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58화 (58/221)

58화.  < 서울의 구원자들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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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저거 뭐야!”

3명의 남자가 관악구의 한 빌딩 옥상에 서 있었다.

그들은 하늘에 떠오른 거대한 화염 구체 ‘세미 아마켓돈’ 바라보고 있었다.

“마, 맙소사……."

이내 그것이, 철갑독충 온상지인 청룡산에 내리꽂혔다.

다음 순간, 산이, 통째로 날아갔다.

콰——아——아——!

엄청난 열풍이 몰아쳤고, 빌딩 위의 남자들은 바닥에 넙죽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흙이 후두두— 비처럼 쏟아졌다.

“제, 젠장, 갑자기 이게 무슨……."

"큭! 조장님, 괜찮으십니까?”

“윽, 그래도…… 침식 요인은 멀쩡한 거지?”

한 남자가 입가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물었다.

"다행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 퀘스트 실패가 안 떴습니다.”

"미친, 대체 저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이들은 추교용의 부하들, 즉, 빌런이었다.

그들은 강철 중대의 접근을 확인한 뒤 ‘철갑독충’을 유도, 그들을 쓸어버릴 요량이었다.

이번 웨이브 때 빌런에게 주어진 특별한 아이템을 사용하면 그게 가능했다. 모든 게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듯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누군가에 의해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다.

"아 씨, 이러면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 칙— 야! 야!

그때, 바닥에 내려놓은 마나 메신저에서 누군가의 호통이 들려왔다.

"헉! 조장님…… 티, 팀장님께 교신 온 것 같습니다.”

조장이라고 불린 남자는 마나 메신저를 쥐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버튼을 눌렀다.

"예, 팀장님, 접니다!”

- 칙— 씨발, 방금 그거 뭐야? 폭발 맞지? 대체 무슨 폭발이 그렇게 커—!

심술이 가득한 목소리가 고성을 내질렀다.

팀장, 추교용이었다.

"그게 아마도…… 아크메이지, 그 남자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아크메이지(Archmage), 현재 웨이브 존에 있는 플레이어 중 가장 랭킹이 높은 자였다.

- 뭐? …… 확실해?

"그, 텔레포트로 등장해서 그 정도 파괴력의 마법을 시전할 만한 마법사 플레이어라면 아크메이지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 젠장, 역시 그 인간, 걸림돌이 될 줄 알았어! 어떻게든 밖으로 빼냈어야 했는데…….

빌런들은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에 방해가 될만한 실력자들을 어떻게든 웨이브 존 밖으로 빼돌리려고 물밑 작업을 펼쳤다. 그 결과 서울은 그 어느 때보다 텅텅 빈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전력 공백을 만들고, 남은 전력을 초장에 타격하여 무력화한다.

그게 바로 빌런의 웨이브 전략이었다.

그러나 최정철이나 김강석처럼, 그 미끼를 물지 않은 이들도 소수 있었다.

- 씁— 그런데…… 이건…… 그래, 오히려 잘 됐다!

무슨 이유에선지, 추교용은 낄낄 웃기 시작했다.

"......예?"

- 최정철 그 인간은 한 방에 몰방해서, 그 스킬 다시 쓰려면 12시간이 필요할 거야.

최정철은 ‘아크메이지’ 즉 대마법사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실은 모든 마법이 다재다능한 게 아니었다. 그의 마법은 오로지 광대한 범위 엄청난 파괴력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스킬은 으레 한 번 사용 후 ‘재사용 대기 시간’이 엄청나게 길기 마련이었다.

무려 12시간이다.

- 즉, 놈이 없으면 침식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직접 저 벌레 떼를 뚫고 가야만 할 텐데…… 내가 놈들이랑 합류해서, 앞장서서 놈들과 함께 뚫고 들어가는 척을 하다가…….

"오......."

- ……한 번에 깡그리 잡아 죽이는 거다.

빌런의 계략이 성공 확률이 높은 이유는 아무도 그들의 속내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팀장님, 그래도 그 강철 중대인가…… 게들은 좀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상하게도 제3항마여단 1대대, 특히나 강철 중대와 마주한 모든 빌런이 실종되었다.

그 점에 관해, 이들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단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하지만 추교용은 콧방귀를 뀌었다.

- 야, 오택진, 너는 인마, 내가 걔들하고 같다고 생각하냐?

“아! 물론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A등급 플레이어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악마의 조련사 추교용, 그가 부리는 몬스터들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

4차 웨이브가 서울을 잠식한 지 3일이 지났다.

웨이브 존에서 벌어진 중요 사건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세계로 전해졌으며,

지난 3일간, 세상은 오로지 4차 웨이브에 관한 이야기만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건 단연 ‘강철 중대’였다.

‘아마도 거의 모든 뉴스가 머리기사에 우리의 이름을 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웨이브 존 밖에서 보기에는, 강철 중대가 홀로 싸우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었다.

안양 듀오의 공략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오직 강철 중대만이 성과를 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각기 다른 지역에서 서울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이기적인 이들이 유독 많아서 그렇지, 정의감이나 사명감을 지닌 플레이어도 적지 않다.’

서은하와 최영준만 하더라도 남산 일대에서 두 개의 게이트를 공략했으며, 그 외에도 각지에서 플레이어들이 활약, 현재 서울 전역에서 약 스무 개 개량의 게이트가 공략되었다.

즉, 웨이브에 맞서고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절대 적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렇게 맞서 싸우던 사람들의 힘을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마지막 침식 요인은 강철 중대 단독 작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침식 요인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철갑독충 군집을 뚫고 들어가야만 하는데, 그 방법은 단 하나……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화력이 필요하다.’

비록 단 한 방에 그쳤지만, 최정철의 ‘세미 아마켓돈’이 적지 않은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 사이에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 특히나 최대한 많은 전격 스킬 아이템을 모은다.’

철갑독충 떼가 아무리 많이 모이더라도 마치 해충 잡듯 없애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게 이현욱이 낸 계획이었고, 최정철이 지지해주었다.

"아아ㅡ 웨이브 존 전역의 플레이어에게 지원 요청합니다! 현재……”

그리하여 통신병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사방팔방으로 마나 통신을 보내어 지원 요청을 했고, 웨이브 밖 <서울 침식 대응 본부> 역시 이 메시지 전파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이내 웨이브 존의 플레이어들이 속속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쪽, 은천동 쪽에서 차량 3대가 들어옵니다!”

"흑석동 지역에 있는 11명의 플레이어가 합류하겠다고 합니다.”

20분도 안 되어, 집결지인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이백여 명이 모였다.

물론 그들이 전부 쓸모 있는 전력인 건 아니었다.

“씁— 어중이떠중이까지 다 모이는 것 같은데……."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구령대, 고진한이 플레이어들의 쭉 훑으며 그렇게 푸념했다.

그는 한 젊은 플레이어들 그룹을 보며 혀를 찼다.

그들은 튼 살 하나 엎는 뽀송뽀송한 피부에 불필요하게 차려입은 패션 등,

딱 봐도 전투 경험이 거의 없어 보였다.

고진한은 그들을 턱 끝으로 가리키며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이 중대장, 쟤들이 과연 지금까지 웨이브에 대응하고 있었을까요?”

“……글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어디 쉘터에 틀어박혀 있다가, 숟가락이라도 얹어 보려고 나온 것이었다. 침식 요인에 영웅 등급의 아이템과 거금이 걸려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

"쯧쯧, 상황이 완전히 바뀐 거지 뭐, 하루가 다르게 침식 요인을 깼다는 소식이 들려오니까, 슬슬 안전불감증이 도지는 거지…… 젠장, 세상 물정 모르는 놈들......."

그리고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그들은 마나 메신저 하나씩 쥐고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댔는데, 이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웨이브 존 밖으로 퍼 나르는 것이었다.

이렇게 불순물도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뭐, 망나니들보다는 쓸모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 거다.’

이현욱은 운동장의 구령대에 서서 침식 요인, 청룡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이번에는 벌레 떼가 아닌, 진짜 연기였다.

세미 아마겟돈 이후로, 청룡산은 아직도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저 정도의 열기로는 철갑독충에게 아무런 해도 못 끼칠 거다.’

지금도 게이트에서 분당 수십 마리씩 기어 나오며 그 숫자를 불리고 있을 터였다.

‘아직 뚫고 들어갈 수는 없다. 화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추교용이 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이쪽으로 헐레벌떡 달려왔다.

여단장의 부속 실장이었다.

“—여단장님!”

구령대 한쪽에서 대화 중이던 최정철과 김강석이 고개를 돌렸다.

"헉— 헉— 방금,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할 예정입니다.”

"……응? 안양 듀오가 벌써 왔나?”

엄청난 지원군, 그 휘황찬란한 수식어에 모두가 그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부속 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분들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30분 정도 더 걸린다고 했습니다."

"음, 그럼 누가 왔는데그래?”

부관는 침을 꼴깍 삼키고, 입을 열었다.

“악마의 조련사, 추교용이 도착했습니다!”

악마의 조련사 추교용, 그는 대한민국 플레이어 랭킹 68위의 플레이어였다.

이 자리에서 최정철—38위를 제외한다면, 그 누구보다 강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등장 소식에 딱히 환호하는 이는 없었다.

"엄청난 지원군이긴 하군, 제멋대로 구는 인간이라서 문제지만……."

이렇듯, 추교용의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다.

특히나 김강석은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추교용은 악마의 조련사라는 별명답게, 잔혹한 구속 마법으로 몬스터를 테이밍했다.

그리고 그가 한동안 각종 매체에 출현하여 권속을 부리는 플레이어 중에서 제 권속에게 정을 주는 것들은 멍청한 놈들이라고 비웃고 비난하는 발언을 수차례 해댔었는데,

김강석 역시 자신의 권속인 야수들과 교감하는 드루이드로서,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추교용이 이곳에 온 이유를 이현욱은 눈치챘다.

‘내부에 섞여서 제 목적을 향해 핸들링하려는 거다.’

그건 빌런의 주특기였다. 자신의 사악한 속마음을 주변 사람들이 알 리가 없으니, 평범한 가면을 쓰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제 입맛대로 조종하기가 아주 손쉬울 터였다.

'하지만 내가 빌런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을 테지……’

강철 중대에게 빌런들이 연이어 당한 걸 이상하게 여기긴 할 테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의 정체가 들켰다고는 생각 못 할 것이었다.

그만큼, 이 시대의 빌런 조직은 완벽한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였고, 자신들의 정체나 목적이 들통날 일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삐—익—삐—익—

이내 거대한 트레일러를 실은 트럭 한 대가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바로 저 안에, 놈이 부리는 ‘좀비 몬스터’들이 잔뜩 타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저 안의 어딘가에 하트 박스가 있다.’

추교용의 죽지 않은 권속들,

그것들의 심장을 모아놓은 비밀 상자…….

이현욱은 사실 그것들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내가 놈을 제압했으니,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추교용의 부하들을 고문한 까닭은,

그 보관 위치가 과거에는 달랐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으, 벌써 고린내가 진동 동물원도 아니고 무슨……."

고진한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몬스터, 그것도 썩어가는 몬스터를 저런 좁은 곳 안에다가 욱여넣어 놨으니 악취가 발생하는 게 당연했다. 운동장에 모여있던 플레이어들도 인상을 찌푸리며 멀찍이 물러섰다.

푸쉬이——

트럭이 멈추는 공기압 소리가 들리고, 트럭에서 내린 사내들이 트레일러의 문어 젖혔다.

트레일러 안에서부터 붉은 안광들이 떠올랐다.

쿵—

가장 먼저 내린 건 소의 얼굴을 한 근육질의 거인, 미노타우로스(Minotauros)였다.

덩치가 족히 3m는 넘을 법했는데, 트레일러 안에 어떻게 웅크리고 있었는지 의아했다.

"오, 씨발……."

"와, 나 저렇게 큰 건 처음 본다.”

“……저거 진짜 안전한 거 맞아?”

플레이어들이 구경꾼이 된 양 술렁거렸다.

미노타우루스는 트롤보다 강력하며 오우거에 필적하는, 상위 등급 몬스터였다.

저런 걸 실제로 보려면 C등급 1티어, 사냥을 시도하려면 B등급 이상은 되어야 할 터였다.

그런 미노타무르스가 무려 4마리였다.

그것들의 등 뒤에 양날 도끼가 2개씩 매달려 있었다.

언뜻 봤을 때 아다만트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저 두 개를 뽑아 들고 달려드는, 죽지 않는 괴물이라…….

‘저 4마리라면, 트롤 20마리가 달려들어도 다짐육으로 만들어 버릴 거다. 그런데 저 무기…… 내 리빙 아머들한테 들려주면 딱 좋겠는데?'

이현욱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었다.

뒤이어서 오크들이 내렸다. 총 12마리였다.

그 오크들의 피부는 검은색이었으며, 시퍼런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블랙 오크, 중국 상하이의 오크 왕국에서 등장하는 최상위 등급의 오크였다.

일반 오크와 같은 종족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족속이었다.

‘그리고 온갖 강화 주문이 걸려 있어서 보이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다.’

몬스터 테이머는 그저 몬스터를 통제하는 게 아니었다.

그 몬스터들을 성장 혹은 강화할 수 있었다.

‘쟤들, 기억난다.’

저 12마리는 일명 ‘블랙 오크 돌격대’로 불렸었다.

심장을 적출한 뒤, 그 자리에 오리할콘으로 만들어진 ‘마나 발생기’를 넣는다.

그것들은 일종의 마나 엔진으로서, 약 25,000에 달하는 마나를 공급한다.

그렇게 온몸에 식지 않는 ‘오러’가 유지되는 막강한 돌격대, 그게 저것들의 정체였다.

‘도끼는 몰라도, 저건 내가 가진다.’

꿀꺽—

그는 다시 한번 군침을 삼켰다.

쿵— 쿵— 쿵— 쿵—

"어어……."

그것들이 운동장에 늘어서자, 플레이어들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가 목줄에 묶여 있다고 해도 그 위압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목줄이 풀려서, 자신을 향해 달려들 거란 걱정을 하게 되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어어.”

진짜로 문제가 발생했다.

쾅—!

미노타우로스 몇 마리가 플레이어들이 타고 온 차를 깔아뭉갠 것이었다.

"지, 지금 저게 뭐 하는……."

그중에서는 AMT의 기갑수색차량도 있었다.

쾅—! 쾅—! 쾅-! 쾅—!

어떤 놈은 분풀이하듯, SUV 한 대를 연달아 내리치고 있었다.

애초에 이성이라는 게 없는 놈들인 만큼, 종종 저렇게 돌발행동을 하곤 했다.

그러나 트레일러 트럭에서 내린 이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만 했다.

“……왜, 왜 저러는 거예요!”

"아니 씨발, 안 말리고 뭐 합니까?”

보다 못한 플레이어들 일부가 항의하기 시작했다.

“아니, 씨발 저런 놈들이었으면 풀어주지를 말아야 할 거 아니야!”

"맞아요! 당장 도로 집어넣어요!”

그때였다.

"아, 시끄럽네, 진짜—!”

그렇게 소리친 건, 웬 떡두꺼비같이 생긴 덩치 큰 남자였다.

그가 바로 블랙 몬스터 테이머 추교용이었다.

그는 트레일러를 뒤따라온 검은색 세단에서 내려서, 플레이어들을 향해 걸어갔다.

“아니 실수 좀 할 수 있잖아! 그깟 차 몇 대가 얼마나 한다고 지랄은, 내가 다 물어줄게!”

추교용이 그렇게 고함을 치자 항의하던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 뒤로, 미노타우로스와 오크들이 다가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 흐리멍덩한 눈깔 안 보이냐? 응? 오로지 살육만 아는 멍청한 짐승 새끼들이 뭐 때려 부술 수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고 별것도 아닌 거로 다 같이 땍땍거리고 있어?”

"......."

"그래, 짐승 앞에 두고 소리 지르면 쓰나, 그러다가 얘들이 진짜 실수할 수도 있다니까?”

아무도 반론하지 않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돌아섰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 순간에 누군가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병신, 떡두꺼비같이 생긴 게……."

작지만, 귀가 좋다면 들릴 정도였다.

추교용은 홱, 돌아섰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야! 너!”

"예? 저, 저요?’’

젊다기보다 어려 보이는 남자였다.

"그래, 너 이 새끼 이리 와! 너 내가 못 들을 줄......."

"……그쯤 하면 됐습니다.”

그의 말을 끊고 나선 건, 김강석이었다.

“뭐?”

“우리는 여기에 다투려고 모인 게 아닙니다.”

그렇게 두 거구가 마주 섰다.

“아— 김강석? 오랜만이다.”

미노타우로스들이 콧방귀를 뀌며 김강석을 노려보았다.

추교용의 감정을 읽은 듯, 당장이라도 양날 도끼를 뽑아 들 기세였다.

그리고, 김강석의 등 뒤로도 시퍼런 안광들이 떠올랐다.

학교의 옥상,

그곳에 백호, 흑사자, 그레이트 콘도르 등의 난간을 밟고 서서 추교용을 내려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양측의 야수들이 충돌할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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