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24화 (24/221)

24. 서울역, F등급과 S등급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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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없는 플레이어가 등장하기 20분 전, 서울역 안······.

- 보스 몬스터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00:08:12)

“만약에 이번에 등장하는 이 ‘보스 몬스터’ 역시 저 거미들과 마찬가지로 금속 껍데기 같은 걸 가지고 있다면······ 제 능력이 안 통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현욱은 자신의 능력이 무용해진다는 것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허, 그 말씀은······.”

“그 거미 몬스터의 껍질을 파괴하지 못할 겁니다.”

“······.”

그 이유를 구태여 설명하지는 않았다.

‘금속이라고 해서 무엇이든지 터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마법이나 권능으로 보호받고 있거나, 아니면 그 가치가 희귀 등급 이상의 아이템이거나, 혹은 강력한 몬스터의 외피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를 지니고 있거나,

여러 가지 경우에 의해 이현욱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금속도 존재했다.

‘물론 금속 통제력을 끌어 올리면, 그 한계도 뚫어내겠다만, 아직은 아니다.’

그렇기에 방심하지 않고 계속해서 능력을 확장해나가야만 한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것들의 껍데기에 마법 데미지가 들어가긴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의 공격력만으로 껍질을 부수는 게 불가능할 텐데요······.”

경비팀장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으나 이현욱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뭐, 묶어 놓고 껍질을 뜯어내야겠죠.”

“예? 무, 묶는다니, 그런 괴물을 어떻게······.”

“그 계획을 지금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만큼 이현욱은 핵심을 위주로 간결하게 설명했고,

“하······.”

그의 설명이 끝나자 플레이어들은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허,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제일 나은 방법이긴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일 겁니다. 모두 제 위치에서 준비해주세요.”

겨우 5분 남은 시점,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레이드란 본디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게 아니다.’

레이드(Raid), MMORPG 게임에서 보스나 던전을 공략하는 걸 뜻하는 용어였으나 세상이 이렇게 게임처럼 변한 이후에는 ‘대 몬스터 전술’을 지칭하는 전문용어가 되었다.

이 게임의 설계상,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자신보다 강한 적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몬스터는 그에 상응하는 레벨의 플레이어보다 강력하며 무엇보다 숫자가 많았다.

물론 엄청난 돈을 투자를 통하여 엄청난 아이템으로 온몸을 두른다면 우격다짐으로 이길 수도 있겠지만, 플레이어 대다수가 그렇게까지는 대비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가지고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해야만 한다.’

이현욱은 전생에 ‘공략 팀장’ 임무를 수행했었다.

공략이란, 게이트 너머로 나아가 ‘던전’을 공략하고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배우고 깨달았던 수많은 지식, 즉 ‘공략법’을 이현욱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이놈의 약점은, 사실 전기다.’

- 보스 몬스터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00:00:00)

어느새 눈앞에 떠올라 있던 숫자가 0에 도달했다.

그 순간······.

- 보스 몬스터 ‘맹독갑옷거미(여왕)’가 출현했습니다.

쩌-어-어-어-어-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게이트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어디선가 튀어나온 거대한 무언가가 빛줄기를 가리며 거대한 그림자를 형성했다.

“헉! 나, 나왔다!”

이번에도 거미였다.

다만, 이번에는 ‘여왕’이다.

끼키기기기기---

여왕 거미는 1·2차 분출에서 출현했던 맹독갑옷거미보다 1.5배 정도는 더 큰 체구였다.

어찌나 큰지, 놈의 가장 높은 부분이 3층 테라스에 닿을 것만 같았다.

‘덩치뿐만이 아니다, 마비 가스도 족히 서너 배는 강할 거다.’

이현욱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왼손을 뻗어 놈의 껍질을 감지해냈다.

- 통제할 수 없는 금속입니다.

‘계획대로 하는 수밖에······.’

이현욱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구름의 검’ 뽑아 들었다.

- ‘구름의 검’ 스킬 ‘물안개’가 사용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는 검 끝을 놈에게 겨누고, 스킬을 사용했다.

푸-우-우-우-우-

검 끝에서 엄청난 양의 물안개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코볼트 때가 전방위 분사였다면, 이번에는 정면으로 반구형을 그리며 흩뿌려졌다.

동시에 금속 통제력을 사용했다.

‘전부 일어나서······.’

대상은 한쪽에 미리 쌓아 놓은- 그리고 손톱만 한 크기로 잘게 부수어 둔 맹독갑옷거미 금속 껍질 무더기, 수천 조각, 그것들을 일제히 공중으로 떠오르게 했다.

‘퍼지고, 나아가라!’

우-수-수-수-수-

그것들은, 물안개 안을 뚫고 지나가며 물기를 가득 머금었다.

그리고 일정한 대형을 이루며 마치 벌레 떼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끼키기기기기---

그것들의 움직임에, 놈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곧, 근처에 먹잇감이 있다는 걸 눈치챌 것이었다.

“워, 워터 볼도 준비됐습니다!”

“지금 바로 쏘세요!”

2명의 마법사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 끝에서 동그란 공 형태의 물이 생성되었다.

가장 초보적인 스킬 중 하나인 ‘워터 볼’이었다.

“-발사!”

퍼-엉! 퍼-엉!

개당 300L의 워터 볼이 놈의 등 위에서 마치 물풍선처럼 터졌다.

물 폭탄, 물에 젖은 금속 조각들······.

그 순간, 이현욱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박준모가 서 있었다.

“예! 준비됐습니다!”

박준모가 완드를 들고 앞으로 나서며 숨을 골랐다.

‘결정적인 역할······ 할 수 있다!’

이현욱은 이번에도 박준모에게 ‘결정적인’ 역할을 맡으라고 지시했다.

F등급, 일병, 초라하기만 했던 수식어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자 모두 최대한 뒤로 비키세요!”

박준모는 그렇게 자신감 있게 외치면서 완드를 휘둘렀다.

“이이이······.”

- 방출 가능한 전류량 (100%)

평소에는 4번에 나누어 쓰곤 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최대 용량의 전부, 단숨에 모조리 쥐어 짜내어, 동그란 형태로 만들었다.

파지지지지--

그 전기 덩어리는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처럼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현욱 상병님 지시대로 계속 훈련했어! 할 수 있다!’

이현욱이 휴가 나가기 전에 당부했던 말을, 박준모는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매일 같이 턱걸이를 하고 훈련장에 들려서 능력 연마를 했다.

‘달라질 수 있어, 비록 내 능력은 그대로일지언정, 나는 달라질 수 있어!’

박준모는 최대한 집중하여 그것을 뭉치게 했고, 손끝에 전해지는 엄청난 저항을 이겨냈다.

전기를 모은다는 감각은, 형언할 수 없었다.

마치 흘러넘치는 물을 손으로 쓸어 담아 공처럼 만든다고 해야 할까······.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박준모는 지금, 그걸 해내고 있었다.

“······가라!”

그리고, 놈에게 쏘아 보냈다.

그 시퍼런 구체가 놈의 몸뚱이에 닿는 순간-

파-지-지-지-지-지-!

엄청난 파장(波長)이 발생했다.

마치 거대한 ‘플라즈마 볼’을 보는 것처럼 시퍼런 전류가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며 거미줄처럼 뒤엉켰다. 금속, 물, 온갖 전도체를 타고 이리저리 튀기며 일대를 짓이겨버렸다.

“오······ 미친······.”

습기는 피부의 전기 저항을 약하게 만든다.

껍질, 그리고 껍질 틈 사이,

젖어 있는 그 부분, 부분으로 시퍼런 전류가 후비고 들어갔다.

파-지-지-지-지-지-!

그리고 감전되면 가장 먼저 신경이 마비된다.

끼기기기기······.

놈이 파르르 떨더니 풀썩, 주저앉았다.

“······어? 저, 정말로 기절했습니다!”

이현욱의 작전이 정말로 먹히자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방심할 때가 아니었다.

“몇 초 안 될 겁니다! 다음 작전을 속행합니다!”

그 사이, 이현욱은 놈의 다리에 수천 개의 금속 조각들을 달라붙게 했다.

‘너무 작으니까, 아직 조종이 쉽지 않다!’

하지만 못할 건 아니었다.

전생에, 수백만 번도 더 움직여 본 것들이었다.

어느새 젖은 껍질-금속 조각들이 놈의 온몸에 들러붙었다.

“······빙결 마법, 지금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법사들의 지팡이에서 시퍼런 에너지 덩어리가 쏘아졌다.

그것들은 놈의 다리 부근에서 터졌다.

쩌-저-저-적!

그러자 적중 지점으로부터 얼음이 마치 거품처럼 일어나며 젖은 금속 조각과 뒤엉켰다.

마치 시멘트에 자갈을 넣어서 굳히면 더욱 단단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만들어진 얼음 덩어리는 순수하게 물로만 구성된 얼음보다 몇 배는 더 단단했다.

이로써 8개의 다리 중 6개가 단단히 구속되었다.

“놈이 완전히 멈췄으니까, 모두 서둘러요!”

이현욱은 가방을 둘러매고 테라스 뛰어내렸다.

웅-

착륙 직전, 가방에 통제력을 실어서 충격을 감쇄시켰다.

그리고 지퍼를 열고 그 안에서 ‘강삭’ 더미의 끄트머리를 감지해내 끄집어냈다.

‘이걸로 다리를 묶는다!’

이 무거운 강삭을 구태여 준비했던 이유, 바로 이것이었다.

2.23mm 두께의 강삭이 20m 길이로 총 3롤······ 이현욱은 그것들을 움직여서 여왕 거미의 다리를 2개씩 엮어서 칭칭 감아버렸다.

강삭은 엄청난 인장력을 견딜 수 있다.

이로써 적지 않은 시간이 확보되었다.

“자! 이 틈에 놈의 껍데기를 뜯어내야 합니다!”

이현욱이 가장 먼저 놈의 허리 부근으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자 잠깐 머뭇거렸던 다른 플레이어들도 이내 껍질 틈 사이를 밟고 올라타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껍질만 떼어내면 된다!’

그렇게만 한다면, 놈에게 유효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게 된다.

그때였다.

“아, 썅······. 이럴 거면 나 왜 불렀어?”

어디선가 울리는 낯선 목소리······

플레이어들은 저도 모르게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어? 저분은 설마······.”

“······하, 한태산 플레이어?”

입구 부근, 덩치 큰 남자 한 명이 우뚝 서 있었다.

‘젠장! 생각보다 일찍 들어왔잖아?’

이현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을 시작했다.

시간이 없었다.

으적!

양손에 ‘강체화’를 걸고 구름의 검으로 껍질 틈 사이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지렛대 원리로 힘을 주는 동시에 17.5kg 금속 통제력까지 발휘했다.

“-으으으!”

쩌-적!

됐다.

껍질이 뜯어냈으나, 그 순간······.

끼-기-깃!

놈이 깨어나며 몸부림쳤다.

비록 아직 다리의 속박을 풀지 못했음에도, 그 요동침만으로도 이현욱은 튕기듯 날아가고 말았다.

“어, 어어어! 깨, 깨어났다!”

플레이어들은 혼비백산하여 놈의 등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래도 구멍이 생겼다! 어떻게든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이쪽을 향해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는 저 녹색 운동복 차림의 거구······ 권왕 한태산이었다.

“하, 뭐야, 아직 안 죽었잖아?”

그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목과 손목을 풀고 있었다.

‘······이대로면, 원래대로 놈이 그 아이템을 얻게 된다.’

본래 타임라인대로라면 그가 여기에서 나오는 ‘영웅’ 등급의 아이템을 가지게 된다.

그걸 가로채려고 했건만, 타이밍이 애매하게 겹치고 말았다.

“이거야 원 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거야? 야, 거기! 헛짓거리하지 말고 다 비켜 봐!”

이현욱은 어떻게든 먼저 보스를 처리하기 위하여 금속 통제력을 발휘, 당장 조종할 수 있는 모든 날카로운 것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태산을 막을 수는 없었다.

텅- 텅- 텅-

그는 도움닫기를 하듯 바닥을 몇 번 차며 거리를 좁히더니, 가볍게 레프트 훅을 날렸다.

뻐-어-엉!

저게 정녕, 한 방의 주먹질에서 나올 소리란 말인가······.

콰-과-과-과-과-

소닉붐(sonic boom), 음속을 돌파하며 공기가 터져나가는 현상, 그것과 비견될 정도의 굉음과 함께 돔 안에 있는 것 중 깨질 수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깨져나갔다.

심지어 이현욱이 조종하던 쇠 구슬마저 여왕 거미의 몸에 닿기도 전에 그 광풍에 휩쓸려 통제를 잃었다. 아마도 저기 한쪽 벽 어딘가에 표창처럼 처박혔을 것이었다.

“미, 미친······.”

여왕 거미 역시 그대로 튕겨 나가, 저 멀리, 벽에 처박혔다.

절대 깰 수 없었던 갑옷 껍질이 무슨 부스러기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심지어 4개의 다리가 절단되며 이곳저곳으로 튕겨 나가기까지 했다.

모두가 그 압도적인 장면에 경도되어, 입을 쩍 벌리고 뒷걸음질 쳤다.

끼기기기······.

여왕 거미가, 단말마를 토해내듯 울부짖었다.

“오, 뭐야······ 물리 방어력이 꽤 되나 본데? 이야, 아직도 살아 있어?”

사실상 물리 공격 계열의 ‘하드 카운터’로 설계된 보스 몬스터를······ 주먹 한 방에 빈사 상태로 만들어 놓고는······ 저게 할 소리인가 싶었다.

저벅- 저벅-

그는 여왕 거미를 향해 걸어가며 허공에다가 섀도복싱을 해대는 여유까지 선보였다.

그때······.

푹!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며, 여왕 거미의 벗겨진 껍질 안, 피부 깊숙이 처박혔다.

“······응? 뭐야 저 이쑤시개? 누구 거야!”

그건 검- 구름의 검이었다.

츄-욱-

곤충의 신체 구조상 ‘외피’가 깨지면 내부는 유약하기 그지없었다.

즉, 생각 이상으로 손쉽게 헤집을 수 있었다.

츄-욱-

이현욱은 검 끝에 온 심경을 집중하여 그것의 몸통 안으로 욱여넣었다.

그러자······.

- 구름의 검에 알 수 없는 기운이 차오릅니다. (24%)

‘됐다.’

구름의 검이 피를 흡혈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심장을 찔렀다는 신호였다.

“응? 야, 너야? 내가 비키라고 했을 텐데?”

“······.”

그는 그렇게 눈을 이현욱을 노려보았다.

“그건, 애초에 건들지도 말라는 뜻이니까 저리 비켜 있어. 방해된다.”

이현욱은 군말 없이 뒤로 비켰지만, 검 끝을 계속해서 움직여서 심장을 헤집었다.

‘됐어, 어차피 심장을 찌른 건 나다.’

뻐-억- 뻐-억-

이내 살벌한 소리와 함께 한태산이 거미 여왕을 샌드백처럼 두들기기 시작했다.

뻐-억- 뻐-억-

한 방, 한 방마다 껍질이 터지고, 다리가 잘리고, 내장이 뿜어졌다.

“와······.”

“저, 저게 S등급 플레이어의 힘······.”

그렇게 얼마 안 가서 모두의 눈앞에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 보스 몬스터 맹독갑옷거미(여왕)을 처치했습니다!

“하, 끝났다······.”

안도하는 한편, 허무하기도 했다.

- 축하합니다! 당신은 <언 럭키 이벤트>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렇게 긴장하고 대비했던 적이,

계획대로 대응했음에도 버거웠던 적이,

저렇게 손쉽게 처리되다니······.

- 끔찍한 불운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행운의 보상이 따릅니다!

* 이벤트 기여도에 따라서 ‘순위’가 결정되며, 보상은 차등 지급됩니다.

이렇듯 언 럭키 이벤트는 최악의 상황을 몰아치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기만 한다면 특별한 보상이 주어진다. 그것도 대부분 일반적인 게이트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응? 시발, 뭐야?”

얼굴에 튀긴 피를 닦아내며, 한태산이 어딘가 불만족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그의 눈앞에는 황당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 축하합니다! 행운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2등)

“내가 왜 1등이 아니야? 보스 몹 잡은 건 나잖아!”

그는 고개를 돌려 플레이어들을 하나씩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현욱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며, 무언가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축하합니다! 행운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1등)

그렇다.

1등은 이현욱이었다.

‘후, 성공이다.’

아무리 많은 잡몹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가장 많은 ‘기여도’를 주는 보스 몬스터에게 유효한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더라면 꼼짝없이 한태산에게 1등이 돌아갔을 터였다.

‘심장을 찌른 마지막 판단이 유효했어.’

그는 주머니에 있는 무언가를 움켜쥐며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 ‘마나난 막 리르의 비밀 갑주(영웅)’를 획득했습니다.

‘이게 바로 그 아이템이다.’

3층 맞이방에 올라가서야 그걸 꺼냈다.

갑주라고 했는데······ 이건 검은색의 얇은 목걸이였다.

다만, 비밀 갑주라는 이름답게 이걸 착용하고 마나를 불어 넣으면, 피부 위로 얇은 갑옷이 생성되는, 휴대와 보관이 상당히 유용하면서도 방어력까지 높은 아이템이었다.

무겁지도 거치적거리지도 않고 언제든지 벗을 수 있는 갑옷이라니,

확실히 한태산이라는 격투가 계열 플레이어에게 딱 알맞은 방어구였다.

‘더군다나, 한 가지 기능이 더 있었다. 1칸짜리 아공간이었지 아마?’

이 갑옷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비밀은, 아이템 하나를 숨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태산도 그걸 마치 비장의 수처럼 쏠쏠하게 썼었다.’

건틀렛을 끼고 주먹질은 하던 한태산이 난데없이 ‘묠니르’ 따위를 꺼내어 휘두르거나, 마나 폭탄 같은 걸 꺼내서 던지기도 하는 등, 상당히 활용도가 높은 기능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성장할 수 있는 갑옷이다.’

영웅 등급이 레벨이 오르는 갑옷이라니,

전설 등급의 방어구가 아닌 이상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현욱은 그걸······.

꿀꺽-

집어삼켰다.

그 대단한 기능을 남김없이 흡수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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