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01화 (101/221)

101화.  < 오키나와, 언럭키 이벤트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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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솔직히…… 대박이다.’

이현욱은 눈앞의 시스템 메시지를 살펴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방금, 마침내 ‘마그네타 크러스트 피스’를 흡수했다.

그 결과로 두 개의 주요 스킬이 동시에 ‘등급 상승’했다.

그는 그 스킬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강정두 공방을 찾았다.

"소장님, AD-1, 몇 대나 준비되어 있습니까?”

"아, 마침 두 번째 모델을 개발 중이었습니다!”

AD-1의 후속 모델인 AD-2가 준비되고 있었다.

"한 번 테스트해 볼 테니 그걸 준비해주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죠.”

잠시 후, 창고에서 AD-2를 마주했다.

아직은 시제품이라서 그런지 핵심 기능상 큰 진보는 없었다.

다만, 아다만트 합금으로 내구력만은 확실하게 보완되었다.

‘지난 전투 때 몰렉의 화신체와 그림자 남작의 공격으로 다수의 AD-1이 쉽게 추락했었고…… 하필 그 장면이 방송을 탔다.’

앞으로 이현욱을 노리는 적은 높은 확률로 공중투하장치부터 노리고 들 것이었다. 그래서 내구력 향상을 최우선으로 요청했고, 레드홀 마을에서 보내오는 아다만트가 그 재료가 되었다.

'......어쨌든, 스킬을 테스트해볼까?’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첫 번째 스킬은 <에테르 엔진>이었다.

[스킬 정보]

- 이름 : 에테르 엔진

- 등급 : B

- 효과

1) 마나 하트 : 마나 총량이 상승합니다. (+150,000) 마나 회복력이 상승합니다. (+1,500%)

2) 마나 전이 : 플레이어 혹은 ‘통제 가능한 대상’에게 ‘마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3) 마나 연결 : 마나 전이 대상의 마법 회로에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 숨겨진 조건을 만족할 시 스킬 등급이 향상됩니다.

‘좋아, 원래는 D등급이었는데 한 번에 B등급까지 올랐다.’

마그네타 크러스트 피스는 무한에 가까운 마나 덩어리로서, 최상급의 마나 엔진 재료였다. 그리하여 <에테르 엔진>에 영향을 주는 게 당연지사, 스킬의 효과가 경이로울 정도로 상승했다.

‘마나 총량이 5만에서 15만으로, 마나 회복력이 500%에서 1,500%로…… 이 정도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 마나:185,459/185,459

* 초당 마나 회복 속도 : 631

최고 수준의 마법사 플레이어 서너 명을 하나로 이어 붙여 놓아도 이 정도 마나 운용력을 구현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마나 발전소나 다름없다.’

그에 따라, 운용할 수 있는 무장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었다. 지금까지는 AD-1을 딱 12대까지만 동시에 운용했는데, 그 이유는 ‘후긴’과 함께 사용할 때 유지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 AD-2의 초당 마나 소모량은 35였으며, 이현욱의 마나 회복량은 초당 631이었다. 즉, 18대까지는 공짜로 움직일 수 있다.

이현욱은 눈을 감고, 마나를 방출했다.

이내 어두침침한 창고 곳곳에서 시퍼런 불빛이 피어올랐다.

우우우우——!

그러자 19대의 AD-1과 11대의 AD-2가 가동되었다. 그것들의 표면에 새겨진 마나 회로가 빛을 발하며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총 30대.......'

그리고 일제히, 같은 속도로 떠올랐다.

'이 30대를, 꽤 오랫동안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

공중투하장치 1대마다 30개의 무기가 보관되어 있으며,

하단부 마법 사출구에도 70발의 쇠 구슬이 탑재된다.

그렇게 개당 100개의 무기를, 총 3,000개를 다룰 수 있다.

이현욱은 만족감을 느끼며, 그것들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어서 두 번째로 상승한 스킬은 <브레스 룸>이었다.

마그네타 크러스트 피스는 일명 ‘별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별이라는 건 일종의 ‘용광로’이기도 했다.

[스킬 정보]

- 이름 : 브레스 룸(화염)

- 등급 : B

- 효과

1) 체내 용광로 : 금속 흡수가 빨라집니다. (+100% ~ 500%), 용광로 효율을 높일수록 몸에 가해지는 고통이 상승합니다.

2) 파이어 브레스 : 금속 일부를 브레스 룸에 저장하여 ‘브레스(강화)’를 발사할 수 있습니다. (1kg당 1회)

* 숨겨진 조건을 만족할 시 스킬 등급이 향상됩니다.

여기에서 가장 고무적인 변화는 역시나 ‘체내 용광로’의 효율이 최대 250%에서 500%로, 무려 2배나 상승했다는 점이었다.

‘좋아, 지금부터 다시 금속 흡수에 들어간다.’

언제나 그렇듯, 금속 흡수는 쉬지 않고 해야만 했다.

지금 속 좀 쓰리다면, 앞으로 다가올 싸움이 쉬워질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작업을 위해서 흡수할 질 좋은 금속은.......

'……레드홀 마을에 채굴 속도를 높여달라고 해야겠군.’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이렇듯, 금속의 공급—아이템 제조—완벽한 운용 방법까지,

이현욱이 조성한 ‘체계’가 정상 작동 중이었다.

***

“……오, 이번에는 저번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요?”

김세희가 웬 검은 철제 상자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 안에는 울퉁불퉁한 은색 광물이 담겨 있었다.

전부, 레드홀 마을의 ‘광산’에서 채굴된 아다만트였다.

"아마도 채굴 기술이 좋아져서 더 빨라진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쪽에 채굴용 아이템을 보냈었죠?”

"맞아요. 사냥이나 채굴이나 장비가 바쳐줘야죠.”

이틀 전, 강정두 공방과 드워프들이 합심하여 ‘아다만트 마나 동력 드릴’를 제작해서 보낸바, 채굴량이 확연하게 증가했다.

광산 개발 첫날에 하루 채굴량이 1kg 불가했었거늘, 각종 채굴 아이템이 동원되자마자 무려 5kg대로 대폭 상승한 것이었다.

이현욱은 이런 ‘선순환’을 기대했다.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거다.’

그렇다면 언젠가 ‘아다만트 비’를 내리게 될 것이었다.

이현욱은 아다만트가 든 상자를 따로 챙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걸로 뭘 만들려고요?”

“……음, 생각 좀 해보려고요.”

김세희의 물음에 이현욱은 얼버무렸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전부 다 내가 먹는다.’

이현욱은 아다만트를, 반쯤 과장해서 팝콘 먹듯 집어삼켰다.

그러자 금속 통제력의 숫자가 실시간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 금속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 아다만트

*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가 상승했습니다.:9,411g

- 금속 홉수가 완료되었습니다. : 아다만트

*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가 상승했습니다.:8,544g

- 금속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 아다만트

*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가 상승했습니다. : 6,544g

하루 동안 무려 29kg의 ‘무게’ 성장을 얻었다. 또한. 고경도 마법 금속의 영향을 받는 ‘강체화’ 역시 강화되어갔다.

그렇게 이현욱은 몇 날 며칠 동안 금속 흡수에 주력했다.

그러는 동안, 오키나와 사태는 그가 아는 역사대로 흘러갔다.

- ……지금 보고 계시는 이 지도는 오키나와에 발생한 언럭키 이벤트 지역을 위성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여기에서 여기까지, 돔의 면적만 해도 그 지름이 무려 8km에 달한다고 합니다.

뉴스 화면에 오키나와 본섬의 위성 사진이 나왔다.

그곳의 남부가 웬 검은 원으로 덮인 듯한 모습이었다.

- 지난 서울 4차 웨이브존의 지름이 10km였던 만큼, 이번 사태가 사실상 웨이브와 준하는 재앙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사실, 이 사태를 웨이브와 비교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끔찍한 재앙이라는 건 사실이었다.

‘저 안에 고립된 민간인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만다.’

-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일본 플레이어 협회 주도의 구조대죠? 3명의 S등급 플레이어가 언럭키 이벤트 발생 23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또한, 곧 돔 진입이 시작될 예정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S등급 플레이어 3명을 주축으로 하여 65레벨 미만의 플레이어 40명까지, 총 43명의 <오키나와 구조대>가 소집되었다.

세상은, 특히나 일본 열도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무려, S등급이 3명이나 투입되는 작전.......

이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아, 지금 구조대장인 <에이엔> 길드 마스터, 코도 코시로가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인터뷰 내용 함께 들어보시죠.

일본 랭킹 2위의 남자, 그는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리고 한 마디 부탁한다는 기자의 말에 입을 열었다.

-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 일본은, 안전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 어때, 좀 멋있었나요? 누구처럼요.

그 상황 속에는 왠지 모를 묘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저거…… 어딘가 익숙한 대사인데?’

그리고 뉴스 진행자도 그걸 눈치챈 듯했다.

- 코도 코시로, 아주 짧게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얼마 전의 이현욱을 연상게 하는 말이 아니었습니까?

- 예 얼마 전 이현욱의 “서울은 안전합니다.” 그 말과 비슷했네요. 아마도 오마주 같은 걸까요? 어쨌든 지금부터…….

이현욱은 몰랐지만, 그가 취재진 앞에서 한 공식적인 첫 마디인 “서울은 안전합니다.”는 현시점에서 가장 핫한 인물의 상징적인 대사인 만큼, 인터넷상에서 밈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방금, 코도 코시로가 그 말을 따라 한 것이었다.

그 말에 대해서, 이현욱을 오마주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오히려 비꼰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뒤섞여 나왔다.

하지만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아무래도 코도 코시로가 오키타 카이토와 친분이 있었기에, 이현욱의 활약을 탐탁지 않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뭐 어때…….'

어쨌든, 그 선언과 같은 인터뷰를 끝으로 작전이 시작되었다.

- 자, 오키나와 구조대가 ‘돔’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박 기자님, 이제부터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겠습니다? 그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과를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겠죠?

- 예, 저 안에 입장하면, 특별한 조건을 만족할 때까지 못 나오죠. 다만, 일본 측에서는, 공략 대성공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 하긴, S등급 플레이어가 무려 3명이나 동원되었으니까요.

또한, 일본 측에서는 이번 일에 은근히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얼마 전, 한국이 4차 웨이브를 공락하여 ‘라퓨타’라는 사기적인 오브젝트를 얻은 것처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언럭키 이벤트’를 공략할 시 주어질 보상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언론들 역시 그 지점을 연일 보도해댔다.

- 일본 헌터 협회 부회장, 이 재앙 속에는 기회가 숨어 있다! "희생을 최소화, 보상은 최대화” 구조보다 공략에 비중?

- 핏빛이 아닌 핑크빛으로 물든 오키나와? 일본 분석가 플레이어들, 이번 사태 보상 규모를 예측하는 분석문 기고 잇달아

- 오히려 좋다! 오키나와 언럭키 이벤트의 예상외 ‘호재’ 공략 보상 기대감으로 일본 길드 주가 이틀 연속 상승세…….

이렇듯, 무려 수십만 명의 목숨을 걸려 있는 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인 기대를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금 이 시대가 그러했다.

재앙이 지나가면 돈이 쏟아진다.

그게 바로 게임의 룰이다.

그렇기에, 일본 플레이어 사회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 모든 기대감은, 불과 이틀 뒤에 깡그리 사라지게 된다.

- 뉴스 속보입니다!

……처참한 실패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었다.

- 오키나와 언럭키 이벤트 공략을 위하여 돔 안으로 들어갔던 43명의 플레이어 중 1명이 돔 밖으로 나왔다는 소식입니다!

그 정예 구조대원 중 중 단 한 명만이, 이틀 만에 나온다.

아니, 가까스로 탈출한 것이었다.

- 그는 시즈오카 코가라는 구조대원으로 언럭키 이벤트 지역 탈출 조건인 ‘비상구 열쇠’라는 아이템을 확보한 뒤,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위해서 홀로 빠져나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가 전해온 ‘메시지’는…… 가히 절망적이었다.

- 흑, 큭…… 구조 작전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 ……입장과 동시에 가, 감당할 수 없는 ‘냉기’ 때문에 모두에게 능력치 감소 디버프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눈덩이 같은 거대한 몬스터가 사방에서 몰려와서, 저희는 구조대장 코도 코시로를 중심으로 저항했지만 결국 뿔뿔이 흩어졌고…….

그렇게, 시작과 동시에 12명이 죽었는데…… 심지어 S등급 플레이어인 일본 랭킹 8위, 카네자오 마유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에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이는 게 당연했다.

S등급 플레이어를 3명이나 동원했는데도 실패했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인도인 용병으로, 거액을 주고 고용한 것이었다. 즉, 사실상 ‘초과 전력’을 투입했던 것이다. 이에 일본 플레이어 협회는 비상이 걸렸다. 2차 구조대 구성이 과연 가능할까?

- 日 추가 전력 모집에도 일본 최대 전력 ‘텐구’ 네기 켄지로는 거처에서 요지부동…… 이번에도 국난을 외면하나?

일본 플레이어 랭킹 1위인 네기 켄지로는 웬만해서는 세상일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었다. 그리하여…….

- 일본 플레이어 협회, 세계 플레이어 협회에 긴급 지원 요청!

일본은 어쩔 수 없이 국제 플레이어 사회에 SOS를 요청했다.

'……예정대로다.’

이현욱은 그제야 체내 용광로를 끄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키나와 언럭키 이벤트, 지금까지는 역사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달라질 예정이었다.

"이교준 팀장님, 접니다. 예, 우성문 실장님께 전해주셨으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일본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의 참전 선언이, 이 사건의 볼륨을 더욱 키우기 시작했다.

- [속보] 서울의 구원자, 이번에는 오키나와를 구원하러 간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 소식을 반기지 않았다.

***

“……이번 일, 신중하셔야 합니다.”

희망 길드 사무실로 찾아온 이교준 팀장이 그렇게 말했다.

이현욱이 이번 오키나와 언럭키 이벤트 공략 작전에 지원한다고 했을 때, 우성문 측은 영 떨떠름한 반응을 내비쳤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근래, 이현욱이 원한을 쌓은 집단이 여럿이었다.

'즉 이번에, 누군가 나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하필이면 ‘언럭키 이벤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밖에서는 알 수 없다.

이현욱이 위기에 처해도, 이들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일본 쪽 반응도 영 싸늘합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오키타 카이토, 이현욱이 그를 비참하게 구타하는 장면이 만천하에 공개가 되었다. 그는 범죄자인 ‘레드 플레이어’였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인기가 많은 스타 플레이어이기도 했다.

‘그리고 전대 검성 국표성을 베어서 검성 칭호를 가져왔다는 점 때문에, 일본인으로서는 열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이현욱을 저주하는 반응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양국 인터넷상에서는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 이현욱은 열도의 역린? 일본 누리꾼 거친 반응 이어져……

- 이현욱 오키나와 2차 구조대 지원 소식에 韓 누리꾼 “한국의 명예가 달렸다!” 공동 공략보다 감정적인 경쟁에 초점을?

- 이현욱 오키나와 행에 韓旧 누리꾼 간 갈등 심화, 이동호 문화 평론가 "레이드의 공동 목표는 ‘인류애’ 잊지 않아야.”

알게 모르게, 이번 2차 공략 작전은 한일전이 되고 있었다.

***

오키나와 기완노시의 한 학교 운동장,

그곳은 언럭키 이벤트 지역으로부터 직선으로 5km 떨어진 지점으로서, <오키나와 구조 작전 본부>가 설치된 곳이었다.

그곳에 일명 ‘2차 구조대’가 모였다.

일본 측 플레이어 25명,

EU 측 지원 병력 14명,

대만 측 지원 병력 11명,

그러나 한국의 지원 병력은 이현욱을 포함하여 단 3명이었다.

그리고 그 멤버는 이번에도…… 박준모와 김세희였다.

“……다들, 여기 쳐다보고 있는 거 알아요?”

김세회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죄다 한국 팀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역시나 이현욱이었다.

“……저기 저 남자, 이현욱 맞지?”

"맞네! 여기 올 때 그 백색 비공정을 타고 왔을까?”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있었지?”

그렇게 숙덕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한 팀이 등장했다.

"이야— 영웅들이 다 모였군? 모두 안녕하십니까?”

퍽 소란스러운 등장, 촌 19명, 그들은 미국 측 지원 병력으로, 미국 <아이언 이글>길드 소속의 공략 팀이었다.

그런데, 이현욱의 기억에는 없는, 낯선 얼굴들이었다.

'……쟤들은 원래 여기에 있어선 안 된다.’

원래 대로라면 이 2차 구조대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

'……그리고 저격수가 무려 4명, 유독 많군?’

이현욱이 그들의 정체를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언 이글> 길드는 고든 프라이스의 수족이다.’

즉, 저들의 목표는 언럭키 이벤트 공략이 아닐 것이었다.

그때였다.

"자, 주목해주세요!”

누군가 그렇게 소리치며 들어왔다.

"저는 2차 구조대장 나가노 타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63레벨이지만, 벌써 A등급 3티어인 일본 최고의 유망주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서, S등급을 제외한다면, 이번 작전에 동원될 수 있는 최고의 전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우리는 앞서서 언럭키 이벤트에서 탈출한 1차 구조대원의 증언을 바탕으로 돔 내부 환경을 파악,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그녀는 등 뒤, 스크린에 웬 아이템 사진이 떠올랐다.

- 아이스 트롤 가죽 3중 방한복 (고급)

- 샐러맨더 크리스털 핫팩 (희귀)

"그리고 이미 전해 들었겠지만, 우리의 목표 ‘공략’이나 ‘전투’가 아닙니다. 앞서 들어간 정예 전력인 1차 구조대가 아직 상당수 생존해 있고 그중에서는 S등급 플레이어도 두 명이나 있지만, 그들은 디버프 때문에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즉, 그들이 정상화만 된다면……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녀는 스크린에 떠오른 사진들을 가리켰다.

"그래서 우리는 1차 구조대에게, 그 끔찍한 냉기를 극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할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임무입니다.”

2차 구조대는 필연적은 1차 구조대보다 전력이 약했다. 그렇기에 1차 구조대 생존자를 지원하는 쪽으로 작전이 수립됐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저 안에 들어가면 눈앞에 <로키의 장난>이라는 스테이지 이름이 출력된다고 하는데…… 아직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향후 공략의 힌트라고 봅니다.”

“……로키라면, 북유럽 신화의 신 아닙니까?”

"네, 로키는 북유럽 신화에서 ‘트릭스터’로 유명하죠. 그래서 온갖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던 중, 나가노 타이의 시선이 이현욱에게 닿았다.

"그런데, 거기…… 한국 팀이죠?”

그녀는 의아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한국팀을 불렀다.

"예, 맞습니다.”

이현욱이 대답했다.

"이 정보는 전부 사전 안내된 것으로 아는데요, 아닌가요?”

"네, 그렇죠. 전부 안내받았습니다.”

그녀의 눈썹이 두 번 꿈틀거렸다.

"그런데…… 너무 편하게 입고 오신 것 같아서요."

그녀의 말처럼, 모두가 두꺼운 '방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그것들은 지원 병력이 각자 마련해오되, 차후 일본 정부가 그 아이템 값을 배상금으로 지급해주기로 합의했었다.

그런데 이현욱을 비롯한 삼인방은 지금, 얇은 옷차림이었다.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 준비했습니다.”

"흠…… 우리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요. 빨리 환복하시죠.”

그녀는 깐깐한 표정으로 이현욱 훑었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양국 간 감정의 골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잠시 후, 돔 근처로 이동했을 때였다.

“……한국팀! 제 말 못 들으신 건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제가 일본어로 말해도 시스템이 알아서 번역해주니까요!”

나가노 타이가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현욱의 옷차림은 여전히 두꺼운 방한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 이것도 냉기 저항이 붙어 있는 옷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준비성이 철저한 편이라서요.”

그러나 나가노 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 아이템으로는 안에 냉기를 못 견딘다고요! 적어도 고급 등급 이상의, 특히 저희가 미리 권고한 대로 이 ‘아이스 트롤의 3중 방한복’이 필요해요! 이거 한 번 입을 때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아세요? 안에 들어가서 입을 시간이 없어요!”

“……타이, 걱정하지 마세요. 얼어 죽지 않을 겁니다.”

이현욱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이내 그녀는, 알아서 하라는 듯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이현욱 씨…… 제가 한 가지만 더 강조하고 싶네요.”

"예?”

"이번 작전, 공략이 아니라 지원이라는 거 잊지 마세요.”

"......."

"요즘 그쪽이 엄청난 명성을 쌓고 있고 그게 진짜라는 거 알아요. 그래도 부디 제 명령을 따라주세요. 안에 있는 S등급 플레이어에 비교하면…… 아직 당신은 작은 영웅일 뿐이에요.”

이현욱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홱— 신경질적으로 돌아서서 가버렸다.

"저…… 이현욱 병장님, 정말 괜찮은 겁니까?”

"그러게요. 우리 빼고 다들, 아주 중무장했는데요?"

오죽하면 옆에 있던 박준모와 김세희가 물어왔다.

하긴, 이들이 초겨울 패션이라면, 다른 이들은 히말라야 등반이라도 할 것처럼 두꺼운 ‘3중’ 방한복을 껴입은 상태였다.

"우리가 입고 있는 거면 충분해 그리고……."

이현욱은 뒷말을 삼켰다.

'……저건 오히려 독이다.’

그리고 이내, 돔 입장이 시작되었다.

"—입장한다!”

2차 구조대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플래시 라이트를 뒤로하고 조별로 시차를 두고 입장했다. 한국 팀은 두 번째 순서였다.

- 해당 지역은 <언럭키 이벤트>발생 지역에 입장하셨습니다!

* 해당 지역으로 들어올 수는 있으나 나갈 수는 없습니다.

* 해당 지역에 입장 레벨 제한이 부여됩니다. (LV. 65)

* 탈출을 위해서는 특정 목표를 달성해야만 합니다.

1) 맵에 숨겨진 ‘비상구 열쇠’ 획득

2) 240시간 동안 생존

3) 보스 몬스터 처치

그러한 안내 메시지와 함께, 돔 안쪽의 풍경이 펼쳐졌다.

"어…… 냉기가 아닌데요?”

선두의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그래, 내부 환경은 사전 정보처럼 ‘냉기’가 아니었다.

"—컥! 덥잖아!”

“윽! 숨 막혀!”

오히려 아주 강렬한 ‘열기’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만큼, 내부 공기가 팔팔 끓어 오르고 있었다.

- 주의! <무스펠하임>의 ‘지옥 폭염’에 노출됩니다!

* 급속도로‘상태 이상’ 및 ‘능력치 감소’가 시작됩니다!

"—뭐?”

그런데 하필이면 온몸을 온갖 발열 아이템을 칭칭 두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지옥의 열기가 더욱 빠르게 몸을 조여왔다.

"오, 옷을, 당장 벗어야 해!”

“컥! 미친, 이게 무슨 상황이야!

그러나 이들이 야심 차게 준비한, 이 두껍디두꺼운 아이스 트롤 가죽 3중 방한복은 입기 힘든 만큼 벗기도 힘든 물건이었다.

- 주의! ‘탈진(1단계)’에 빠집니다.

* 모든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10%)

* 스킬 준비 시간이 대폭 상승합니다.

* 마나가 지속해서 감소합니다.

- 주의! ‘열사병(1단계)’에 빠집니다.

* 모든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10%)

*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이 대폭 상승합니다.

* 강렬한 어지러움을 느끼며 방향 감각을 잃습니다.

"으어어......."

그리하여 ‘디버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구조대장, 나가노 타이는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아니 분명, 최악의 냉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때, 한 가지 정보가 머릿속을 스쳤다.

'로키의 장난…… 트릭스터…….'

그때였다.

크아아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방에서 괴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헉! 몬스터들이 온다!”

"젠장, 빨리 움직여!”

그들은 옷을 벗는 걸 중단하고 전투 준비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열기에 의한 디버프가 중첩된바, 점차 몸이 느려졌다.

그러는 사이, 건물 사이사이에서 거구의 괴물들이 나타났다. 검은색 몸뚱이에 팔이 4개나 달린 8m짜리 거인들이었다.

쿵— 쿵— 쿵— 쿵—

그것들이 발을 구르며, 양손에 몽둥이를 들고 다가왔다.

언뜻 봐도, 60레벨 이상의 수준급 몬스터들…….

"큭, 포, 포지션— 만들어요!”

구조대장, 나가노 타이가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디버프로 인해서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젠장— 이, 이러면 후퇴도 힘들겠습니다!”

이대로면 모두 허무하게 죽고 말 상황이었다.

그때—

퍼—석——!

—살벌한 굉음과 함께, 선두의 거인이 반 토막 나버렸다.

"어?”

흐르는 땀이 눈썹에 맺혀 다소 흐릿해진 시선 속, 나가노 타이는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이 이글거리는 공간을 바라보았다.

쿵——! 쿵——!

굉음과 함께 이곳으로 달려오던 거인들이 하나둘 넘어졌다.

그리고,

쾅——!

거대한 검 한 자루가 날렵하게 비행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뒤로 물러나서, 그 거추장스러운 옷부터 갈아입으세요.”

이현욱, 그리고 한국팀이었다.

그들의 몸 주변으로 웬 파란 보호막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 지옥의 열기가, 그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는 듯했다.

"다, 당신— 당신은 어떻게……."

이현욱이 싱긋 웃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요."

"내가 좀,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그거 빈말 아니었어요."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며 거검 모글레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나가노 타이를 돌아보며, 한 마디를 더 남겼다.

"이번 작전은 ‘지원’이 아니라 ‘공략’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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