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32화 (32/221)

32. 파도를 맞이할 준비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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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은 곽용준 대위로부터 전화를 넘겨받았다.

“충성! 상병 이현욱입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야! 허, 내가 살다 살다 너 같은 놈은 진짜로 처음 본다!

이게 언뜻 들으면 욕 같았지만, 아주 신이 난 목소리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 톤을 보니까, 꽤 많이 땄군?’

고위직 플레이어 사이에서 성행하는 놀이가 하나 있다.

일명 ‘게이트 게임’이라고 불리는 불법 도박이었다.

그들은 게이트가 등장할 때마다, 다양한 주제로 ‘베팅’을 한다.

어느 공략 팀이 기여도가 높을지, 어떤 보스 몬스터가 등장할지 등······.

그런데 이번 판에는 아마도, 정상식이 유재혁의 돈을 크게 땄을 것이었다.

- ······으하하! 기여도가 뭐, 백 퍼센트라고? 으하하! 내 참, 도대체 청화 길드 걔들은 3번이나 실패해놓고는 안에 들어가서 대체 뭘 했다는 거냐? 으하하!

병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주 주저리주저리 잘도 떠든다.

어쨌든, 그만큼 신이 났다는 뜻이었고 이건 아주 좋은 신호였다.

- 흠, 흠, 그래! 자네 이름이 이현욱이라고 했지?

“예, 맞습니다.”

- 대단해! 정말로 대단해! 해내더라도 이렇게 완벽하게 해낼 줄은 몰랐어!

“저 혼자 해낸 일이 아닙니다. 8명의 병사가 함께 이루어낸 일입니다.”

- 그럼! 전부 다 섭섭하지 않게, 너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내가 챙겨줄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군 생활 내내 벌었던 포상 포인트 다 합친 것보다 몇 배는 많을 거다!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당연한 소리지만, AMT서울작전사령관 정도 된다면, 모든 면에서 권한이 엄청났다.

그렇기에 페일노트, 그 영웅 등급의 아이템조차 자기 재량으로 소유 이전해줄 수 있었다.

‘그래, 이 인간이 병사를 갈아 넣긴 하지만, 그 과감함만큼 포상도 과감한 편이었다.’

- 그리고 언제 한 번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자세하게 이야기 듣고 싶은데, 괜찮지?

“물론입니다.”

- 그래, 그럼 오늘은 들어가셔 푹 쉬어. 내가 며칠 동안 일과 빼주라고 말해둘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충성!”

그렇게 통화가 종료되었다.

“······끄, 끝났어?”

“예.”

곽용준 대위는 식은땀에 절어 있었다.

일개 대위가 쓰리 스타의 전화를 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자, 유해나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선 채, 이현욱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할 말이 잔뜩 있는지, 이 고고한 여자가 전화하는 동안 가만히 기다려준 것이었다.

“할 말 남았어요?”

“······그래도 내가 지, 지긴 졌으니까, 나중에 부탁할 거 있으면 말해요.”

볼이 잔뜩 상기되었음에도 끝까지 도도한 척한다.

졌지만, 그래서 화가 나지만, 그래도 체면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중일 거다.

“아니면······ 청화에 괜찮은 자리로 들어올래요? 공략 팀 쪽으로 자리 마련해줄게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아직도 자기 밑에 두고 싶어서 안간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말에, 서은하가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AMT 전력을 대놓고 빼돌리려는 겁니까?”

“······나는 전역하고 들어오라고는 말 한 건데, 무슨 문제가 있어요?”

“뭐, 뭐라고요?”

“병사라면 AMT에 들어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의무적으로 끌려간 걸 텐데, 장교인 당신이 뭔데 남 앞길을 막으려고 해요? 병사가 무슨, 당신들 애완견이에요?”

“······.”

솔직히 그건 너무나 맞는 말이었기에 서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유해나는 지금 평소와 달리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그건,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는 뜻이었다.

“······.”

물론 서은하도 쉽게 굽힐 생각이 없었고, 유해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두 여자가 서로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초저주파가 느껴졌다.

“흠-.”

결국, 이현욱이 헛기침하고 끼어들었다.

“······미안하지만, 청화 길드에 들어갈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없네요.”

“왜죠? 청화가 뭐가 어때서요?”

“오늘 들어가서 보니까, 좀······.”

이현욱은 말하기 껄끄럽다는 듯, 머쓱한 척 웃어 보였다.

“왜요? 보니까 좀, 뭐요?”

“······수준이 생각보다, 그렇게 높지 않더라고요.”

“······.”

“그리고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저격수 한 명이 따로 빠져서 ‘스틸’을 시도했어요. 하하······ 그래도 국내 최고의 길드인데, 여러모로 실망이 컸네요.”

그녀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우물쭈물했다.

야심 차게 꾸린 공략 팀의 기여도가 0%였다.

그리고 스틸, 그 쪽팔리는 짓까지 벌였다니, 할 말이 없을 수밖에······.

결국, 양 볼부터 목까지 빨갛게 변해서, 홱 돌아섰다.

“······뭐가 됐든 당신, 군대에 남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아요.”

그 말에 서은하가 도끼 눈을 뜨고 노려보았지만, 유해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기는 내기니까, 말이 되는 거로 생각해서 내 명함, 그 번호로 연락해요.”

그 말을 끝으로 홱, 다분히 신경질적으로 돌아섰다.

‘그래, 내기 값은 제대로 받아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현욱의 머릿속에 몇 가지 물건이 떠올랐다.

***

부대로 복귀하는 트럭 안, 특별공략소대원들은 지쳤음에도 아무도 졸고 있지 않았다.

이현욱으로부터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너희가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을 받게 될 거라는, 사령관과의 통화 내용이었다.

“오!”

“대, 대박······.”

그 이야기를 전해 듣자 모두의 입꼬리가 씰룩쌜룩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살다 살다 사령관님 포상을 받게 된다니, 하하하······.”

이미 몇 차례 이현욱이 받아보았듯, AMT의 포상은 포상 포인트나 아이템으로 지급된다.

쉽게 생각해서, 일종의 성과급인 셈이었다.

“이런 기회 다신 없을 텐데, 대체 뭘 달라고 해야지 잘 받았다고 소문이 날까요?”

“이참에 방어구 세트를 싹 맞춰볼까? 비싸서 엄두도 못 냈는데, 완전 각 아니냐?”

그들은 기대에 차서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이현욱이 끼어들었다.

“잠깐, 너희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

그러자 모두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오! 그게 뭡니까?”

이제는 이현욱의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긴다고 믿을 판이었다.

“이번에는 무조건······ 신성력이 담긴 무기를 포상으로 받아라.”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신성력이라니······.

“······어, 예? 이유가 뭡니까?”

“신성이면, 저희는······ 힐러, 민욱이 말고는 소용없지 않습니까?”

최태용의 말대로 신성력은 범용성이 전혀 없는 특성이었다.

즉, 프리스트나 성기사처럼, 신성력 자체가 스킬의 능률에 영향을 미치는 계열이 아닌 이상 사실상 영 쓸모없다고 볼 수 있었다.

‘이걸 뭐라고 둘러대야 할까······.’

4차 웨이브 때 필요하게 될 거라는, 말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도 그럴듯하게 둘러댈 수밖에······.

“혹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열린 대규모 언데드 게이트 소식, 들은 사람 있나?”

“음······ 못 들어봤습니다.”

“그래, 나도 어쩌다가 듣게 된 건데, 시베리아에 발생한 대규모 언데드 게이트, 그게 너무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가 시베리아 전체로 퍼져나갔다고 해.”

아무래도 시베리아나 아마존 같은 오지에서 발생하는 게이트는 즉시 대응할 수 없었으며 때로는 한참 뒤에 발견되어 이미 수십 차례의 분출이 진행된 상태일 수도 있었다.

“오······ 그렇다면 안 그래도 귀한 편인 신성 무기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겠네요?”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러시아 1위 길드인 <무제스트바 길드> 쪽에서 대규모 성전을 준비할 예정이라는,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아주 비밀스러운 정보다. 그러니까 기왕이면 이번 포상으로 신성 무기 받은 다음에, 나중에 그거 팔아서 원하는 무기 장만하는 게 더 이득이 될 거야.”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만, 이렇게 몇 가지 디테일을 곁들여지자 역시나 믿는 눈치였다.

“음······ 그런데 그런 소식은 대체 어디서 들으십니까?”

안민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잖아. 왜, 내가 이런 걸 알면 안 되냐?”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아! 혹시 그 아까 보니까 청화 길드 둘째 딸, 그분이랑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혹시······ 맞네, 맞아!”

안민태가 알아서 그럴듯한 근거를 찾아냈다.

하긴, 이들의 눈에는 청화 길드의 차녀, 그것도 무려 A등급의 플레이어가 AMT 병사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게 신기하고, 이례적인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둘 사이에 어떤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거 아니야, 몰라도 돼.”

“그럼, 설마······ 혹시 중대장님처럼, 이현욱 상병님도 전역 후에 청화 길드로······.”

“아니라고 말했잖아.”

“그런데 대체 왜 그 여자······ 흠, 알겠습니다.”

이현욱의 눈초리에 안민태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내 말대로 해. 신성 무기다.”

“예, 알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곧 다른 무엇보다 ‘신성력’이 유효해질 때가 온다.

이로써, 이 녀석들의 생존 확률, 더 나아가 활약 가능성이 커졌다.

***

“······서, 성공이랍니다!”

누군가 2생활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TV를 보고 있던 오상국과 곽진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아, 씨! 깜짝이야······ 뭐가?”

“어젯밤에 출발했던, 걔들 말입니다! 공략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18레벨 이하로만 꾸려진 특별공략소대,

그들이 중대를 떠난 지 16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게 뭐, 청화 길드가 제대로 준비하고 들어갔겠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

오상국이 시답잖다는 듯 말했다.

“그게 아닙니다!”

“그럼 뭔데, 인마!”

“우, 우리 중대 애들 기, 기여도가······ 배, 백 퍼센트랍니다!”

“······응?”

오상국과 곽진철을 서로를 마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던전 안에서 몬스터 1마리만 잡아도 소수점 대의 기여도가 나온다.

그런데 한쪽이 기여도 100%라니,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 지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현욱, 그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면······ 왠지 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그들을 별다른 부정 없이 애써 TV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TV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두 사람은 멍해진 눈으로, 동시에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중대 곳곳에서 다루어지는 중이었다.

상담실에서도 5명의 병사가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와······ 이현욱 상병, 이렇게 되면 사실상 최영준 병장 이상 아니야?”

“에이,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다. 너 최영준 병장 싸우는 거 못 봤냐?”

“봤지, 오크 4마리한테 둘러싸였을 때도 그냥 다 썰어버리고 나오셨잖아. 흠, 근데 개인 무력 말고, 그 지휘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최고 아니냐?”

“음, 그런가? 하긴, 공략 작전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제는 대대 병사 최강자로 여겨지던 최영준과 동일시되기에 이르렀다.

“······그나저나 최영준 병장님 곧 휴가 복귀하실 텐데, 그동안 있었던 일 들으시면 진짜 어이없으시겠다.”

“응? 왜?”

“이현욱 상병이 갑자기 달라졌다는 것도 웃길 텐데, 본인도 못 해본 공략 작전에 투입되었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아······.”

그리고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1중대뿐만 아니었다.

“헐! 그 사람이 그 사람이야? 코볼트 게이트 폐쇄 지휘했다는, 그 남자!”

PX에 둘러앉은 2중대 여군들의 사이에서도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었다.

“야, 그게 다가 아니야. 서울역 언럭키 이벤트 때 그, 텔레포트 타고 온 여단장이 찾았던 그 남자도 동일인물이란다······ 미쳤지, 진짜.”

“헤- 멋있는데? 언제, PX에서 마주치게 되면 번호 좀 따야겠다!”

“야, 너 C등급 미만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흐흐, 갑자기 생각이 좀 바뀌는 것 같네?”

사실상 유명인이 되어 버렸다.

***

그렇게 가십거리가 되는 사이, 이현욱을 비롯한 9명은 48시간의 전투 휴무를 명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늘어져 있지는 않았다.

그들 모두가 딱 6시간 자고 일어난 뒤 곧장 훈련장으로 모였다.

그리고 이현욱의 지시에 따라서 각자의 역할에 맞는 훈련을 했다.

“후······ 훈련이 이렇게 재밌고 보람찬 건지 몰랐습니다.”

“이제는 진짜 이 훈련이 왜 필요한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번 특별공략소대원 8명 중 6명이 5분대원이었다.

그렇기에 5분대의 사기는 그야말로, 유례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안민태 상병님, 이제 오크랑 다이다이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뭐, 솔직히, 오크 서너 마리가 덤벼도 버티지 않을까?”

안민태의 레벨은 벌써 20으로, 1중대 상병 계급 중에서도 중상위권에 이르렀다.

3일 만에 5레벨 증가······.

고무적이다 못해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크! 이제 진짜 탱커 다 되셨습니다.”

“그럼 그전엔 뭐 가짜 탱커였냐?”

“뭐, 솔직히 약간 그런 감이 없지 않지 않았습니까?”

“오······ 최태용, 다음 전투 때 내 뒤에 서기 싫지?”

“아, 농담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이었다.

아침 일과 집합 시간, 중대장이 직접 나와서 특별한 일정을 공지했다.

“어, 오늘, 특별 승급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니까, 심사 보고 싶은 사람은 행정반에 와서 등록하면 된다. 물론 지난 심사 이후 5레벨 이상 오른 사람만 해당하는 거 다들 알지?”

대대장의 요청으로 AMT ‘플레이어 등급 심사관’들이 부대에 찾아 왔다.

보통은 6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정례 심사 기간’에만 ‘승급 심사’가 이루어진다만, 폭발적으로 성장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부대장 재량으로 등급 심사를 신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무리 봐도 ‘특별공략소대원’들을 위한 방문이었다.

“저희 잘 하고 오겠습니다!”

“꼭 승급하고 오겠습니다!”

6명의 분대원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승급 심사를 치르러 갔다.

그리고 약 2시간 뒤······.

덜컹!

생활관이 열리며 분대원들이 땀 범벅이 된 채 반쯤 뛰어들어왔다.

“······.”

그들의 표정은 어딘가 희열에 차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현욱 상병님! 저도 이제부터 D등급입니다! 으하하!”

“그리고 저도, 저도입니다!”

“저희 전부 D등급으로 승급했습니다!”

승급시험 결과 참여했던 5분대원 4명이 E등급에서 D등급으로 올라갔다.

“그래, 모두 수고했다.”

“솔직히 전부 다 이현욱 상병님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잘 해.”

“물론입니다!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알았어, 시끄러우니까 오버하지 마.”

그리하여 지원 분대가 ‘재편’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그들은 이미 2소대의 전투 분대인 3분대, 4분대 이상의 전력이라는 게 기정사실화였다.

심지어 이현욱이 지휘한다면, 1분대 이상일 수도 있다는 갑론을박까지 나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현욱은,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또한, 이들의 성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능력적인 성장을 이뤘으니 이제는 물질적인 성장을 맛볼 차례였다.

- 훅! 아, 행정반에서 전파합니다. 어제, 레드 게이트 공략에 투입된 특별공략소대원들 지금 즉시 대대 무기고로 가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전파합니다······.

그 방송에 분대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저거, 우리한테 택배 왔다는 말 아닌가?”

“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택배 발송자는, 무려! 사령관님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들뜬 마음으로, 무기고를 향해 우르르 내려갔다.

“충성! 수고하십니다.”

“어, 얘들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니?”

무기고관리담당, 오정태 중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무려 AMT서울작전사령관 이름으로 웬 무기들이 잔뜩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근무하는 동안,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저희가 받은 포상 아이템입니다.”

“······응? 너희 사령관님한테 포상을 받았다는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오정태 역시 이들이 가장 등급이 낮은 병사들이라는 걸 알았기에, 의아한 표정이었다.

사실상 도태되어 이곳에 박혀 있을 뿐인지, 대대 소식을 거의 못 듣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각자의 상자를 열어서 포상 아이템을 확인했다.

각자 주로 사용하는 아이템에 맞게, 신성력이 붙은 아이템을 요청했다.

“신성력이 붙어서 그런지 어딘가 더 찬란해 보입니다.”

“그건 기분 탓이야.”

물론, 어둠의 힘에 반응하여 빛을 내기도 한다.

“오, 그런데 이현욱 상병님은 왜 상자가 두 개입니까?”

그건, 여단장에게 요청했던 포상 아이템도 함께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선 여단장에게 받은 포상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두 자루의 한손검이 들어있었다.

둘 다 같은 모델로 보였는데, 칼날의 길이는 약 70cm 정도로, 로마의 제식 무장인 글라디우스 같은 모양새였다.

그중 한 자루를 뽑아 들었다.

스-릉-

[아이템 정보]

- 이름 : KG19(고급)

- 효과 : 신성한 힘을 품고 있습니다.

던전에서 획득한 아이템이 아니라, AMT 병기창에서 제조한 아이템이었다.

일반 아이템이 일반-희귀-영웅-전설-신화, 5단계로 나누어진다면,

제조 아이템은 일반-고급-숙련-장인-명인, 5단계로 구분된다.

이 무기는 그래도 고급 단계로, 가벼운 데다가 무게 중심이 잘 잡혀 있었다.

‘한동안은 쓸만하겠군.’

이어서 두 번째 상자, 사령관이 보내준 포상을 열 차례였다.

“-읏! 이거 뭐가 이렇게 무겁습니까?”

최태용이 상자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그런데 이현욱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상자가 허공으로 떠올라서 이현욱 앞으로 날아왔다.

“오······.”

다시 한번 손가락을 까닥이자, 철컥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렸다.

그러자 다른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뭐, 뭐가 이렇게 많습니까?”

“그런데 이건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입니까?”

그 안에는, 다가올 지옥에 대비하여, 특별 주문 제작한 무언가가 잔뜩 들어있었다.

그건······.

“이거 말뚝······ 입니까?”

신성력이 가득 담긴 은색의 쇠 말뚝, 그게 무려 30개나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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