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76화 (76/221)

76화.  < 히든 스테이지, 유적 탐사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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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은 과거로 돌아온 이후, 전생에는 이루지 못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전생에 비교하여 몇 년을 앞서 능력 성장 방법을 깨달았고, 본디 다른 인물들이 가져갔어야 할 아이템들을 선취했으며, 빌런들의 계략을 막음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빌런을 막아내기에는 부족하기만 하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내 성장 속도가 아무리 빠르더라도 빌런의 확장세를 따라잡지는 못한다.’

이는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더 빠르게 재산을 불려 나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이미 미국, 중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이 빌런의 암수에 묶여 있었다.

독일의 플레이어부장관, 미국의 골든 크로스 연합, 중국 공안부 사조직 암성 등, 해당 국가에 ‘웨이브’가 발생한 이후에 파고 들어가 자리 잡은 빌런의 끄나풀이었다.

물론, 아직 놈들이 전면에 나서서 해당 국가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었다만…….

'……곧 그렇게 되고야 만다.’

그렇기에 빌런의 세력은 날이 다르게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본디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서서히 성장하면서 놈들의 빈틈을 노릴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지금 당장 이 순간부터, 빌런들을 앞서 나갈 수 있는 방도가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마법공학이다.’

본디 이 시대는 마법공학 분야가 이제야 막 걸음마를 뗀 시기였다.

대장장이 계열 플레이어의 상위 스킬인 ‘마법공학연구’가 현시점으로부터 몇 년 전에 ‘업데이트’되었거니오는, 차드 공화국에 세계수가 등장하며 일대에 축복이 적용—온갖 마법 재료들이 우후죽순 자라난 덕분에 아이템 제조 산업에 부흥이 일어나고 있었다.

'즉, 지금 이 시점에는 빌런마저도 마법공학 분야의 기반이 거의 없는 상태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마법공학은 앞으로 3~4년 뒤에야 엄청난 부흥기를 맞이하여 역사를 좌우하게 된다. 심지어 그때는 라퓨타가 빌런들의 소유였음에도 아주 빠르게 발전해나갔었다.

그런데 지금은 최고의 인프라인 라퓨타가 서울에, 그것도 이현욱의 손아귀에 있다.

즉, 전생과 비교하여 마법공학을 중심으로 한 아이템 제조 산업이 훨씬 빠르게 발전할 터,

‘……내가 그 격변의 선두에 선다.’

마치, 증기 기관 기술이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어 서구 사회를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듯, 마법공학이 이 플레이어 사회에서의 초격차(起隔差)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현욱의 목적은 좁혀졌다.

이 땅,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그 위에 마법공학을 발전시키는 것— 그런 면에서 마법공학의 창시자인 ‘노움’과 관련된 히든 스테이지를 발견한 건 시의적절한 호재였다.

'이 게임에서 노움은 드워프의 상위 종족이자 스승 종족쯤의 포지션이다.’

다시 말해서, 상당한 수준의 마법공학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장소라는 뜻이었다.

절그럭— 절그럭—

이현욱은 지금, 리빙 아머를 앞세워서 노움의 유적지를 돌파해나가는 중이었다.

백색의 벽돌로 만들어진 석벽의 복도, 그 외양은 고대 문명의 신전 같은 모양새였다만, 벽 너머의 공간은 전부 하나의 거대한 기계 장치라는 것을 이현욱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 벽 안의 금속 장치들이 움직였다.

윙— 철컥— 윙— 철컥—

"음…… 이 팀장님, 벽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립니다.”

이정준의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 별거 아닙니다. 아마도 우리 위치를 감지하고 함정이 작동하는 소리일 겁니다.”

"어, 별거가…… 아니군요……."

그리고 이곳 역시 일종의 비밀 던전인 만큼, 위협적인 요소가 산재해 있었다.

철컥—퉁—!

이렇게 벽과 천장에서 쏘아지는 화살 같은, 기본적인 함정은 당연하거니와,

타—다—다— 당——!

코너를 도는 순간, 수십 발의 탄환이 날아들었고,

파—지 —지 —지——!

약 5m에 이르는 공간을 통째로 전기로 지져버리는 만들어버리는 일렉트로닉 필드까지,

멋모르고 전진하다가는 목숨이 10개라도 모자랄 만큼 살벌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그런 함정 역시 전부 금속으로 작동하는바, 이현욱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웅—웅—웅—웅—

그 모든 것들이 맹렬하게 날아들다가도, 허공에서 우뚝 멈춰 서는 것이었다.

이현욱은 그것들을 끌어당겨 손에 쥐었다.

- 노움제 오리할콘-아다만트 합금 탄환(희귀)를 획득하셨습니다.

- 노움제 오리할콘-아다만트 합금 탄환(희귀)를 획득하셨습니다.

- 노움제 오리할콘-아다만트 합금 탄환(희귀)를 획득하셨습니다.

소모품이나 다름없는 탄환 하나에 무려 ‘희귀’등급이 부여되어 있다.

‘그래, 그때도 여기서 이런 것들을 잔뜩 얻어 갔었다.’

이현욱은 그 엄지손톱만 한 쇠 구슬들을 챙겨서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으로써는, 강정두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더라도 이 정도의 양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었다.

- 노움제 천철 화살(희귀)을 획득하셨습니다.

‘이건…… 페일노트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보조 화력으로는 나쁘지 않다.’

천철(天鐵)로 만든 촉인 만큼, 적중과 동시에 감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 노움제 전류 발생 장치(희귀)를 획득하셨습니다.

‘이런 것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테고…….'

이처럼 함정 하나하나가 초고도 고대 기술로 만들어진바, 사실상 득템이나 다름없었다.

‘역시 노다지다. 전부 다 긁어나가야겠군.’

그렇기에 이현욱은 의도적으로 모든 함정을 밟으며 그곳에서 쏟아지는 선물을 챙겼다.

그리고 함정 외에도 ‘기계 몬스터’들이 종종 등장했다.

기계 전갈, 기계 경비견, 기계 인형, 자동 포탑 등,

이현욱은 그것들을 잡은 뒤, 외피를 뜯어내고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 노움제 소형 마나 발생 장치(희귀)를 획득하셨습니다.

웅—

원형의 기계 장치, 크기는 마나 스톤보다 작지만, 무려 마나 발생 장치였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노움제 소형 마나 발생 장치(희귀)

- 효과 : 마나 총량 12,000, 마나 생산량 5

초당 5의 마나를 생산해낸다는 게 언뜻 보면 적어 보이지만, 이현욱의 심장—에테르 엔진의 초당 마나 회복 속도가 현재 100인 걸 고려하면, 절대 미약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마나를 생산하는 효과 자체가 아주 귀한 편이다.’

이걸 보니 유적지 입구를 강제로 열었을 때 징벌 차원에서 떼거리로 나오던 ‘기계 전갈’을 전부 갈가리 파쇄해버린 게 다소 아쉬웠다만…… 솔직히 그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이현욱은 갈무리한 소형 마나 발생 장치를 남몰래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이걸 소화하면 아마도 마나 회복 속도가 상승할 것이었다.

‘역시 여기는 정말로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이현욱은 이곳이 새삼스레 자신을 위한 거대한 선물 상자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진짜 선물은 더 깊숙한 곳에 있으며, 아직 그 포장지조차 구경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게 몇 시간을 걸었을까, 구불구불 이어지던 석실 복도가 마침내 끝났다.

“어, 저기! 문입니다!”

거대한 문, 그 안에서부터 어스름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주 넓은 공간인 듯했다.

“자, 여기부터는 지형이 확 변하는 만큼 이전과 전혀 다른 위협이 나올 겁니다.”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고는, 정작 본인은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어떤 위협이 등장할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곧 유적의 수호자가 등장한다. 꽤 까다로운 상대였지…….'

그렇게, 공략 팀 전원이 문 안으로 들어온 순간—

- 주의! 규칙에 어긋난 무법적인 침입 행위에 <유적의 수호자>가 분노합니다!

쿵——

그들이 들어온 입구가 닫힘과 동시에, 천장 부근에서 무언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촤—라—라—라——!

천장에 설치된 도르래, 그곳에 연결된 6개의 굵직한 쇠사슬이 되감기는 소리,

그리고 그 끝에 연결된 거대한 무언가가 바닥을 향해 빠르게 낙하하고 있었다.

쿵——!

- 주의! 유적의 수호자 ‘청동 파수꾼(알파)’가 등장했습니다!

기—이—이—잉——

그건 약 4m 크기의 금속 거인이었다.

타워 방패처럼 넓적하고 긴 머리통과 전신 문신처럼 온몸을 수놓은 마법 회로……

흡사 마야 문명의 전사가 떠오르는 기이한 외양이었다.

이내 놈의 눈에 시퍼런 안광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치 흉악한 죄수를 풀어주듯, 그것을 구속하고 있던 6개의 쇠사슬이 탈착되었다.

"헉, 저거 딱 봐도, 엄청 셀 것 같습니다!”

"입구까지 닫히고, 영 불안한데……."

희망과 청화, 양측 전원이 그 외양만 보고도 기가 질려서 주춤주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철컥—철컥—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접혀 있던 몸이 펼쳐지며 약 1.5배 정도 더 커진 것이었다.

"......."

그것은 등 뒤에서 둔기 2개를 꺼내 들고는,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최선두에 서 있던 이현욱의 리빙 아머들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그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리빙 아머로는 저 괴물을 막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까— 강——!

놈이 휘두른 둔기에 맞은 리빙 아머가 걷어차인 깡통처럼 날아가 벽에 내리꽂혔다.

쾅——!

- 당신의 권속(리빙 아머)과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그 단 한 방만으로도 2m가 넘는 갑옷이 걸레짝이 된 채 리타이어 되었다.

"와, 씨!”

"미, 미친……."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박무한을 비롯한 청화 길드의 탱커들은 주춤거리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리빙 아머라면 그래도 C등급의 탱커 플레이어와 맞먹는 방어력을 가진 존재였다.

달리 말하자면, 자신들도 단 한 방에 저렇게 나가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현욱은, 외려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오랜만이다. 저게 바로 노움이 만들어낸, 전투 기계의 힘이다.’

심지어 저건 ‘알파’라는 이름답게 초창기 버전으로, 그리 강력한 축에 속하지 않았다.

이현욱은 훨씬 큰 규모의 노움 유적지를 여러 차례 공략해봤는데, 그때는 저런 것들이 잡몹처럼 열댓 마리 씩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도 했었다.

'그리고 강희설이 그것들은 가져다가 연구한 결과가 바로 <마기계 병단>이다.’

그녀는 저런 괴물 같은 병기를 수백 대를 한 번에 움직이며, 후긴과 무닌의 이미테이션 버전을 하늘에 띄우고는 ‘파주 폐허’에서 네크로맨서의 죽음의 군단과 정면으로 부딪쳤었다.

‘그건 최고의 탱커 군단이었다.’

그것들을 선봉으로 세운 채, 이현욱이 강철비를 쏟아내고 수 톤의 금속을 몰아쳤고 그 연계는 가히 파괴적이었다.

그리하여 딱 한 번, 네크로맨서를 정면 승부로 이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그 마기계 병단까지 조종할 수 있게 됐다.’

그의 중추신경계가 ‘시그널 코어’로 바뀌고 심장이 ‘에테르 엔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그 큰 그림을 위하여 이현욱은, 저 ‘유적 수호자(알파)’를 리타이어 시킨 뒤 게이트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강정두와 강희설에게 제공— 마기계 병단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생각이었다.

'좋아, 빠른 신일 내에 리빙 아머보다 훨씬 권속이 완성될 거다.’

이현욱은 그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우우우우——

그의 머리 위로 공중투하장치 한 대가 날아들었다.

유적지의 통로가 워낙 좁기에 딱 한 대만 가지고 들어왔지만, 이거 하나면 충분했다.

"저기요, 이 팀장…… 저것도 금속 같은데 이전처럼 어떻게, 박살 낼 수 없는 겁니까?”

이현욱의 등 뒤, 박무한이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이현욱은 고개를 내저었다.

"안타깝지만, 보스 몬스터는 불가능합니다.”

"아, 역시…… 그럼 이 좁은 곳에서 저 괴물과 맞서는 건, 좀 어려울 텐데……."

박무한은 솔직히 후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공략 경험이 가장 많은 그가 보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몬스터였다.

어떻게든 잡을 수 있다고 해도…… 절대로 적지 않은 전사자가 나올 것이었다.

‘아무리 귀한 히든 스테이지라지만, 공략보다 팀원들의 목숨이 우선이다.’

박무한, 그는 섣불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무모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현욱, 전혀 동요하지 않는 걸 보면 설마 무슨 수가 있는 건가…….'

하지만 이미 이 남자의 활약을 수차례 목격한바, 저도 모르게 잠자코 있게 됐다.

‘이번에도 뭔가 해낸다면…… 진짜…….'

그는 저도 모르게 이현욱의 활약을 기대하는 중이었다.

그때, 놈이 다시금 움직였다.

철컥—

톱니바퀴와 체인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렸고 놈의 양측 어깨 부근이 열렸다.

"주의해! 놈이 뭔가 시도한다!”

그 안에서 붉은색의 크리스털이 드러나 빛을 발하더니 주변으로 작은 마법진이 무수하게 떠올랐다.

"어! 화, 화염 공격이다!”

그 마법진의 의미를 해석한 한 마법사가 그렇게 소리치는 순간—

화—르—르—르—르——!

두 줄기의 불기둥이 뿜어져 나오며 리빙 아머들을 강타— 갑옷의 표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양초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 화염이 바닥을 가득 채운 채, 밀물처럼 밀려왔다.

“—윽! 피해!”

마치 화산의 분화구 속으로 들어온 듯, 엄청난 열기가 이 장소 전체를 휘감았다.

"아니, 못 피한다! 막아야 해!”

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마법사들이 서둘러 빙결 마법을 사용, 아군 주변에 빙벽을 둘러쳤다.

그러나 그 열기만으로도 빙벽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퍼—어 —어 —어 —어——!

화염과 얼음을 충돌, 엄청난 수증기가 뿜어져 오르며, 귀가 먹먹할 정도의 굉음이 울렸다.

그래도 두 에너지가 상극인 만큼, 화염의 파도를 막아내는 데 성공하기는 했다.

"젠장! 기계 따위가 어떻게 저런 고위 마법을 쓰는 거야!”

박무한은 이를 갈며 양손에 기를 담았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자신이 달려들어서 뒤를 노려볼 생각이었다. 무모하지만, 저런 화력 좋은 덩치를 상대할 땐 주의를 분산시키 게 중요하다는 걸, 공략 팀장으로서 잘 알았다.

'그리고 나라면, 놈의 한 방을 허용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때였다.

꿀럭— 꿀럭—

정면의 바닥에서 웬 액체 같은 게 허공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건…… 쇳물, 리빙 아머가 녹아서 만들어진 쇳물이었다.

그게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마치 슬라임처럼 허공에서 꿈틀거리더니, 놈을 향해 날아갔다.

철—퍽——!

그 끈적한 쇳물이 놈의 머리와 어깨에 끼얹어졌다.

그리고 빠르게 식으며 굳어버렸는데…….

기—잉— 칵! 칵! 칵! 칵!

어깨의 화염 분사 장치, 그 틈바구니에 쇳물이 엉겨 붙어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오오—!”

그래, 녹더라도 금속은 금속이다. 이현욱이 바로 그 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는 이어서 양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오! 좋아! 드디어 시작됐다!’

박무한은 저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이제는 잘 알았고,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저 남자가 지금 무언가를 움직이고 있다! 어라, 그런데 대체 뭘 조종하는 거지?’

당장, 그의 주변으로 금속이라고 할만한 게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 정체는…….

촤—르—르—르—르——!

놈의 등 뒤, 본디 놈을 구속하고 있던 6개의 쇠사슬이 춤을 추듯 허공으로 떠올랐고, 그것들이 날아들어 마치 아나콘다처럼 놈의 팔— 다리—목덜미를 마구잡이로 휘감기 시작했다.

훙—훙—훙—훙—

한 번, 두 번, 세 번까지 뒤엉키자 앞으로 걸어 나오던 놈이 턱, 걸리며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오! 됐다! 완전히 묶였다!”

박무한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쳤고 이현욱 놈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치이이 ——

바닥이 불판처럼 달궈져 있었지만, 그의 몸에 쓰인 ‘마나 실드’가 그 열기를 차단했다.

그런데 그때, 놈의 가슴팍에서 파란색 마법진이 떠올랐다.

"어— 조심해요!”

직후, 시퍼런 구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는 빙결 마법, 그것들이 부채꼴로 퍼지며 피할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구체가 이현욱의 머리 위를 자욱하게 뒤덮었다.

그런데 이현욱의 몸이 허공으로,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쩌—저—저—저—저——!

그의 발아래에서 뾰족한 고드름이 우후죽순 치솟았지만, 그의 몸은 순식간에 상승, 조금도 스치지 않았다.

"아니, 뭔…… 나, 날기까지 해?”

이현욱은 그렇게 날아오르며 등 뒤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아공간에서부터 한 자루의 무기가—엄청나게 거대한 무기가 소환되었다.

훙——!

거검, 모글레이의 등장이었다.

이현욱은 그걸 움켜쥐고는 놈을 향해 쏘아지듯 날아가, 그 거검을 온 힘을 다해 휘둘렀다.

콰—앙——!

그 순간, 놈도 왼손을 내질렀고 두 강철이 충돌, 폭음과 함께 불똥이 후두두— 떨어졌다.

"큭—"

엄청난 충격, 이현욱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고 모글레이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놈의 왼손은 완전히 박살 나버리며 균형을 잃고 주춤거렸다.

그 순간, 이현욱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시야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뭐야! 허, 참나…… 이번에는 은신이야?”

박무한은 이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실실 웃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천장에 박힌 모글레이가 뽑혀 나와 움직였고, 유적 수호자의 시선은 모글레이를 쫓기 시작했다.

기계 덩어리에 부여된 인공지능의 한계인 것이었다.

그렇게 놈이 잘못된 표적을 쫓는 사이에 이현욱은 놈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쩌저저저——

그의 양손이 짐승의 발톱처럼 변했다.

그리고 유적 수호자의 뒷덜미,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칵! 까—가—각——!

그는 엄청난 악력으로 후두부의 어떤 덮개를 잡아 뜯어 열더니,

순식간에, 그 내부의 무언가를…….

파지지——!

……뽑아버렸다.

우—웅…….

그러자 그 거구의 유적 수호자(알파)가 우뚝 멈춰 서더니 그 안광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후…… 역시 여기에 표적 인식 장치가 달려있군?”

이현욱은 강희설이 마기계 병단을 만드는 걸 옆에서 봐왔기에, 이런 기계 병기의 치명적인 약점이 어디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녀석을 최대한 온전한 상태로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그 약점을 공략한 것이었다.

- 축하합니다! 노움의 유적지 A3의 수호자(알파)를 작동 정지시켰습니다!

그러한 시스템 메시지가 모두의 눈앞에 떠올랐고,

그 너머로, 강철 거인이 천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쿵——!

"—끄, 끝났다!”

박무한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한 번 짝— 쳤다가 영 이상하다는 생각에 팔을 내렸다.

'진짜 오늘 몇 번째 놀라는 건지…… 이현욱, 저 남자, 역시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내가 감히 인정하고 말고 할 수준이 아니다. 영웅, 그렇게 불릴만한 실력자야.’

오늘 하루, 수차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바,

그는 어느새 이현욱을 인정하는 넘어서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때, 쓰러진 유적 수호자의 머리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떨어져 나왔다.

그건 열쇠였다.

- 히든 메시지 : 노움 유적(A3)의 <비밀 공간>이 열렸습니다.

"어! 저기 보십시오! 저 끝에 웬 문이 열렸습니다!”

“……오, 히든 스테이지의 보물창고다!”

두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환호했다.

무려 ‘히든 스테이지’의 보물창고라면, 분명 엄청난 것들이 들어 있을 것이었다.

"어, 그런데…… 문이 두 개인데, 열쇠는 왜 하나인 거죠?”

이정준의 말처럼, 방 끝에는 두 개의 거대한 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둘 다 잠겨져 있다는 뜻으로 붉은색의 ‘자물쇠’ 아이콘이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아, 설마…… 우리가 그냥 지나쳐 온 곳에 다른 열쇠가 있는 거 아니에요?”

"아, 그렇겠네요.”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정도(正度)로 퍼즐을 해결하고 들어온 게 아니라, 막무가내로 뜯고 들어온 만큼, 그들이 놓친 게 있다고 여기는 것이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이현욱도 아직 저 두 번째 문을 열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고대 유산의 마스터키, 그게 해답일 것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었으니.......

그리고 이현욱이 그 두 문의 중간에 서 있을 때, 그의 눈앞에 2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 노움의 1번 금고 : 잠금 상태 (개방 조건 만족)

- 노움의 2번 금고 : 잠금 상태 (개방 조건 만족)

“하하……."

이제, 진짜 선물 상자의 포장을 뜯어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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