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41화 (41/221)

41화.  < 강철 중대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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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대 지하의 지휘통제실, 그곳에 대대의 주요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간부들은 물론이거니와 이현욱을 비롯한 일부 병사 분대장들도 자리했다.

그리고 지금, 김강석과 동행하여 복귀한 지원과장 박택수 대위가 브리핑하고 있었다.

"여기 보십시오.”

스크린에 사진이 한 장 걸렸다.

그건 서울의 위성 사진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눈에 띄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중심에 거대한 흰색 원이 그려져 있었다.

언뜻 보면 구름인가 싶었지만, 그렇기에는 너무나 정직한 원형이었다.

"보시다시피 서울역 중심으로 10km 반경이 시스템에 의해서 ‘폐쇄’되었습니다.”

거듭되는 전투 때문에 알지 못한 사실이었다.

"역시나 돔 형태지만 ‘언럭키 이벤트’ 때와 다르게 출입조차 불가능합니다. 완전 고립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차단 마법은, 웨이브 외에는 대마법사 안톤 마카체프의 ‘스피어 필드’밖에 없기도 했거니와…… 하늘이 보라색으로 바뀌었으니, 예, 웨이브가 확실합니다.”

당연하지만, 결론은 그렇게 났다.

"......인류가 걱정했던 4차 웨이브, 그 발생지가 바로 이곳, 서울입니다.”

웨이브(Wave)

이 게임이 선사하는 최악의 재앙…… 몬스터가 파도처럼 밀려 들어와 인류의 터전을 작은 나룻배처럼 뒤집어버리는, 그런 길고 긴 지옥의 이름이었다.

지금까지 총 3차례의 웨이브가 벌어졌으며 그때마다 수만 명의 플레이어와 수백만 명의 민간인이 죽어 나갔다. 그런데도 인류는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빼앗긴 땅은 ‘침식(候能)’되어서 전혀 다른 환경-이계로 변했다.

1차 웨이브, 캘리포니아, 레드 드레이크가 지배하는 화산 지대가 되었다.

2차 웨이브, 상하이, 오크의 왕국이 세워지고 스텝 기후의 거친 초원으로 변했다.

3차 웨이브, 베를린, 식인 식물로 뒤덮인 열대 우림, 녹색 지옥이 되었다.

그리고 4차 웨이브…… 이곳, 서울이었다.

이곳은 이제, 또 무엇으로 변할 예정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런 이유로, 많은 간부가 복귀하지 못하여 지휘 공백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음......"

영내의 BOQ, 근처의 군인 아파트에 머무는 이들이 아닌 이상 복귀할 틈이 없었다.

단, 오키타 카이토 추적하기 위해 인천항에 있던 김강석은, 부대에 게이트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귀환을 선택했고, 지역이 닫히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골인한 것이었다.

"우선은…… 폐쇄 지역 내에 연락이 되는 인접 부대가 있습니까?”

김강석의 물음에 박태수가 서류를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선, 여단 본부 말고는 없습니다.”

4차 웨이브가 벌어진 서울역 10km 반경 내에는 몇 개의 부대가 더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부대에 ‘게이트’가 열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여단 본부 쪽도 아직, 완벽하게 진압하지 못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여단 본부 쪽에 발생한 게이트는 무려 4개였다. 물론 다섯 도살자 같은 빌런은 없겠지만, 이현욱처럼 미래를 알고 대응하는 이도 없었을 테니, 대응이 훨씬 늦었을 터였다.

“……청화 길드 쪽은, 연락됐습니까?”

"마나 메신저로 30분마다 교신 중인데, 그쪽도 여전히 대응 중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합니다.”

김강석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내의, 봉쇄 중인 2개의 게이트를 공략할 겁니다. 그 이후에는……."

그는 오른손, 손가락 5개를 펼쳐 보였다.

“……앞으로 5일입니다. 앞선 웨이브가 그러했듯, 서울의 폐쇄 기간은 5일일 거고, 5일이 지나면 이곳은 더는 우리가 아는 서울이 아니라…… 이계의 한 부분으로 변할 겁니다.”

웨이브 시작과 동시에 시작되는 5일간의 지역 폐쇄,

인류는 그걸 ‘급속침식기간’이라고 불렀다.

단 5일 만에 모든 환경이, 그러니까 기후와 지형이 변하게 된다.

즉, 골든타임은 단 5일이었다.

"우리는 그걸,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을 잃게 된다.

“……그런데, 이현욱 병장?”

김강석의 호명에 모두가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안색이 안 좋은데 설마 어디 다쳤나?”

김강석이 걱정스레 물었다.

이현욱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지난 전투 때 무리를 해서 그런지, 두통이 조금 있습니다.”

"전투 때 능력을 너무 무리해서 쓴 것 같은데, 의무실장을 찾아가 봐. 지금은 아프면 안 돼."

"……예, 알겠습니다.”

조금이 아니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그건…….

- 중추신경계에 ‘시그널 코어’가 형성되는 중입니다. (62%)

* 극심한 통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역시나 ‘악마의 메달’을 소화할 때 동반되는 끔찍한 통증이었다.

"자 그럼, 20분 뒤에 공략을 시작합니다. 전 병력, 그때까지 준비를 마치세요.”

브리핑이 끝난 이후, 이현욱은 생활관으로 돌아갔다.

"오셨습니…… 어! 이현욱 병장님!”

그리고 쓰러졌다.

***

이현욱은 눈을 감고 있었다. 아마도 정신을 잃은 듯했다.

그런 그의 눈앞으로, 흐릿한 장면이 재생되었다.

“……그러니까 팀장님 말씀은, 5차 웨이브 발생지가 싱가포르가 될 거라는 거죠?

이 목소리는 서은하였다.

지금의 서은하가 아니었다.

미래 …… 아니, 과거라고 하는 게 맞았다.

그녀는 지금 이현욱에게 질문하고 있었으며, 그녀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이현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스크린을 넘겼다.

“그래, 지금까지 웨이브가 발생한 네 지역의 공통점은 단 하나, 웨이브 발생 1개월 전부터 인근 지역의 상위 등급 게이트 발생 빈도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마치……."

“……한 번의 폭발을 위해서 힘을 모아두는 것처럼요. 게이트가 열리기 위해선, 그 지역에 상당한 마나가 응축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대신 자잘한 건 많이 열었죠. 연막용으로요.”

"그렇다면, 이 정보가 웨이브에 대응 방법에 관한 힌트가 될 수 있을까?”

서은하를 비롯한 팀원들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발생지를 미리 알아도 웨이브를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시작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지역이 초토화되는 건 기정사실이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웨이브가 일어날 장소와 시기를 미리 알게 된 점을 살려서 오히려, 그 웨이브를 어떻게 이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웨이브를 이용한다니, 그 말에 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웨이브라는 건 사실상 빌런이 유도한다.”

"그렇죠.”

"그 목적은 도시의 파괴 및 정복, 그리고…… 웨이브에서 얻어지는 아이템들이다."

사실이었다.

빌런들은 웨이브를 거칠 때마다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웨이브가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쏟아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 모든 걸, 가로챌 방법을 찾아야 해.”

"아……."

하지만 그 방법은 막연하기만 했다.

언제 어디서, 그런 게 나오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빌런들은 그 좌표를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은 지는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4차 웨이브 때 등장했던 신화 등급의 아이템 ‘미스틸테인’에 의해서 이성윤, 한태산, 최정철, 김강석, 스티페 마린 등 수많은 영웅이 죽었다.”

"만약 그때, 다른 누군가가 그 물건을 먼저 입수했다면……."

“……역사가 달라졌겠군요.”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고 모두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브리핑이 끝났다.

팀원들이 회의실 밖으로 나갈 때, 이현욱이 서은하의 팔을 잡았다.

"서은하, 잠깐 나 좀 봐.”

"......응?"

이현욱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서은하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내일, 몸조심해. 유해나가 네 ‘호신강기(護身罡氣)’를 깰 수 있는 ‘에테르’ 발톱을 가진 마충을 양성했다는 첩보가 들어왔어. 아마도 …… 결정적인 순간에 그걸 꺼내 들 거야.”

서은하가 피식 웃었다.

“음…… 그런 거라면 팀장님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조심하셔야 나도 조심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맨날 누구 때문에 찢어지고 멍드는지 대충이라도 알고 그 말하는 거지?”

“그건…… 맞아.”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려, 나 죽이기 싫으면. 나는 네 첫 번째 목숨인 셈이니까.”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하면서도 서은하는 해맑게 웃었다.

이현욱의 첫 번째 목숨,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그렇게 지칭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화력을 지키기 위한 ‘방패’를 자처한 것이었다.

“……그래. 두 목숨 다 온전하게 이번 웨이브, 잘 마무리하자.”

그러나 그 두 목숨,

끝내 지키지 못했다.

우그그그----

단단한 게 구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긋-

끝내 꺾이는 소리까지 들렸다.

"-헉!"

누군가의 비명…….

그 순간, 이현욱은 눈을 떴다.

그러자 구부러지는 소음이 사라졌다.

“어, 이, 이현욱 병장님?”

박준모의 목소리가 들렸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시스템 메시지였다.

- 축하합니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여 새로운 ‘스킬’이 주어집니다

몸을 일으켰다.

생활관이었다.

"어…… 정신이 좀 드십니까?”

이현욱이 누워있던 침대의 프레임과 이현욱의 관물대가 종잇장처럼 우그러져 있었다. 꿈을 꾸던 중 무의식중에 ‘금속 통제력’을 발휘한 듯했는데…….

‘지금 내 금속 통제력만으로 이 정도가 가능했던가?’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만, 잠깐 사이에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게 분명했다.

그는 곧장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 축하합니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여 새로운 ‘스킬’이 주어집니다.

악마의 메달(레기온)을 흡수하고, 이번에도 새로운 신체 기관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무려 중추신경계가 새로이 구축되었으니, 솔직히 기절할 만했다.

‘그래,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그 고통을 양분 삼아 탄생한 무언가를 확인할 차례였다.

[스킬 정보]

- 이름 : 시그널 코어

- 등급 : D

- 효과

1) 초월 감각 : 금속 통제력이 상승합니 다. (+30%)

2) 센추리온 포스 : 최대 권속 수가 상승합니다. (+10)

* 숨겨진 조건을 만족할 시 스킬 등급이 향상됩니다.

이게 뭐야?’

이현욱은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통제력이…… 삼십 퍼센트나 강화된다니…….'

네크로맨서가 그토록 강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아이템만 있으면, 최대 통제력이 30%나 강화된다.

즉, 성장 속도로 무려 30%나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 수치는 단순히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성장은 일종의 스노볼링이기 때문인데, 쉽게 말해서 경쟁 상대보다 빨리 성장한다면, 좋은 기회를 한발 앞서 잡을 수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하여 현재 이현욱이 통제 가능한 금속량은…….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65,658g

* 초월 감각(+30%)이 적용 중입니다.

……순식간에 65kg까지 올라가 버렸다.

‘조금만 더 오르면 내 몸을 띄울 수도 있겠어.’

물론, 딱 몸무게를 맞춘다고 해서 고속으로 비행할 수는 없었다.

300g 기준으로 한 손으로 휘두르는 무게를 실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다음은…….'

그리고, 두 번째 스킬 ‘센추리온 포스(Centurion Force)'

번역하자면 백인대장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건 권속(卷屬)에 관한 능력이었다.

‘네크로맨서, 그놈이 그토록 많은 군단을 만들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이거군.’

아무리 네크로맨서라도, 많아도 너무 많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이 힘을 받아서 권속 숫자를 대폭 늘렸던 것이었다.

‘안타깝지만, 나는 권속과 관련된 특성은 아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으며, 그건 이미 실현했다.

바로 ‘리빙 아머’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직전까지는 고작 3기를 조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0기가 늘어났다.

‘음, 강철 군단이라…….'

사실 지난 생에도 써봤지만 그리 재미를 보지 못하고 네크로맨서에게 녹아버렸다.

왜냐하면, 최대 33기에서 그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스킬이 있다면, 조금 다른 그림이 연출될 수 있을 듯싶었다.

스킬 등급이 오를수록 조종할 수 있는 권속의 숫자도 늘어날 테니 말이다. 백인대장이라는 말대로 최대 100개까지 상승할지도 몰랐다.

‘이걸 잘 이용하면, 어쩌면…….'

악마의 군단장, 네크로맨서를 역으로, 군단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을지도 몰랐다.

아직 먼 미래겠지만, 어렴풋이 그 모습을 그려보았다. 신성한 갑옷을 입은 강철 군대,

그래, 그런 구성이라면…….

이현욱은 고개를 돌려 박준모를 바라보았다.

"박준모, 내가 얼마나 잤지?”

"어, 한 3시간 정도…… 괜찮으십니까?”

"대대장님은 지휘통제실에 계셔?”

"예, 아마도……."

이현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지휘통제실로 찾아갔다.

"충성!”

이현욱의 등장에 상황실에 모여 있던 간부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래, 자네…… 정말 괜찮은 건가?”

김강석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 역시 이현욱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예, 어제 새벽 근무부터 깨어 있었더니 조금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약한 체질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이현욱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래, 할 말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아닌가?”

"맞습니다.”

이현욱은 대대장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대대장님께선, 이 사태가 처음 벌어졌을 때 저에게 임시 소대장 임무를 지시하셨습니다."

"그래, 그 명령은 아직도 유효해.”

"예, 그렇다면 그와 관련하여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김강석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자네가 뭔가를 부탁해오면, 이제는 무서울 지경이야. 무기고 사용 권한을 줬더니, 무기고를 야산으로 옮겨버리지 않았나? 이번에는 또 무슨 대사업을 벌이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에는 기대감이 잔뚝 묻어났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겁니다.”

"하- 재미있군.”

그 대답에, 김강석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영내 게이트 폐쇄가 완료되면 영외 작전을 펼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

웨이브를 막기 위해서는 부대 내에만 머물 수는 없었다.

정비를 끝낸 뒤 영외로 진출하여 ‘침식 요인’을 찾아서 파괴해야만 했다.

물론 그 근처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몬스터가 지키고 있을 터였고,

더 나아가서 빌런 조직의 함정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 작전을 위한 소대를 ‘편성’하려고 합니다.”

“편성이라…… 2소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보겠다는 뜻인가?”

“예, 맞습니다.”

병사가 건의할 만한 내용은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현욱이 보통 병사가 아니기도 했다.

사실상 그가 1대대 전체를 구해냈으니 말이다.

"그래, 어디 한 번 설명해 봐.”

"대대 무기고에 있는 무기 절반과 그걸 수송할 트럭이 필요합니다.”

“그 트럭을 운전할 병사와 호위 병력도 필요하겠군?”

"예, 그리고 광역 포탈을 열 마법사 15명 이상이 필요합니다.”

"음…… 그들을 보호할 탱커까지 있어야겠고……."

"그리고, 지난 작전에서 얻은 리빙 아머, 12대가 필요합니다.”

김강석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트럭이, 더 많이, 꽤 많이....... 잠깐, 그 정도면 소대가 아니라, 중대급 규모가 아닌가?"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믿어주신다면, 그 병력을 이끌고 서울로 내려가겠습니다. 그리고……."

“……투자해주신 비용 이상의 성과를 내겠습니다.”

마치 사업 기획서를 들고 투자자 앞에 선 듯한 말에, 김강석은 피식 웃었다.

그러나 웃음은 그게 끝이었다.

그는 굳은 얼굴로 고민에 잠겼다.

"......."

이현욱이 자리를 비운 지난 몇 시간 동안, 대대 간부들과 서울을 지켜낼 방도를 회의했었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커녕, 가능성 있는 방법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웨이브란 건, 맞서는 게 아니라 피해야만 하는 대재앙이었으니까…….

그런데 이현욱이 ‘수’를 만들어서 나타났다.

새하얀 백지였던 작전 계획에, 그가 첫 번째 한 줄을 새긴 것이었다.

으레 평범한 군대였다면, 병사의 의견에 작전을 맡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사실상 전시이며, 이현욱은 그 어떤 장교보다 나은 인재였다.

"......통제관님, 통제관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김강석이 물었다.

작전과장이 복귀하지 못했기에, 광역마법통제관 문태호 소령이 사실상 이인자였다.

그는 아주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대장님, 저는 이미 한 번 봤습니다. 그래서 이현욱 병장이 말하는 의도를 조금이라도 알 것 같습니다. 광역 포탈과 대량의 무기들…… 강철비를 몰고 다닐 생각인 겁니다.”

강철비를 몰고 다닌다, 그 말에 김강석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문태호는 고개를 돌려 이현욱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주제넘지만, 이현욱 병장이 우리 부대를 구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서울을 구해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상세 작전은 함께 논의해야겠지만 말입니다.”

김강석은 거기까지만 듣고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하-이현욱, 정말 이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만……."

"예, 말씀하십시오.”

“……자네가 지금 우리 대대의 최대 전력이다.”

물론 개개인의 힘으로만 따진다면 이현욱보다 강력한 이는 존재했다.

당장 김강석 본인은 당연했거니와 서은하도 있었다.

하지만 웨이브라는 물량 공세에 대처할 땐, 이현욱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한다.

포탈 마법을 통하여 대대 무기고를, 적들의 머리 위로 통째로 쏟아버리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연계 공격이 가능하니 말이다.

김강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현욱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어디 한 번, 만들어 봐. 강철의 중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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