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 전쟁 공포, 전쟁 준비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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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실로 내려가기에 앞서서 처리해야 할 일 있었다.
“……갑판 위에 있던 89명 압송 완료했습니다.”
선상은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컨테이너선은 엄청나게 거대하다. 누군가 배 안 어디에선가 숨어서 본토에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준비한 게 있었다.
"박준모, 이쪽으로 와.”
"예!"
이현욱은 깔끔한 진압을 위해서 박준모를 불렀다.
그리고 그의 뒤로 ‘뇌신의 철퇴’가 나타났다.
"지금 바로 발사한다.”
파—지—지—지—지——!
이렇다 할 목표물이 없는 갑판 위를 향해 뇌신의 철퇴가 뿜어졌다. 그 시퍼런 전류 다발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듯했는데……. "이야아아—!”
박준모가 양손을 뻗어서 그것들을 조종했고, 그가 양팔을 아래로 내리자, 다량의 전류 다발이 배 아래로 스며 들어갔다.
파—지—지—지—지——!
이렇게, 박준모가 전류를 통제하여 함선 내부를 짓이긴다. 그로써 마치 살충제처럼, 숨어 있는 벌레들을 박멸할 것이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펑티옌이 혀를 찼다.
“큭— 이런 썩을 놈들 같으니라고……."
"그 입 다물지 않으면 너한테도 쇠 구슬을 먹일 거다.”
“……뭐? 씨발, 지금 뭘 먹인다는 거야.”
그러자,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는 샤오준이 말리고 나섰다.
"혀, 형님! 그냥 입 다물고 계시는 게 조, 좋습니다.”
“샤오준! 자네 대체 왜 그렇게 쉽게 굴복한 거지?”
“……큼, 저도 결코 쉽게 굴복한 게 아닙니다.”
이현욱은 한숨을 내쉬며 왼손들 들어 올렸다.
그러자, 샤오준이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끄아아—! 왜 저, 저한테…… 흐흑—”
"저 새끼 입 다물게 안 하면, 네가 아플 거야.”
그러자 샤오준이 충혈된 눈으로 펑티옌을 바라보았다.
"끅, 형님! 제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십시오!”
"뭐? 이 너 이 자식, 빵즈를 모시기로 한 거냐?”
“끄으으…… 그냥 좀 입 닥치라고, 이 병신아!”
“샤, 샤오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억!”
뻑!
결국, 샤오준이 펑티옌의 입술에 박치기를 날렸다.
“하— 도적놈들의 우애, 볼만하군?”
한편, 놈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을 죄다 수거했다.
‘좋아, 아이템 파밍이 꽤 짭짤한데?’
특히나 물의 정령술사인 펑티엔의 물건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선인의 복사꽃 팔찌 (영웅)
- 효과 : 마나 총량 상승 (+1,000), 자연계 통제 능력 상승 (+10%), 정령 친화력 상승 (+10%), 정령 성장 속도 상승 (+5%)
이는 딱 봐도 ‘정령술사’에게 적합한 아이템이었다.
‘좋아, 김세희를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겠다.’
하지만 진짜배기 보상은 따로 있었다.
이현욱은 이 함선의 ‘엔진부’로 내려갔다.
웅—— 웅——
그곳의 입구에서부터 아주 진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엔진 설비의 중심부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목왕팔준이다.’
그건 아쉽게도 금속이 아니라 주먹만 한 유리구슬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또 다른 작은 구슬이 8개 담겨 있었고, 그 속에는 아주 작은 말들이 ‘호박 화석’처럼 담겨 있었다.
언뜻 봐도 꽤 신비로운 모양이었다.
윙— 윙—
지금은 그 8마리의 말 중에서 단 1마리만이 달리듯 움직였다.
'아직 1단계군?’
- ‘목왕팔준(전설)’을 획득했습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목왕팔준 (전설)
- 효과
1) 절지(絶地):강력한 마법 ‘출력’을 발휘하며, 이동수단에 연결될 경우 이동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50%)
[이하 2~8단계는 미 각성 상태입니다.]
지금은 그저 성능 좋은 마나 엔진일 뿐이었다만, 저 구슬 안에 있는 8마리의 말이 전부 움직이면, 사기적인 힘이 발휘된다.
‘이걸로 뭘 만들어야지, 잘 만들었다고 소문이 날까?’
이현욱은 그걸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갑판 위, 에밀리아 뮐러가 함선의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녀의 뒤에 ‘와이트 트리 가드’의 단장, 피터 클라크가 서 있었는데, 이현욱이 다가오자 눈인사를 한 뒤 자리를 비켜주었다.
"와, 진짜로…… 반격을 제대로 시작했네요?”
그녀가 새삼스레 놀라듯 말했다.
"설마 내가 이 팀을 만들자고 했을 때, 믿지 않은 겁니까?”
"아니, 믿기야 믿었는데…… 솔직히 속전속결이잖아요?”
이현욱이 빌런에 대항하는 '팀’을 만들자고 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빌런들의 꼬리를 밟은 것이었다.
“역시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내가 잘 봤어요.”
그녀는 힙플라스크를 꺼내서 홀짝였다. 역시나 위스키였다.
"그래도, 아직은, 세상에 밝히기에는 멀었겠죠?”
빌런이라는 절대 악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
그건, 언젠가는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빌런이라는 존재를 곧이곧대로 믿어줄 것이라는 건, 바보 같은 환상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냉소적이다.
아무리 명성을 얻었다고 해도 갑자기 세상에 대고 ‘빌런’이라는 이름의 악당들이 세계를 정복한다고 소리치는 건…….
'……누군가는 지지하겠지만, 대다수는 웃어넘길 거다.’
그렇기에 더 많은 증거를, 더 많은 우군을 만들어야만 했다.
‘세상이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파급력을 일으킨다.’
이현욱은 그 순간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했다.
“에밀리아, 지금까지 지원해주신 세계수 아이템들, 잘 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부탁할 게 좀 많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눈동자가 커졌다.
그건, 당혹감이나 부담감이 아니라 진한 흥미였다.
“……네? 설마, 쉬지도 않고 또 뭘 꾸미는 거예요?”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규모가 좀 클 거예요.”
또 한 번, 큰 사건이 다가오고 있었다.
***
세상이 뒤흔들릴만한 뉴스가 계속되었다.
라퓨타의 관리자 권한을 논의하기 위하여 홍도 길드와 대한민국 정부가 접선했는데,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이었다. 그것도 충분히 충격적이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 직후, 난징시의 홍도 길드 사옥이 통째로 폭발했다.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홍도 길드는 사실상 사라진 셈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대한민국 정부 측에서 홍도 길드가 블랙 오크 왕국과 결탁하여 라퓨타 정복을 시도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증거로서, 완전히 박살 난 블랙 오크의 사체가 공개되었다.
이런 미친 사건들의 연속에, 세상이 충격에 빠지는 건 당연했다.
“미친, 몬스터랑 결탁을 해? 미친 사람이 할 짓이냐?”
“와— 개 쓰레기 같은 새끼들 진짜……."
세상은 홍도 길드의 만행을 손가락질해 마지않았다.
그런데, 사실상 항변할 주체인 홍도 길드가 사라진 상태에서, 다소 이상하게도 중국 정부가 직접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 中 정부 이례적인 대리 성명, 한국이 사건을 날조했다!
- 中 “홍목장성은 견고하다.” 몬스터와 결탁 없다고 주장
- 홍도 길드 사태로 외교갈등 본격화…… 전쟁 우려까지?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랫동안 국제적으로 ‘공공의 적’이 되어 있던 중국은, 이번 사태로 인해 다시 한번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렇듯, 국제 정치가 흉흉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이현욱은 그런 혼란 속에서도 제 할 일을 했다.
'……할 일이 너무 많다.’
우선, 구광 그룹에게 약속받은 대로 <아킬레우스의 방패>를 인계받았는데, 그때, 구효민이 직접 이현욱을 찾아왔다.
"제 생명의 은인께 찾아뵙게 인사드리고 싶어서요.”
이현욱은 그녀와 꽤 긴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여자는 훗날 연금술의 대가가 된다.’
그렇기에, 그녀의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그리고 길드를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뭐든지 아끼지 않고 지원해드릴게요.”
이렇게, 그녀가 던진 기회를 이현욱은 놓치지 않았다.
"아, 마침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아! 뭐죠?”
"구 박사님만이 들어줄 수 있는 겁니다.”
"그래요? 잘됐네요!”
그녀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화색을 띠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을 들은 뒤,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제가, 연금술 연구소를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지난번 사태로 구광 그룹의 강동구 연금술 연구단지는 잠정 폐쇄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금술 시설이 멈춰버린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졸지에 백수가 되었다.
이현욱은 그 틈을 노릴 생각이었다.
‘곧 연금술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 된다.’
마법 공학이 기계 공학과 비슷하다면, 연금술은 생명 공학이었다. 그 두 가지 모두, 앞으로 세상을 선도해나갈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현욱이 빼돌린 아이템, 신의 음료 넥타르…… 그걸 인간이 마실 수 있게 가공하기 위해서는 연금술이 필요했다.
“구광 그룹의 파이를 뺏으려는 건 아니고 그냥 아이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소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게 없어서요.”
구효민은 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좋아요. 제가 지원해드릴게요.”
그렇게, 연금 쪽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기틀을 마련했다.
그로부터 3일 뒤, 레드홀 마을의 고진화에게서 연락이 왔다.
- 이 사장님, 드디어 아다만트 광산 채굴 들어갑니다!
'좋아, 이제 아다만트로 무장할 시간이 왔군?’
그리고 다음 날, 아다만트 1kg이 희망 길드에 도착했다. 아다만트가 워낙 단단하다 보니, 일일 채굴량이 1kg 미만이었다.
그 아다만트 분배를 위하여 강정두 공방과 그레이 드워프들이 조우했는데, 처음에는 영역이 겹치는 만큼 서로를 경계했다.
“흠, 인간들 좀 하는데…… 영 어설퍼!”
“쯧, 난쟁이들, 영 섬세하지가 못해! 이러면 금방 고장 나!”
그래도 점차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협력해나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계기는 웃기게도…… 강정두가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 와서 드워프들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이었다.
"크! 인간의 맥주도 꽤 먹을 만한데?"
"오, 난쟁이들도 마실 줄 아는군?”
강희설은 종종 드워프들과 대거리를 해대곤 했다만…….
"으…… 난쟁이 아저씨들, 말이 너무 많아!”
"이 인간 계집애, 너야말로 꽥꽥 시끄럽다!”
훗날 드워프 장인들과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백설(Snow White)’이라고 불리게 될 그녀인 만큼, 걱정할 필요 없었다.
그러는 동안, 이현욱은 계속해서 오로지 ‘흡수’에 집중했다.
- 금속 흡수까지 (알 수 없음)이 남았습니다.
……이걸 삼킨 지도 벌써 11일 차였다.
“후— 이제, 내일인가……."
그 사건이 터지기 전에 흡수가 끝나면 좋으련만…… <마그네트 크러스트 피스>는 역시 엄청난 물건인 만큼 무소식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하루까지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있던 그 사건이 터졌다.
- ……뉴스 속보입니다! 일본 오키나와현 남동부 지역에 거대한 돔이 등장했다는 소식입니다. 해당 돔의 크기가 무려 10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어, 5차 웨이브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이현욱은 희망 길드 사무실에 앉아서 그 뉴스를 보았다.
‘아니, 5차 웨이브가 아니다.’
- ……해당 돔의 정체가 역대 최대 규모의 ‘언럭키 이벤트’로 밝혀진 가운데, 입장 레벨 제한이 무려 65라고, 일본 사쿠라 통신이 보도 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무려 3명의 S등급 플레이어를 이번 언럭키 이벤트 공략 작전에 투입하기로 결정…….
"우와…… S등급 플레이어가 3명이나 투입이 되네……."
함께 뉴스를 보던 박철수가 놀란 듯 중얼거렸다.
S등급 플레이어는, 현재 알려진 바 전 세계에 31명뿐이었다.
즉, 무려 10%가 투입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 공략 작전은 실패하고 만다.’
심지어 공략 도중, S등급 플레이어 1명이 사망하게 된다.
'나는…… 그들이 왜 실패했는지 알고 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다음 공략이 왜 실패하게 되는지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첫 번째 작전이 실패하여 일본 정부가 세계 각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때, 그 순간에 나설 생각이었다.
그때를 위해서, 지난 며칠간을 준비했다.
‘물론, 나로서도 쉽지 않을 일이겠지만…….'
저 작은 지옥에 뛰어드는 건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를 수는 없었다.
저곳에서 나오는 보상이, 워낙 막대했으니 말이다.
‘무려…… 토르의 <묠니르>가 나온다.’
그런데.......
- 금속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마그네타 크러스트 피스)
*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가 상승했습니다. : 89kg
마침내, 그 사기적인 아이템을 ‘흡수’한 것이었다.
'……타이밍 한 번 좋군?’
이어서, 온갖 시스템 메시지들이 우후죽순 떠오르며 눈앞을 가득 채웠다. 단 하나의 아이템을 먹은 것 치고는 많은 양이었다.
그것들을 바라보며, 이현욱은 새삼스레 놀랐다.
“……이러면, 일이 더 쉬워지겠는데?”
이제, 이 세계에 격변을 일으킬 때가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