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 경매장, 아프리카 내전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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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정보]
- 이름 : 백색 연꽃 그림 조각 8번
- 효과 : 알 수 없음
"와우! 480만 달러— 오늘의 최고가가 나왔습니다!”
지금, 블랙 우드 경매장의 점차 분위기가 과열되어가고 있었다.
오늘 나온 아이템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 와…… 저 아이템에 뭔가 있는 건가?
- 그러게, 저 두 사람,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 의아한 목소리들이었다.
이곳에 등장하는 아이템 대다수는 그 가치가 불분명하다.
그렇기에 과도한 입찰 경쟁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이 불똥 튀기는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자자, 경매는 계속됩니다! 490만 달러, 490만 달러 없습니까? 아! 이번에도 14번 신사께서 490만에 달러에 손을 드셨습니다!”
이에 모두가 14번의 신사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그는…… 다름 아닌 이현욱이었다.
한편, 그의 귓속으로 불안감에 절은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 젠장, 이제 사실상 마지막이야. 500만 달러, 그 이상은 안 돼.
- 저 새끼 뭐야? 설마 ‘은도즈 연맹’ 쪽 스파이는 아니겠지?
- 누군진 몰라도 돈은 진짜 많은 놈이야. 자금 요청 더 못 해?
- 지금 그쪽도 상황이 좋지 않아서 더 끌어올 순 없다는데…….
그들은 인도주의 플레이어 동맹(Humanitarian Player Alliance / 이하 HPA)아프리카 지부원들로, 이현욱과 낙찰 경쟁 중인 이들이었다.
하지만 앞서 엿들었듯, 그들이 준비한 자금은 최대 500만 달러였다. 그 정도면 충분히 낙찰받을 수 있다고 여겼을 테지만…….
- 아오! 소피, 그냥 내가 가서 저 새끼 뒤통수를 후릴까?
- 데이비드, 제발 진정 좀 하고 일단…… 후— 끝까지 가본다.
"자! 500만 달러, 500만 달러 없습니까?”
이내, 그들 중 한 명이 천천히 팔을 올린다.
하지만 이제 그 팔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 46번 숙녀께서 500만 달러 제시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14번, 46번 두 분께서 이 아이템의 진위를 알아보신 걸까요? 두 분의 레이스가 계속되는 가운데, 510만 달러로 가보겠습니다!”
경매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현욱이 손을 들어 올렸다.
"아! 역시 이번에도 14번 신사께서 510만 달러 바로 가십니다!”
- 하…… 체크 메이트다.
- 저 자식도 제대로 작정하고 나온 거야.
"이제 520만 달러입니다. 자, 520만 달러 계십니까?”
경매사의 시선이 자연스레 46번 쪽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 46번 숙녀분, 이 정도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어서 경매사가 몇 번 더 호가했으나 나서는 이는 없었다.
"—자 이렇게 14번 신사께 이 비밀스러운 아이템이 돌아갑니다!”
땅—!
결국, 이현욱이 원하는 걸 얻어내고야 말았다.
“14번 신사께서는 두 가지 아이템을 총 590만 달러로 낙찰받으시면서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현욱은 ‘북쪽 장사의 허리띠’와 ‘백색 연꽃 그림 조각 4번’을 낙찰받았고, 이내 직원이 다가와서 수령 방법을 설명했다. 이현욱은 그 말을 들으면서도 HPA 조직원들 쪽에 귀를 기울였다.
- 젠장, 저게 없으면 <올드 피스>길드의 파병을 못 받는 거잖아?
- 아마도, 그렇겠지…….
- 이제 CAR을 구하는 건 정말 끝난 건가? 그쪽 저항군들은 우리만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떡하지? 소피, 무슨 방법이 없을까?
CAR,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중심의 빈민국이었다. 북쪽으로 차드 공화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세계수의 영향력의 가장자리에 있기에 별다른 특혜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격한 내전이 일어나는 중이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플레이어 군부에 의해서 억압 통치 중이었는데,
몇 년 전, 시민 플레이어들이 저항에 나서며 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저들, HPA는 당연하게도 저항군 쪽을 지원 중이었다.
- 이번에 은도즈 연맹의 컨테이너선이 첸나이에 들어와서 암시장에서 리빙 아머 싹 긁어모은다는 첩보 들었지? 그 배가 CAR로 입성하면 ‘인형술사’의 군단이 훨씬 강해질 거야. 그러니까…… 이번에 <올드 피스>길드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저항군은 진짜 끝장이야.
이건,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여자, 소피의 목소리였다.
이러한 대화 내용을 볼 때, 아마도 저들은 인접국인 차드 공화국의 유력 길드 중 하나인 <올드 피스>측에게 병력 지원을 요청했고 < 비슈누의 미궁>의 ‘열쇠’를 찾아서 넘기는 게 그 조건인 듯했다.
-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야. 저 남자를 쫓아간다.
소피의 선언에 잠깐의 침묵이 이어진다.
- ……응? 소피, 뭘 어쩌려는 거야? 설마 뺏자는 건 아니지?
- 나도 몰라 썅, 어쨌든 어떻게든 얻어내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저 남자는 저 아이템의 진짜 가치를…… 절대로 모르고 있을 거야.
- 하긴 그건 그렇지, 우리도 퀘스트를 받고 알게 된 건데…….
- 아마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경매에 뛰어드니까, 되팔아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낙찰받은 걸 거다. 이런 경매장에는 그런 눈치 빠른 장사치들이 심심찮게 있으니까……
‘제대로 오해 받았군.’
이현욱은 그 말까지 들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저 남자, 움직이는데?
- 조용히 따라붙는다.
‘역시, 계획대로 흘러간다.’
저들은 이걸 포기할 리가 없었다.
즉, 미끼를 물었다.
그런데, 이현욱은 그들 외에 또 다른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 총 세 명입니다. 예, CAR 쪽에서 활동하던 애들입니다.
그건, HPA 조직원들을 쫓는 움직임이었다.
- 지금 경매장에 있는데, 곧 나갈 것 같습니다.
- 그래?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 ……오늘 여기에서 처리합니까?
- 그래, 오늘이 그 날이다.
***
“……저쪽이야.”
HPA의 조직원인 두 남자가 암시장의 골목을 걷고 있었다.
정확히는 한 남자를 미행 중이었고,
그를 위해 두 사람 모두 ‘은신’ 스킬을 쓴 상태였다.
"저 자식, 숙소를 어디에다가 잡았길래 이런 길로 가는 거지?”
이곳 첸나이의 암시장은 워낙 방대하여 골목도 개미굴처럼 복잡했다. 그리고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보다 은밀한 상점들이 나왔다.
"이런 곳으로 가는 걸 보면 역시 깨끗한 놈은 아닌 것 같은데?”
- 필, 데이비드, 너희 둘 다 입이나 조심해. 미행하는 거 맞아?
마나 메신저 너머에서 그들의 리더, 소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골목 반대 측으로 가서 대기 중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 어디 갔어?”
시야에서 남자가 사라져버렸다.
- 뭐? 야! 설마 놓친 거야?
“아니, 그게……."
두 남자는 골목의 갈림길에서 어정쩡하게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였다.
“……나를 찾고 있나? 이쪽이다.”
어디에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골목 한쪽에 있는 불이 꺼진 건물의 2층 테라스,
그곳에 그들이 쫓던 남자가 서 있었다.
이현욱은 두 남자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한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권총을 빼 들었다.
‘음, 꽤 당황한 모양인데?’
한편 그 총에서 마나가 감지되는바, 역시 인첸트된 물건이었다.
“큭! 너, 우리가 쫓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거냐?"
"뭐, 은신 마법을 쓰면 무조건 들키지 않는 건 아니잖아?”
"그렇다면 설마…… 우리를 유인한 거냐!”
"아니…… 이거야 원, 미행당한 건 난데 왜 내가 해명해야 해?”
아무래도 평소에도 상당히 예민한 환경에서 사는 이들인 듯했다.
"닥쳐! 너…… 은도즈 연맹 쪽에서 보낸 놈이냐?”
여기서 은도즈 연맹은 CAR을 지배 중인 플레이어 군부를 뜻했다.
이현욱은 모르는 척, 고개를 갸웃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외국인이라서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군.”
“……시치미 떼지 마! 그게 아니라면 우리 물건을 왜 노렸지?”
"너희 물건이라니, 설마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걸 말하는 건가?”
이현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왜 너희 물건인지 모르겠네, 내 돈 내고 낙찰받았는데?”
그때, 건너편 골목에서 여자 한 명이 달려왔다.
"야! 젠장, 뭐 하는 거야?”
그녀가 달려와서 남자가 내민 총을 밀어냈다.
"썅, 갑자기 왜 총을 꺼내! 일 그르치려고 환장했어?”
"소피, 저 자식 영 수상해! 분명히 꿍꿍이가 있을 거야!”
"야! 애초에 우리가 먼저 미행했는데, 누가 누구를 의심해?”
그녀는 그렇게 역정을 내더니, 이현욱을 돌아보았다.
"저…… 뒤를 밟은 건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 자세로 나오는 걸 보아하니 협상할 생각인 듯했다.
"저는 경매장에서 낙찰 경쟁했던 그 46번, 기억하시나요?”
"그러니까 지금…… 그 물건 때문에 나를 미행했다는 건가?”
"네, 맞아요. 그게…… 그 아이템을 재구매하고 싶어서요.”
그 말에, 이현욱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가 다소 안 되는데, 돈이 부족해서 낙찰 실패한 거잖아? 그런데 나한테 다시 사가겠다니, 영 신뢰가 안 가는 주장 같은데?”
이들은 ‘인도주의’가 핵심 사상인 만큼, 강탈할 의도는 없을 테지만, 이현욱은 불안하다는 기색을 내비치며 뒷걸음질 쳐 보였다.
"아니, 우리는 절대로 강제로 빼앗을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현금이 없지만 마련할 수 있으니까, 천천히 이야기를 해보죠.”
그러나 이현욱은 완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글쎄, 나도 그 아이템이 필요해서 낙찰받은 거야. 그게 아니라면 바보도 아니고 520만 달러나 되는 거금을 투자했을 리가 없잖아?”
이현욱의 말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되팔 생각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필요했다는 거죠?”
"응?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니까, 그게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녀의 얼굴에 피어나는 조소, 거짓말을 간파했다는 표정이었다.
그 잠재 아이템은 CAR에 열려 있는 한 게이트 안의 히든 스테이지의 열쇠였다. 즉, 그곳에 들어가 보지 않는 한 알 수 없을 터였다.
"아니, 절대로 그럴 리가 없죠. 그건 일종의 퀘스트 아이템이거든요. 그건 우리가 오랫동안 찾던 거고 많은 이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 물건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520만 달러 이상을 치르겠어요. 그게 아니면 당신은 그 어디에도 그걸 제값에 팔 수가 없을 거예요.”
그녀가 자신 있게 몰아붙인다.
그 말에, 이현욱은 고민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돈은 필요 없고, 그 아이템은……."
이어서 이현욱이 내뱉은 말에, 세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느 게이트 안, 히든 스테이지의 퍼즐 형 열쇠겠지?”
세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굳어지는 표정은 숨기지 못했다.
그건 극소수만 알고 있는 기밀이었다. CAR의 저항군 수뇌부와 올드 피스 길드 마스터, 그 사이를 중계한 이들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설마…… <올드 피스> 길드 측에서 정보가 샌 건가?’
그들의 침묵 속에서, 이현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만약에, 당신들이 그 위치를 알고 있고, 그래서 이걸 모으고 있다면…… 나도 그 히든 스테이지 공략을 함께하고 싶은데, 어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한 제안이 훅 들어온다.
그들은 멍한 표정으로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전개가, 너무 급작스럽게 변하여 맥락 파악이 어려웠다.
"아니, 다, 당신이 누구길래 그런 이상한 제안을 하는 거죠?”
"나와 합동 공략으로 진행하고 그 히든 스테이지 보상 중 내가 십 퍼센트 정도만 갖게 해준다면, 따로 값을 치르지 않아도 돼.”
이현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제안을 이어나갔다.
"그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에요.”
그게 안 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이 직접 공략하는 게 아니라, <올드 피스> 측에 공략권을 넘기기로 계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이현욱은 ‘백색 연꽃 그림 조각 8번’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들이 시선이 그곳에 쏠리는 순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이 협상은, 결렬이야.”
꿀꺽—
그들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아니! 방금 제안하신 그 문제는, 여기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 저희도 상부에 이야기해야 하니까 천천히 협상을......."
그런데 그때, 이현욱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 할 것 같군.”
"네?”
"뭐야, 나를 미행하면서 본인들한테 미행이 붙은 줄은 몰랐어?”
이현욱은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네? 미행…… 이라니, 무슨……."
"한두 명이 아니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에, 그들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젠장, 진짜잖아……."
이내 골목의 어둠 속에서 십여 명의 괴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이게 누구야! 으하하!”
그들 사이에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거구가 그렇게 소리쳤다.
"이야, 아프리카에서 종종 보던 마음씨 고운 인권단체 친구들이잖아? 아니, 이 친구들을 어떻게 여기에서 이렇게 만날 수가 있지?”
그는 너스레를 떨며 터덜터덜 다가왔다.
그 뒤로 자동소총을 무장한 이들이 서 있었다.
총 7명, 그리고 건너편 골목에서도 4명이 다가온다.
"젠장, 월리엄 텔…… 언제부터 우리를 쫓은 거냐?”
소피가 으르렁거리며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이현욱 역시 그를 알아보았다.
‘안구 적출자 월리엄 텔, 내가 알기로는 빌런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악독한 인간이라는 건 확실했다.
놈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용병이자 레드 플레이어였고, 지금은 은도즈 연맹을 지원하는 극단주의 세력에 고용된 듯했다.
그리고 만약에 이현욱이 그림자 남작과 오키타 카이토를 잡지 않았다면, 훗날 그 셋이 뭉쳐서 국제적인 범죄 조직을 결성하게 된다.
"아니, 그냥 시장 구경 왔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지 뭐야?”
월리엄 텔이 히죽 웃으며 선글라스를 벗으며 윙크를 날린다.
"이 개새끼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내, 소피를 필두로 세 사람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워—소피 그린, 남의 나라에서 이럴 것까지 있나?”
"그러면 네놈 고향은 CAR여서, 그 난리를 치고 다니냐?”
"아, 거기도 나라라고 칠 수 있나? 짐승 우리 아니었어?”
이에, 괴한들이 사이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아, 소피, 이러지 말고 어차피 아프리카 대륙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여기에 부두에 우리 배가 있거든, 그거 타고 같이 돌아갈래?"
"나도 알고 있어, 너희의 그 좆 같은 배! ‘인형술사’ 년한테 갖다 바칠 장난감을 잔뜩 사들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웬만하면 그 배에 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물고기 밥이 될 테니까—!”
이현욱은 거기까지 들은 뒤, 입을 열었다.
"저기, 미안한데, 내가 이 일을……."
그런데 소피는 물러서 있으라는 듯 이현욱을 살짝 밀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이 일에 휘말리게 한 거니까, 우리가 죽는 한이 있어도 당신은 어떻게든 여기에서 탈출시켜 드릴게요.”
그리고는 웬 핸드폰을 내밀며 아주 작게 속삭였다.
"이걸 가지고 있으면, 제 윗선에서 연락이 갈 거예요. 그때, 그 아이템을…… 부디 저희 쪽과 협상해주세요. 그게 꼭 필요해요.”
그렇게 유언 같은 말을 남기더니, 제 부하 둘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까지 죽으면, 우리 큰 죄 짓는 거야.”
그녀의 말에 두 남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현욱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쪽, 소피 그린이라고 했나? HPA 조직원 같은데, 맞나?”
“……네, 맞아요.”
"그래 소피, 좋은 일 하시는 분이군? 그런데 만약에 내가……."
이현욱의 왼손이 천천히 상승했다.
“……저들을 처리해주면, 그 계약 비율, 20%까지 조정이 될까?"
그녀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이었다.
"어이, 계속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
사방에서 총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협상은 사후에 해야겠군.”
이현욱의 왼손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그 순간—
텅!
2층 테라스 한쪽에 놓여 있던 웬 정체불명의 철제 상자,
그게 열리며 30개의 아다만트 스타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사방으로 비산하며 다가오는 괴한들을 덮쳤다.
쉬—쉬—쉬—쉬—쉬——!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12명의 표적에게 정확히 날아든다.
그건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늘의 어둠 속에 ‘후긴’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현욱은 인지 속에 그들의 위치와 급소가 명징하게 두드러진다.
촤—자—자—자—자——!
그 과정에서 작은 비명조차 울리지 않았다. 월리엄 텔을 포함하여 13명의 괴한의 머리가 단 일격에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으므로.......
투—두—두—두—두.......
그저, 육신이 무너지는 소리만이 다발적으로 울린다.
"......."
세 사람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등 뒤, 이현욱을 쳐다보았다.
그의 몸 주변, 아다만트 스타들이 복귀하여 회전 중이었다.
왱—왱—왱—왱—왱——!
그리고 어느새, 그의 어깨에 후긴이 내려앉아 있었다.
"아…… 당신은 서, 설마……."
소피의 머릿속이 단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이렇게 금속을 자유자재로, 위력적으로 다루는 플레이어… 그런 인물은, 알려진 바로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계약이 조금 더 수월해질까?”
그가 마스크를 벗었고, 세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이현욱!”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 4개를 펼쳤다.
"방금 들어보니까, 여기에 골칫덩어리인 배가 한 척 있는 모양인데…… 그것까지 처리해주면 혹시 계약 조건을 40%까지 가능할까?”
그는 여전히 제멋대로 제안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소피는, 그런 이현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잠깐만, 이 사람이 함께해준다면…… 올드 피스 길드는 필요 없잖아?’
그 계약의 수치가 40%이 아니라, 100%이 될 수도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