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 히든 스테이지, 유적 탐사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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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입장을 약 10분 정도 앞둔 시점,
청화 길드 공략 팀은 지금, 의아함이라는 감정을 꽤 여러 차례 느끼는 중이었다.
그 이유는 희망 길드가 끌고 온 2대의 트레일러 때문이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만, 더욱이 이해할 수 없는 건.......
"......와, 저것 좀 보십시오. 쟤들 진짜로 저거 끌고 들어가려는 것 같습니다."
트레일러 자체를 게이트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듯, 진입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던전 안에서는 차량 엔진 멈추는 거 몰라?”
세상이 게임으로 변했다. 그리고 게임에는 규칙이 따른다.
게이트 안 ‘던전’에서는 현대의 문물들이 제 기능을 상실하는 것, 그게 이 게임의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즉, 내연 기관이든 전기 동력원이든 모든 차량은 던전에서 깡통으로 전락한다.
"음, 그런데 저건 ‘마나 엔진’ 같은데요?”
"뭐? 에이, 그 비싼 걸 어디서 구했겠— 어…… 진짜잖아?”
그들은 트레일러에서 컨테이너를 분리하더니, 웬 거대한 구체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웅——
그 구체에는 마법 회로가 잔뜩 새겨져 있었다.
마나 엔진,
말 그대로 마나를 동력원으로 기계를 굴리는 장치로써 아주 귀한 아이템이었다.
"와, 저걸 어떻게 구했지? 차드 공화국에서만 만들 수 있어서, 엄청 비쌀 텐데……."
"그러게요. 웨이브 보상으로 번 돈, 전부 다 저기에다가 쓴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들이 알기로는, 그 잘난 기술이 이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현재까지는 엔진의 동력원—마나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었는데, 그나마 실현 가능한 방법이라면 엄청난 숫자의 ‘마나 배터리’를 준비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돈이 왕창 깨진다.
달리 말하자면, 수지타산이 절대 안 맞는 바보 같은 전략이었다.
"흠, 아무리 마나 엔진을 굴릴 수 있다고 해도 저렇게 느려터져서야 무슨 소용이야?”
그 모든 걸 충당한다고 해도 ‘출력’이 좋지 않아서 그리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느리다는 건 꽤 치명적인 문제였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닥쳐올지 모르는 던전 안, 그곳에서는 항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바, 그 무엇보다 기동력이 제한되는 걸 극히 경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거 영 불안합니다. 쟤들 때문에 우리도 고생 좀 할 것 같지 않습니까?”
"하, 그러게 말이다…… 딱 봐도 졸부 길드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그렇게 희망 길드를 총보다 보니 어느새 10분이 지났고, 게이트 입장이 시작되었다.
"—청화 길드 먼저 진입합니다!”
1차로 청화 길드의 공략팀이 입장을 시작했다.
그들은 얼마 전, 청담동 레드 게이트 사건을 교훈 삼아서 방패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천천히 게이트 안으로 발을 내디였다.
- 주의! 위험 지역에 입장하셨습니다.
* 24시간 뒤에 퇴장하실 수 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헤치고 들어가자, 건조한 바람이 얼굴을 덮쳐왔다.
후우우——
“1팀, 주변을 경계하고 2팀은 지형지물을 파악한다.”
입장과 동시에 공략팀장, 박무한이 그렇게 지시했다.
던전에 첫발을 내디딘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단연 ‘지형 파악’이었다.
"젠장, 사막 중에서도 붉은 사막입니다. 좋지 않은 맵이 걸렸네요.”
게이트 입장에 앞서서 ‘분석팀’이 게이트를 분석한 결과 내부가 건조 기후, 즉 사막 지형이라는 것까지는 알아냈다만, 던전에서 나타나는 사막 지형은 족히 수십 가지가 넘었다.
그리고 이번에 걸린 건, 난폭한 거대 몬스터들이 자생하는 ‘붉은 사막’이었다.
“흠…… 붉은 사막의 오크 부족 연합이라면, 오크 중에서도 꽤 상위 개체지 않습니까?”
"맞아, 놈들이 쓰는 사막 물소의 힘줄로 만드는 ‘장궁’은 꽤 강력하니까, 주의한다.”
그리고 180초 후, 희망 길드가 던전 안으로 입장했다.
우우우우——
역시나 2대의 트레일러를 앞세운 채…….
박무한은 다소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은 채, 희망 길드 쪽으로 다가갔다.
“씁—그쪽, 준비가 좀 걸릴 것 같은데, 우리 먼저 출발합니다.”
"예, 저희는 상관없습니다. 먼저 시작하시죠.”
서울의 구원자라고 불리는 남자,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박무한은 이현욱의 그런 여유마저 아니 꼬았다.
"하, 그리고 워낙 이름이 드높으신 분이라서 내가 조언 안 하려고 했는데…… 저거, 트레일러…… 그렇게 느려터진 거 끌고 다니다가는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어요.”
노골적으로 힘을 주어서 말했지만, 이현욱은 여전히 박무한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일대의 지형지물을 하나하나 뜯어보듯 살피더니,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아, 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희는 괜찮습니다.”
"아니—참! 우리가 안 괜찮다니까……."
"아, 예, 그럼 알아서 하시고 나중에 구조 요청이나 하지 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두 공략팀은 다소 거리를 두고 이동했다.
“이야…… 희망 길드 쟤들은 진짜 느립니다.”
마나 엔진으로 움직이는 트레일러가 빠를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저 엔진 자체가 실제 주행에 맞게 설계된 것도 아니기도 해서, 사실상 기동력을 포기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2시 방향, 오크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약 삼백여 미터 떨어진 모래 언덕 위에 오크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사막에 등장하는 상위 오크답게, 덩치가 조금 더 컸으며 무장 상태도 좋았다.
"방금 척후대가 쓱 훑고 가더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우르르 몰려온 것 같습니다.”
그 숫자가 약 삼백여 마리 정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팀장님! 7시 방향에서도 오크 한 무리가 접근 중입니다! 백 마리가 넘어 보입니다!”
역시 오크는 지능이 준수한 종족인 만큼 포위 전략을 꺼내 든 것이었다.
박무한은 마법 드론를 띄워서 오크 부대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했다.
'총 사백 오십여 마리…… 뭐,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숫자다. 그래도 꽤 혈전이 벌어지겠군.’
박무한은 이보다 상위 레벨의 던전에서 뛰는 공략팀장이었다.
이 수준대에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우선 장궁 공격 유의해서 거리 벌리면서 초장거리 마법으로 천천히 두들긴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오크 부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건 바보짓이었다. 다양한 마법을 이용하여 야금야금 갉아먹다가, 놈들의 대열이 헐거워지는 시점에 돌격하여 깨부순다.
‘오크는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몬스터라서, 공략이 까다로운 편이니, 방심하면 안 된다.’
박무한은, 꽤 긴 전투가 될 것을 예감했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팀장님, 저기 보십시오! 희망 길드가 곧 오크 무리에게 공격받을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7시 쪽 오크들이 접근하는 경로에 희망 길드의 공략팀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그 거대한 트레일러를 호위한 채, 느릿느릿하게 이동 중이었다.
"뭐? 아니, 쌍! 쟤들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야—!”
이미 그쪽으로 백여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접근하고 있었는데, 불과 몇 분 뒤 충돌할 상황으로 보였다.
그리고 오크의 대규모 부대와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건…… 미친 짓이었다.
“……어떡합니까? 쟤들 저렇게 느려서야 놈들한테 포위당해서 전멸할 겁니다!”
박무한은 희망 길드의 답답한 모습을 바라보며 짜증이 치솟는 걸 느꼈다.
"미치겠네…… 쟤들한테 당장 연락해서 그 좆 같은 트레일러 버리고 우리 쪽으로 튀어오라고 해!”
“예!”
"사수들, 당장 지원 사격 준비해! 아오, 뭐? 서울을 구한 영웅? 역시 다 지랄이지……."
희망 길드를 아니꼽게 보고 있긴 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아무리 얄미워도 같은 종족, 인류였으니…….
그런데…….
"어! 희망 길드의 트레일러에서 무언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뭐?”
그 말에, 박무한은 쌍안경으로 희망 길드 쪽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희망 길드의 첫 번째 트레일러에서 무언가가 차례차례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건…… 검은색의 철제 상자였다.
“뭐야, 저거…… 날 수 있는 거였어?”
이들은 게이트 입장 전, 트레일러의 문틈으로 저 검은 상자를 목격하긴 했었다.
"와…… 그냥 음식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잔뜩 챙긴 줄만 알았는데……."
사실, 그것만큼 합리적인 추정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던전에 들고 갈만한 상자가 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 외양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새카만 스틸 재질의 표면 위로 푸른 빛이 번져나가며, 그 육중한 상자가 아주 부드럽게, 허공으로 상승한다. 어떤 추진력에 의해 솟아나는 게 아니라 부력에 의해 떠오르듯…….
"표면에 저거, 죄다 마법 회로잖아……."
그들은 손으로 햇빛을 가린 채,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총 12기가 자유자재로 비행하고 있거늘, 그 어떤 소음도 울리지 않았다.
그것들이 사막 위로 쏟아지는 강렬한 태양 빛을 반사하며, 상공에 일렬로 도열했다.
웅— 웅— 웅— 웅—
그 정체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만…….
왠지 모르게 신비하고 웅장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팀장님께서는, 혹시 저런 거 보신 적 있습니까?”
그 물음에, 박무한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나도 처음 본다.”
그는 대한민국 플레이어 랭킹 151위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족히 아흔 번이 넘는 공략 작전을 뛰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저런 건…… 난생처음 봤다.
그것들은 일렬 대형을 이룬 채, 절대 느리지 않은 속도로 오크 무리를 향해 접근했다.
“……그래서 저렇게 날아가서 뭘 하려는 거지?"
겉으로 보기에는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그아아아——!
어느새 희망 길드의 지척까지 접근한 오크 무리가 장궁의 시위를 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 금속 상자 12개의 하단부가 일제히 개방되었다.
기—이—잉——
그곳에서, 시퍼런 불빛이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기이한 장면 앞에, 오크들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내—
상자로부터 불빛이 번뜩거리며, 무언가가, 엄청나게 많이, 고속으로 뿜어져 나갔다.
투—두—두—두—두—두——!
그와 함께 오크 무리가 마치 기관총 세례를 당한 것처럼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붉은 사막의 붉은 모래 먼지가 피 안개처럼 치솟아, 그 무시무시한 화력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졌다.
“……저, 저게 대체 뭐야!”
청화 길드원들로서는 그제야 저 정체불명의 물체가 사뭇 다르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치 아파치 헬기 편대가 보병대를 향해 기관포를 발사하는 장면 같다.’
이제는 평범한 금속 상자가 아니라 전투 헬기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투—두—두—두—두—두——!
그렇게 십여 초간 계속된 공세에, 오크 무리의 절반이 사라졌다.
"......."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B등급 1티어의 박무한마저도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허— 저건 대체 무슨 스킬이지? 통제 계열 같기는 한데…….'
박무한 쌍안경으로, 희망 길드 쪽을 다시 한번 살폈다.
강철 중대의 지휘관으로 잘 알려진 남자, 이현욱…….
그가 양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쏘아졌던 투사체—쇠 구슬들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상자를 향해 복귀했다.
‘다시 장전하는 거다!’
직후, 그 금속 상자들이 도망치는 오크들을 추적하며 재차 빛을 꿈어냈다.
투—두—두—두—두—두——!
그렇게 단 2차례의 공세 만에 백 마리가 넘는 오크가 말 그대로 녹아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두 번째 트레일러에서 22기의 ‘리빙 아머’가 내려선 상태였다.
그것들은 푸른색 안광을 밝히며, 그 육중한 금속 몸뚱이를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절그럭— 절그럭—
그리고 3m짜리 망치와 도끼를 움켜쥐고는 오크들이 시체 더미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모든 오크를 쓰러뜨렸지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놈들을 처리하려는 것이었다.
“희망 길드, 마무리 작업 시작합시다!”
그리고 그 뒤로 18명의 플레이어가 무기를 쥐고 따라나섰다.
그 모습은 마치 장갑차를 앞세워서 전진하는 특공대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저것들은 또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물론, 마법사가 ‘통제 마법’을 활용하여 리빙 아머를 다루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비주류 마법이었다.
고작 갑옷 하나 굴리는데 적지 않은 마나가 소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단 한 사람이 12개의 비행 상자와 22개의 리빙 아머를 조종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저건, 내가 아는 한 불가능하다.’
그는 희망 길드가 살아남은 오크들의 숨통을 끊는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끝났다……."
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거늘, 불과 몇 분 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었다.
“……어! 팀장님! 2시 쪽의 오크 부대가 후퇴하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보니 2시 쪽에서 나타난 오크 부대가 휩씬 규모가 큰, 일종의 본대였다.
그런데 저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목격한 뒤, 전의를 상실한 모양이었다.
그 용맹한 오크 부대가 후퇴를 결정할 정도로, 실로 압도적인 화력이었다.
그런데…….
우우우우——
12대의 비행 상자가 사막을 가로질러, 놈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어어——!
그것들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목격했기에, 접근하는 걸 멀리서 장궁을 쏘아댔다.
그러나 장궁의 촉 역시 ‘금속’이다.
‘꽤 멀지만, 닿는다.’
이현욱은 후긴의 감각 확장을 토대로, 그것들에 ‘금속 통제력’을 부여할 수 있었다.
웅——
강력한 장력을 쏘아진 수십 발의 화살들이, 허공에서 우뚝 멈춰 섰다.
그으으—?
이해할 수 없는 장면 앞에 한껏 당황한 오크들,
그놈들의 머리 위로, 강철로 만들어진 징벌이 쏟아졌다.
투—두—두—두—두—두----!
이번에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파쇄—!”
총탄처럼 쏘아지는 쇠 구슬들이 폭발하며 엄청난 물리 에너지를 싣고는 사방팔방으로 튕겼다. 마치 집속탄(集束彈)이 터지듯, 강철 폭풍이 방대한 영역 위를 자욱하게 뒤덮었다.
콰—과—과—과—과—과——!
그것들이 지면에 도달하는 순간, 지축을 울리는 진동과 함께 모래 폭풍이 치솟는다.
제아무리 강인한 육체를 가진 오크라지만, 그런 강철 폭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수백 마리가 그 일격에 고꾸라졌고, 설령 운이 좋게 그 화력을 피해갔다고 한들…….
푹—! 푹—! 푹—! 푹—!
공중투하장치의 아공간에서 창이 소환되어 그런 놈들을 한 마리씩 정확하게 요격했다.
삼백여 마리의 오크 중, 고작 오십여 마리가 살아남아 도주할 수 있었다.
"......."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청화 길드 공략팀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절그럭— 절그럭—
이내 오크의 시체 무더기를 향해, 22기 리빙 아머와 18명의 희망 길드원들이 도달했다.
직전과 똑같지만, 파괴적이고, 잔혹한 패턴이었다.
“크, 역시 이 팀장님과 함께하면 경험치도, 마나 스톤도 너무나 쉽게 버는 것 같습니다.”
이정준을 비롯한 희망 길드원들은 오랜만에 이현욱과 함께하는 사냥에 다시금 감탄했다.
"진짜, 1년 동안 얻었던 경험치를, 며칠 안에 얻었다니까요?”
"그런데, 와…… 저런 말도 안 되는 무기는 대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이정준의 공중투하장치를 가리키며 물었고 이현욱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빨리 이 화력을 손에 쥘 줄은, 솔직히 나도 몰랐다.’
이 시절, 마법공학은 차드 공화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긴 했다만, 아직은 플레이어 능력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의 개인 병기로써 활용되지는 못한다.
'그런데, 내 에테르 엔진 능력 덕분에, 시대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강정두의 놀라운 솜씨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었는데,
그건 라퓨타가 출현하여 서울 전역에 부여된 사기적인 버프 덕분이기도 했다.
- 칙— 아, 여기는 청화 길드입니다.
이현욱의 마나 메신저로, 박무한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예, 말씀하시죠.”
- 칙— 아까는…… 몰라뵙고…… 흠,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저도 나름 몇 년을 던전에서 굴렀는데, 솔직 그런 건 정말 난생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못 믿었던 것 같습니다.
이현욱의 실력을 실제로 목격하자, 부정하고 있던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예, 다 이해합니다.”
- 소문의 강철비가…… 진짜였군요. 감탄스러운 능력이었습니다.
세상이 게임으로 변한지 십수 년이 지났다.
인류는 이 개 같은 게임에 적응했고 어느덧 이해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많은 개념이 ‘고착화’된 상태였다.
‘플레이어 등급이라는 인위적인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세상은 상식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상식은 절대적인 지식이 아닌, 인위적으로 고착화된 개념이다.
그 상식에 위배 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세상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무리 진실이라고 주장해도 가짜 뉴스나 거짓 정보라고 여기는 이들 상당수다. 그리고 이건 의외뢰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세계가 흔들린다는 건, 자신들의 권위가 위협받는 것이니…….
‘그래서, F등급이 활약했다는 걸 믿기 힘든 거다.’
그런데, 그때.......
웅——
이현욱은 안주머니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진동이 울렸다.
그 정체는…….
[아이템 정보]
- 이름 : 고대 유산의 마스터키
- 효과: 알 수 없음
"이게 갑자기 왜……."
- (!)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퀘스트라니, 라퓨타와 관련된 건가?’
[히든 퀘스트]
- 고대 문명 계승자의 길…….
당신은 특별한 기회로 고대의 유산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 특별한 아이템이, 당신을 오래된 영광으로 인도할 겁니다.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고대 문명, 이건 라퓨타를 세운 종족을 의미하는 듯했다.
이현욱은 고민 없이 그 퀘스트를 수락했다.
[히든 퀘스트]
- 고대 문명 계승자의 길…….
1) 해당 던전에서 히든 스테이지 ‘노움의 유적’을 탐사하시오! (진행 중)
2) 유적의 수호자 작동 정지시키시오! (진행 중)
* 보상 : 지하 왕국의 고대 주화 (10개)
‘히든 스테이지, 그게 이 던전 안에 있다.’
히든 스테이지란 던전 안에 숨겨져 있는 공간으로써,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던전은 그런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폐쇄되지만, 훗날, 히든 스테이지의 가치를 알게된 뒤 ‘탐험가’ 계열의 플레이어의 가치가 폭등한다.
그런 만큼, 아주 진귀한 아이템이 잠들어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근데, 노움이라면…….'
노움(Gnome), 그들의 흔적은 아이템이나 오브젝트로 발견되지만, 이현욱이 아는 한 끝끝내 등장하지 않는 고대 종족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법공학의 창시자들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이 던전에서는 ‘헤파이스토스의 망치’가 나올 예정이었다.
즉, 대장장이 계열과 관련된 아이템을 뱉는 던전인 만큼, 그와 연관된 ‘히든 스테이지’가 존재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마법공학, 이 강력하고 독보적인 힘을 계속 키워나갈 기회가 찾아온 듯했다.
‘이 분야만큼은, 내가 빌런, 그놈들보다 압도적으로 앞서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