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 암시장, 아프리카 내전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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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분 전.......
이현욱은 프리드웬에 탄 채 구름 위를 날고 있었다.
그때, 그의 귓속으로 누군가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 야, 저기 저거, 까마귀 아니냐?
- 이 새끼 눈깔은 인도에 두고 왔나, 이 바다에 까마귀가 어디에 있겠냐?
- 아니, 진짜야. 저기 봐! 구름 속에.......
- 에이, 그냥 바닷새겠지, 까만색이면 다 까마귀냐?
그건 은도즈 연맹의 컨테이너선 ‘블랙 팩토리’의 갑판병들의 목소리였다.
이현욱은 후긴—마나 메신저 해킹 연계로, 구름 위에서도 배 위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좋아, 감지된다.’
그의 금속 통제력이 갑판 위에 있는 컨테이너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총 280기의 ‘리빙 아머’가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그건 거대한 갑옷 거인들을 구속하기 위함보다는 선박이 파도에 흔들릴 때, 서로 부딪히지 않고 고정해놓은 것이었다.
‘즉, 쉽게 끊을 수 있다.’
한편, 리빙 아머의 존재를 ‘감지’하는 순간 이현욱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해당 리빙 아머의 ‘마스터 권한’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인형술사를 위한 선물…… 전부, 내가 가진다.’
- 리빙 아머의 ‘마스터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23/23)
총 23대가 리빙 아머가 이현욱의 통제 안에 들어왔다.
때마침, 제주도 레이드 1위 보상으로 얻었던 ‘특성 개화’를 며칠 전에 사용했는데, 그 결과로 ‘시그널 코어’의 등급이 D에서 C로, 한 단계 상승한 상태였기에 가능한 숫자였다.
[스킬 정보]
- 이름 : 시그널 코어
- 등급 : C
- 효과
1) 초월 감각 : 금속 통제력이 상승합니다. (+40%)
2) 센추리온 포스 : 최대 권속 수가 상승합니다. (+20)
* 숨겨진 조건을 만족할 시 스킬 등급이 향상됩니다.
‘최대 권속 수가 10만큼 증가해서 이제는 리빙 아머 23기를 조종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초월 감각’의 금속 통제력도 30%에서 40%로 상승했다.
이내 리빙 아머들의 가동—몸뚱이 위에 새겨진 마법 회로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며,
컨테이너 틈 사이로 옅은 푸른색 빛이 새어 나오는 게, 구름 위에서도 얼핏 보였다.
- 응? 거기, 그쪽에서 웬 빛이 나오는 것 같은데?
- ……어라, 이게 뭐지? 이봐! 여기 이 컨테이너 좀 열어봐!
그걸 갑판병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만무했다.
그 시점에서 이현욱은 프리드웬의 램프 도어를 열었다.
후우우우——!
차가운 바람이 선내로 치고 들어오자, 소피 일행이 깜짝 놀라며 이현욱을 쳐다보았다.
"어…… 이현욱 씨, 뭘 하려는 거예요?”
"제가 먼저 내려가 있겠습니다.”
그 황당한 말에 그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아니 잠깐만, 그것도 이 선박 탈환 계획의 일부인 거예요?”
이현욱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정말로 비공정 밖으로 몸을 날려버렸다.
"어…… 저 사람 방금, 낙하산 같은 것도 없이 그냥 뛰어내린 거야?”
아무리 플레이어일지라도 이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즉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창문 붙들고 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이현욱의 모습이 구름 아래로 사라졌다.
소피는 사수 계열 플레이어로서, 열을 감지해서 이현욱의 추락을 쫓았다.
그런데 그의 추락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잠깐만, 날고 있잖아?’
그는 자유자재로 추락 속도를 조절하며 선박, 블랙 팩토리를 향해 날아갔다.
이어서 구름이 흘러가며 그 사이로, 그의 모습이 얼핏 드러났는데…….
"사, 사라졌어?”
그의 모습이 한순간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아, 아니 하다 하다 이제는 비행에다가 은신까지 해?”
이현욱이라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가진 능력의 종류는 말이 안 될 정도로 방대했다.
‘사실상 하나의 공략 팀 전체의 능력을, 혼자서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저런 종류의 플레이어를 단 한 번이라도 본적…… 아니, 들어본 적이나 있던가?
하나의 계통에 절정에 이르러서 압도적인 활용을 보이는 플레이어는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혼자 처리할 수 있는 다재다능 함은 없었다.
‘물론, 재벌 플레이어들은 온갖 아이템을 사들여서 다양한 스킬을 쓴다고 하지만…….'
이현욱의 경우는, 그 수준이 달라도 확연히 달랐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저 정도 폭의 다채로운 스킬을 쓰는 건 불가능할 것이었다.
‘흔히 말해서, 차원이 달라…….'
그러는 사이, 이현욱은 그사이에 블랙 팩토리의 선교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갑판 위, 컨테이너 안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승무원들의 시선이 팔려있었다.
애초에 이 망망대해 속에서 하늘에서 누군가 내려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현욱은 그대로 선교 안으로 침투했다.
“……그 빛이 나오는 컨테이너 당장 열어서 무슨 일이지 확인해 봐!”
그 안에는 총 5명, 선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마이크를 쥔 채 갑판에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주변에…… 총 8명이 있다.’
이미 몇 분 전에 ‘클라잉 아이’를 잔뜩 침투시켜 둔바,
갑판 위는 물론이거니와 선내 적들의 위치까지 샅샅이 파악해둔 상태였다.
이현욱이 매고 있던 배낭의 지퍼가 천천히 열리고, 그 안에서부터 무언가 날아오른다.
그건, 총 20개의 아다만트 스타였다.
이현욱의 손짓에 그것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선교 곳곳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마치 유도 미사일처럼 그의 인지 안에 들어와 있던 8명의 플레이어의 목덜미를 그어버린다.
그 찰나의 순간—불의의 일격을 당한 선원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픽 쓰러졌다.
“헉—!”
유일하게 살아남은 함장이 권총을 뽑아 들었지만, 이현욱의 손이 더 빨렸다.
으적—
그는 왼손으로 함장의 손목을 잡아챈 뒤, 오른손으로 함장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권총의 공이치기를 금속 통제력을 잡아두는 섬세함까지 발휘했다.
“컥—커—”
"쉿, 입 벌리지 마.”
"커…… 너, 넌 누구냐?”
"그걸 살아서 듣고 싶으면, 입 다물고 있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지 않나?”
어느새 이현욱의 등 뒤로 10개의 아다만트 스타가 회전 중이었다.
그것도 점점 더 빠르게 회전하며 당장이라도 쏘아질 듯이 요동친다.
"너는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대로 선내 방송을 한다.”
"......."
"그런데 만약에, 객기를 부려서 허튼소리를 내뱉으려거든 반 마디도 못 하고 죽을 거다.”
선장이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욱은 그의 목덜미 움켜쥔 채 강제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당장 승무원 전원, 갑판에 집합하라고 지시한다.”
"……뭐? 전부 다라니, 뭐, 뭘 하려는 속셈이지?”
웅—!
그 순간, 아다만트 스타 2개가 날아들더니, 아슬아슬하게 선장의 얼굴 근처에서 멈춰섰다.
"헉!”
아주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양쪽 귀가 잘려나갔을 것이었다.
왱—왱—왱—왱——
귓가에서 울리는 그 날카로운 회전 소리…… 선장은 다리가 풀릴 것만 같았다.
“……아, 알았어! 그렇게 하면 되잖아!”
그의 허겁지겁 마이크를 움켜쥐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송을 시작했다.
- 아, 서, 선장이다…… 전 승무원, 지금 즉시 상부 갑판으로…… 지, 집합한다.
이내 배 곳곳에서 승무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총 31명, 전부 무슨 일이냐는 듯이 황당한 표정이었다.
“……기, 기관실 등 필수 인원을 제외하면 전부 다 한자리에 모인 거다.”
선장의 설명에, 이현욱은 본격적으로 ‘진압 작전’을 시작했다.
절그럭— 절그럭—
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컨테이너에서 걸어 나오는 23대의 리빙 아머들…….
"어?”
그 모습을, 승무원들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저게,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그것도 23대면, 인형술사가 아니면 불가능한 거 아니야?”
그 순간, 갑판 위로 무언가 연달아 떨어지며 쾅—하는 굉음이 울렸다.
"아 씨, 깜짝이야!”
총 2개, 그건 웬 철제 상자였다.
“……저건 또 어디에서 떨어진 거야?”
"야! 거기 탱커 중 아무나 가서 확인해 봐!”
갑판장의 지시에, 덩치 큰 탱커 한 명이 철제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어, 안에 웬 표창 같은 게 있습니다!”
"뭐, 표창? 야! 표창 쓰는 놈 누구야! 빨리 저거 안 치—”
촤—자—자—자—자——!
그 안에서 붐어져 오른 아다만트 스타, 총 70개,
그것들이 모여 있던 승무원들을 휩쓸고 지나간다.
"끄아아아——”
그것도 바닥을 낮게 휩쓸고 지나가며, 다리를 노린 공격에 십여 명이 일제히 고꾸라졌다.
절그럭! 절그럭!
이어서 23대의 리빙 아머가 전진하며, 승무원들을 내리쳐 죽이기 시작했다.
"으아아—!”
"가, 갑자기 이게 무— 컥!”
한 치의 실수도 없는 깔끔한 침투이자 완벽한 진압이었다.
***
절그럭— 절그럭—
23대의 리빙 아머가 제 발로 걸어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조금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갑옷의 표면에 피가 잔뜩 튀어 있다는 점이었다.
"......설마, 인형술 스킬까지 보유하고 있는 거예요?”
함교에서 그 장면을 내려다보며, 소피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현욱을 쳐다보았다.
"뭐, 비슷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보시죠?”
“……그냥, 갑자기 세상이 참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때, 선내를 조사하고 있던 데이비드가 무언가를 들고 왔다. 웬 금속 상자였다.
"소피, 이것 좀 한 번 봐 줄래?”
"이거 영 수상해. 저기, 선장실 금고 안에 있던 건데, 자물쇠가 너무 단단하게……."
쩡!
이현욱이 그 상자의 자물쇠를 금속 변형으로 뜯어버렸다.
“……채워져 있었는데, 없어졌네?”
그 안에 든 건 웬 팔찌였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이름 없는 왕의 팔찌 (영웅)
- 효과 : 최대 권속 수가 대폭 상승합니다. (+20)
"헉— 여, 영웅 등급의 아이템이잖아?”
그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소피는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렇듯 영웅 등급만 되더라도 일반 플레이어들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들은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으로 그 아이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오…… 이거 ‘권속’ 옵션이 붙어 있잖아? 소피, 이거 꽤 귀한 옵션 아니야?”
"맞아. 은도즈 연맹 새끼들, 인형술사한테 갖다 바칠 뇌물 사려고 돈 좀 썼나 봐.”
그건, 이현욱으로서도 의외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탐나는 물건이기도 했다.
"소피, 내가 이 배를 함락해주는 대신에 이 배에 실린 건 달라고 했었죠?”
"아, 그랬긴 했는데…… 지금 설마…… 이걸 가지겠다는 건가요?”
소피의 얼굴에 천천히 걱정이 번져나갔다.
반면 이현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래 아닙니까? 아무런 희생 없이 깔끔하게 배를 빼앗아줬잖아요.”
"그리고 이걸 제가 쓰면, 앞으로 있을 전투에서 아군 측에 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전에 말씀하신 인형술사가 선보였던 리빙 아머의 단순무식한 돌파력, 저도 가능할 겁니다.”
소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서는 이현욱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실상, 이 배는 이현욱 혼자서 점령한 셈이기도 했으니 내세울 권리도 없었다.
“하…… 데이비드, 우리는 저런 물건은 발견한 적 없는 거다. 알았지?”
아무래도 영웅 등급 정도의 값비싼 물건을 이현욱에게 넘겨줬다는 사실이 상부에 알려지면 골치가 아파지기에, 소피는 제 재량 하에 그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리기로 한 것이었다.
이로써 이현욱은 리빙 아머를 총 53기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강정두에게 리빙 아머 개조를 부탁해야겠군.’
이제 슬슬 리빙 아머와 같은 ‘권속’을 제대로 활용할 때가 온 듯했다.
그리고 언젠가 탄생할 <마기계 병단>을 위해서, 전술을 연구해둘 필요가 있다.’
한편, 고무보트를 타고 온 HPA 조직원들은 이제야 갑판 위에 올라서고 있었다.
그들은 이 무혈입성이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의아해하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아까, 리빙 아머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어?”
잠시 후, HPA의 팀장이라는 남자가 선교로 들어와서 소피에게 사건의 경위를 캐물었다.
그녀는 그저 좋은 아군을 얻었다고만 대답했을 뿐, 이현욱이라는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쪽, 누구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내 그 팀장이라는 중년 남자, 알베르토가 이현욱에게 접근하며 물었다.
이 배 안에서도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으니, 영 신경이 쓰일 터였다.
"그냥, 돈 받고 일하는 용병입니다.”
이현욱의 성의 없는 대답에 알베르토는 인상을 팍 구겼다.
그렇지만 감히 쓴소리를 내뱉지는 못했다.
조금 전, 갑판 위에서 벌어졌던 광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예, 그럼 좋은 여행 되시죠.”
그날 밤, 소피는 CAR의 저항군 측과 교신하여 합류 계획을 조율했다.
"자…… 저항군 측과 합류 할 지점은 CAR—수단간 국경 지대로 정했어요.”
여기서 문제는, 이 배의 도착 항구인 아프리카 ‘지부티’를 돌파할 방법이었다.
그곳에 은도즈 연맹의 관계자들이 대거 나와서 인형 병기 수송을 준비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곳이 아니면, 이 컨테이너선이 정박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에요.”
"이 선박을 아프리카 연안에서 수몰시키고, 우리는 따로 상륙하는 수밖에 없다.”
그건 팀장, 알베르토의 의견이었다.
어차피 이들의 작전은 인형 병기가 인형술사에게 도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말에, 이현욱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건 너무 아깝네요. 저게 있으면, 앞으로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봐요, 까딱했다가는 우리가 인형술사한테 배송을 해주는 꼴이 될 겁니다.”
"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저한테 괜찮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잠시 후, 이현욱이 이 배의 선장을 데리고 왔다.
"이 사람이, 우리를 도울 겁니다.”
그의 목덜미에는 이현욱이 만든 금속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으며,
그의 주머니에 넣어둔 ‘플라이 아이’로 도청까지 가능하게 해두었다.
즉, 허튼짓을 벌이는 걸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예, 맞습니다! 저를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검문을 피하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선장이, 이 배에 실린 인형 병기를 CAR까지 수송하는 걸 돕기로 한 것이었다.
그는 이어서, 앞으로 예정된 인형 병기 운송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배가 아프리카 동부의 지부티 항에 도착하면, 그곳에 준비된 12대의 트럭에 나눠 실어서 CAR 은도즈 연맹의 군기지로 갈 예정인데, 그때 제가 그 운송책을 속일 수 있습니다.”
“……이 배 승무원, 대다수가 죽어버려서 그놈들이 눈치챌 수밖에 없을 텐데?"
“그쪽에서는, 저 같은 관리자 몇 명 말고는 승무원이 누군지 모르니 눈치 못 챌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선박에 실려 있는 리빙 아머들을 고스란히 강탈할 수 있었다.
"......그 대신, 제가 아프리카 대륙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은도즈 연맹 쪽의 보복이 두려울 것이었다.
이에 소피가 선장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HPA는 약속을 지켜요.”
이로써, 이현욱은 여기에서 얻은 리빙 아머 280기를, 깡그리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
지부티 항구 도착까지 약 8일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그 시간 동안, 이현욱은 도시락 싸듯 미리 준비해둔 아다만트를 삼키기로 했다.
‘이제 곧, 전생의 금속 통제력을 추월할 때가 온다.’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3,491kg
* 초월 감각(+40%)이 적용 중입니다.
* 강골(+20%)이 적용 중입니다.
* 월드 보스 몬스터 슬레이어(+5%)가 적용 중입니다.
* 서울의 구원자 (+100%)가 적용되지 않은 지역입니다.
서울이 아니었음에도 약 3.5t에 이르렸다.
'전생에 내가 이룩한 최대치는 4,145kg이었다.’
아마도 8일 이내에 그 무게를 돌파할 듯싶었다.
‘채내 용광로를 최대치로 가동하면서 해블 만하다. 꽤 고생해야겠지만.......'
그렇게 8일 동안 이현욱은 방에 틀어 박혀서 금속 흡수에 주력했다.
그리고 7일 뒤, 아덴만에 진입했을 무렵…….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4,146kg
“하…… 됐다."
이는 전생의 모든 것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 축하합니다! 특별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뭐야?”
이해할 수 없는 타이밍에 등장한 업적 달성 메시지에, 이현욱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업적 목록]
5) 전생을 뛰어넘은 자
- 조건 : 전생에 지녔던 ‘핵심 능력치’를 현생에서 넘어선다.
- 효과 : 핵심 능력치—금속 통제력 상승 (+20%)
"......."
그 메시지를 바라보며, 이현욱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업적 이름이 <전생을 뛰어넘은 자>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이게 뭐야…… 이렇게 되면 내가 과거로 돌아온 이유는…….'
이 모든 게 결국은 시스템에 의한 것이라는 뜻이다.
'……솔직히 의심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회귀라는 기적 같은 일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관한 가장 합리적인 의심은 역시나…… 이 세상을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망치고 있는 '시스템’이라는 게 관여했다고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 (!) 메인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잠깐만, 메인 퀘스트라니…… 이건 또 뭐야?’
이현욱은 그런 게 존재한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것도 내 회귀와 관련이 되어 있다.’
이현욱은 숨을 천천히 내쉰 뒤, 그 내용을 오픈했다.
[메인 퀘스트]
- 두 번째 삶의 기회, 의무, 운명…….
축하합니다! 당신은 두 번째 삶이라는 기회를 훌륭하게 수행 중입니다.
그리하여 ‘결말’로 나아갈 수 있는 운명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 세계의 핵심 요소들을 목격하고, 진실로 한 발자국 다가가십시오!
1) 이 세상 어딘가에 열려 있는 ‘블랙 게이트’를 추적하시오.
2) 전생—첫 번째 세계에서 찾아올 ‘차원 이동자’를 처치하시오.
3)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와 조우하시오.
* 보상
위 1번 클리어 시 : 신화 등급 아이템 교환권
위 2번 클리어 시 : 신화 등급 아이템 교환권 외 차등 지급
위 3번 클리어 시 : 이 ‘게임’의 정체에 관한 힌트
‘게임의 정체…….'
이현욱이 죽음에서부터 과거로 돌아온 이유…….
그 필연적인 운명이 서서히 드러남을 느끼며, 이현욱은 의연하게 생각했다.
'......올 게 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