금까지는 그 여건을 조금도 충족하지 못했기에 아무도 도전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현욱은 꽤 그럴듯한 여건을 마련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걸 준비할 시간이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군.”

이현욱은 이 자리에 없기에, 그의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인도에 간 것도 그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성문은 이제, 이현욱의 행동 하나하나에 큰 뜻이 담겨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

CAR의 수도 방기, 이현욱은 낡은 왜건을 타고 그곳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옆자리, 소피 그린이 입을 열었다.

"뭐, 은도즈 연맹의 일인자인 최고 사령관인 무하마드 마카체프는 아직 체포되지 않았고, 그 조카들인 인첸트리스 트윈스도 행방이 묘연해요. 하지만, 상황은 아주 좋다고 해요.”

스틸레인, 그 이름을 가진 불의의 일격에 은도즈 연맹은 완전히 와해당하고 말았다.

중앙 격납고에 있던 병력이 은도즈 연맹 전체의 7할에 이르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제아무리 ‘인첸트리스 트윈스’가 살아 있다 한들 기갑 병기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즉, 이미 전세가 저항군 측으로 완전히 넘어온 것이었다.

"사실상 놈들의 CAR 내 기반 시설이 전부 사라졌으니, 제기는 꿈도 못 꿀 겁니다.”

이에 저항군 임시 정부는 수도 ‘방기’로 입성하여 신생 행정부 수립을 시작했다.

CAR 국민은 오래전부터 저항군을 지지하고 있었기에,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거기까지가, 총 일주일이 걸렸다.

그 사이에 이현욱은 약속대로 ‘비슈누 미궁’의 히든 스테이지 공략권을 얻어냈고,

이틀 전, 몇 명의 CAR 소속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아서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꽤 난이도 있는 게이트였지만, 이현욱에게는 그리 큰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히든 스테이지는 그 안에서 뭐가 나오는지 아는 이상, 그리 어렵지 않다.’

전생에 비슈뉴의 미궁과 비슷한 스타일의 히든 스테이지를 몇 번 공략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큰 위기 없이 성공적으로 공략을 해냈고,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왔다.

"저, 그런데…… 히든 스테이지 공략 보상은 어땠어요?”

"뭐, 괜찮았습니다.”

소피의 질문에 이현욱은 창밖을 바라보며 짧게 대답했다.

"제가 생각해보니까, 입장 열쇠를 얻는 게 그렇게 까다로운 히든 스테이지면 보상이 꽤 좋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최소한 영웅 등급은…… 큼, 이런 것 물어보는 건 실례죠?”

농담하듯 은근슬쩍 떠보는 소피였는데, 이현욱 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피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라, 보상이 영 별로였나 본데?’

진짜 좋은 아이템이 나왔다면, 으레 얼굴에 티가 나기 마련이었다.

최소한 영웅 등급이라면 그 가치는 돈으로 책정할 수 없었다.

‘적어도 영웅 등급 미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대에 못 미칠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이현욱의 속마음은, 그녀의 예상과 확연히 달랐다.

‘……생각보다 훨씬 대박이다.’

이현욱은 숙소로 돌아온 뒤, 손목에 ‘각인’해두었던 아이템을 꺼냈다.

그건 원형의 투척 병기인 ‘차크람(chakram)’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수다르사나(전설)

- 효과

1) 리터닝 : 소유자가 복귀를 명령할 시 다시 돌아옵니다.

2) 차크라 방출 : 투척 시, 이동 경로를 따라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3) 차크라 폭발 : 한 지점에서 초고속 회전을 하며 파괴적인 에너지를 터뜨립니다.

우선 ‘수다르사나 ’이 아이템은 이미 예상했던 물건이었다.

애초에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였으니 말이다.

‘이걸 잘 활용하면, 사기적인 화력의 병기를 만들 수 있다.’

그리하여 블랙 오크 왕국에 지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는 이현욱 역시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예상외의 행운이 찾아왔다.

이현욱은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얼핏 보기에는 웬 나뭇가지처럼 생긴 막대 형태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런 게 1개가 아니라 2개였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최상급 레플리카 (특수)

- 효과 : 영웅 등급 이하의 아이템을 모방하여 50% 효과로 재현합니다. (수정 불가)

"이걸, 한 번에 2개나 얻다니……."

이는 이현욱으로서도 너무나도 놀라운 결과였다.

이현욱은 고민 없이 AD-1의 아공간에서 모글레이를 꺼냈다.

‘역시 모글레이 말고는 이걸 적용할만한 물건이 없다.’

- 최상급 레플리카가 ‘해당 아이템(모글레이)’을 모방합니다!

웅——

그러자 2개의 ‘최상급 레플리카’가 빛을 발하더니, 점점 부피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현욱의 눈앞에 3개의 거검이 현현(顯現)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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