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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05화 (105/221)

105화.  < 오키나와, 언럭키 이벤트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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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도 코지로, 그가 일으킨 토네이도가 산을 갉아 먹는 장면 앞에 그곳을 4방향으로 포위하고 있던 이들은 잠시 넋을 놓았다.

자연을 뒤흔드는 재해를 단 한 사람이 좌우하는 기적,

그 장면을 올려다보며 누가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콰—과—과—과—과——!

지금, 그 산이, 통째로 증발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차원이 달랐다.

마치 화산 폭발이 일어난 듯,

진동, 폭발, 연기, 불꽃이 피어오른다.

푸—부—부—부—부——!

그리고 끝내 마그마까지 쏟아져 내린다.

“……뭐, 뭐야!”

그렇게 외친 건 코도 코지로였다. 그 외 다른 이들은 그저 입을 쩍 벌린 채, 눈앞에서 벌어지는 파괴에 경탄할 뿐이었다.

쿠—구—구—구—구——

그걸 일으킨 자가 이현욱이라는 걸, 그들 모두가 눈치챘다.

그리고 코도 코지로의 명령을 받고 ‘방한복’을 가지러 가던 나가노 타이 역시 멈춰 선 채 그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서, 설마 저거…… 그 심장을 이용한 거야?”

이현욱, 그가 집착적으로 하던 ‘갈무리’ 작업이 떠올랐다.

"어, 그러니까 그, 대, 대비한다는 게……."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이 그러했듯, 이현욱이라는 남자에게 새삼스레 감탄하는 한편 강렬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 남자 대체, 정체가 뭐지?’

이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코도 씨가…… 완벽하게 졌다.”

이미 몇 수를 지고 있었거늘,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포착됐다.

산봉우리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꺼운 검은 연기의 흐름, 그것을 융단 자르듯 수직으로 양단하는 한 줄기의 섬광—

그건, 이현욱의 거검 모글레이였다.

그것이 무엇을 노렸을지는 자명했고.......

콰—아— 앙——!

그 공격을 끝으로, 이 사태는 결론지어졌다.

- 축하합니다! 당신은 <언 럭키 이벤트>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러한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돔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

이현욱은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 축하합니다! 행운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1등)

어느새 그의 손에는 한 자루의 망치가 들려 있었다.

- '묠니르(전설)’를 획득했습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묠니르(전설)

- 효과

1) 강철 벼락 : 투척 시 파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2) 리터닝 : 소유자가 복귀를 명령할 시 다시 돌아옵니다.

3) 뇌신의 분노 : 강력한 전류를 방출합니다.

이건 북유럽 신화의 천둥의 신 ‘토르’의 무기였다.

‘……한태산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도 내가 가진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한태산이 참여한 ‘3차 구조대’가 이 언럭키 이벤트 공략에서 큰 활약을 하고, 한태산이 이걸 얻는다.

지난 서울역 언럭키 이벤트 때 얻은 ‘마나난 막 리르의 비밀 갑주’도 그렇고, 그의 무장들을 이현욱이 죄다 차지했다.

‘묠니르, 뇌신의 망치를 내가 휘두르게 된다니…….'

이현욱은 그답지 않게 감격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정말, 무식하게 강한 물건이었다.

‘한태산이 수원에 나타난 블랙 드래곤을 때려잡겠다고 수천 피트 상공에서 낙하하며 이걸 집어던졌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묠니르가 놈의 몸통에 적중— 튕겨 나간 뒤 바닥에 추락했다. 그리하여 20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이 통째로 무너졌다.

그때 블랙 드래곤을 죽인 건 이현욱의 모글레이였지만, 한태산의 그 한 방이 놈의 마나 실드를 날려버린 덕이 크긴 컸다.

"와…… 그거, 뭐예요?”

김세희와 박준모가 감탄한 표정으로 묠니르를 바라보았다.

무려 전설 등급인 만큼, 언뜻 봐도 남다른 아우라를 풍겼다.

한편 두 사람은 각각 3등과 4등을 하여 오리할콘 몇 덩이를 손에 쥐었다. 사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값진 보상임은 틀림없었지만…… 상대적으로 그리 눈길이 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 이상하게도 거기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박준모는 전기 통제 능력인 만큼, 묠니르의 힘을 느꼈다.

‘이게 있으면, 박준모와의 시너지가 더 올라가겠군?’

그리고 잠시 후, 자위대의 AMT 병력이 돔 안으로 진입했다.

그들이 쉘터를 점검하고 민간인들을 통제했고,

1.2차 구조대는 <오키나와 구조 작전 본부>로 복귀했다.

그곳에서, 이현욱은 코도 신지로와 마주했다.

"......."

그는 다소 멍한 표정으로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소 짧고 거칠어진 말투로 물어왔다.

"이현욱……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거의 따지는 듯한 음색이었다.

아마도 차오르는 짜증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젠장, 어떻게 그 냉기를 날려버릴 생각을 한 거지?”

"하하— 간단합니다. 항상 공략법을 고민하면 됩니다."

“……뭐?”

“그리고 그게 바로 레이드란 거죠.”

그는 허탈한 듯 피식하고 웃었다.

"하— 레이드라…… 어이가 없군…… 누가 보면 내가 아마추어인 줄 알겠어? 내가 그걸 몰라서 당신한테 질문......."

그의 혀가 길어질 듯했고, 이현욱은 말을 끊고 나섰다.

"—아, 제가 가지고 싶은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뭐?”

"직접 제안하셨던 그 재밌는 내기, 잊으셨습니까?”

이번 공략으로 전설 등급의 묠니르를 얻었다.

그리고 이제, 사은품을 받아갈 차례였다.

***

- 아! 지금 돔 안에서 구조대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기 보십시오! 1차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아! 코도 코지로입니다!

그 시각, 일본 열도는 환호에 휩싸였다. 온갖 카메라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자랑스러운 영웅들의 귀환을 세상에 전했다.

이현욱은 활주로로 가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었다.

일본의 시사프로그램이었는데, 한국어로 번역되어 흘러나왔다.

- 지금 저 모습을 보건대 2차 구조대의 작전, 그러니까 1차 구조대에게 디버프 해소 아이템을 전해주는 게 성공한 듯합니다.

- 예,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또, 공략이 굉장히 빨리 끝난 걸 볼 때 코도 코지로가 힘을 제대로 발휘한 듯합니다.

그들은 액면만 보고 모든 게 작전대로 흘러갔다고 판단했다.

- 아! 역시 '허리게인’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힘이군요?

- 예, 다소 괴짜지만, 일본의 자랑거리임은 확실하죠.

하지만 그 뒤에 전해진 진짜 사실은 그들을 당황하게 했다.

- 지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아, 믿을 수 없습니다. 기여도 1위가 코도 코지로가 아니라…… 이, 이현욱이라고 합니다!

이현욱, 그 이름이 다시 한번 강렬하게 찾아왔다.

- 하…… 이거 좋지 않아요. 정말 좋지 않습니다.

- 이렇게 되면 모두가 기대했던 그 대단한 보상, 그게…….

- 예, 어쩔 수 없이 이현욱이 삼켰다—라고 볼 수 있겠죠.

- 이거, 이거, 이현욱의 지원을 왜 받아줬냐는 그런 의문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 정말 곤란해졌어요.

그중에서는 코도 코지로가 이현욱에게 제안했던 ‘대결’에 관한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제 입으로 동네방네 홍보해댄 셈이었으니 그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걸 막을 도리가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내기 아이템을 뭘 받았어요? 아까 보니까 코도 그 인간, 얼굴이 시뻘게져서 막 그건 안 된다고 하던데요?”

김세희는 그 광경이 재밌었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에 이현욱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웅——

그건 웬 붉은 구슬이었는데, 그 안에서 농도 짙은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어렴풋하게 열기까지 느껴졌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샐러맨더의 오브(영웅)

- 효과 : 아이템에 ‘샐러맨더’의 힘을 부여합니다.

"우와…… 영웅 등급 ‘오브’면 진짜 귀한 거잖아요?”

일반적으로 ‘오브’의 등급은 보통 1~5단계로 구분된다.

이현욱이 PX 아이템 상점에서 현금화하기 위해 샀던 오브는 5등급의 저급으로 아이템 등급으로, 따진다면 최하위 ‘일반’아이템에 해당했고, 그 위로 2등급과 1등급이 ‘희귀’ 정도였다.

"네, 이렇게 정령의 ‘이름’이 붙은 오브는 진짜 귀하죠.”

일명 ‘네임드 오브’라고 불리는 최상위 등급 오브였다.

그리고 이건, 웬만한 영웅 등급 아이템보다 가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영웅 등급의 아이템에 엄청난 옵션을 달 수 있는 아이템으로서, 사실상 전설 등급의 무장을 얻는 게 불가하다고 여겨지는 지금은 ‘엔드 스팩’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었다.

“2년 전에 그 남자가 TV에 들고나와서 막, 패널들한테 만져보라고 하던 게 기억나네요. 이걸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김세희의 말처럼 코도 신지로가 이걸 얻었을 때 TV에 들고나와서 자랑했었는데, 그게 이현욱의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근데, 그 남자가 용게도 이걸 안 쓰고 가지고 있었네요.”

"아마도 적합한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겠죠."

"그나저나, 이걸 어디에 쓰시려고요?”

"음…… 아마도. 모글레이에 쓰지 않을까 합니다.”

이현욱의 설명에, 김세희는 무언가를 상상하듯 혀를 내둘렀다.

"와, 미친……."

그 거검에 불의 정령 ‘샐러맨더’의 힘이 깃든다니…….

“……생각만 해도 어마어마하네요.”

"네, 저도 기대되네요.”

전생에는 바람의 정령인 '운디네’의 오브를 적용했었다.

그리하여 휘두를 때 폭풍과도 같은 검풍이 뿜어져 나갔었다.

‘하지만 이제는 김세희가 있으니까, 바람의 힘은 충당됐다.’

그리고 때마침 이렇게 ‘샐러맨더의 오브’를 얻기도 했으니, 이번에는 모글레이에 ‘불’의 힘을 담아 보기로 했다.

과연 어떤 스킬이 탄생할지, 이현욱으로서도 기대가 됐다.

"그런데 되게 내놓기 싫어하던데 어떻게 얻어낸 거예요?”

이현욱은 싱긋 웃었다.

“뭐, 귀국해서 인터뷰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상세하게 증언할 거라고 하니까 안절부절못하면서 내놓던데요.”

그리고 입조심 하라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며 사라졌다.

"뭐야…… 자기가 진 게 알려지는 게 그렇게 싫대요?”

이현욱은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와…… 그 인간 진짜 허영심 덩어리인 놈이었네요.”

한때, 코도 코지로를 롤모델로 삼았던 그녀였다. 아무래도 바람을 이용하는 플레이어 중에서는 그가 최고였으니 말이다.

“이제는, 뭐…… 옆에서 보고 배우면 되니까……."

“네?”

"아니,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요.”

***

- 서울의 영웅, 일본까지 구하고 금의환향! 이현욱 귀국 현장, 취재 열기와 팬들이 성원으로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

- 서울을 넘어서 세계의 해결사가 된 이현욱! 드디어 ‘한국 플레이어 랭킹’에 진입한다! 그의 첫 랭킹은 과연……?

나라를 구하는 걸 넘어서 나라의 자존심을 치켜세웠으니,

이현욱이란 이름은 이제 대한민국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워낙에 영웅 대접을 제대로 하는 편이었다.

- 두 유 노 스틸레인? 이현욱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하다!

다만, 너무 제대로라서 문제일 때가 많았다.

"난 그런 거 가입한 적 없는데……."

그러나 이렇게 유명세가 쌓여갈수록 주의해야 할 게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고, 위험성이 점점 커진다.’

빌런, 놈들이 또 다른 암수를 준비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는 영웅들이 빌런의 암수에 의해 허물어지는 걸 봤다.

‘……방심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현욱은 우성문 실장에게, 자신뿐만 아니라 박철수와 강정두 같은 주변인들의 경호를 강화해주기를 요청했다.

‘그래도 비형랑 팀 정도라면 최고의 보안이 될 거다.’

그 뒤로 한동안 라퓨타에 머물렀다.

그리고 꾸준히 금속을 삼켰고…….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1,059kg

드디어, 서울 한정이지만 1t의 금속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 축하합니다! 3차 잠재 돌파에 성공하여 ‘특성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스킬 정보]

- 이름 : 금속 융해

- 등급 : D

- 효과 : 마나를 소모하여 일정량의 금속을 ‘융해’합니다.

* 스킬 적용 대상의 양에 따라서 소모 마나가 달라집니다.

파쇄와 변형에 이어 융해(融解)였다.

말 그대로 녹여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녹은 ‘쇳물’ 역시 금속이었다.

‘즉, 액체 상태의 금속을 항시 다룰 수 있게 된다.’

그건 활용도가 아주 높았다. 전투 시, 예측 불허의 기묘한 무기가 되는 건 물론이거니와, 금속 융해와 금속 변형을 조합하여 그 어떤 형태로든 자유자재로 순식간에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앞으로, 전투가 조금 더 쉬워지겠군?”

한편으로는 전쟁의 기억을 되짚고 현재 벌어지는 일들을 취합하여 그걸 바탕으로 미래 계획을 점검하고 변수를 예측했다.

그때, 귓속으로 TV 뉴스가 흘러들어왔다.

- ……금세기, 가장 밝은 혜성인 킴-월터가 지구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뒤,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이 뉴스는 며칠 전부터 간간이 소개되던 천문 현상으로 아직은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세상 밖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남다른 실체를, 오직 이현욱만이 알고 있었다.

'……운석 <파에톤>그게 올 때가 됐다.’

또 하나의 이벤트가 우주 밖에서 날아드는 것이었다.

이 세계가 ‘게임’처럼 변했다.

그리고 그 현상은 지구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저 멀리, 우주의 어딘가에서 이벤트가 도래한다.

그게 바로 저 혜성의 정체였다.

- ……오는 21일, 킴-월터는 지구에 초근접 하여 3100만km 차이로 빗겨 지나갈 예정입니다. 미항공우주국은 이 물체를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우주 물체라고 판단하고 움직임을 주시했지만, 충돌 위험성은 거의 없다고 하며 유례없는 우주쇼가…….

아니, 빗겨나지 않는다.

이 땅에 정통으로 내리박힌다.

‘그리고 저 운석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였다.’

지금은 1개로 관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 2개로 나뉜다. 그리고 그 2개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이벤트였다.

‘하나는 재앙, 하나는 축복이었지…….'

어떤 운석이 떨어진 곳은 대재앙이 벌어진다.

하지만 또 다른 운석은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다.

이 게임에서는 많은 요소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뉜다.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운’으로 운명이 나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리 알고 있다면…… ‘취사선택’할 수 있다.

즉, 축복의 운석을 끌어당길 수 있었다.

이현욱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고진화씨, 잘 지내십니까?”

"그, 동남아 쪽에서 구해주셨으면 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그 이름이 아마도…… <오케아노스 유도 장치>라는 겁니다.”

***

이현욱은 박철수에게 강원도 산간 지역의 임야 매입을 부탁했다. 그런데 그 면적이 상당했고, 놀란 박철수에게 전화가 왔다.

- 그런데…… 이 땅 영 가치가 없던데? 안 그래도 산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들 통제하기 힘들어서 주민들도 다 떠나서 이 근처는 사실 상 죽은 땅이나 다름없어. 이, 이거 알고 사라는 거지?

"형, 땅 사면 뭐 다 투기겠어?”

- 이런 땅을…… 쓸 일이 있어서 사는 거야?

"그래, 우리 그쪽에 공략권도 있잖아.”

얼마 전, 구광 쪽과 협상하여 강원도 산간 지역의 공략권을 얻은 바 있었다. 그리고 희망 길드 안의 1팀인 김세희 팀과 2팀인 이정준 팀이 그곳에서 발생한 게이트를 2차례 공략하기도 했다.

- 음…… 그렇다고 치기에는 거리가 좀 너무 먼데?

“그…… 다른 계획이 있어.”

거기에 웬 운석이 떨어질 거란 건, 말해줄 수 없었다.

웅— 웅—

“형, 나 마나 메신저로 연락이 와서 잠깐만……."

이현욱은 전화를 끊고 마나 메신저를 여는 순간—

- ......물주님! 꺅! 여기 연구소인데, 큰일 났어요!

이건, 강희설의 목소리였다.

"응?"

- 그, 로봇! 이, 이게 막— 으아아! 우, 움직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이현욱은 그 즉시 프리드웬을 소환하여 라퓨타로 복귀— 광역 강하 장치를 이용하여 강정두 아이템 제작·연구소에 도착했다.

쾅——!

그가 텔레포트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웬 폭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창고 건물 하나가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어, 뭐야?”

그는 페일노트를 허공에 띄운 채 달려갔다.

“……여기에요!”

어디에선가 강희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무실 건물 쪽에 강희설을 비롯한 대장장이들이 모여 있었다. 다행히도 비밀 경호 요원들이 난입하여 피신시킨 상태였다.

쿵— 쿵—

그리고 창고 쪽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쾅——!

굉음과 함께 창고의 외벽을 뜯고, 무언가 등장했다.

쿵— 쿵—

그건 꽤 익숙한, 약 4m 크기의 금속 거인이었다. 타워 방패처럼 넓적하고 긴 머리통, 온몸에 수 놓인 마법 회로…… 그건 이현욱이 노움의 유적지에서 잡았던 ‘청동 파수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것의 등, 어깨, 팔 등에 온갖 장치가 달려 있었다.

아마도 온갖 마법 공학 아이템을 덕지덕지 붙여 놓은 듯했다.

그리고 특히, 놈의 오른팔의 웬 ‘거포(巨砲)’가 유독 눈에 띄었다.

‘젠장, 저건 그레이 드워프의 솜씨다.’

초대형병기 제작에 특화된 그레이 드워프의 무기라면…….

'……저게 발사되면 진짜 난리가 날 거다!’

또한, 심장 부근에서 범상치 않은 에너지가 흘러나온다.

저 거구를 움직이는 동력원이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저, 괴물은 뭐예요?”

이현욱의 물음에 강정두는 안절부절못했다.

“사, 사장님께서 저번에 주고 가신 그 엔진 있지 않습니까?”

"아, 목왕팔준 말씀하시는 거죠?”

얼마 전 얻은 ‘목왕팔준’을 강정두에게 맡겼다.

아무리 귀한 아이템이라도 이현욱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연구에 활용하면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걸로, 저…… 거인을 되살린 겁니까?”

"예, 그냥 테스트였는데, 살아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저기에…… 온갖 무기를 단 상태고요?”

“네, 그것도 맞습니다.”

이현욱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 이상하게 개조된 ‘청동 파수꾼’(LV. 120)

‘하…… 근데 그 레벨이 120이라니…….'

얼마 전 상대했던 ‘몰렉의 화신체’가 95레벨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건 엄청나게 무식하게 강한 놈이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내 화력이 잘 안 먹힐 수도 있다.’

모든 화력을 쏟아붓는다면 어떻게든 리타이어 시킬 수는 있으나, 아무래도 근처 도심에 큰 피해가 갈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즉, 누군가에게 지원 요청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것도 꽤 상위 랭커가 필요할 거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 혹시……."

그는 마나 메신저를 켜서 라퓨타의 여민상에게 연락했다.

"지금 당장 탈로스한테 이 마나 패턴으로 접속하라고 해!”

- 예? 아, 네!

치지지지——

그러자 노이즈가 들리더니, 이내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마스터! 마나 메신저 접속 완료했습니다.」

"탈로스, 너는 노움이 만들어낸 최고의 인공지능, 맞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너보다 하위 인공지능을 제어할 수 있나? 물론, 그것도 노움이 만들어낸 것 같은데, 말은 못 하는 놈이야.”

「그건…… 확인해봐야겠지만,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언어 구사 능력이 없다면 그리 높은 수준의 AI는 아닐 겁니다.」

이현욱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거인을 바라보았다.

“음, 이러면……."

쿵— 쿵—

‘……이거, 오히려 잘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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