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 마법공학도시, 라퓨타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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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주, 우리 분대는 방치하시는 걸로 알면 됩니까?”
전투화 매듭을 조이는 이현욱을 향해, 안민태가 푸념을 내뱉었다. 요즘 계속해서 밖에만 나도는 게 못마땅한 듯했다.
"아니지, 방치가 아니라 세대가 바뀐 거다.”
“음, 예?”
"안민태 분대장, 이제는 네가 책임져야 할 때가 온 거야.”
이현욱이 그렇게 바람을 넣자, 녀석의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허허—에이, 아직은 아니죠.”
실제로 안민태의 레벨은 이제 대대 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앞으로 이 부대에서 꽤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은근히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편이라서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기만 한다면, 의외의 조력자가 될 수도 있었다.
"뭐…… 제가, 이현욱 병장님의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너무 요즘 외도하셔서 서운하다는 겁니다.”
이현욱은 안민태의 어깨, 분대장 견장을 두드렸다.
"그건 미안한데, 어쨌든, 나는 널 믿고 나간다.”
"예! 그거야 걱정하지 마시고…… 예, 다녀오십시오.”
그래, 이제 부대를 완전히 떠날 때가 온 것이었다.
오늘만 해도 외부 일정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우성문의 부탁을 받은 일이었다.
‘어쨌든, 후긴을 받은 값은 해야 하니까…….'
그렇다. 오늘, 특수비밀경찰국 일을 돕기로 했다.
이현욱은 행정반에 출타신고를 하고 나왔다.
그때, 복도 끝에서부터 누군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와, 이게 누구야? 서울의 구원자 아니야!”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다가오는 건 최영준이었다.
그는 안경을 치켜세우며 이현욱을 이리저리 훑어댔다.
……무슨, 신기한 걸 발견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 최영준 병장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서울의 구원자께서 원체 바쁘시니, 원……."
"하하……."
이 시절, 이 두 사람은 딱히 친한 편도 아니었다.
즉, 그가 이렇게 다가온 거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현욱아, 나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역시나.......
"그, 검성 구타자 소문, 그거 진짜야?”
"아…… 그거, 과장된 소문입니다.”
이현욱은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젠장, 그게 왜 퍼져서…….'
검성 구타자…….
그런데 사실 그건 이렇게 퍼져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북악산 대성소에서 벌어진 일들은 일체 기밀 사항이니 말이다.
‘하여튼, 와이트 트리 가드…….'
정부 소속 요원들이 기밀 작전에 관련된 정보를 떠들어 댈 리는 없었고, 아마도 그쪽에서 소문이 흘러나온 듯했다.
그리고 적어도 ‘검’에 관해서는 열망이 있는 최영준으로서는 그러한 소문이 영 거슬릴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그런데 뭐야? 설마 오늘도 휴가 나가는 거야?”
“예, 맞습니다.”
“아— 아쉽다. 훈련 같이하자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최영준이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이처럼 다소 철없는 소년 같은 느낌이었다만, 미래에는 그래도 완숙한 영웅의 면모를 지니게 될 텐데…….
‘내가 최영준의 성장 경험을 빼앗은 건가…….'
최영준의 성장에 4차 웨이브는 꽤 중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현욱의 활약함으로써 완전히 없어진 일이 됐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이현욱은 자신에 의해서 미래가 바뀌며 누군가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걸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그가 모든 기연과 경험을 독식함으로써 적지 않은 영웅이 사라지겠지만…….
‘그리고 어차피 그들 누구도 세상을 지켜내지는 못했다.’
결국, 오로지 이현욱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최영준이야말로 진짜 천재다. 어떻게 해서든 결국 영웅으로 성장할 거고, 바로 그때 내가 도와주면 된다.’
최영준이 말하길, 이현욱이 자신 이상의 천재라고 했다.
그러나 이현욱은 그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적어도 검에 한해서는, 최영준의 감각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인터넷에서는 또 난리가 나고 있겠군?’
우성문이 보내 준 차를 타고 부대를 나가는 길,
이현욱은 스마트폰으로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았다.
- 이현욱의 새로운 칭호로 떠오른 ‘검성 구타자’ 루머? 숨겨진 진실? 이현욱 본인은 여전한 신비주의로 일관 중……
- 故 국표성의 복수? 검성 시해자 오키타 카이토를 구타했다는 이현욱, 그에 관한 소문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하……."
이런 이슈가 전 세계에서 일파만파 퍼지고 있었다.
‘이거, 뒤통수 좀 조심해야겠는데…….'
이렇게 모욕적인 이야기가 퍼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오키타 카토의 자존심이 뭉개졌을 터, 이 좀 갈고 있겠다 싶었다.
물론, 갈아 댈 이빨 중 몇 개를 압수하긴 했지만…….
- 서울의 구원자 이현욱, 검성 시해자를 이기다? 국내 검술 계열 플레이어들 “말도 안 되는 일!” 입을 모아 반박…….
그리고 역시나 이현욱의 활약을 믿지 않는 이들이 등장했고 그 중심에는 전대 검성 국표성의 제자인 한희윤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스승의 복수를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곤 했는데, 어젯밤, SNS를 통해서 이현욱에 관한 소문을 비판하고 나섰다.
-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헛소문이 너무 심해지네 ㅋㅋㅋ 이현욱 그 사람이 서울을 구한 영웅이라는 건 팩트라지만 뭐 오키타 카이토를 이겨?ㅋㅋㅋㅋ ㅈㄹ 이건 이현욱 그분도 욕먹게 하는 짓이에요 님들아ㅋㅋㅋ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그놈의 강철비 뽕에 취해서 이제는 온갖 뇌피셜로 빨아대는 꼴 못 봐주겠다 진짜ㅎㅎ 왜? 그냥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하지?
아무튼 오키타 카이토는 곧 내 칼에 죽습니다^^
‘……뭐, 솔직히 이렇게 생각할 만도 해.’
검과 관련된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들로서는, 통제 계열인 이현욱이 오키타 카이토를 정면 승부에서 이겼다는 점이 용납이 안 될 것이며 한편으로는 자존심도 상할 것이었다.
이현욱은 그 게시물의 댓글을 확인했다.
역시나 아주 난장판이었다.
‘음, 극성 강철빠라니 …… 이건 또 뭐야?’
강철빠…… 그건 이현욱의 극성 팬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정준이 어제 말 한대로, 인터넷상에서 이현욱의 팬층이 상당했다. 그리고 빠가 있으면 까가 생기는 법이었고, 그 게시물의 댓글에 투기장이 열려서 서로 물어뜯는 중이었다.
'그래도 언젠가 이러한 여론이 도움이 될 날이 올 거다.’
그는 이제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전면에 나서서 빌런의 존재를 공표하고 대응해야만 할 때가 온다.
바로 그때, 이 이미지들이 큰 힘이 될 것이었다.
***
이현욱은 후긴을 이용하여 태산 길드 시설물에 대한 감시 관측을 마쳤다. 그러나 딱히 잡아낼 만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이렇게 상세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었기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이현욱이 동원될 예정이었다.
‘귀찮지만, 한동안은 이행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후, 이현욱은 신길의 희망 길드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길드 사무실에 박준모가 와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응? 박준모, 왜 이렇게 일찍 와 있어?”
"하하— 뭐, 할 일도 없고 할머니 뵙고 바로 왔습니다.”
박준모는 7박 8일의 휴가를 냈는데, 이현욱이 오늘 하루만 시간을 내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 할머니는 건강하게 잘 계시지?”
"예! 이번에 보일러랑 창문이랑 싹 바꿨습니다. 헤헤—”
이 효자 녀석, 포상 포인트를 싹 동원해서 현금화한 뒤, 이번 휴가 때 할머니의 낡은 집을 싹 다 뜯어고쳤다고 했다.
"저 그런데 이현욱 병장님……."
"응?"
"그,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절 부르시고……."
그렇게 묻는 박준모의 표정이 사뭇 그림자가 졌다.
"음…… 너, 내가 부른 게, 별로 안 내키는 표정이다?”
"에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은인이신데……."
하긴, 이현욱과 함께 있을 때마다 매번 큰 사건이 터졌다.
그렇기에 반사적으로 불안감을 느낄 만도 했다.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별일 없을 거야. 일단 어디로 좀 가자.”
"아, 예!”
며칠 전, 강정두의 공방이 희망 길드 사무실 근처로의 이사를 마쳤다. 이곳에서 약 5분 거리, 이현욱과 박준모는 그곳으로 향했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하하—”
이현욱을 맞이하는 강정두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어르신, 아니, 이제 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겠네요.”
"허허, 별말씀을요! 전부 이 사장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강정두 아이템 제작•연구소>
그런 상호가 건물 3층에 떡하니 걸려 있었다. 이곳은 본디 물류 창고였던 곳인 만큼 넉넉하다 못해 넘치는 시설이었다.
그리고 확장 이전과 동시에 직원도 6명이나 채용했는데, 강정두와 마찬가지로 대장장이 길드 눈 밖에 나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대장장이들이었다 .
"하하, 그나저나 제가 어제, 일거리를 좀 많이 가져왔죠?”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2대의 트레일러, 그 안에는 히든 스테이지 ‘노움 유적지’에서 가지고 나온 온갖 기계 몬스터의 파편이 담겨 있었다.
무려 노움의 기술이 응축된 물건들인 만큼, 앞으로 ‘마법공학 연구’ 스킬을 발전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아닙니다. 저희에게는 귀한 보석이나 다름없지요!”
“어떻게, 저것들, 작업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입니까?”
"예, 아주 교과서 수준이지요! 꼼꼼히 살피고 있습니다!”
이 시기, 저것들은 웬만해서는 얻기 힘든 귀한 샘플이었다.
"아, 그리고 이거, 한 번 써보시죠.”
이현욱은 그에게 헤파이스토스의 망치, 아니, 아직은 ‘신비한 힘이 깃든 망치’라는 이름의 아이템을 내밀었다.
“오......."
그러나 그걸 받아 든 강정두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언뜻 볼 때, 그 성능이 영 좋지 않아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몇 번 휘둘러 본다면 이게 ‘잠재 아이템’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었다.
‘앞으로 저 망치가 만들어낼 아이템들이 기대될 정도다. 어쩌면 쇠 구슬 하나하나에 각종 마법이 부여될 수도.......'
제조 아이템이 일반 아이템보다 저평가받는 건 ‘스킬’을 부여하는 게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 헤파이스토의 망치를 사용할 경우, 제조 아이템에도 일정 확률로 적정 스킬이 부여된다.
'즉, 아이템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만한 물건이다.’
그때, 이현욱의 등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저기요, 이현욱 사장님, 얼굴 보기가 참 힘드네요?”
그 목소리는 김세희였다.
그런데 그녀는 청재킷 차림에다가 웬일인지 화장도 했다.
"김 병장,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말년 휴가 나왔어요?”
그 물음에, 그녀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뭐, 뭐라고요? 무슨 일이긴, 전역하고 일하러 왔죠! 지금은 저번에 주문한 아이템 받으러 온 거고요.”
"아…… 전역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이틀 전이 김세희의 전역일이었던가…….
"와, 전역 후에 길드 들어오라고 꼬시더니, 사장이 돼서 이런 것도 신경 안 써줘요? 이 길드 첫인상 영 별로네요?”
"아, 뭐, 그리고 사장은 제가 아니라 철수 형인데……."
"박 사장님은 본인은 사실상 바지사장이라고 하던데요? 책임 회피하시지 마시죠. 제 앞에 계약서 들이민 게 누군데요?”
“흠, 그 형은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담……."
“근데, 누가 보면 나보다 전역 먼저 한 줄 알겠어요. 벌써 막, 던전 공략 성공해서 나가서 막, 뉴스에도 나오고요?”
“하하……."
어젯밤, 박무한의 인터뷰에 이어서 그 뒤로 검성 구타자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현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었다.
"아, 김 병장—이 아니라 김 팀장, 잘됐네요. 오늘이랑 내일 시간 돼요?”
이현욱의 말에 김세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음, 왜요?”
"좀 같이 갈 곳이 있어서요. 이것도 일의 일환이에요.”
그 물음에 김세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박준모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음, 어디를…… 근데 우리 둘이요?”
"아니요. 한 명 더 있죠.”
이현욱은 박준모를 가리켰다.
김세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 이거 또, 영 불안한데……."
1시간 뒤, 이현욱은 두 사람을 데리고 연구소 한쪽에 딸린 큼직한 샌드위치 패널 창고로 향했다.
본디 트레일러 같은 걸 보관하던 장소라서 상당히 컸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이 휑하기만 했다.
“……아니 갈 곳이라는 데가 설마 여기 이 창고는 아니죠?”
"반쯤은 맞아요. 여기를 통해서 아무도 몰래 갈 거예요.”
"네? 대체 또 이게 무슨 말인지……."
이현욱은 오른손에 각인해두었던 ‘프리드웬’을 꺼냈다.
“……갑자기 웬 방패에요?”
"오…… 엄청 멋있습니다! 설마 영웅 등급입니까?”
아니, 무려 전설 등급이다.
하지만 이현욱은 대답 없이 창고 한가운데 내려놓았다.
"자,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이현욱은 다시금 창고의 크기를 가늠했다.
‘소형 비공정이라면, 이 안에 충분히 소환할 수 있다.’
이현욱은 방패, 프리드웬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우우우우——
그러자 그 방패의 표면이 마치 달아오르는 것처럼 순백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고 짙은 빛무리가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웅——!
다음 순간, 눈앞이 온통 백색의 빛으로 채워졌다.
마치 방패의 부피가, 수천 배로 불어나는 듯한 장면—
김세희와 박준모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어, 이게 뭐, 뭐예요!”
이내, 그 빛이 가라앉자…….
"헉!”
그 자리에 거대한 물체가 나타나 있었다.
"—자, 잠수함?”
그래, 언뜻 보면 그렇게 보였다.
약 20m여 미터의 길이 3m의 높이에 이르는 긴 타원형의 백색 몸체…… 유선형의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서, 8장의 날개가 그 표면을 감싸 안은 듯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물체가, 마치 전자기 부상 열차처럼 지면에서부터 약 1m 정도 높이에 둥둥 떠 있었다.
- 프리드웬이 ‘비공정’ 모드로 전환되었습니다.
"어…… 비, 비공정......."
김세희가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는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걸 어디에서 난 거예요?”
김세희는 새삼스레 이 남자, 이현욱에 관해서 의문이 들었다. 가면 갈수록 상식 밖의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익숙해질 틈이 없었다.
이현욱은 대답 없이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프리드웬, 나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그리고 그 표면에 손바닥을 얹었다.
그러자, 선체의 앞쪽, 문이 열리고 계단이 내려왔다.
철컥— 푸쉬이——
“자, 타요.”
이현욱의 말에 두 사람은 그저 멀뚱멀뚱 서 있었다.
"여기서 놀라면 안 돼요. 진짜는 따로 있으니까요.”
이현욱이 그렇게 말하며, 프리드웬 안으로 들어갔다.
그 내부 크기는 소형 잠수함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마법으로 움직이는 만큼, 표면에 그려진 ‘마법 회로’가 각종 설비를 대신하여 기관실이나 배관 따위가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즉, 훨씬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한 구조였다.
이현욱은 구경은 뒤로 미루고, 함교로 가서 프리드웬의 조종간을 잡았다.
노움의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라지만, 함교는 의외로 평범한 비행기 조종실의 모습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이거, 조종할 줄 알아요?”
"사실은…… 저도 처음 타 보는 거예요.”
"그런데 설마…… 조종하려는 건 아니죠?”
그 말에, 이현욱은 피식 웃었다.
"김 팀장, 아직도 마법을 못 믿고 있네요.”
“……네?”
이건, 이현욱이 직접 조종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라퓨타 마스터 권한 목록을 눈앞에 띄웠다.
[라퓨타 : 마스터 권한]
1) 긴급 귀환 : 라퓨타의 ‘오더 타워’로 복귀합니다.
* 해당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프리드웬’이 필요합니다. (재사용 대기 : 24시간)
“긴급 복귀—”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우우우우——!
프리드웬 전체가 진동하더니, 웬 빛무리가 선체 전체를 덮었다. 김세희와 박준모는 화들짝 놀라며 아무거나 붙들었다.
"어!"
웅——
일순간에, 눈앞의 풍경이 달라졌다.
후우우우——
꽉 막힌 창고의 풍경이, 새파란 하늘로 바뀌었다.
그 극적인 변화는, 꿈을 꾸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비현실적인 감각이었다.
“뭐, 뭐야! 우리 지금, 어디로 온 거예요!”
"서울의 하늘에 와 있어요.”
김세희와 박준모가 창문을 붙들고 밖을 내다보았다.
시퍼런 하늘—
그들의 시선은 이내, 천천히 아래를 향해 기울어졌다.
"라, 라퓨타—!”
언제나 올려다보아야만 했던 서울의 공중 도시가, 지금은 발아래로 굽어 보였다.
즉, 이들은 지금, 라퓨타 위에 있는 것이었다.
이현욱 역시 그들의 뒤로 다가가, 라퓨타를 내려다보았다.
"자, 우리 길드의 비밀 기지에 온 걸 환영해요.”
서울의 구원자에게 주어진, 서울을 굽어볼 능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