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94화 (94/221)

94화.  < 악마 숭배자들, 시가전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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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동안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목이 쏠린 건 단연,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연금술 연구 단지 악마 숭배자 사태>였다.

그리고 그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었다.

최태준 박사라는 인물이 몬스터로 변하여 구광 그룹의 손녀딸을 납치했다는 기상천외한 소식에 뒤이어서,

AMT특수전사령부 측에서 그 뒤를 쫓는 추적 팀의 핵심 인물이 이현욱이라는 걸 밝히면서 사건이 2막에 돌입한 것이었다.

- 이현욱의 별명 시리즈! <서울의 구원자>, <검성 구타자>에 이어서 <데몬 슬레이어>가 추가되는가?

"이것까지 해내면 오늘은 진짜 이현욱의 날이다.”

그렇기에 모든 기자는 눈에 불을 켜고 대기 중이었고, 마포구에서 어떤 징조가 발견되자마자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다.

"……젠장, 무슨 차단선을 3km나 치는 거야!”

AMT 당국이 안전상의 문제로 접근 원천 차단했지만, 오늘날, 카메라 렌즈의 성능은 너무나 훌륭했고, 기자들은 접근 통제 구역 수 킬로미터 밖의 빌딩에 올라가서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하여 어느 구도심에서 이현욱이 거대한 황소 괴물—아마도 최태준 박사 보이는 존재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포착해냈다.

“와……."

아니, 사투라는 표현은 그리 적합지 않은 듯했다.

"—보이십니까? 완벽한 레이드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현욱이 전깃줄을 이용하여 저 엄청나게 거대한 괴물을 속박한 뒤에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MBS의 플레이어 전문 취재기자 이정훈이 <마포구 전투 현장>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생중계 화면 위로 목소리를 입히고 있었다.

이렇듯, 플레이어 전문기자들은 전투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일종의 해설 역할까지 겸할 줄 알아야만 했다.

그의 이어폰을 통해서 ‘데스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정훈이, 아주 잘 하고 있어! 시청률 대박이야!

이정훈은 오늘 온종일 이현욱의 전투 장면을 제시간에 정확히 포착해냈다. 즉, 연달아서 특종을 잡았으며 그가 얻어낸 영상 소스는 그 어느 방송사보다 훌륭하여 시청률을 독식 중이었다.

그는 신이 나서 해설을 이어갔다.

"이현욱이 경찰의 플레이어 추적팀도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는 최태준 박사의 행적을 어떻게 잡아낸 건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또 한 번, 전국이 떠들썩해질 만한 대단한 전투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아! 저기 보십시오! 와!”

그때였다.

훙——!

이현욱에 의해서 박살이 난 모텔 건물 안에서부터 웬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중계 화면의 구석에 얼핏 스쳐 지나갔는데, 이정훈은 베테랑 취재기자답게 그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어? 야, 방금 그거 뭐야?”

그리고 그 장면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야, 택수야! 저기, 저기 잡아 봐!”

그의 요청에 따라서, 카메라맨이 화면의 구도를 옮겼다.

"어!”

그 검은 연기가 안착한 곳, 어느 골목 어귀에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유명한 악당들이었다.

"오, 오키타 카이토! 거, 검성 시해자가 나타났습니다!”

검성 시해자, 혹은 ‘검성’이라고 불리는 오키타 카이토,

그리고 그를 구타했다는 소문이 돌며 ‘검성 구타자’라고 불리는 이현욱……

그 두 플레이어가, 하나의 화면 안에 담기는 순간이었다.

‘미친, 이거 실화냐? 사건이 뭐 이리 계속 펑펑 터져!’

그리고 시청률 역시 폭발해버릴 예정이었다.

이정훈은 꼴깍— 마른 침을 삼켰다.

“……어, 어쩌면 오늘, 일명 이현욱 거, 검성 구타자 설 있죠, 그 소문이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 금속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리할콘)

*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가 상승했습니다.:4,181g

* 마법 저항력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좋아, 됐다.’

이현욱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체내 용광로의 효율을 최대치로 굴린 결과 100g의 오리할콘을 빠르게 흡수하여 4kg의 능력 상승을 얻었는데, 각종 ‘능력 상승 효과’덕분에 그 수치가 무려 95%가 추가되어, 결과적으로 총 8kg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하여.......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501kg

이렇게, 500kg을 아슬아슬하게 넘어 설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훙——

어디에선가 검은 연기 한 줄기가 날아들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안착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 명의 인영이 몸을 일으켰다.

‘……그림자 남작, 역시나 왔군.’

빌런 세력의 등장, 이는 이현욱의 예상 범위 안이었다.

이 시기 직후에 최태준은 일명 ‘닥터 불’이라고 불리며 빌런의 핵심 멤버로 부상했기에, 이번 사태 무렵에는 저들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던 것이었다.

그 생각이 적중했다.

“워— 미스터 스틸 레인! 그동안 잘 지냈나?”

미스터 스틸 레인이라니, 이건 또 무슨.......

"그런데 미안하지만, 닥터 최는 우리가 데려가야겠어!"

그림자 남작이 그렇게 소리쳤고, 그의 등 뒤에서 오키타 카이토가 살벌한 표정으로 이현욱을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목을 치고 싶다는 표정이었는데, 억지로 참는 듯했다.

이현욱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 소고기는 이미 우리가 요리를 시작했다.”

그 소고기, 몰렉의 화신체는 여전히 전기 찜질 중이었다.

"으......."

그러나 박준모도 한계인 부딪친 듯했다.

"뭐? 으하하! 그거, 재밌는 농담이군? 사실 나도 맛있는 스테이크 냄새를 맡고 찾아온 거거든! 그런데 아직 너무 핏덩이인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미디움 레어까지 익힐 수 있겠어?”

이현욱은 저 녀석의 과도한 유쾌함에 부응할 생각이 없었다.

"이봐! 어차피 그거 못 죽일 것 같은데, 그냥 우리한테 넘기지? 아까 위에서 다 지켜봤는데 아주 안간힘을 써도 안 되던데? 응? 언제까지 감전시켜서 묶어 둘 수 있을 것 같아? 그 녀석이 날뛰기 전에, 우리가 다른 곳을 데려가 준다는 말이야!”

그림자 남작은 코웃음을 섞으며 그렇게 말했다.

"글쎄, 방금까지는 분명 그랬지만……."

이현욱은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거검, 모글레이의 자루를 움켜쥐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모글레이 (영웅)

- 효과

1) 질량 해방(1~5) : 봉인된 ‘질량’를 해방하며, 사용자에게 ‘강골(强骨)’을 부여합니다.

2) 쇼크웨이브 :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킵니다. 이 파괴력은 1번 질량 해방과 비례합니다.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응? 방금, 뭐라고?”

이현욱은 이 내용에서 1번, 질량 해방에 집중했다.

'질량 해방—’

그러자.......

- 모글레이의 질량이 <2단계>로 해방됩니다!

* 강골 수치가 (+20%)로 상승합니다

이 거검, 모글레이는 실제 질량이 봉인되어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의 질량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해방’이 가능하다. 지금, 이현욱은 ‘2단계’에 도달한 것이었다.

두근——!

거대한 검신이 마치 심장 박동을 하듯 진동했다.

그러더니 아스팔트를 뚫고, 땅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쿠구구…….

55kg에서 500kg으로, 그 무게가 무려 10배나 증가한 만큼, 중력의 영향을 받고 무른 지면을 파고들어 가는 것이었다.

이현욱은 그것을 쥐고, 금속 통제력을 부여하여, 뽑아 들었다.

웅——

그리고 천천히 기울여서, 몰렉의 화신체를 겨누었다.

"이건 조금도 나누어줄 생각 없으니까, 꺼져—”

그 순간, 근처 건물 옥상에 숨어 있던 AD-1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놈들을 향해 마법 사출구를 개방, 발사체를 쏘았다.

투—두—두—두—두——!

"큭! 그래, 해보자 이거냐?”

그림자 남작은 자신의 몸을 기체화하여 허공으로 피했고,

오키타 카이토는 성가시다는 듯 검을 꺼내 들어 죄다 쳐냈다.

그러나 그건 놈들의 시선을 끌기 위함이었다.

“—박준모, 뒤로 비켜!”

이현욱은 그렇게 소리치며, 모글레이를 들고 달려나갔다.

"—이현욱!”

"이, 이현욱 병장님, 어, 어떻게 하시려는……."

서은하와 박준모가 동시에 소리쳤다.

그들로서도 이현욱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파괴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질량은 절대적이다.’

전생의 이현욱은 모글레이의 질량을 3단계까지 해방하여 총 3t의 무게의 거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당시, 그 거검을 수천 피트 상공에서 낙하시켜서 무려 드래곤의 머리통을 꿰뚫기도 했다.

지금은 그만큼은 아니지만, 500kg의 무게는 엄청난 힘이다.

그것도 ‘강골’ 2단계가 적용된 상태이기에,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일시적이지만, 신성력까지 인첸트 해뒀다.’

이현욱은 방금, 서은하에게 ‘신성력 부여’를 부탁했다.

즉, 모든 옵션이 준비되었다.

저 악마의 화신체를 베기에, 부족함이 없다.

쩌저저저——

그는 온몸에 강체화를 걸고, 상승된 ‘강골’의 힘을 담아서, 그 압도적인 질량을 품을 거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후— 웅——!

비현실적인 검풍이 일었고,

퍼—석——!

—명료한 절삭음이 울렸다.

"—뭐, 뭐야!”

그 장면에, 이곳에 있던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쿵——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대도 쓰러뜨릴 수 없었던 몰렉의 화신체, 그 괴물의 두꺼운 다리가 깨끗하게 잘려나간 것이었다.

그리하여 놈은, 균형을 잃고 옆으로 고꾸라졌다.

쾅—

이현욱은 놈의 머리통을 향해 모글레이의 검 끝을 내리찍었다.

푸—욱——!

숙련 등급의 샷건, 블랙라이노의 ‘괴멸 분사’ 갈겼음에도 뚫을 수 없었던 그 두꺼운 두개골에, 거검이 무리 없이 박혔다.

"—마, 말도 안 돼!”

그는 그 상태로 검을 박아 놓은 뒤, 뒤로 훌쩍 물러섰다.

이어서…….

‘쇼크웨이브—!’

이 거검의 2번째 스킬인 쇼크웨이브,

그것은 모글레이의 질량에 따라서 파괴력이 강해진다.

그리고 방금, 모글레이의 질량이 10배 늘었다.

즉, 쇼크웨이브의 파동 역시 10배 이상 강해진 상태였다.

쩌——어——엉——!

검신이 진동하며 파동이 일었다.

첫 번째로 공기가 터졌고,

두 번째로 아스팔트가 거미줄처럼 으스러졌으며,

세 번째로 힘겹게 버티고 서 있던 모텔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몰렉 화신체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버렸다.

"야—이런 개새끼가!”

그림자 남작이 꽥,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머리를 움켜쥐었다.

“씨발— 왜 저 새끼만 만나면 일이 이렇게 꼬이는 거야!”

오키타 카이토 역시 금색의 이를 드러내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현욱……."

그러자 그림자 남작이 그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젠장! 검성, 아니야! 호승심 집어넣어!”

"후— 열 받는 거 아는데, 일단은 여기서 탈출한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발아래, 그림자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런데.......

푹—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그림자 링크’에 무언가 내리박혔다.

그건 웬…… 작은 ‘다트’처럼 보였는데…….

츠츠츠츠츠——

그곳에서부터 백색의, 반투명한 나무뿌리 같은 게 번져 나오며 그림자 링크를 잠식하더니 그림자 링크 닫혀버리는 게 아닌가!

“……뭐, 뭐야! 내 아공간을, 없애버렸어?”

그림자 남작으로서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는 한껏 당황한 표정으로 그 다트가 날아온 방향—이현욱 쪽을 바라보았다.

"너, 뭐야! 무슨 짓을 한 거야!”

이현욱은 피식 웃어 보였다.

“왜? 네 기술은 영원히 무적일 줄 알았어?”

그림자 남작은 플레이어 범죄 세력이 종횡무진 날뛰는 데 있어서 가장 크게 이바지를 한 인물이었다.

그의 주특기인 ‘그림자 링크’ 스킬을 통한 밀입국, 암살, 테러 같은 범죄를 막을 방법이 묘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놈의 기술도 결국 파훼법이 발견되었다.’

그 해답은 이번에도 '세계수’였다.

세계수의 '뿌리’에다가 성녀의 ‘축복’이 가미된 아이템인 <신성 근원>, 그 아이템은 일시적으로 일정 지역을 ‘성역장(聖域場)’으로 만든다. 그러나 겨우 10초—너무나 짧은 순간만 유지되는 만큼, 사실상 활용도가 거의 없다고 판단되었다.

그런데 그 잠깐 발생하는 성역장이 다른 '공간 마법’ 특히나 어둠 계열의 그것을 ‘상쇄’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그래서 그걸 다트 형식으로 만들어서, 저놈을 잡았다.’

이현욱은 성녀에게 부탁하여 그걸 확보해둔 상태였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말이야.”

이현욱은 씩 웃으며 모글레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콰—앙——!

굉음 속에서, 그림자 남작이 오키타 카이토에게 말했다.

“검성…… 쿨타임, 5분이다.”

그림자 링크 역시 '쿨타임’이 존재했다.

오키타 카이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도했다.

"이현욱…… 5분 안에 널, 죽여버리겠다.”

이현욱은 그를 마주 보며 싱긋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단칼에 죽이겠다더니, 많이 겸손해졌군?”

“..죽일, 거다.”

"너, 세간에 떠도는 소문…… 검성 구타자라는 말, 들어봤어?”

"......."

"나는 굳이 그걸 증명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리고, 이현욱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미안하지만, 너는 오늘, 조금 더 비참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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