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64화 (64/221)

64화.  < 음모, 퀘스트, 악마 - 1 >

=============================

서울을 구원한 강철 중대와 그들의 지휘관 이현욱 병장…….

그 두 가지 이름은 지금 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언론은 일주일 내내 강철 중대와 관련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었고,

유명인들도 본인의 SNS를 통하여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어댔으며,

인터넷에서는 당연하게도 최고의 이야깃거리로 소비됐다.

그리하여 엄청난 양의 소문이 생산되는 중이었다.

강철 중대는 사실 정부가 비밀리에 키워오는 특수부대였다거나,

그들 모두가 힘을 숨기고 있던 S등급들인데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낸 거라거나,

오죽하면 4차 웨이브 자체가 조작이며 강철 중대도 가짜라는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나타나질 않으니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

"……저 사람, 자기가 강철 중대라고 한 거야, 방금?"

“예, 그것도 지휘관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천 소재의 제2항마여단 3대대 2소대 병력 전원이 이현욱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만, 강철 중대 지휘관이면……."

"그, 서울을 구해낸 영웅, 이현욱 병장 아닙니까?”

그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어, 맞습니다. 저 얼굴이었습니다!”

이내 이현욱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흠, 벌써 얼굴까지 알아볼 줄은 몰랐는데…….'

이현욱은 노출을 극히 꺼렸지만, 그런데도 그의 신상은 이미 일파만파 퍼진 상태였다.

얼굴, 등급, 소속, 과거 행적 등…….

당연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신분을 완벽하게 숨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벌써 피로감이 몰려왔다만, 유명하기에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긴 있었다.

"소대장님, 저 사람, 그 이현욱 병장이 맞습니다.”

"예, 오늘 아침 뉴스에서 봤던 얼굴과 똑같습니다.”

이렇게 알아서 상황파악을 해주니, 구태여 입 아파질 일은 없는 것이었다.

병사들의 그런 반응에, 이태경 중위의 얼굴이 빳빳하게 굳었다.

그녀는 이현욱의 명찰을 다시금 확인했다.

‘제3항마여단 1대대 소속의 이현욱 병장…….'

그래, 그가 알고 있는 서울의 구원자와 신분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에서 경계심이 사라지고 오히려 어떤 경외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저 작은 지하주차장조차 진압하지 못해서 지원 요청을 했건만, 이 남자는 4차 웨이브를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최대 공적을 쌓았다는 그 영웅이 아니던가…….

"아, 이현욱 병장…… 어떻게 여기에……."

"혹시 제가 잠깐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어? 어, 그래……."

이태경을 비롯한 AMT 병력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죄송하지만, 혹시 무기 좀 빌릴 수 있겠습니까?”

그 순간, 한 병사가 뛰쳐나오며 자신의 장검을 내밀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현욱 병장님, 만약 장검을 사용하신다면 제 무기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영광스럽다는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아니, 이건 뭐야…….'

황당한 반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다.

플레이어계에서 가장 천대받는 AMT 병사가 영웅으로 일컬어지고 있었다.

같은 병사로서 남다른 동경심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음…… 아닙니다. 저는 이거면 됩니다.”

이현욱이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살짝 들어 올리자,

그 병사의 허리춤에서 기본 보급품인 ‘M9(인첸트)’ 총검이 떠올랐다.

“이런 거, 몇 개 좀 빌리겠습니다.”

이내 모든 소대원의 허리춤에서부터 총 17개의 총검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웅——

모두가 고개를 들어 올려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와……."

“이게 바로 그……."

사실 아주 대단한 장면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화염이 터지고 빙벽이 솟아나는, 그런 마법이 있는 세상에서 총검 몇 개 공중으로 띄우는 건 그리 위력적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현욱 병장이라는 사람이 ‘강철의 비’를 몰고 다닌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을 수차례 들은 이상, 이 사소한 장면조차 아주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다소 부담스러운 시선 속에서, 김세희와 박준모가 이현욱의 옆으로 다가왔다.

"흠, 저 사람들이 연예인 쳐다보듯 보고 있는 거 알아요?”

“……벌써 피곤하네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김세희가 보기에도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기는 영 쉽지 않아 보였다.

"저 넝쿨이 출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접근하면 바로 붙잡혀서 끌려 들어갈 텐데요."

지하주차장 안쪽의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보였다.

조금만 가까이 다가간다면, 수십 개의 넝쿨이 달려들어서 사지를 옭아맬 것이었다.

하지만 이현욱은 고개를 저었다.

“위험하죠. 그래서 바로 들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네?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그때, 이현욱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윙—

그건 강정두가 개발한 마법공학 아이템 ‘플라이 아이’였다.

이현욱은 눈을 감으며 그것에 ‘마나 전이’를 하고 ‘마나 연결’을 했다.

- '클라이 아이(프로토타입)’와 '마나 연결’이 시작됩니다.

* 초당 마나 감소 : 2

그러자 그의 시야가, 플라이 아이의 카메라에 맞춰졌다.

- ‘플라이 아이(프로토타입)’와 ‘동기화’되었습니다.

* 사용 가능한 작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나이트 비전

2) 자폭 명령

저 작은 기계 장치 안에 새겨진 마법 회로— 그것들을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아니,

읽어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직감’한다는 게 더 적합할 듯했다.

마치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어떤 이해의 과정 없이도 저절로 해낼 수 있었다.

‘아직 어지럽지만, 점점 익숙해질 것 같다.’

이현욱은 플라이 아이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마치 작은 벌이 된 기분이었다.

웅——

그것은 조용하고 빠르게 날아서 지하주차장 출입구로 들어갔다.

내부는 어두웠지만, 플라이 아이의 ‘나이트 비전’을 통해 무리 없이 어둠을 꿰뚫어 보았다.

꾸드드드——

지옥 손아귀, 그 붉은 넝쿨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운 채 꿈틀거리며, 고무장갑을 비트는 듯한 기이한 소리를 내었다.

뭐랄까, 마치 뱀이 잔뜩 든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해괴망측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플라이 아이’의 작고 조용한 움직임에는 반응하지 않는 듯했다.

‘좋아,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

이내 그 수많은 넝쿨이 뻗어 나오는 단 하나의 지점을 발견했다.

두근— 두근—

그건, 심장 모양의 살덩이였다.

‘저게 바로 지옥 손아귀의 코어다.’

그것은 바닥에 뿌려져 있는 ‘분홍색의 이끼’ 위로 핏줄 같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역시……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옥 손아귀의 자생 환경을 조성했다.’

대체 누가, 왜…… 아직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만, 저 코어를 파괴하면 넝쿨 다발이 죄다 무력화된다는 건 확실했다.

‘음, 자폭 기능을 한 번 써봐? 음……’

그러나 이현욱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플라이 아이’의 가치는 상당히 비쌌다.

꽤 귀한 비행석과 미스릴 합금의 바디, 작동을 위해서 새겨진 마법 회로 등…….

아마도 개당 억 단위를 호가할 듯싶었다.

‘그래도 한 번쯤은 테스트는 해봐야 한다. 중요한 순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그리하여 코어 근처로 다가가서 자폭을 명령을 내리는 순간—그의 시야가 지하주차장 밖, 본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쩌——엉——!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시퍼런 불빛 터져 나오더니, 건물이 한바탕 흔들거렸다.

“어, 뭐야……."

"그러게, 대체 뭐가 터진 거지?”

등 뒤, AMT 병력이 당황한 듯 웅성거렸다. 그들로선 무슨 폭발인지 당최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란 건 김세희와 박준모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방금 그거, 이현욱 병장님께서 하신 겁니까? 아니면……."

"맞아, 신기술 테스트 좀 해본 거야.”

“아……."

"입구를 막고 있는 놈이 죽어서 이제 진입할 수 있을 거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괜찮은 파괴력이었다.

폭발 주문이 담긴 마법 회로를 새겨넣은 듯했다.

‘역시 강정두, 평소에 마법공학을 자주 다루지 않았을 텐데도 실력이 상당하다.’

이현욱은 17개의 M9 총검을 앞세운 채 지하주차장 입구로 다가갔다.

"아, 그런데 두 사람은 후방에 대기하세요. 일단 저 혼자 진입할게요.”

"……네? 왜요?”

“둘 다 ‘나무 속성’에는 데미지를 못 주잖아요.”

김세희는 ‘바람’ 박준모는 ‘전기’ 둘 다 나무에는 젬병인 속성이었다.

그건 솔직히 ‘금속’도 마찬가지였다만, 이현욱은 상성을 뛰어넘을 힘이 있으니 괜찮았다.

"아니, 그래도 혼자서 들어가는 건 좀……."

이현욱은 언제나 혼자서 잘 해냈다. 그건 김세희도 잘 알았다.

특히나 청룡산을 향해 몸을 던지던 모습이란 정말이지……,

하지만 그런 그가 기절하는 걸 방금 보았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신호를 줄게요.”

"그래도 저희가 바로 뒤에서라도 쫓아가는 게 낫지 않아요?”

이현욱은 고개를 저었다.

"내부는 어둡고 저 넝쿨이 사방팔방에 붙어 있어서 여러모로 곤란해질 수도 있어요.”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김세희는 입술을 샐쭉 내밀었다.

"아, 예— 그런데 그런 총검만으로는 좀 그럴 텐데, 무기라도 좀 제대로 챙겨가시죠?”

그녀가 공방에서 가져온 장검 한 자루를 내밀었다.

하지만 이현욱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양손을 펼쳤는데 …….

쩌저저저——

그의 손바닥에서부터 금속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선형으로 꼬이며 점점 길어지더니, 이내 하나의 단단한 창이 되었다.

언뜻 봐도 몸에서 강철을 생산해낸 것이었다.

"아, 아니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예요?”

그런 마술과 같은 장면을 바라보며 김세희는 새삼스럽게 혀를 내둘렀다.

이현욱의 경우 10kg, 100kg, 1,000kg 단위를 돌파할 때마다 새로운 스킬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건 얼마 전에 금속 통제력이 100kg을 돌파하며 얻은 스킬이었다.

[스킬 정보]

- 이름 : 금속 생성

- 등급 : D

- 효과 : 마나를 소모하여 일정량의 금속을 ‘생성’합니다.

* 해당 금속의 질은 ‘강체화’의 수준과 비례합니다.

* 스킬 적용 대상의 양에 따라서 소모 마나가 달라집니다.

‘현재 내 강체화 강도 정도면 희귀 등급의 무기보다 강도가 높을 거다.’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131,451g

***

이현욱은 ‘플라이 아이’를 이마 바로 앞에 두고, 그것의 시야를 기반으로 하여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입구 부근 바닥에는 붉은 넝쿨이 잔뜩 널브러져 있었는데 방금 ‘코어’가 터지면서 말라 죽은 듯했다.

‘하지만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닐 거다.’

지하주차장을 잠식한 엄청난 양의 넝쿨들을 볼 때 몇 마리가 더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발목을 향해 3줄기의 붉은 넝쿨이 뱀처럼 기어 오고 있었고, 이현욱은 재빨리 총검 4개를 쏘아 보냈다.

푹—! 푹—! 푹—! 푹—!

총검이 넝쿨을 꿰뚫고 바닥에 박히며, 그것들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하지만 넝쿨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촥——!

천장에서부터 대여섯 개의 넝쿨이 동시에 날아들어, 순식간에 이욱의 왼팔과 오른팔을 구속했다.

“큭—!”

하지만 이현욱은 쉽게 끌려가지 않았다.

이미 온몸에 강체화를 걸어두었기에 완력이 몇 배나 증가한 상태였다.

그 상태로 모든 금속 통제력을 팔에 실어서, 뒤로 잡아당겼다.

"좋아, 꽤 버틸 만하다.’

콰드드드——!

오히려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넝쿨들이 뜯겨 나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넝쿨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동시에, M9 총검을 조종—넝쿨의 중단을 내리쳐서 끊어냈다.

"후…… 이제 완력도 쓸만한 수준인데?”

이 정도 완력이면 B등급의 전사 계열과 힘겨루기를 해도 될 정도였다.

물론, 그쪽 계통이 ‘스킬’을 쓰고 덤비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찾았다.’

이내 두 번째 ‘코어’를 발견했다.

그는 왼손 위로 ‘금속 생성’을 시도했다.

쩌저저저——

그의 손바닥에서부터 강철이 솟아나며 순식간에 뾰족한 작살처럼 변했다.

그는 그것을 투창하듯 집어던졌는데, 분명 아무렇게 던졌음에도 마치 유도 미사일처럼 날아간 작살은 정확하게 코어에 박혔고, 바로 그 순간—

'—파쇄!’

퍼——억——!

완벽한 스킬 연계로 단숨에 두 번째 ‘코어’를 산산이 조각내 버렸다.

이어서 세 번째 지옥의 손아귀는 특이하게도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앞서 두 놈을 제거하여 넝쿨 숫자가 확연하게 줄었기에 훨씬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3마리가 끝이다.’

그는 위험요소가 없어진 걸 재차 확인한 뒤, 플라이 아이를 퍼뜨려서 주차장 안을 수색했다.

이내 한쪽 구석 벽면에서 납치된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붉은 뿌리에 뒤엉킨 채 매달려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 다 살아 있다.’

마비 독에 중독되어 혈액순환이 느려지며 체온이 낮아지긴 했다만, 위독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건 함부로 뜯어내면 안 된다. 힐러가 있어야 한다.’

몸 곳곳에 잔뿌리 같은 게 파고 들어가서 핏줄과 엉켜 있었기에 제거와 동시에 치료 마법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과다 출혈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현욱은 어떤 이질감을 느꼈다.

움직임—그러니까 금속의 움직임을 느낀 것이었다.

‘역시…… 누군가 있다.’

애초에 이런 일을 꾸민 사람이 있다고 여긴 만큼,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는 금속의 움직임을 쫓아서 고개를 돌렸다. 주차장은 깊은 곳, 철문이 하나 보였다.

기계실 입구였다.

그 안에서 다수의 금속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현욱은 플라이 아이를 한 개 더 꺼내어 그쪽으로 날려 보냈다.

그런데 그때…….

- ‘마나 메신저(중급)’에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뭐?’

마나 연결과 관련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런데 난데없이 마나 메신저라니…….

이게 대체 어디에 있는 어떤 마나 메신저를 뜻하는 건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아! 설마 저 안에 있는 사람이 쓰고 있는 마나 메신저인가?’

그러고 보니, 마나 메신저 역시 마법공학 아이템이었다.

그것에 ‘마나 연결’한다는 건…… 어쩌면 ‘도청’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마나를 이용한 통신은 전파를 이용한 통신과 비교하여 느리고 제한적이었다.

그렇기에 전파가 교란될 때가 아니라면 평소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단 하나의 압도적인 강점이 있었으니…… 바로 도청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마나 통신을 도청하는 건 고위 마법사…… 아니 최고위 마법사가 필요하다.’

그건 ‘마나 감지’와 ‘흐름 분석’ 쪽에 최고로 특화된 마법사 플레이어만이 가능했는데,

그쪽에 특화된 광역마법통제관 문태호 소령조차 감히 시도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기술이었다.

'그런데 그걸 해킹하듯 엿들을 수 있다면…….'

이현욱은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 ‘마나 메신저(중급)’와 ‘마나 연결’이 시작됩니다.

* 초당 마나 감소 : 1

‘진짜 된다.’

- ‘마나 메신저(중급)’와 ‘동기화’되었습니다.

* 사용 가능한 작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통신 연결

2) 통신 종료

그리고 이내, 대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예, 방금 입구에 쳐놓았던 지옥의 손아귀가 뚫렸습니다. 그래도 이곳에 ‘착시 마법’을 걸어놔서 저희를 찾지는 못할 겁니다. 예, 작업은 마무리 단계입니다.

은밀한 목소리…….

이건, 저 기계실 안에 있는 인물의 목소리인 듯했다.

- 그래, 이쪽 작업도 마무리되고 있으니까, 20분 뒤에 약속 장소에서 합류한다.

이건, 그와 통화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 예, 혹시 현재 퀘스트 진척도가 어느 정도인지 들으셨습니까?

- 그건 신경 꺼라, 주인님이 알아서 하실 테니…… 우리는 그냥 하라는 일만 잘 하면 돼. 어차피 ‘악마’는 이른 시일 내에 서울에 소환될 거다.

-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은 짓을 할 뻔했군요. ‘재앙의 파편’이나 열심히 캐겠습니다.

역시나 그 통화 내용은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저나 퀘스트라…….'

언제나 그렇듯, 이 ‘퀘스트’라는 건 그리 쉽게 부여되는 게 아니었다.

그것도 집단 단위로, 지금 이 순간 서울에서 음모를 꾸밀 만한 집단이라면.......

'빌런들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는 건가…….'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면, 그는 ‘변수’가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일단은…… 확실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현욱은 기계실로 가까이 접근한 뒤, 약 10m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철컥—

금속 통제력을 활용하여 문을 열고는, 그 안으로 플라이 아이를 집어넣었다.

윙——

그러나 기계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도 앞서 통화 내용에서 언급되었듯 ‘착시 마법’이 기능하고 있는 듯했다.

- ……누군가 근처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이현욱의 접근을 알아차린 듯했다.

'아마도 기계실 입구에 감시 장치를 달아둔 모양이다.’

어쨌든, 그렇게 마나 통신이 끊어졌는데…….

- ……가까이 왔다. 모두, 소리 내지 마.

'……뭐야, 계속 들리잖아?’

놀랍게도 통화 중이 아닐지라도 마나 메신저의 ‘스피커’를 통하여 주변의 음성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도청이었다.

- ……음 아직도 한 놈입니다. 어떻게, 후딱 처리해 버릴까요?

- 아니야, 밖에 떼거리로 모여 있는 것 같은데 잘못 건드렸다가는 골치 아파질 거다. 우리의 제1 목적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거야. 다만…… 가까이 다가오면 들킬 수도 있으니까, 순식간에 처리해서 이 안으로 시체를 숨긴다.

- 예, 그럼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이현욱은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귀게스의 반지 (영웅)

- 효과 : 마나를 불어넣을 시 30초간 투명 상태가 됩니다.

이건 마지막 침식 요인을 공략하고 얻은 물건이었다.

이현욱은 이 아이템을 믿고 조금 더 진입해보기로 했고, 천천히 걸어서, 기계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그래, 벽 안이다.’

5개의 금속의 움직임이 벽 너머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 놈이 방금 기계실 안으로 들어왔다. 더 가까이 다가오면 은밀하게 처리한다.

이현욱은 ‘플라이 아이’를 그 벽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역시나 자연스럽게 벽을 통과해 들어갔다. 이 벽이 ‘착시 마법’인 듯했다.

이내 그의 눈앞에 벽 안쪽, 내부의 전경이 펼쳐졌다.

어두운 동굴이었는데, 통로 양측으로 횃불이 켜져 있었다.

‘이건…… 이벤트 맵인 것 같은데.......'

평범한 상가의 지하에 이런 공간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 생성된 특별한 ‘이벤트 맵’이 분명했다.

‘그리고 아마도 놈들의 퀘스트와 관련이 있다.’

이현욱은 종전의 통화 내용 중 ‘악마’라는 단어가 거슬렸다.

그가 아는 악마라면…… 결코 쉽게 넘길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건 월드 보스 몬스터 만큼이나 까다로운 몬스터다.’

그런데 그게 서울에 소환될 예정이라고, 정체불명의 남자가 말했다.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라면, 이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그는 벽 안으로 과감하게 몸을 던지며 귀게스의 반지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 어! 놈이 안으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 미친놈, 감이 좋은 놈인 것 같은데, 운은 없군!

하지만…….

- 어라, 놈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 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어…….

다음 순간, 놈들 전체가 숨을 죽였다.

침입자를 찾기 위하여 오감을 연 채 사방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고,

오로지, 단 한 가지 소리만을 들을 수 있었다.

쩌저저저----——

등 뒤에서, 무언가 딱딱한 것이 솟아나는 듯한, 기이한 소리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