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 음모, 퀘스트, 악마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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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주 ) 63〜65화 내용 중 다소 우연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수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1) 지옥 손아귀 : 지하 주차장에 발생한 이 식물형 몬스터는 단순한 경비가 아니라, 아바돈이라는 악마 소환 의식이 진행됨에 따라 ’지옥화’가 일어나며 서울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2) 위 1번에 따라서 정부 측도 서울 전역에서 일어나는 ’지옥화 현상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현욱이 우성명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도 전혀 모르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3) 하지만 정부는 ’이벤트 맵’을 발견하지는 못 했기에,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가 ’아바돈 소환’인 것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태산 길드의 마스터 기백준, 그는 지금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아바돈 소환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겁니다. 예, 현재 퀘스트 진척도 61%입니다."
그 내용은, 현재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마 소환에 관한 것이었다.
"들으셨겠지만, 안 그래도 대한민국 정부 측에서도 ‘세인트 돔’에 지속적인 구호 요청을 하고 있었습니다. 4차 웨이브를 막았지만, 여전히 언데드 몬스터가 들끓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시기에 악마 소환을 인지했으니…… 성녀가 등장하지 않는 게 이상하죠.”
세인트 돔은 차드 공화국 세계수 줄기 바로 아래 있는 세계 최대의 ‘성소’였다.
그곳에 기거하는 프리스트와 성기사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암흑 계열의 힘을 쓰는 빌런들로선, 반드시 제거해야만 하는 숙적 1순위였다.
"무엇보다…… 라퓨타가 등장한 도시인 서울이 더 망가지는 걸 두고 볼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이 나라 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원하는 방향일 테니…… 그런 온갖 이해관계가 반드시 성녀를 불러내어 대규모 정화 스킬을 쓰게 할 겁니다.”
그래, 이번 사건의 중요한 키워드는 사실 ‘악마 소환’ 아니라 ‘성녀 소환’이었다.
"성녀의 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악마, 아바돈 소환을 막을 방법은 솔직히 없습니다. 앞으로 36시간 뒤면 재앙의 파편 필요치가 모두 충족됩니다. 그때까지 이 땅의 누군가가 서울 전역에 숨겨져 있는 20개의 비밀 장소를 찾아내는 건…… 난센스 아니겠습니까? 하하—”
그는 전화기 너머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비릿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다음 계획을 준비해놨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리고…… 정부 <1호 무기고>의 접근 권한을 주셨으면 합니다.”
이현욱의 당당한 요구, 우성문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1호 무기고라니……."
웨이브 당시, 강철 중대에 <2호 무기고>를 제공했었다.
그건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서울을 구해내는 데 일조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작전으로 인해 적지 않은 숫자의 아이템이 유실되었으나, 서울을 구하기 위한 일인데, 그깟 아이템 몇십 개 아까울 리가 없었다.
단지 의아한 점이라면…… 지금 이 순간 그게 왜 필요한 건지, 그걸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부터 해야 할 건 숨겨져 있는 ‘이벤트 맵’을 추적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테니, 다량의 무기는 오히려 짐이 될 뿐이었다.
"지금 이 사태에…… 많은 무기가 동원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물음에, 이현욱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 오해하셨군요. 지난번처럼 많은 무기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는 검지를 펼쳐 보였다.
"딱 한 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음, 어떤 걸……."
“1호 무기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알려진 ‘후긴’ 그게 필요합니다.”
후긴(Huginn)은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이 키우는 한 쌍의 까마귀 중 하나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온갖 정보를 긁어모아서 오딘에게 전해준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신화를 바탕으로 하여, 후긴이라는 아이템 역시 ‘정보 획득’에 특화된 전설 등급의 아이템으로 구현되었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거쳐서 현재 대한민국 정부 소유물이었다.
후긴을 사용할 경우 모든 감각—혹은 특정 감각을 최대 50배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이현욱에 그 능력이 적용된다면 <악마 추격대>의 감지 능력의 범위도 50배나 상승한다. 그리하여 ‘이벤트 맵’을 추적하는데 압도적인 효율을 발휘할 것이었다.
‘여기서 후긴을 떠올리다니…….'
우성문은 새삼스레 감탄했다.
이현욱, 보면 볼수록 대단한 사람이었다.
특히나 젊은 나이임에도 원숙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모든 면에 능통한 건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많은 걸 알아도 모든 걸 알 리는 없지…….’
후긴의 존재와 기능을 알고 순간적으로 그 활용 방법까지 떠올렸지만,
후긴이라는 아이템 숨겨져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까지 알 수는 없었다.
일순간 이 남자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역시나 모든 걸 맡길 수는 없는 듯했다.
우성문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이현욱 병장, 미안합니다만, 후긴, 그 아이템은 현재 사실상 운용 불가합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후긴은 물론, 예, 그 유명세만큼이나 분명 엄청난 효과를 가진 아이템입니다만……."
후긴에는, 공개되지 않은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존재했다.
"......그 아이템은 단지 기능을 발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마나가 소모됩니다.”
보통 아이템에 내장된 스킬은 마나를 소모하지 않는 편이었다만, 예외도 있었다.
"마나 총량이 1만 이상의 대마법사 급이 아닌 이상, 최상급의 ‘마나 탱크’를 착용한 채 사용해도 채 5분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무런 활용도 못 하는 실정입니다.”
애초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면, 그렇게 무기고에 처박아두지 않았을 것이었다.
이런 아이템을 ‘오버 핸디캡’이라고 칭했다. 분명 엄청난 기능이 담겨 있지만, 말도 안 되는 페널티가 붙어 있어서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애물단지의 아이템…….
그런데 그 대목에서 이현욱은 슬며시 미소를 띠였다.
"우 실장님, 저는 가능할 겁니다.”
“……예?”
우성문은 오늘 이렇게 “예?”하고 되묻는 게 몇 번이었나 싶었다.
어떤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이현욱은 자신만은 가능하다고 나서고 있었다.
오죽하면 자신을 놀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설마 지금 그 말씀은, 마나 총량이 1만 이상이시라는 겁니까?”
"예, 그렇다고만 해두겠습니다.”
“허— 이게 무슨…… 대체 무슨 업적을 쌓으셨길래……."
이현욱의 마나는 현재 59,441이며 ‘회복 속도’마저도 압도적이었다.
드워프제 그레이트마운틴 엔진을 소화하고 생성된 기관 ‘에터르 엔진'
지금은 그의 심장이 마나의 발전소 그 자체인 셈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런 내막을 모르는 우성문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저를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성문은 이현욱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분명…… 굳은 자신감에 차 있다. 근거가 있는 거야.’
우성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후긴을 가져와서 테스트를 해보죠.”
우성문이 시선을 보내자 마법사 보좌관들이 <1호 무기고>로 가는 포탈을 열었고,
잠시 후, 그 안에서 정부 측 요원이 큼직한 하드 케이스를 가지고 나왔다.
"자, 이게 바로 후긴입니다.”
보안담당관 직책의 고위 마법사 한 명이 그곳에 걸린 다중 보안 마법을 풀고 열었다.
철컥—
그 안에, 볼링공만 한 검은색 구체가 들어있었다.
이현욱은 그걸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 ‘휴면 상태의 후긴(전설)’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휴면 상태의 후긴(전설)
- 효과: 마나를 불어 넣으면 작동됩니다.
이현욱은 그 물건을 양손으로 쥐고 마나를 주입했다.
우우우우——
그러자 구체가 서서히 펼쳐지더니 =, 어느새 검은 까마귀의 모습이 되었다.
물론, 평범한 까마귀는 절대 아니었다.
깃털이 아니라 비늘—아니, 금속처럼 단단해 보이는 몸에서 찬란한 푸른 빛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눈동자에서 시퍼런 안광이 천천히 떠오르며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이건 사실, 고대의 마법공학으로 만들어진 기계 생명체라는 설정이다.’
그래서 훗날, 강희설과 일곱 드워프가 이걸 바탕으로 ‘이미테이션’을 제작하는데,
수십 마리의 복제 후긴과 무닌을 하늘에 띄워서 마기계 군단의 눈으로 만들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이 ‘원본’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 ‘후긴’이 활성화되며 ‘모든 감각’이 최대 50배까지 확장됩니다.
* 초당 마나 감소 : 24~120
이 아이템의 효과를 최대까지 올리면 1초 당 무려 120의 마나가 소모된다.
하지만 이현욱의 심장은 현재 초당 98 정도의 마나를 생산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초당 22…… 좋아, 거의 1시간 정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는 눈을 감고 후긴에 의한 ‘감각 폭증’을 느꼈다.
- 당신의 감각이 ‘후긴’과 ‘일치화’됩니다.
그는 감각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걸 느꼈다.
저 멀리 어디 귀퉁이에서 우는 벌레 소리……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에서 피어오르는 냄새……
지금, 이곳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의 울림까지, 명확하게 인지되었다.
"후......."
마치 한 마리 야수가 되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이현욱은 눈을 감은 채, 지하주차장 밖으로 후긴을 날려 보냈다.
쉭—!
“어어—"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정부 요원들이 당황 어린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우성문은 침착하게 이현욱의 반응을 관찰할 뿐이었다.
이현욱의 현재 후긴과 일치되어, 창공을 향해 비상 중이었다.
후우우우—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보인다.’
이현욱의 시야에는 서울의 풍경이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어떤 검은 기운들이 느껴졌다.
- 퀘스트 목표 ‘악마의 비밀 제단’을 발견했습니다.
- 퀘스트 목표 ‘악마의 비밀 제단’을 발견했습니다.
그래 <악마 추격대> 버프가 기능하며 ‘퀘스트의 목표’를 표시해주는 것이었다.
이현욱은 어이가 없어서 실실 웃었다.
‘아니 이 정도면, 너무 금방 찾아낼 것 같은데?’
테스트 삼아서 후긴을 날렸을 뿐인데, 벌써 2개를 발견했다.
전설 등급의 재료 아이템을 소화하여 얻은 스킬과 전설 등급의 정보 아이템의 조화,
어떻게 보면 이 정도의 파급력이 발생하는 게 당연한 이치이긴 했다.
한편, 우성문과 그 보좌관들은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와, 벌써 5분이 지났어……."
"아니, 대체 마나가 얼마이길래……."
바로 그때, 후긴이 복귀하여 이현욱의 어깨에 앉았고, 그가 눈을 떴다.
기—잉——
그의 귓가에 후긴 안에서 울리는, 어떤 공학적인 작동음이 들려왔다.
이로써 후긴을 무리 없이 운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현욱은 후긴을 접어서 다시 구체—휴면 상태로 전환한 뒤 우성문을 바라보았다.
"우 실장님, 충분히 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 이현욱 병장, 당신, 마나 총량이 대체……."
우성문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묻다가 말을 멈췄다.
"큼......."
당장은 이 S등급 플레이어의 상세 정보에 관하여 캐묻고 있을 때가 아니고 생각했다.
그리고 플레이어 간에 서로의 능력 정보를 물어보는 건 대단한 실례이기도 했다.
확실한 건, 저렇게 후긴을 다룰 수 있는 플레이어는 전 세계에 두어 명 남짓일 것이었다.
"그럼 우 실장님, 이제 제 계획을 따라주시는 것, 맞습니까?”
우성문은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대응 작전은, 명실상부 이현욱이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후긴을 이용해서 어떻게 할 생각이신지, 필요한 걸 말씀해주시죠.”
우성문은 그렇게 말하며 손짓했고, 각 분야 보좌관들이 다가와서 이행할 준비를 했다.
"우선, 마법사 플레이어를 최대한 많이 동원해주십시오.”
"음, 구체적으로 어떤 방면에 필요한 마법사인지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법사 플레이어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것만으로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예, 서울 전 지역의 마천루에 수십 개의 포탈을 열 수 있을 만큼 많은 마법사면 됩니다."
이현욱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쩌면 생각 이상으로 빨리 끝낼 수 있을 겁니다.”
***
"—5분 뒤에 모든 팀 스탠바이 됩니다!”
이현욱은 여의도의 빌딩의 옥상에 서 있었다.
그의 뒤로 우성문을 비롯한 정부 측 요원들이 바삐 오가며 온갖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후긴을 띄우면 적어도 5km 반경의 퀘스트 목표물이 전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악마의 비밀 제단은 현재 서울 전역에 퍼져 있었다.
즉, 후긴의 비행에 의존하여 서울 전역을 훑는 건 불가능했다.
애초에 후긴은 사용자로부터 2km 이상 벗어날 수 없기도 했다.
그걸 해결할 방법은…….
“현재 서울 전역 초고층빌딩 옥상 50개 지점에 총 450명의 마법사가 배치되었습니다."
이렇듯, 이현욱은 서울 전역에 50개의 ‘포탈’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즉, 50개의 지점을 공간 점프하듯 오고 가며 ‘후긴’을 가동— 일대를 빠르게 스캔한다.
그리하여 ‘악마의 비밀 제단’이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하고,
해당 지역에 대기 중인 ‘강습팀’이 그 건물을 포위하여 진입을 대기한다.
‘그리고 모든 비밀 제단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에, 일시에, 동시에 들이닥친다.’
놈들이 눈치채고 대응할 여지를 최소화하여 일망타진, 그게 이번 작전이었다.
이를 위하여 450명의 마법사, 85개의 강습팀이 준비되었다.
이현욱 혼자였다면, 아니, 그에게 다수의 동료가 있더라도 불가능했을 작전이었다.
이는 오로지 ‘정부’의 힘이기에 가능했다.
‘역시…… 정부를 등에 업는 건, 역시 엄청난 이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성문이라는 사람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로지 국가의 안위를 위해 헌신하는 진짜배기 관료…….
하지만 우성문은 불과 2년 뒤에 암살당할 예정이었다.
그 이후, 정부 권력은 빌런에 의해 잠식당하고 만다.
‘이미 세계 각국 정부가 놈들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있고,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니.......'
당연하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비할 생각이었다.
"스탠바이 3분 전—!”
이내 마법사들 한자리에 모여서 ‘양방향 포탈’을 전개를 시작했고,
그들의 완드와 지팡이 끝에서 마력이 방출되어 하나의 점으로 뭉치고 있었다.
"이현욱 병장, 슬슬 준비하셔야겠습니다.”
"예, 저는 이미 준비 끝났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곧 신호를 드리겠습니다.”
그때, 우성문이 이현욱 옆으로 다가왔다.
"이현욱 병장, 이제 와서라도 말씀드리는 건데……."
“예?”
“사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성녀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차드 공하국의 ‘세인트 돔’에 은거 중인 S등급의 프리스트, 성녀 에밀리아 뮐러,
그녀는 지난 몇 년간 지금까지 그 어떤 구호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전생에서도, 그녀가 침식된 서울의 수복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으니…….
"다행히도 긍정적인 반응이 왔고, 그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성녀의 광역 축복 마법이라면 지옥화를 막고 악마 소환을 차단할 수 있었다.
다만, 그 한 번의 마법을 전개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천문학적이라서 문제였다.
"그래서 만약 이 계획이 실패할 조짐이 보이면……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성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울의 안전이니까요. 이점……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패할 일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이현욱은 빌런들의 악마 소환의 진짜 이유를 확신했다.
‘역시 성녀 때문이었군.’
이현욱은 놈들의 움직임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악마라는 존재는 분명 ‘월드 보스 몬스터’ 만큼이나 강력한 존재였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악마를 소환하는 건 역시나 이상한 일이었다.
악마를 소환하고 있다고 광고를 하며, 일찌감치 대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으니……
‘역시 성녀를 끌어내기 위한 미끼다.’
본디 4차 웨이브의 연장선으로 성녀 암살을 계획했으나,
그게 죄다 물거품으로 돌아갔으니 새로운 방법을 꺼내 든 것이었다.
‘하지만 일단 내가 이 일을 처리하면, 성녀가 동원될 필요는 없어진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강풍이 불어닥쳤다.
“A3행 양방향 포탈 전개 완료—!”
포탈이 열리며, 일대 공기가 요동치는 것이었다.
이내 후긴이 복귀하여 이현욱의 오른쪽에 내려앉았고,
그는 몸을 돌려 첫 번째 포탈로 걸어갔다.
‘물론, 놈들은 포기하지 않고 성녀를 노릴 거다. 변수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렇듯 이현욱은 늘 변수를 고민하고 대비했다.
하지만 실상은, 이현욱 자체가 가장 큰 변수였다.
그가 다시 한번, 빌런이라는 이름의 트럭의 핸들을 역방향으로 비트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