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 서울의 영웅들-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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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이 ‘하늘 개방’을 명령하는 바로 순간, 변수가 발생했다.
구—우—우—우—웅——!
포탈 생성에 앞서서, 하늘에서부터 정체불명의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에 모든 플레이어와 모든 몬스터, 양측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들이 시선에 맞닿은 지점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하늘에, 시뻘건 글자가 떠오른 것이다.
- 주의! 플레이어 여러분의 놀라운 성과로 인해 <추가 이벤트>가 부여됩니다.
“……저, 전체 공지다!”
아파트 옥상에서 저격을 준비하던 사수 플레이어 중, 한 남자가 그렇게 소리쳤다.
<전체 공지>란, 플레이어의 눈에만 보이는 ‘시스템 메시지’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까지 모두 볼 수 있도록 ‘현실 공간’에 떠오르는 메시지로, 대부분 저렇게 하늘에 엄청나게 거대한 글자가 떠오르는 방식이었다.
즉, 지금 저 내용은 웨이브 존 전역에 있는 모든 생존자에게 보일 것이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지?”
"젠장…… 적어도 좋은 일은 절대로 아닐 겁니다.”
전체 공지 이후 열에 아홉은 재앙이 도래한다.
그건 지난 역사가 증명하는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때, 하늘의 메시지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 주의! 웨이브 존 안에 <월드 보스 몬스터 : 키메라>가 출현할 예정입니다.
"워, 월드 보스 몬스터라니—!”
모두가 경악했다.
“미친, 말도 안 돼……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더니만 이게 무슨……."
"지금까지…… 이런 경우가 있었나요?”
월드 보스 몬스터(World Boss Monster)
그건, 수많은 종류의 보스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며 끔찍한 존재였다.
월드 보스 몬스터는 본디 웨이브의 ‘침식’ 이후에 등장하여 해당 지역의 지배자가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에이전트 레드 드레이크’나 중국 상하이의 ‘오크 국왕’이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존재가 웨이브 2일 차에 등장한다는 소리였다.
그건 마치 1스테이지부터 최종 보스가 등장하는 것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다, 당장 도망가야 해!”
한 남자가 그렇게 소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동료로 보이는 남자가 그의 팔을 잡았다.
“형님! 아직 인질들이 다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닥치고 따라와! 상황 파악이 안 되냐, 너?”
“……예?”
"아직도 모르겠어? 저기 저 꿈틀거리는 알 속에 있는 건 보통의 존재가 아니야!"
남자가 그렇게 말했고 사수들의 시선이 백화점 옥상, 검은 제단 위로 향했다.
꿀럭— 꿀럭—
그 위에서 꿈틀거리는 피막과 핏줄로 둘러싸인 기괴한 살덩어리…….
그것은 분명 종전보다 더욱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안에 있는 무언가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젠장! 저게 바로 그 키메라야! 저게 부화하면 우린 다 끝장이라고—!”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다른 이들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월드 보스 몬스터란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3년 전, 캘리포니아의 ‘에이전트 레드 드레이크’ 토벌 실패 사건을 모두가 기억했다.
단 하루아침 만에 세계 랭킹 TOP100 중 30석이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였다.
즉, 저 존재는 여기에 있는 플레이어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저, 저도 갈래요.”
"그래, 일단 우리부터 살아야지……."
사수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도주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최태용을 비롯한 강철 중대원들은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다른 명령이 떨어지지 않는 한, 후퇴란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리고 여전히 다른 명령은 없었다.
즉, 강철 중대의 작전은 속행될 것이었다.
“이현욱 병장님…… 도대체……."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옥상에 홀로 서 있는, 이현욱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대박이다."
이현욱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메시지를 본 이들 모두가 절망하고 있었지만, 정작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이현욱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 메시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다.
‘월드 보스 몬스터, 키메라가 곧 부화한다. 단, 본래 시간보다 무려 2일이나 이르게…….'
저기 저 검은 벽돌로 쌓은 제단 위에서 꿈틀거리는 살덩이, 알주머니가 보였다.
흑마법과 인신 공양, 그 끔찍한 주술로 탄생하는 저주받은 괴물, 키메라…….
놈은 본디 웨이브 4일 차,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일 뒤에 탄생한다.
이곳에 있는 결계와 몬스터는 사실 전부, 저 키메라를 안전하게 키워내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공중 폭격에 이어서 결계가 파괴되고 수많은 플레이어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다종족 흑마법회’의 당초 계획은 틀어질 수밖에 없었고,
너무 이르지만, 지금이라도 부화시키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즉, 아직 미완성 상태인 키메라를 다급하게 소환하는 것이었다.
‘2일 뒤에 완성체로 부활했다면 상대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일종의 미숙아다.’
달리 말하자면, 엄청난 값어치를 지닌 사냥감을 손쉽게 사냥할 절호의 기회였다.
- 칙— 예정대로…… 진행합니까?
마나 메신저에서 다소 긴장한 목소리—그것도 존댓말이 흘러나왔다.
당연하겠다만, 하늘에 떠오른 메시지 때문에 심히 당황한 듯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신경 쓰지 않고, 계획대로 진행한다.”
- 칙— 수신 확인, 링크 마법 즉시 시전한다.
이내, 백화점의 주차장에 늘어서 있던 강철 중대의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시작했다.
이현욱은 그 장면까지만 본 뒤,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아아아—!
자신을 향해,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현욱은 왼손을 앞으로 뻗은 다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볍게 휘둘렀다.
촤——악——!
거검 모글레이가 우에서 좌로 종단하며 오크 5마리가 반으로 갈라버렸다.
끅—?
그 엄청난 괴력에, 뒤이어 달려들던 놈들은 주춤거렸다.
그래, 충분히 겁에 질릴 만한 장면이었다.
이현욱이 한 걸음을 나아가자, 놈들은 두 걸음 물러났다.
그런데……
끄아아아——
놈들의 눈동자가 갑자기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흑마법사의 광포화 주술이다.’
이현욱은 ‘제단’ 쪽을 바라보았다.
그 주변에 붉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놈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대다수가 제단 위의 키메라를 향해 어떤 검은 에너지를 주입 중이었고,
서너 마리 정도가 이쪽을 향해 손을 뻗고 광포화 주문을 걸고 있었다.
"쓸모없는 짓을 하는군.”
광포화(狂暴化) 주술에 걸리면 두려움을 잊고, 말 그대로 미친 것처럼 달려든다.
하지만 겁이 사라진다고 한들, 모글레이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현욱은 손짓 몇 번만으로도 그것들을 죄다 쓸어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중, 거대한 그림자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쿵— 쿵— 쿵— 쿵—
트롤, 오크와 놀 따위로 막을 수 없으니 이번에는 그 녹색 거인을 내보낸 것이었다.
놈은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는데, 도끼 머리의 크기만 해도 사람 몸통보다 커 보였다.
그어어어어—!
놈은 괴성을 내지르며, 이현욱을 향해 그 거대한 도끼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이현욱은 모글레이를 양손으로 쥐고, 온몸에 강체화를 입혔다.
쩌저저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완력—동시에 모글레이의 끝에 모든 금속 통제’을 실었다. 그렇게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힘을 담아서 날아드는 도끼날을 향해 그 거검을 휘둘렀다.
쩌——엉——!
두 개의 거대한 쇳덩어리가 충돌하며 가공할만한 충격파가 일어났다.
"큭—"
이현욱의 다리가 허공으로 살짝 뜨더니, 뒤로 30cm 밀려났다.
'큭! 아직 트롤과 맞설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저런 거인을 완력으로 이길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까가가가—강——!
다시금 맞부딪친 두 쇳덩이 사이에서 시뻘건 불똥이 일어나는 순간,
이현욱은 그 불똥을 연막 삼아 ‘페일 노트’를 쏘아 보냈다.
놈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고, 페일노트가 놈의 왼쪽 눈을 꿰뚫었다.
푹—!
일순간, 절반의 시야를 잃자 놈은 움찔하며 뒤뚱거렸다.
‘지금이다!’
이현욱은 놈의 왼쪽—시야 밖으로 내달리며 모글레이를 아주 낮게 휘둘렀다.
퍼—억—!
그 일격에 놈의 왼쪽 발목이 날아갔고, 놈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엎어졌다.
쿵—
그렇게 무방비가 된 놈의 목덜미를 향해, 힘이 실린 모글레이가 낙하했다.
퍽—! 퍽—! 퍼—억—!
그 두꺼운 목덜미를 쪼개는데 단 3번의 내리침이면 충분했다.
"후......."
이현욱은 숨을 고르며 트롤의 사체를 돌아나갔다.
바로 그때…….
쩌—어—어—어—엉—!
제단이 쪽에서 시커먼 빛줄기가 쏟아 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알주머니가 터지며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키메라, 그것이 태어나는 것이었다.
"그래, 차례대로 나와주면 나야 고맙지, 뭐.”
좌우에 늘어서 있던 흑마법사들이 긴 막대로 피막을 벗겨주자,
시뻘건 살덩어리가 미끄러지듯 흘러나와, 제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끄에에에에…….
- 월드 보스 몬스터 '키메라’가 출현했습니다!
그건 몸길이가 7~8m에 이르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었다.
온몸에 촉수 다발이 돋아나 있어서 얼핏 보면 거대한 말미잘 덩어리인 것 같았다.
촉수 틈 사이로 드러난 머리는 갓 태어난 새의 대가리와 비슷했다.
분홍빛의 꺼끌꺼끌한 피부, 큼직한 눈동자, 부리 같은 게 달려 있었는데…….
께에에에에——!
놈이 힘찬 괴성을 지르자 부리가 4방향으로 갈라지며 8개의 혀가 튀어나왔다.
‘역시 내 기억 속 모습보다 한참 덜떨어지는 모습이다.’
역시나 이틀이나 일찍 탄생한 만큼, 그 외형조차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 칙— 링크 전개 완료—!
때마침,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강철 중대의 마법사들이 쏘아낸 빛줄기들이 백화점 위 허공에서 응집했고,
이내 천둥 같은 굉음과 함께 거대한 통로—포탈이 개방되었다.
드디어, 하늘이 열렸다.
"저 녀석, 태어나자마자 쓴맛 좀 보겠는데……."
이현욱은 미소를 머금었다.
- 칙— 대대 무기고 발 포탈 전개 완료! 유효 시간은 3분입니다!
“좋아, 지금부터…… 저 괴물한테 영영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을 준다!”
이현욱은 그렇게 외치며 포탈을 향해 손을 뻗고, 눈을 감았다.
포탈 안쪽, 대대 무기고에 늘어서 있는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느껴졌다.
그는 그것들을, 구명 밖으로 일제히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쉬—쉬—쉬—쉬—쉬—쉬—!
수백 개의 장병기가 낙하하여 백화점 옥상을 향해 맹렬하게 쏟아져 내렸다.
광포화에 걸린 몬스터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 광경을 그저 멍하니 쳐다보았다.
콰—과—과—과—과—과—!
강철비가 내리꽂히자, 제단 주변을 지키고 있던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와르르 쓰러졌다.
가공할만한 한 방이었다.
‘하지만 키메라한테는 먹히지 않는다.’
키메라의 몸에도 대여섯 개의 창이 박혔지만, 그다지 큰 데미지는 없어 보였다.
그저 성가시다는 듯, 촉수를 움직여 제 몸에 박힌 창을 뽑아 던져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메인이 아니야.”
그 강철비 사이에 어떤 ‘거대한 것’들이 섞여 있었다.
- 해당 리빙 아머의 ‘마스터 권한’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총 12대의 리빙 아머가 강철비와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들은 구체 관절 인형처럼 맥없이 자유낙하하고 있었는데,
이현욱이 손을 뻗어 금속 통제력을 부여하자…….
웅—
12기에, 동시에 시퍼런 안광이 점등했다.
그리고 지상에 추락하기 직전, 자세를 고쳐잡았다.
쿵—쿵—쿵—쿵—쿵—쿵—!
안정적인 착지였다.
절그럭— 절그럭—
무쇠 갑옷의 공수부대원들이 몸을 일으켰다.
끄에에에——!
그 충격에 놀란 듯, 키메라가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갓 태어나서 그런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비틀거렸지만,
제 영역을 침범한 리빙 아머가 언짢은지 그쪽으로 촉수를 휘둘러댔다.
"아니, 아직도 아니야. 진짜 선물을 따로 있다.”
이현욱의 손은 여전히 포탈 쪽을 향하고 있었고, 마지막 물건을 끄집어냈다.
촤—라—라—라—라—!
그건 쇠사슬이었다.
정확히는 신성력이 부여된 쇠사슬이었으며, 양쪽 끝에 날카로운 ‘갈고리’가 달려 있었다.
‘좋아,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만들어놨다.’
이 역시도 강정두의 작품이었다.
이현욱은 오늘 아침 대대장과 교신 했을 때 이런 쇠사슬을 만들어주길 요청했다.
그 이유는 좀비 트롤을 제압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저 거대한괴수 ‘키메라’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절그럭— 절그럭—
리빙 아머들이 그 쇠사슬을 집어 들어서, 키메라를 향해 내던졌다.
총 6개의 갈고리가 키메라의 연약한 몸뚱이에 박혔고, 리빙 아머들이 일제히 힘을 주어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키메라의 거대한 몸뚱이가 맥없이 철퍽— 주저앉았다.
끄에에에——!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갓 태어난 만큼 아직 힘이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구속된 놈을 향해 6기의 리빙 아머가 위력적인 투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당하는 걸 눈 뜨고 보고만 있을 흑마법사들이 아니었다.
놈들은 강철비를 피하고자 잠깐 몸을 숨겼을 뿐,
다시금 제단 근처로 모이며 양손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고오오——!
그러자 그들의 손아귀에서 보라색 마법진이 피어올랐고,
이내, 포탈보다 높은 곳에서 보라색 구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우르르——!
'저건…… 광역 낙뢰 마법이다.’
그 징조에, 이현욱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낙뢰 마법은 일반적인 전격 마법보다 휠씬 파괴적이며 즉발적인지라, 방심했다가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버릴 것이었다.
일순간 세상이 하얗게 물들며, 낙뢰가 옥상으로 내리꽂혔다.
쩌——엉——!
그것에 직격당한 리빙 아머 1기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쩌——엉——!
재차 낙뢰, 리빙 아머 2기가 처참하게 분리되며 이리저리 흩어졌다.
잠깐 사이에 무려 3기의 리빙 아머가 리타이어됐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수많은 이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상황이 절대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 이현욱이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지금이다.’
키메라를 경호하고 있는 모든 흑마법사의 신경이 리빙 아머 쪽으로 집중되었다.
즉, 이현욱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진 상황이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적이 보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왼손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가, 바닥을 향해 아주 강하게 휘둘렀다.
퍼——억——!
살벌한 굉음, 역시나 모글레이였다.
그것이 키메라를 관통했다.
끄에에에.......
그러나 종비 트롤과 다르게 놈은 그 한 방으로 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쇼크웨이브—”
이현욱은 그렇게 읊조렸다.
그러자, 모글레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웅—!
모글레이의 본디 질량은 수십 톤에 이른다.
다만 마법으로 ‘봉인’ 억제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응집된 질량을 순간적으로 개방하여 엄청난 충격파를 발생시키는 스킬, 그
게 바로 쇼크웨이브(Shockwave)였다.
이현욱은 놈의 머리통에 모글레이를 꽂은 채 그것을 발동했고,
일순간, 모글레이의 거대한 몸체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부르르 떨리더니.......
터—어—어—엉—!
엄청난 파동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일대의 공기가 마치 물결처럼 파르르 떨렸으며, 그 주변에 서 있던 흑마법사들이 죄다 날아가고, 벽돌로 만들어진 제단이 무너져 내렸다.
당연하게도 키메라의 머리통은 산산이 조각났다.
후두두— 후두두—
마치 늙은 호박을 터뜨린 것처럼, 놈의 살점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 축하합니다! 월드 보스 몬스터 ‘키메라’를 처치하였습니다!
동시에 하늘에 떠 있던 ‘전체 공지’의 내용이 갈아 치워졌다.
- 해당 지역에 발생한 ‘월드 보스 몬스터(키메라)’가 퇴치되었습니다.
“됐다.”
월드 보스 몬스터 출현 소식으로 세상이 좌절에 빠진지 단 5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로 인해 세상은, 한동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 축하합니다! 특별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월드 보스 몬스터라는 엄청난 존재를 잡은 만큼, 당연하게도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세 내용을 확인할 틈이 없었다.
키메라를 처치했지만, 침식 요인을 제거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골칫거리인 흑마법사들을 청소할 필요가 있었다.
그놈들은 지금, 쇼크웨이브의 파동에 휘말리는 바람에 기절한 상태였다.
이현욱은 페일노트를 쏘아보냈다.
쉬—익—!
그런데 어디선가 날아온 검은 구체가 이현욱의 페일노트를 튕겨냈다.
"네가 보스 몬스터구나?”
붉은 로브를 뒤집어 쓴 피부가 붉은 오크, 레드 오크였다.
다종족 흑마법회의 보스 몬스터 ‘고위 흑마법사’가 분명했다.
놈은 이현욱을 노려보더니 별안간 등을 돌렸다.
그리고 텔레포트를 써서 약 20m 떨어진 곳, 난간 위에 나타났다.
설마 도주하려는 걸까?
하지만 침식 요인을 두고 도주하는 건 말도 안 됐다.
그런데 놈은 씩, 웃더니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현욱은 놈의 시선을 따라가 그쪽을 바라보았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박준모의 인솔을 따라서, 수백 명의 민간인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너 지금 무슨 생각을……."
사악한 미소를 보아하니, 이현욱이 예상하는 게 맞았다.
‘민간인을 죽인 뒤, 그 영혼을 흡수하려는 거다!’
애초에 키메라 부터가 사람의 생명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생명체였다.
즉, 저놈은 ‘생명력’을 다루는 흑마법사였다.
즉, 인간을 학살한 뒤 그 영혼을 이용하여 힘을 보충하려는 속셈이었다.
저 수백 명의 민간인 위로 낙뢰가 떨어진다면, 단숨에 수십 명이 죽을 것이었다.
"박준모— 당장 피해!”
그 외침에, 박준모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흑마법사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쩌——엉——!
보라색 구름이 토해낸 한 줄기의 낙뢰가 민간인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그런데…….
파지지지지——
광속으로 날아들던 낙뢰가…… 허공에 우뚝 멈춰섰다.
"......."
어느새 박준모의 오른손이 하늘을 향하고 있었고,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시퍼런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헉—!”
……박준모 본인도 놀란 표정이었다.
이현욱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박준모…… 전류 통제력의 섬세함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랐다.’
박준모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양손을 옥상으로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멈춰 있던 낙뢰가, 그쪽으로 쏘아졌다.
쾅—!
그러나 정확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고, 백화점 4층을 강타했다.
직후 박준모는 비틀거리더니 코피를 죽— 흘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통제력 이상을 발휘해서 몸에 무리가 간듯했다.
"잘했어—!”
그사이, 이현욱은 놈에게 쇄도하며 페일노트를 쏘아 보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놈의 손바닥이 다시 한번 박준모를 향했다.
쩌——엉——!
두 번째 낙뢰가 떨어졌다.
박준모는 조금 전의 충격으로 인해 미처 막아낼 힘이 없는 듯했다.
다만, 민간인들과 멀리 떨어진 뒤 자신을 향해 그 낙뢰를 유도했다.
콰——앙——!
낙뢰가 내리꽂혔고,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아스팔트가 움푹 파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 어라…… 이게 무슨……."
분명 제대로 적중했건만, 박준모는 아주 멀쩡했다.
그리고 시퍼런 전류가 꿈틀거리며 박준모의 몸으로 흡수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