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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40화 (40/221)

40화.  < 강철 중대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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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 투하 완료.

천재지변,

그렇게 말해도 문제없을 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하늘에 구멍이 뚫리고 강철비가 쏟아져내렸다.

사실상 대대 무기고- 그 자체가 쏟아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것들은 중력가속도를 받아 낙하하며, 번뜩였다.

쉬-쉬-쉬-쉬-쉬-

나무를 죄다 뽑아내고 너른 곳에 집결해 있던 언데드 병력은,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강철로 이루어진 폭우를 피할 길이 없었고, 그대로 휩쓸려버렸다.

푸-부-부-부-북-!

융단 포격과 같은 공세에 수백에 달하는 좀비, 지옥의 주민이 동시다발적으로 고꾸라졌다.

끅- 끅- 끄에에-

물론 일반 무기로는 쉽게 리타이어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몸을 관통하고, 몇 군데 절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행동불능으로 만들면 상대하기가 아주 쉬워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진짜 칼날은 따로 있다.’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지는 강철비 세례 속,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몇 개의 날붙이가 있었다.

30개의 말뚝과 12개의 쇠 구슬, 그리고 2개의 KG19였다.

그 신성 무기들은 이현욱의 통제에 따라서 유도 미사일처럼 움직이며 적을 요격했다.

화-자-자-자-

그것들이 스쳐 지나가자 수십 마리의 좀비가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수직으로 쏟아지는 강철비에 시선이 팔린 사이에, 진짜 유효한 공격은 수평으로 움직이며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현욱의 무기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쿵- 쿵-

헌티드 아머, 아니 이제는 그냥 ‘리빙 아머’가 되어 이현욱의 통제를 받는 갑옷 거인들,

총 2기가 이현욱의 좌우에 우뚝 서서 거대한 망치와 긴 창을 쥐고 있었다.

- 리빙 아머의 ‘마스터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2/3)

‘최대 3기에 불과하지만, 잘만 쓴다면 생각 이상으로 유용한 녀석들이다.’

전생에서도 19기까지 동시에 조종해본 적이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하급 언데드 수천 마리로 포위한 뒤 ‘시체 폭발’을 써버리는 바람에 죄다 잃고 말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리빙 아머를 ‘통제’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달리 신경 쓸 필요 없이 그저 살짝 건드리듯 ‘연결감’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금속 통제력이 기능하며 자동으로 움직이고 싸웠다. 갑옷 자체에 각인된 '마법 회로’ 덕분이었다.

쿵- 쿵-

그 강철 거인들이 앞장서서 나아가며 달려드는 좀비들을 으깨버렸고, 길이 열렸다.

이현욱은 그 길을 따라 나아갔다.

그리고…….

‘찾았다.’

약 200m 앞, 녹색 빛을 발하는 거대한 비석이 보였다.

마침내 ‘악의 집결지’ 그 토템을 찾은 것이었다.

“-안돼!”

그때, 악에 받친 목소리가 울렸다.

캐롤, 그녀가 이현욱을 막아섰다.

“도대체, 무슨 짓을…… 너, 도대체 뭐야?”

여유를 잃은 캐롤은 어느새 그 모습이 흉측하게 변한 상태였다.

등 뒤에서 솟아난 6개 팔, 그것들이 거대해져서 마치 거미의 다리처럼 보일 지경이었고, 실제로 거미인 양, 그 팔들을 다리처럼 번갈아 내디디며 달려들었다.

"너 같은 놈은 우리 정보에는 없었는데, 도대체, 도대체……."

캐롤은 절망이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리빙 아머가 내지르는 창을 잡아채고, 그대로 들이 받아 넘어뜨렸다.

그리고 6개의 팔로 짓밟아 우그러뜨린 뒤, 이현욱을 향해 하나의 팔을 뻗었다.

“-죽어!”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무언가 번쩍였다.

파지지지지-!

2발의 섬광, 전격 마법이 캐롤의 등에 적중했다.

불의에 당했기에 반응할 수 없었는지, 눈깔을 뒤집더니 그대로 뒤로 고꾸라져버렸다.

"하! 이현욱 병장님!”

박준모였다.

녀석은 침착한 표정으로 이현욱의 바로 뒤까지 바짝 다가와 있었다. 그 난전을 겪으면서도 몇 발 쓸 수 없는 전격을 함부로 난사하지 않고 아껴둔 듯했다.

‘역시 박준모, 생각 이상으로 쓸만한 인재다.’

원래 이 시간대에 죽고 없을 박준모였다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물며 F등급인 만큼, 능력 성장 방법만 알아낸다면…… 솔직히 기대될 지경이었다.

"지금입니다! 어서 가십시오!”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캐롤을 확실히 마무리 짓기보다 토템을 제거하는 것,

아니, 악마의 메달을 삼키는 게 우선이었다.

이제 토템까지 고작 오십여 미터, 사정거리였다.

이현욱은 쇠말뚝을 하나에 금속 통제력의 절반을 싣고 토템을 향해 쏘아 보냈다.

텅-

하지만 반투명한 벽에 막히고 말았다.

역시, 마법 보호막이다.’

예상했다. 저렇게 중요한 물건에 아무런 방비를 하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이현욱에는 그걸 뚫어낼 한 발의 무기가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서 페일노트가 떠올랐다.

그런데…….

쿠- 웅-

무언가 토템 앞에 착륙하며 땅이 뒤흔들렸다.

역시나 거대한 갑옷이었다.

그것이 토템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절그럭- 절그럭-

그건 여태껏 마주했던 ‘헌티드 아머’와 사뭇 달렸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크기에 온몸에서 녹색의 연기가 마치 아우라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랐으며 안광 역시 단순히 빛나는 게 아니라 지옥의 불처럼 모락모락 타오르고 있었다.

"기간트 헌티드 아머……."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게이트 밖으로 직접 나온 것이었다.

크어어어---

놈은 지름 5m에 이르는 핼버드 양손으로 쥐더니, 있는 힘껏 휘둘렀다.

부-웅- 까-강-!

단 한 방에 리빙 아머가 종잇장처럼 찢기며 상반신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역시 보스 몬스터인 만큼, 보통의 파괴력이 아니었다.

‘……귀찮아졌군.’

이현욱은 놈과 대치하며 천천히 물러섰다.

겉으로 보기에는 느릴 것 같지만, 상당히 빠른 놈이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그 긴 핼버드를 휘두를 것이었다.

까딱 잘못해서 그 공격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즉사다.’

그런데 이번에도 누군가 이현욱을 도왔다.

터-엉 -

전신 갑주를 입은 이가 달려와, 그 거구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서은하였다.

"흡! 어서 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이 레슬링을 하듯, 그녀는 놈의 어깨를 붙잡고 매달리더니 놈의 어깨를 타고 넘어가, 등 뒤에 매달렸다. 그러면서도 대검을 시종일관 휘둘러 놈의 투구를 때려댔다.

쩌-엉!

물론 실체가 없는 존재인 만큼, 그런 물리적 데미지는 소용없었다.

"뭐해! 어서 가서 토템을 박살 내!”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살 내다마다, 남김없이 먹어치울 거다.’

그렇게, 서은하가 놈의 시선을 끄는 사이에 이현욱은 오른쪽으로 돌아나갔다.

그러나 사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앞을 가로막혀 시야가 차단되더라도, 이현욱은 목표물을 감지하고 맞출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 금속이 아닌 다른 게 있다면 막힐 테지만, 이미 경로를 다 식별한 상태였다.

이현욱의 허리춤에서 페일노트가 쏘아졌다.

쉬-익!

그것은 한 마리의 청새치처럼 빠르게 탄력 있게, 곡선을 그리며 나아갔다.

쩌-억!

‘됐다.’

보이지 않지만, 알 수 있었다.

그것의 한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을 터,

쩌저저저-금이 가고,

뻐-억-!

폭발하듯 무너져내렸다.

- 축하합니다! 악의 집결지를 파괴하여 재앙을 종식했습니다.

끝이었다.

- 축하합니다! 특별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음 업적?”

토템을 파괴하며 업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업적 목록]

1) 정화자(Purifier)

- 조건 : 죽음의 권역을 선포하는 오브젝트를 파괴한다.

- 효과 : 어둠 저항력 형성(1단계), 마나 총량 상승(+200), 신성력 상승(+20%)

이건 이현욱도 모르는 정보였다.

전생에는 이 토템이 네크로맨서의 소유였고, 끝내 파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번 생에는 놈이 이걸 갖기 전에, 박살을 내버린 것이었다.

‘이득이 아주 덩굴째로 굴러들어오는군.’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이현욱은 무너져내리는 비석의 파편 속에서 하나의 금속을 감지하고 끌어당겼다.

탁-

손안에 사각형의, 잘 다듬어진 금속 조각 같은 게 들어왔다.

그 표면에 온갖 문양이 새겨져 있었지만, 천천히 살펴볼 틈은 없었다.

- 악마의 메달(레기온)을 획득했습니다.

"......됐다."

지난번에 삼킨 악마의 메달은 인페르노, 불지옥이었다면,

이번에는 레기온(Legion), 군단이었다.

그 용례를 볼 때 아무래도 ‘통제’에 관한 아이템인 듯했다.

어떤 스킬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만, 이현욱은 고민 없이 삼켜버렸다.

쿵-

그때, 지축이 뒤흔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먼지가 자욱하게 치솟고 있었고, 그 뒤로 보스 몬스터, 기간트 헌티드 아머가 나동그라진 상태였다. 서은하가 그 위에 올라탄 채 숨을 헐떡였다.

"하- 하아-”

그녀는 이현욱에게 고개를 돌렸다.

피가 땀처럼 맺혀 있었으며 눈이 반쯤 풀린 상태였다.

"이제…… 끝난 건가?”

서은하의 말에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1, 2중대 병력이 천천히 전진해오며 좀비 잔당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대대 무기고를 전부 쏟아부은 화력에 의해, 좀비 대다수가 행동 불능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이제 남은 건 말 그대로 ‘정리’뿐이었다.

‘그런데…… 캐롤, 그 여자는 어디에 있는 거지?’

이현욱은 그 난장판 속에서 다섯 도살자의 리더, 캐롤을 찾았다.

그 여자를 살려서 보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그 의문은 이내 해결되었다.

“……저기 보십시오! 그 여자가 도주합니다!”

최태용의 외침,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캐롤이었다.

그 여자가 산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승기가 없다고 판단하자 내빼기 시작한 것이었다.

"젠장!”

서은하가 악다구니를 내뱉으며 캐롤을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검 끝에서 백색의 광선이 쏘아졌다.

방사형이 아닌 직선 형태의 홀리 라이트였다.

치-익-!

그 광선이 백여 미터를 뻗어 나가 캐롤의 등을 지졌다.

그러나 캐롤은 잠깐 휘청거렸을 뿐, 다시 앞으로 달려나갔다.

사수들 화살을 쏘았고, 몇 발 적중했지만, 캐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현욱 역시 페일노트를 쏘아 보냈으나 이미 거리가 너무 멀어졌다.

"젠장, 아무래도 놓칠 것 같습니다! 너무 빠릅니다!”

최태용이 혀를 내둘렀다.

'놓치다니, 좋지 않다.’

실수였다. 캐롤은 이현욱의 존재를 보았다.

빌런 조직이 이현욱을 경계하게 될 터였다.

그렇게 닭 쫓던 개처럼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을 때….....

어?”

웬 거대한 그림자가 캐롤을 덮쳤다.

“……저거, 뭐야?”

너무 빨라서 그게 대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만......중급 흡혈귀로서 상당한 악력을 지닌 캐롤이 아무것도 못 하고 짓눌려서 당하고 있었다.

그건 한 마리 짐승처럼 보였다.

콰-득!

그건…….

"호, 호랑이?”

그래, 정확히는 흰색 털로 뒤덮인 호랑이, 백호였다.

고오오오-

산 중턱, 백호 한 마리가 달빛을 등진 채 우뚝 서 있었다.

이어서 그것의 머리 위로, 불빛과 돌풍이 날아들었다.

두두두두---

로터 소리였다.

헬리콥터 한 대가 산등성이를 넘어오더니, 이들의 머리 위에서 정지 비행을 시작했다.

이내 그곳에서 누군가 뛰어내렸다.

턱-

대대장, 김강석이었다.

그가 파견에서 급히 돌아온 것이었다.

그의 뒤로, 백색의 잔상 나타나더니, 어느새 백호가 그곳에 있었다. 집채만 한 호랑이…… 그런 표현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거대한 야수였다.

"놀라지 마, 저거 대대장님의 권속이야.”

일병 한 명이 뒷걸음질 치자, 안민태가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 저 야수는 드루이드, 김강석의 권속(春屬)이었다.

남산의 산군이라는 별명처럼, 그는 저런 무시무시한 짐승들을 무기로 삼는 것이었다.

서은하가 대검을 집어넣고는 거수경례를 했다.

김강석은 무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기가 막힌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대 무기고 사용을 허락했더니, 무기고를 통째로 옮겨버릴 줄은 정말 몰랐군.

언뜻 본다면 남산의 한 면에 쇠로 만든 핏빛의 갈대밭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가 이현욱 앞으로 다가왔다.

"이현욱, 자네가 승리하고 돌아올 때면, 언제나 듣고 싶은 게 많아.”

"하지만, 이번에도 먼저 해야 할 일이 산더미겠군.”

김강석이 고개를 들었고, 모두가 그의 시선을 따라서 하늘을 보았다.

"하늘이……."

조금 전, 광역 포탈이 열릴 때는 눈치채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만, 여명이 조금씩 밝아오며 그 오묘한 색감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제는 명징하게 보였다.

“……보라색이야.”

지금, 서울의 하늘은 보라색이었다.

“……아무리 봐도 저건, 웨이브의 전조다.”

김강석이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건 상당히 무서운 말이었다.

모두의 표정에 경악이 물들기 시작했다.

승리했지만, 미소를 짓기는커녕 안도할 수도 없었다.

웨이브가 얼마나 끔찍한 현상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싸움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현욱만은 달랐다.

‘가장 중요했던 첫 번째 공세를 막았다.’

이현욱은 웨이브라는 이름의 고래를 사냥하고 해체하여 흡수하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고래를 향한 첫 번째 작살이 아주 제대로 박혔다.

의도했던 대로 혼자의 힘이 아니라 이 대대를 이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기세를 이어나가, 완벽하게 집어삼킨다.’

언럭키 이벤트가 그랬던 것처럼, 난이도가 높으면 그만한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이현욱이 기억하기로는 이 웨이브에는 숨은 먹을거리가 정말로 많았다.

한편 김강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현욱의 등 뒤에 서 있는 갑옷 거인을 바라보았다.

“그 리빙 아머, 설마 자네가 조종할 수 있는 건가?”

"예, 금속 통제력이 마법 회로를 작동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놀랍군……."

"대대장님, 혹시 저 리빙 아머들, 수리해서 제가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이번 게이트에서 총 30기가 나왔다.

그중에서 절반은 정도는 아직 쓸 수 있을 듯했다.

물론 이현욱이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건 3기에 불과했다.

“음, 대대 공병만으로 가능할지 잘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 봐.”

대대에도 ‘대장장이’ 계열의 플레이어가 존재했으며 그들이 바로 공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그리 우수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어차피 강정두 장인을 데려와야 한다.’

강정두라면 이 정도쯤이라면 손쉽게 복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4차 웨이브에서 피신시킬 겸 두 사람을 데려올 생각이었다.

"그리고 서은하 중위, 자네가 밟고 있는 그거, 보스 몬스터 맞나?”

"예, 맞습니다.”

서은하가 기간트 헌티드 아머에서 흘러나온 ‘월드 스톤’을 들어 올렸다.

즉, 사실상 던전 공략 성공했다는 뚯과 같았다.

저걸 파괴하는 순간 게이트가 닫힐 테니 말이다.

"잘 됐군. 게이트 감시 병력을 남기고, 나머지는 하산한다.”

그렇게 하산이 시작되었다.

물론 전투가 끝난 건 아니었다.

아직 2개의 게이트가 남아 있었다.

그때…….

저벅- 저벅-

한쪽 구석의 나무 사이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응? 다들 어디 가는 거야?”

최영준이었다.

그는 이상하게도 군복과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머리채를 쥔 채 질질 끌고 오는 중이었다.

물론 그 누군가는 흡혈귀 남자였고, 사지가 깔끔하게 잘려나간 상태였다.

“……뭐야?”

그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뒤바뀐 풍경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는 의아한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와, 대박…… 무슨 아이템이 이렇게 많이 나왔어?”

그의 판단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토록 많은 아이템이, 하늘에 구멍이 뚫려서 비처럼 쏟아졌다는 건,

직접 목격하지 않는 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이현욱은 산에서 내려가며,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 금속 흡수가 완료되었습니다. : 악마의 메달(레기온)

*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가 상승했습니다.:544g

이제는 이 정도 용량쯤이야 금방 소화할 수 있었다.

다만…….

"큭-"

- 중추신경계에 ‘시그널 코어’가 형성되는 중입니다. (1%)

* 극심한 통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위장이 아니라 중추신경계 즉, 뇌와 척추였다.

'이건 진짜, 좀 많이 아프네…….'

브레스 룸이 형성될 때 느꼈던 위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고, 온몸이 저릿한 걸 넘어서 칼로 찌르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신경이 재구축되며 이상 감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현욱 병장님,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박준모가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 앞이나 봐. 넘어진다.”

하지만 어떤 격언처럼, 성장을 위해서는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

그렇기에, 가파른 성장에는 끔찍한 성장통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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