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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13화 (113/221)

113화.  < 새로운 사업, 병기창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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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의 철퇴가 시퍼런 전류 뿜어내자 박준모가 양손을 펼쳤다.

"이야아아——!”

그러자 마치 그물을 펼치듯 전류 다발이 넓게 나누어지더니, 다시 더욱 잘게 찢어지며 꿈틀꿈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흡사 급류를 타는 전기뱀장어의 떼거리를 보는 것만 같은 신비로운 장면이었다.

파—지—지—지—지——!

그렇게 탄생한 수천 번의 번쩍거림이 서울역 앞 도로를 훑는다.

그 찰나의 순간 동안,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섣불리 발을 내디뎠다가는 감전되고 말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감전은 일어났다.

그어어어......!

오로지 블랙 오크들만이 몸을 부르르 떨며 쓰러진다.

박준모가 식별 가능한 적인 몬스터에게만 전류를 유도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기백준의 부하 플레이어들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윽고 몇 초 뒤, 전류 폭풍이 방전되어 사라지는 순간.......

“……지, 지금이다! 전 병력, 대형을 정비해!”

1중대장, 곽용준 대위의 고함과 함께 AMT 병사들이 움직였다.

이들은 직전의 난전에서 큰 피해를 본 상태였다.

블랙 오크, 그 노련한 전사들과 뒤엉켜 싸우는 건 미친 짓이었다.

"부상자들은 뒤로 옮겨서 치료해!”

“……바, 박 상병님, 눈 좀 떠보세요!”

잠깐의 충돌만으로도 무려 11명이 죽었다. 4차 웨이브를 겪고 이겨내며 정예가 되었지만, 압도적인 레벨의 격차는 극복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수비 대열을 이룬다면 지원이 올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터, 탱커들이 최전방에 도열하며 방패벽을 쌓기 시작했다.

"후…… 전 병력 정신 차려라, 놈들이 다시 온다!”

병사 중 최고 레벨인 안민태가 방패벽의 지휘를 맡았다.

그으으.......

역시나 블랙 오크는 감전만으로는 죽지 않았다. 그저 잠깐 몸이 굳었을 뿐, 상당한 수준의 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금방 일어섰다.

그래도 단단하게 정비된 대열을 향해 함부로 달려들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방패벽 앞으로 서은하와 오경표가 나타났다.

“씁, 쪽팔리지만, 저런 괴물은 몰라도 블랙 오크 정도야……."

랭킹 14위, 오경표가 최선두에서 창대를 치켜세웠다.

그 수준을 감지했는지, 블랙 오크들이 주춤거렸다.

반면, 기백준의 부하들은 그 상황을 살피며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야 씨, 가, 갑자기 이건 또 뭐야!”

“……이러다가 또 좆되는 거 아니야?”

불과 수십 초 만에 전세가 뒤바뀔 장면들이 연달아 펼쳐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백준이 한쪽 팔을 통째로 희생하여 소환한 거대 마수 케르베로스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컹! 컹! 컹! 컹!

그 녀석은 겁에 질린 듯, 빌딩을 등지고 서서 격렬히 짖어댔는데, 왼쪽 머리는 이미 잘려나가서 피가 폭포처럼 뿜어졌다. 10m 달하는 몸집이 아니었다면, 참으로 가여운 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쪽을 향해 탈로스가 쿵쿵거리며 다가가고 있었다.

「(★3★) 쮸쮸쮸— 이리 온!」

어디에서 배웠는지, 개를 부르듯 혀를 차기까지 한다.

끼잉…….

「우리, 공놀이할까?」

그러더니 탈로스의 오른팔이 다른 모양으로 변형되기 시작한다.

그건 ‘아그니 크리스털’을 주재료로 그레이 드워프들이 만든 무기로 <그레이트 퍽킹 건>이라는 다소 기괴한 이름을 가진 무기였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이현욱의 <블랙라이노>의 확대 버전이었다.

기이이이——

포구가 붉게 달아올랐고,

「물어 와!」

콰—앙——!

무려 150개의 쇠 구슬이 쏟아져나오며 놈을 덮쳤다.

께—엥!

그 거대한 괴물이 그대로 튕겨 나가 빌딩의 벽에 처박혔다.

이어서 탈로스가 NFL 선수인 양, 무겁지만 빠른 속도로 돌진— 놈을 들이받고 바닥에 찍어 누른 뒤 2개의 팔로 주둥이를 움켜쥐었다.

끼잉— 끼잉—

사실상 유압 프레스 같은 악력을, 놈은 뿌리치지 못했다.

왜—애—애—애——!

그리고 나머지 2개의 팔이 전기톱을 시동한다.

이어지는 장면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며, 기백준 역시 얼이 나가버렸다.

저건…… 그의 예상에는 전혀 없던 상식 밖의 저항이었다.

"저, 저런 게 갑자기…… 어디에서 나온 거야?”

한쪽 팔을 희생하여 소환한 케르베로스는 무려 106레벨이었다.

그걸 저렇게 쉽게 때려잡을 수준의 존재, 심지어 몬스터로 보이는 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다니.......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설마 또 저런 게 떨어지지는…… 않을 거다. 그럴 수가 없다.”

저쪽에서도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단단히 준비해놓은 듯했다.

하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서 기백준은 플랜B, 플랜C를 준비했다.

그리고 지금, 그 2장의 카드를 한 번에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단검을 뽑아 들어 하나 남은 팔의 어깨를 그었다.

주륵—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고,

츠츠츠츠——

그 안에서 촉수 한 가닥이 튀어나왔다.

"큭! 이번에는 내 오른쪽 눈과 왼쪽 귀를 바친다!”

푹! 푹!

그 순간,촉수가 날아들어서 눈알을 뽑고 귀를 뜯어갔다.

"끄아아아——!”

2개의 신체를 악마에게 바치고 2마리의 마수를 더 소환한다.

그렇게 한다면, 저 청동 거인을 박살 낼 수 있다는 건 자명했고,

그건 궁극적인 목적인 라퓨타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큭, 이걸 막으려면 최상위 랭커 대여섯 명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수준의 플레이어들은 죄다 제주도로 가 있다.

'이 수는, 체크 메이트다.’

이내, 포탈이 열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거미가 나타났다.

끼릿— 끼릿—

무려 15m의 몸집, 101레벨의 ‘어비스 스파이더’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흑색의 뱀 한 마리 기어 나왔다.

츠츠츠츠——

30m의 몸길이, 104레벨의 ‘바실리스크’였다.

이렇게 백 레벨 대의 보스 몬스터가 한 자리에 3마리나 모였다.

사실상 대재앙을 소환한 것이었다.

"큭, 그래…… 이것까지, 막아낼 방법은 없을 거다.”

그는 피가 줄줄 흐르는 얼굴을 감싸 쥔 채 비릿한 미소를 흘렸고,

AMT 쪽에서는 한탄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이는 그들의 저항 의식을 꺾어버릴 만한 장면이었다.

"가서 저 로봇을 고철로 만들고 인간들을 곤죽으로 만든다!”

그런데 기백준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콰—앙——!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며 ‘어비스 스파이더’를 강타했고, 그 거대한 거미가 버티질 못하고 찍—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혔다.

"......어?"

이는 조금 전, 청동 거인의 등장을 되새기게 하는 장면이었다.

“……어라, 이것들 봐라?”

처참하게 구겨진 어비스 스파이더, 그 위에 누군가 서 있었다.

“……이야, 네 말 대로 꽤 재밌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네?”

그 남자는 킥킥 웃으며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었다.

기백준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하, 한태산?”

그는 대한민국 플레이어 랭킹 2위, 한태산이었다.

저 괴물 같은 사내는 지금, 제주도에서 고전하고 있어야만 하거늘……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어째서…… 너는 지금…… 제주도에 있어야 하잖아!”

기백준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에 한태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내려다보았다.

"오, 기백준? 너는 뭔데 거기에 섞여 있는 거냐?”

"......."

"아, 지금 보니까 저 몬스터들, 네 마나가 묻어 있잖아?"

"......."

"일단,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넌 뒤졌다.”

그는 살벌하게 웃어 보인 뒤, 밟고 있던 어비스 스파이더의 다리를 흡사 대게 다리처럼 뽑듯이 하나씩 꺾어서 뽑아버리기 시작했다.

꾸에에에——!

기백준이 자신의 신체까지 희생하며 소환한 마수였거늘,

이번에도 허무하게 아무것도 못 하고 찢겨나가기 시작한다.

"아, 안 돼……."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우우우——

하늘을 수놓는 30대의 AD-1이, 이현욱이 이곳에 왔음을 증명했다.

그곳에서 쏟아져나오는 온갖 무기가 바실리스크를 향해 날아갔다.

쉬—쉬—쉬—쉬—쉬——

그런데 별안간 한태산이 그 강철비 사이로 점프하는 게 아닌가?

"야! 이것 좀 빌린다!”

그가 잡아챈 건 다름 아닌 거검 모글레이였다.

붕——!

"오, 이거 꽤 무거운데?”

그는 허공에 한 번 휘두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있는 힘껏 어비스 스파이더를 내리쳤다.

그 일격에 엄청난 검풍이 일어나며 아스팔트가 쩍—갈라졌다.

촤아아아아——!

이어서, 그 두꺼운 몸뚱이가 반으로 갈라지며 내장이 쏟아졌다.

"이야— 이거 꽤 쓸만하잖아?”

그는 모글레이를 살피며 쩝쩝 입맛을 다신다.

‘미친, 어떻게 저런 위력이 나오지?’

이현욱조차도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모글레이를 가장 잘 알고 가장 많이 사용한 그였지만, 방금 그 위력은 상식 밖의 장면이었다.

‘하긴 원래 모글레이는 전사에게 알맞은 무기긴 하니까…….'

이현욱은 잽싸게 모글레이를 잡아당겨서 가져왔다. 주인이 있는 아이템이라도 타인이 5분 이상 쥐고 있으면 소유권이 넘어가 버린다.

"그래도 너무 오래 쥐고 계시진 마시죠.”

"참나, 좋은 아이템도 많으면서 쪼잔하게 굴고 있어?”

“……빨리, 저기 저것도 처치해주시고요.”

이어서 한태산이 30m짜리 바실리스크를 꽈배기처럼 꼬아버렸다.

그 장면은 대단하고 웅장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손쉬워 보이는 바람에 싸구려 슈퍼히어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 마, 말도 안 돼……."

기백준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며 비틀거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도 하거니와 끌어 오르는 울화에 뒷골이 당겨왔다.

기백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니 이미 충분히 투자했다. 실패하는 게 말이 안 됐다.

‘어떻게, 매 순간, 저 자식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거지?’

지금 그의 시야에는 단 한 사람, 이현욱이 들어왔다.

뻐—억——!

그때, 누군가 뒤통수를 강타하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컥!”

오경표, 그가 기백준의 목덜미에 창끝을 디밀었다.

"기백준, 이 개새끼…… 내가 너 죽여버리겠다고 했지?”

그때, 기백준의 눈이 뒤집히더니 이목구비에서 열기가 치솟는다.

그리고 몸을 바들바들 떨더니, 눈 흰자가 까맣게 타들어갔다.

"어, 뭐야!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이현욱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역시나 잠재 주문이 발현하며 기백준의 뇌가 타버린 것이었다.

‘쯧, 이번에는 성녀를 불러올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 땅의 가장 골치 아픈 구석을 깨꿋이 청소한 셈이었다.

***

이현욱은 서울역 광장에 앉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 이곳에서 적지 않은 숫자의 AMT 병사들이 죽었다.

그들 대다수가 이현욱이 이름을 아는 1중대원들이었다.

‘하지만…… 모두 다 대단한 일을 해낸 거다.’

솔직히, 평범한 AMT 중대였다면 이미 전멸하고 뚫렸어야 마땅했으나, 무려 4차 웨이브를 공략해낸 이들의 투지는 확실히 남달랐다.

"상황 종료— 테러 용의자들 모두 체포 완료했습니다!”

어디선가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제주도와 서울, 두 곳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은 종료되었다.

“……이현욱, 이제는 정말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이 되었군.”

이 목소리는 제3항마여단 1대대장, 김강석 중령이었다.

"아, 대대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그거야 당연하지, 누구 덕을 아주 많이 봐서 말이야.”

그가 이어서 말하기를, 1대대가 ‘확대 재편’될 예정이라고 했다.

AMT 수뇌부에서 근래 지속 발생했던 수도권 지역 내의 테러 행위에 대응하기 위하여 ‘대테러 특화 부대’ 설치를 추진했는데, 김강석이 지휘하는 1대대가 해당 사업의 첫 번째 사례로 선정된 것이다.

"뭐,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결국은 이현욱을 배출한 부대니까, 자네와 어떤 커넥션이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단 말이지? 어쨌든, 그래서 우리 부대 규모가 확장될 예정이고 나도 덩달아 진급하게 됐어.”

김강석은 그렇지 않아도 4차 웨이브 공로로 특별 진급 예정이었다.

"아, 축하드립니다. 제가 다 뿌듯하네요.”

"아니, 전부 자네 덕이니까 내가 고마워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심지어 이현욱과 함께 4차 웨이브를 겪으며 살아남고 성장한 이들 중 상당수가 앞으로 확장될 부대의 부사관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그 대목에서 김강석은 그 어느 때보다 흡족한 얼굴이었다.

뼛속까지 참군인에게는, 부대원의 열의만큼 뿌듯한 게 없었다.

"모두 4차 웨이브, 그때의 어떤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낀 듯해.”

하긴, 일개 AMT 병사로, 다소 무시 받는 삶을 살아온 플레이어들에게는 강철 중대의 서울 수호 작전은 강렬한 경험이었을 것이었다.

그것도 분명히 온갖 길드에서 러브콜이 왔을 텐데, 그걸 밀어내고 군에 남을 정도로, 김강석의 말대로 어떤 자긍심이 있는 듯했다.

"그러니까, 자네가 종종 와서 사기 좀 넣어줬으면 해.”

그리고 그 자부심의 상징이 이현욱임은 틀림없었다.

"예, 물론입니다. 언제 한 번 놀러 가겠습니다.”

이현욱은 지금 사실상 전역 처리된 상태였다. 전역식은 물론이거니와 인사도 없이 떠나왔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잠시 후, 이현욱은 안민태를 만날 수 있었다.

"와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떻게 연락도 안 하십니까?”

그는 서운하다는 기색을 팍팍 풍기며 정색을 했다.

"그건…… 좀 미안하게 됐다.”

"뭐, 워낙 이곳저곳에서 활약하고 계시니까 이해는 합니다.”

그러더니 씩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나저나 너, 아까 싸우는 거 봤는데…… 많이 늘었던데?”

이현욱은 칭찬에도 안민태는 씁쓸하게 미소를 짓는다.

본인은 분명 잘 싸웠지만, 중대원 몇 명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뭐, 겨우 3번 찔렀는데 …… 그래도 레벨 업하더라고요?”

"자랑스러워해도 돼. 그런 놈을 3번 찌른 건 대단한 거야.”

그건 사실이었다. 아니, 맞서 싸워서 죽지 않은 게 대단했다. 그 블랙 오크들의 레벨은 56~59 정도로 35인 안민태보다 한참 높았다.

'이 녀석, 의외로 재능이 있던 걸까?’

박준모야 레벨 외 성장 특성인 만큼, 두각을 드러내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안민태의 성장과 활약은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아, 그리고 저도…… 어쩌다 보니 이 부대에 남기로 했어요."

안민태도 새로이 개편되는 부대에 부사관으로 지원한 듯했다.

"그래,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거다.”

이 녀석이 전역하면 희망 길드로 데려올 생각이었지만, AMT 내에 괜찮은 아군으로 남아주는 것도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었다.

"안민태 병장, 그럼…… 지금처럼 계속 잘 해봐.”

이현욱이 안민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그날 밤, 이현욱은 우성문과 마주 앉아 있었다.

이 자리의 논제는 ‘블랙 오크의 위협’이었다.

"……이걸로 벌써 2번째입니다.”

우성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놈들이 벌써 우리 땅을 두 번이나 짓밟으려고 했죠.”

"그리고 이번이 결코 마지막이 아닐 테고요.”

"예, 그런 면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우성문은 그 ‘전쟁’이라는 부분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쟁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선전포고를 당한 이후 이미 두 차례나 실질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그것도 이 땅에서…….'

이게 계속되면 국민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을 테고 국가 경제도 뒤흔들린다. 그리고 언젠가는 제대로 한 방 당할 가능성이 컸다.

즉, 위협을 뿌리째 제거하기 위해서…… 전쟁이 필요했다.

"그런데 실장님, 전쟁은…… 방어전을 생각하고 계시겠죠?”

"예, 아무래도 우리가 먼저 공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놈들을 끌어내서 우리의 땅에서 승리를 거두는 게 최선입니다.”

선제공격, 그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블랙 오크 왕국의 전력은 사실상 대한민국보다 우위로 평가된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전력을 갖췄는지 파악이 되고 있지 않지만, 과거, 중국과의 수차례 전투 때 드러났던 그 군세는…… 엄청났다.

그런데 그들의 홈그라운드로 쳐들어가는 건, 솔직히 자살행위였다.

"상하이, 거기를 직접 치는 건 악어의 입속에 머리를 넣고 심장을 노리겠다는 꼴입니다. 특히나 침식 지형은 갖갖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벌어져서 우리의 원정 병력이 많은 시련을 겪게 됩니다.”

이에 이현욱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들어가지 않고 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우성문은 고개가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지 않고 어디를 어떻게 공격한다는 말씀이신지요?”

"과거, 통상 병기가 유용했던 현대전에서는 그게 가능했죠?”

이현욱이 말하는 건 '탄도 미사일’ 같은 초장거리 병기였다.

"하지만 몬스터를 상대로는 값비쌀 뿐 아무런 쓸모가 없죠.”

첨단 미사일을 아무리 퍼부어도 몬스터를 죽이긴 힘들다. 그렇기에 블랙 오크 왕국과 전력을 비교할 때, 통상 병기 전력은 배제된다.

"하지만, 마법 공학이 있다면,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지금, 미사일에 인첸트를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물론, 총알 같은 단발의 물리 병기에 인첸트를 해서 ‘배리어’를 관통하는 방식은 종종 사용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유효하다.

하지만 미사일 종류의 데미지는 ‘폭발’에서 비롯된다.

그건 인첸트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인첸트가 아니라 마법 폭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다소 허황한 이야기였다.

"그게…… 지금으로서는 과연 가능할지, 저는 의문입니다.”

마법 폭탄, 그런 방식이 지금까지 전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경제성이 최악이며 효율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배제된 무기 개발 공식이었고,

아무리 마법공학이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현욱은 기다렸다는 듯 싱긋 미소를 머금었다.

"실장님, 저한테 그 방법이 있습니다.”

저 반응, 저 여유, 우성문은 그걸 수차례 봐왔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시겠다는 건지 속 시원하게 말씀해주시죠.”

이에 이현욱이 기다렸다는 듯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얼마 전에 강원도에 떨어진 운석, 보고 받으셨겠죠?”

"예.”

"그곳에 아이템 제조 기술이나 마법 공학 발전에 지대한 도움이 될 버프가 부여되었습니다. 일명 <불의 성역>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그걸 몇 배로 증대시킬 오브젝트 아이템도 하나 얻었고요.”

이현욱은 아이템 하나를 꺼내 보였다.

[오브젝트 정보]

- 이름 : 영원한 불의 탑(전설)

- 효과 : 해당 오브젝트 ‘설치’ 시 일정 반경(1km) 내에 아래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재설치 대기 시간 : 10일)

1) 융해의 땅 : 영향권 내 금속의 녹는점이 대폭 감소합니다.

2) 마법 재련 : 영향권 내 융해된 금속에 ‘마나’가 부여됩니다.

"여기에다가, 라퓨타를 그곳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 설명에 우성문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아,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레이 드워프, 그들도 있죠.”

거기까지 듣는 순간, 우성문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 조합들을 보건대, 기대가 안 될 수가 없었다.

"실장님, 제가 마법 병기창을 건립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거대 산업으로 자금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했다.

“……국가산업으로 제대로 지원해주신다면, 해보겠습니다.”

이현욱은 지금, 그 돈을 정부 측에서 대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법 폭탄을 담은 로켓을 개발해서 상하이를 폭격한다.

‘그러면 놈들은, 어쩔 수 없이 준비가 덜 된 진격해올 거다.’

바로 그 순간을 노리는 것, 그게 이현욱의 계획이었다.

‘또한, 그 로켓 기술을 통해서 공중투하장치를 궤도에 올린다.’

일명 <궤도투하장치>다.

전생에는 얻지 못한 이상적인 무기 시스템,

그걸 만드는 게 최종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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