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 마법공학도시, 라퓨타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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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정 ‘프리드웬’이 라퓨타를 향해 천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그건, 착륙이라기보다 물속에 가라앉는 것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그 짧은 유영의 시간 동안 박준모는 비행기를 처음 타는 아이 처럼 창틀을 붙잡고 감탄을 연발해댔다.
"우와...... 우와......."
수천 미터 상공에 떠 있는 수십 개의 마천루가 태양 빛을 발하며 시시때때로 다른 빛으로 번쩍였는데 그 뒤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은 바다처럼, 구름은 물안개처럼 느껴졌다.
그 신비롭고 웅장한 풍경에 매료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현욱의 감상은 사뭇 달랐다.
'역시…… 내가 기억하는 라퓨타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라퓨타의 진짜 모습을 직시하자 괜스레 이질감이 들었다.
이현욱은 전생에 라퓨타에 침투한 적이 있는 만큼 이 도시를 가까이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기억 속의 라퓨타는…… ‘악마의 성’이라고 불리는 빌런들의 요새였다.
그리고 지금과 달리, 검붉은 색감에다가 촉수가 돋아난 다소 기괴한 디자인이었다.
‘그래, 이런 아름다운 모습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그 순간, 그 지옥 같은 기억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전생의 강렬한 기억, 그 한구석…… 이현욱은 그때도 비공정에 타고 있었다.
후우우우——
검은 바다와 검은 하늘, 위와 아래가 구분되지 않는 그 장대한 어둠 속,
저 멀리 수평선에 걸려 있는 검붉은 색의 라퓨타를 그는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젠장! 라퓨타의 하단부의 정체불명의 무기가 다시 작동합니다!”
그와 동시에 라퓨타의 하단부가 열리고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게 보였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수다사나르 폭격’이 시작됩니다.
강렬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밤바다의 끝자락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일출이 시작되는 것만 같은 눈부신 붉은 빛…….
"젠장! 해상 함대에 경고해!”
“—느, 늦었습니다!”
라퓨타에서 쏘아진 붉은 광선, 모두가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태양 빛이라고 착각할 만한 그 강렬한 에너지 덩어리가 라퓨타를 포위한 연합군의 해상 함대를 향해 낙하했다.
콰—아—아—아—아—아——!
폭음, 또 폭음— 계속되는 폭음에 귀가 먹먹해졌다.
쿠구구구…….
그 기나긴 일격 끝에 함대의 절반이 소멸하였으며 나머지는 쓰나미에 휩쓸려 수장되었다.
"......."
라퓨타를 향해 나아가던 비공정 ‘게이트센티넬’은 망연히 멈춰 설 수밖에 없었고,
그 안에 타고 있던 이들은 침묵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한 남자가 침묵을 깼다.
“……이제 남은 건 우리뿐입니다. 그리고 달리 말하자면, 우리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꽤 단단하여 절망 속에 피어난 한 줌의 희망처럼 느껴졌다.
"모두 잘 들으십시오. 이번 작전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합니다."
"......."
"우리가 여기서 주저하고 돌아선다면, 우리는 끝내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될 겁니다. 그러나 저 장애물을 뚫고 간다면 반드시, 새로운 지평선을 마주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렇게 영웅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남자는 라퓨타 공략 작전의 지휘관으로,
그의 이름은…… 고든 프라이스였다.
'그래…… 라퓨타로 상륙하는 것, 그건 최악의 함정이었다.’
그곳은 난공불락의 요새인 동시에 헤어 나올 수 없는 미궁이었다. 인류의 희망이라고 불리던 이들이 고든 프라이스라는 잘못된 길잡이를 앞세워 나락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었다.
그렇게 그날, 13명의 S등급 플레이어가 빌런의 매드 사이언티스 집단 ‘블랙 도어’에 사로잡혔고…… 끔찍한 생체 실험의 재료로 쓰여 네크로맨서 능력 강화의 양분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눈앞에 보이는 라퓨타의 모습은 그의 기억 속 ‘악마의 성’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기억 속 그 음침한 검붉은 색이 아닌 찬란한 백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마도 여러 가지 요건에 의해서 다르게 형상화된 듯하다.’
그래, 이건 게임이고 각종 분기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아무래도 이번 라퓨타는 웨이브를 막음으로써 등장한 만큼, 인류에게 이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때 내가 겪었던 엄청난 무기와 기술들은 이제는 내 권한이다.’
라퓨타는 도시이자 연구시설이며 병기창이자 군사 기지였다.
다시 말해서, 모든 기능이 총집합된 하나의 거대한 사회라고 볼 수 있었다.
이걸 손에 넣음으로써, 이현욱이 미래의 아주 큰 부분을 완전히 집어삼킨 셈이었다.
"어, 곧 착륙할 것 같아요.”
프리드웬이 ‘상부 도심’의 가장 높은 마천루의 비공정 포트에 내려앉았다.
‘여기가 바로 라퓨타 전체를 관리하는 관제탑 오더 타워다.’
일행은 프리드웬에서 내린 뒤, 반투명한 하늘 다리를 건너서 ‘오더 타워’ 문 앞에 섰다.
그러자 이현욱의 귓속으로 웬 중성적인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라퓨타의 ‘마스터 권한’이 확인되었습니다.」
쿠구구구——
거대한 문이 마치 성문처럼 천천히 열렸다.
「관리자의 입성을 환영합니다. 저는 라퓨타의 보조 인공지능 <탈로스>라고 합니다.」
‘탈로스…… 이 목소리가 이렇게 정겹게 들릴 줄이야.’
라퓨타의 인공지능 탈로스…… 침입자를 제거한다는 경고성 메시지와 함께, 온갖 포탑을 갈겨대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30m 크기의 ‘오리할콘 거인’으로 등장했다.
‘권왕 한태산 조차 탈로스의 발길질을 막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지…….'
그들은 긴 복도를 걸어 들어간 뒤, 이내 정말로 ‘관제탑’ 같은 시설을 마주했다. 원형의 구조, 모든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라퓨타의 모든 면면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웅——
그때, 천장에서 동그란 공 같은 게 내려왔다.
그리고 그 공의 표면—스크린에 이모티콘 같은 표정에 떠올랐다.
「(^_^) 안녕하십니까! 라퓨타의 사령탑 ‘천공의 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헉! 이거, 몬스터입니까?”
박준모가 그렇게 말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양손에서 스파크가 파직—하고 튀었다.
이 게임상에서 등장하는 ‘존재’는 대다수가 몬스터였으니, 이렇게 반응하게는 게 당연했다.
그러자 탈로스의 표정이 당황한 듯한 얼굴로 바뀌더니 도망치듯 천장으로 올라갔다.
「(0_0) 악! 저를 공격하시면 안 됩니다! 수리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또한, 한동안 이 라퓨타 시스템이 먹통이 될 우려도 있으니 그러지 않으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그리고는 박준모 피하듯 멀찍이 돌아서 이현욱에게 뽈뽈뽈 다가왔는데, 그 스크린 얼굴에 눈물이 뚝뚝 흐르는 표정을 띄우는 게 아닌가?
「끙, 라퓨타의 관리자이시여…… 저는 조금 전에 인사드렸던 탈로스라고 합니다.」
‘뭐야, 오버하긴…… 이런 캐릭터인 줄은 몰랐는데…….'
A등급 플레이어를 벌레처럼 밟아 죽이던 그 거인이 맞나 싶었다.
"그래, 반갑다. 너는 나를 보조하는 역할이겠지, 아마?”
「(^_^) 예, 맞습니다. 무엇이든 물으시고 무엇이든 지시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중요한 것 위주로 설명해줬으면 좋겠군.”
지금 이 순간, 가장 궁금하며 가장 필요한 건 이 거대한 오브젝트의 활용 방안이었다.
「아! 관리자께서는 실리를 중요시하시는군요! 그런데 보통 처음 입성하시면 이 영광스러운 도시를 쭉 시찰하시는 게 일반적인데, 그런 코스로 시작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아니, 여기를 전부 둘러보다가는 몇 주가 걸려도 모를 것 같으니까, 기능부터 확인한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라퓨타는 거대한 시설입니다! 워낙 많은 기능이 있으니 설명이 다소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뒤로, 탈로스는 정말로 수많은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흠, 쓸데없다…….'
이 인공지능 녀석…… 영 센스가 부족한 모양이었다. 기능을 설명하랬더니 이 라퓨타에서 할 수 있는 생활, 취미, 연구, 기능, 방공 등 거의 전반적인 부분을 매뉴얼처럼 읊어댔다.
'......이런 잡스러운 것들까지 굳이 내가 익혀둘 필요는 없다.’
이 라퓨타를 ‘운용’하는 건 이현욱이 혼자서 할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현욱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도록, 다수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투입해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 지금 곧바로 확보할 수 있다.’
훗날 건조될 초거대 비공정 <게이트센티넬>의 핵심 승무원 중 한 명이 지금 무소속 상태로 방황하고 있을 것이었다. 이현욱은 지상으로 내려가는 대로 그 남자를 찾을 생각이었다.
"탈로스, 그런 잡스러운 기능들 말고, 음…… 어떤 특별한 기능이 있을 텐데?”
「예! 특별한 점이라면 아주 많습니다. 마그마 사우나나 1km 스카이다이빙 또…….」
"아니, 그러니까…… 오로지 관리자만 쓸 수 있는 남다른 권한 같은 거 말하는 거다.”
그 말에, 고민하듯 턱을 짚는 표정이 된다.
「아! <파워 크래프트>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예, 바로 설명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이제야 알아들었다.
세계수나 라퓨타 같은 존재를 훗날 ‘초월급 오브젝트’라고 부르게 된다.
그것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일대에 강력한 축복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관리자가 개입하여 조정한다면, 그 기능을 대폭 상승시킬 수도 있었다.
'그게 바로 <파워 크래프트>고 세계수도 그런 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세계수의 관리자 도널드 해리스는 6개월에 한 번씩 일대에 광역의 치유 축복을 내린다.
이는 성녀 에밀리아 뮐러를 제외한다면, 최고 수준의 광역 힐링 마법으로서, 세계수 안에 농축된 오래된 에너지를 한차례 환기하는 동시에 일대의 ‘생명력’을 신장시키는 것이었다.
‘그 시기에 자라나는 차드산 마법 약초는 효율이 워낙 높아서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심지어 그 기간에 세계수의 권역(植域) 있다면, 모든 병이 씻은 듯 사라진다.
그렇기에 그맘때쯤이면 세계수를 찾아오는 순례자들이 수백만 명에 달하기도 한다.
물론, 차드 공화국에서 입국자를 철저하게 통제해서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지만…….
‘그러니까, 라퓨타도 그런 식으로 이용해서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거다’
라퓨타가 하나의 선진국 이상의 생산력을 발휘하게 될 미래를 이현욱은 잠깐 상상했다.
그러나.......
「음, 그런데…… 특수 기능 중 대다수는 현재 사용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왜지?”
그리하여 또다시 설명이 시작되었다.
먼 옛날, 라퓨타의 설계자인 노움들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 요약하자면…….
라퓨타가 정체불명의 적에 의해 공격을 받은 뒤, 라퓨타의 5개의 계파가 라퓨타를 구성하는 중요한 핵심 부품을 가지고 각기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여 칩거했다는 것이었다.
‘이건 뭐, 그냥 뻔한 배경 스토리일 뿐이잖아?’
이현욱은 그 이야기를 중간까지 듣다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됐어, 그러니까 노움의 유적지를 찾아서 어떤 ‘부품’들을 찾아와야 한다는 거지?”
「예, 맞습니다!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쉽게 말해서, 해금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잘난 특권을 얻을지라도 ‘게임’답게 점층적인 성장을 도모하도록 구성된 것이었다.
'내가 노움 유적지에서 <프리드웬>을 얻은 것도 그 일환이다. 영 귀찮게 됐군…….'
「그런데 몇 가지 기본 권한은 지금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거라도 보여줘 봐.”
「(^_^)7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라퓨타 : 파워 크래프트 기능]
1) 광역 축복 (적용 중)
2) 발리발비르 지정 (적용 가능)
궁색하게도 현재는 딱 이 2개뿐인 듯했다.
1번은 ‘광역 축복’은 현재 서울에 전역에 부여된 축복이었다.
“2번, 발리발비르는 뭐지?”
「예, 라퓨타는 공중 도시이며 그 아래 지역에 ‘축복’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 그건 알고 있다.”
「그런데 발리발비르는 좁은 지역에 집중적인 혜택을 주는 기능입니다.」
발리발비르는 <걸리버 여행기>에서 라퓨타의 지배를 받는 지역 이름이었다.
즉, 라퓨타의 영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장소를 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아, 일종의 마법공학 특구 지정 같은 거라고 보면 되겠군?”
「예, 적절한 해석입니다!」
마법공학 특구라…… 이걸 어디에 쓸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좋아, 지금 그걸 사용한다.”
그러자 이현욱의 눈앞에 서울의 지도가 켜졌고 이현욱은 강정두의 공방 부근을 선택했다.
「해당 지역을 ‘발리발비르’로 적용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적용한다.”
- 해당 지역에 ‘발리발비르’가 적용되었습니다!
* 제작 계열 플레이어의 경험치 상승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50%)
* 모든 아이템 ‘제작 성공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50%)
* 일정 확률로 ‘실패 속의 예상치 못한 탄생’이 적용됩니다. (10%)
‘좋아, 강정두에게 날개를 하나 더 달아줬다.’
이로써 마법공학 ‘초격차’를 위한 발판이 하나 더 마련된 듯했다.
***
이현욱은 몇 가지 기능을 더 검토한 뒤, 호루스의 눈 3번 조각(전설)을 꺼냈다.
‘이걸 흡수하면, 눈이 바뀌는데…… 여기만큼 기절해 있기 딱 좋은 장소도 없다.’
꿀꺽—
- 금속 흡수까지 (알 수 없는 시간) 남았습니다.
역시나 전설 등급 아이템인 만큼 ‘알 수 없는 시간’이 떴다.
체내 용광로를 풀로 가동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터, 김세희와 박준모에게 자신이 기절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이게 지병이 아니라 능력 상승 방법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렸다.
"아…… 그러니까, 온종일 옆에서 수발을 들면 된다는 거죠?”
"하여튼 김 팀장…… 가만 보니까 매번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네요?”
매 순간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틱틱거리는 게 김세희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런데, 이현욱이 그렇게 지적하니까 사뭇 당황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네? 뭐, 뭐, 제가 언제요? 참나……."
"어쨌든, 제 옆에 있을 필요 없고 여기에 훈련장이 있으니까 김 팀장도 성장할 기회에요.”
"음…… 훈련장이요? 하…… 그러니까 온종일 자습하고 있으라는 소리네요?”
김세희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김 팀장, 방금도 부정적으로 말한 거 알아요?”
"......."
"아무튼, 실망하기에는 일러요. 여기 훈련장은 달라도 엄청 다를 테니까요."
"하긴…… 이런 초고도 시설이라면, 뭐, 허수아비가 금으로……."
김세희는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이번에도 이현욱의 말처럼 저도 모르게 비아냥댄 것이었다.
"아, 뭐……."
이현욱은 피식 웃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 훈련하면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어요.”
김세희는 그제야 놀란 표정이 되었다.
“……네?”
경험치, 레벨 성장 플레이어에게는 절대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경험치는 오로지 몬스터를 사냥하여 얻을 수 있으므로 레벨 업이라는 절대적인 스펙 상승은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훈련하면서 안전하게 경험치를 얻는, 치트키 같은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에이…… 그건 완전 사기 아니에요?”
그래, 이런 사기에 가까운 기능이 있기에 초월급 오브젝트인 것이었다.
"아, 물론 실제로 몬스터를 잡는 것만큼은 안 들어오겠지만요. 그래도 거의 모든 환경, 그러니까 거의 모든 몬스터를 시뮬레이션으로 돌릴 수 있고요. 그렇지, 탈로스?”
- (★_★) 예, 맞습니다! 라퓨타의 <초현실 훈련장>은 ‘월드 스톤’을 조작하여 실제와 같은 환경을 구사함으로써 훈련을 치르는 이들에게 현실과 거의 비슷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좋아, 김세희의 잠재력일 끄집어낼 방법이 하나 생겼군.’
김세희는 본디 흑호 부대에 들어가서 최고의 암살자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할 예정이었다.
그리하여 블랙 오크 국왕 ‘스토녹스’와 동귀어진하게 된다.
이현욱은 그녀에게 흑호 부대 이상의 성장 환경을 어떻게 부여해줘야 할지 고민이었다.
‘플레이어의 실력을 키우는 데 있어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만큼 유효한 건 없다.’
이곳 라퓨타의 훈련 시설이라면, 강도 높은 실전 경험을 거듭하며 성장할 수 있을 터였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현욱은 박준모를 바라보았다.
"탈로스, 혹시…… 라퓨타에도 번개가 내리치나?”
라퓨타가 위치한 곳은 지상으로부터 수 킬로미터 상공이다.
즉, 기상 악화 시 번개가 내리치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 예 맞습니다. 기상 악화 시 평균 21회의 낙뢰가 내리치며, 전부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그래? 혹시 언제쯤 번개가 칠지, 그런 것도 예상 가능해?”
- 현재 기상 상태 분석했을 때 금일 저녁에 95% 확률로 낙뢰가 발생할 예정입니다.
그 말에 이현욱이 씩 웃으며 박준모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녀석은 움찔했다.
"박준모, 혹시 고소 공포증 같은 거 없지? 여기,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러자 박준모는 고개를 쭉 숙인 채, 무어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역시…… 불길한 예감이 진짜였……."
"응? 박준모, 혹시 무서운 거야? 아직도 F등급 마인드인 거 아니지?”
“……에이, 아, 아닙니다!”
「플레이어 박준모, 건강 이상 증세 포착,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
이로써, 세 사람이 지상으로 내려갈 때는 한층 더 성장해 있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올라올 때는, 이 라퓨타를 움직일 수 있는 인력을 모아서 와야겠군.’
이 초월급 오브젝트를 정상적으로 굴릴 수만 있다면…….'
이현욱이 전생에 경험했던 그 끔찍한 장면을, 역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