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8화 (18/221)

18. 폭발적인 성장, 그리고 기회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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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이현욱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가 날숨을 내뱉을 때마다 마치 곽진철처럼 회색 연기가 뿜어졌다.

방 안은 이미 짙은 연기로 가득했다.

그런데도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는데, 그가 센서 주변을 테이핑해놓았기 때문이었다.

‘거의 다 끝났다.’

그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어딘가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목표는 냉장고.

겨우겨우 도달하여 떨리는 손을 뻗어 생수를 한 병 꺼냈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 위장에 닿을 때마다 하얀 수증기가 치솟았다.

용광로가 제 기능을 하며 몸에 들어오는 모든 걸 녹이고 끓인다. 그리고 완전히 흡수한다.

‘죽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았다.

이미 몇 번이고 겪어본 고통이었으니까.

그는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천천히 훑었다.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17,499g

이제 무려 17.5kg이다.

만약 300g짜리 단검을 움직인다면, 60개가량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으며, 이 경우 단검 1개 당 실리는 힘은 이현욱이 한 손으로 휘두르는 정도쯤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금속 탐지 능력도 상승하여 135m 밖의 500g짜리 금속도 감지해낼 수 있었다.

‘36시간······.’

그가 이 방에 처박힌 채 금속만 흡수한 시간이었는데, 그로써 바닥에 잔뜩 쌓여 있던 11kg의 금속은 어느새 남김없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그의 피부 위로, 녹색의 선이 도드라져 있었다. 무슨 일인지 혈관 색이 바뀐 것이었다.

- 주의! 다양한 성질의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크으으으······.”

저릿함, 아림, 메슥거림, 어지러움, 그런 것들이 온몸을 헤집었다.

독 속성이 인첸트된 금속을 삼킴으로써 중독 증상이 일어난 것이었다.

다만, 지금 이 증상은 일종의 적응과정이었다.

- 독에 대한 내성 2단계가 생성 중입니다. (81%)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내성은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있으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독에 의한 상태 이상 반응과 데미지가 줄어든다. 그 이상으로 간다면 ‘면역’이 되어 웬만한 독에는 죽지 않는 몸이 된다.

물론, 그건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독을 삼켜야 할 것이었다.

‘······지금은 2단계 정도면 충분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 축하합니다! 1차 잠재 돌파에 성공하여 ‘특성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금속 통제력이 10kg, 100kg, 1,000kg 등 일정 수준을 돌파할 때마다 ‘특성 스킬’이 주어지는데, 방금, 그 첫 관문을 돌파했다.

그로써 얻은 스킬은······.

[스킬 정보]

- 이름 : 금속 파쇄

- 등급 : D

- 효과 : 마나를 소모하여 일정량의 금속을 ‘파쇄’합니다.

* 스킬 적용 대상의 양에 따라서 소모 마나가 달라집니다.

‘역시, 시의적절한 걸 얻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 한쪽,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손톱깎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웅-

손톱깎이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파쇄.’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쩌-저-정!

연쇄적인 파열음과 함께 손톱깎이가 터져버렸다.

마치 나뭇조각이 톱밥으로 갈려 나가듯,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며 벽지, 탁자, 침대 이곳저곳을 긁고 지나갔다.

파-가-가-각!

심지어 몇 조각이 이현욱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쉬-익!

자칫하면 얼굴이 찢겨나갈 그 순간,

웅-

파편들이 허공에 우뚝 멈춰 섰다.

그것들은 원형을 그리며 비행하더니 이현욱의 시선을 따라서 움직여서, 탁자 위에 가지런히 쌓이기 시작했다.

이게 작은 손톱깎이였으니 망정이지 몇 배는 더 큰 검을 터뜨린다면······ 아니, 더 나아가서 수십 킬로그램의 금속에 적용한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었다.

“후, 좋아······.”

그는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을 이겨내며, 미소를 머금었다.

***

이현욱은 영등포역에 서 있었다.

- AM 11:31

휴가 복귀까지 19시간,

그리고 ‘그 일’이 터지기까지 14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그 전까지 할 일이 하나 남아 있다.’

이번 휴가, 이현욱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목표는 말 그대로 ‘금속 통제력’을 대폭 상승시키고, 더 나아가서 안정적인 금속 공급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는데, 계획대로 강정두 장인과 거래를 틂으로써 깔끔하게 해결됐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돈.’

돈, 간단명료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단 한 글자, 그게 필요했다.

‘우리가 빌런에게 패배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역시 돈이다.’

고든 프라이스의 ‘검은돈’이 물밑에서 움직이며 권력을 매수하고 플레이어를 고용하고 아이템을 사들였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하지만 완벽하게 모든 것을 장악해 나간 것이다.

‘고든 프라이스, 그놈보다 많은 재산을 가지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놈의 돈 놀음에 휩쓸리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현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계산했다.

‘통장에 남은 돈이 약 700만 원이고······.’

그리고 포상 포인트로 교환한 5등급 오브 3개와 오크에게 추가로 얻은 3등급 오브 1개, 그것들을 대충 계산하면 총 1,100만 원 정도였다.

‘합쳐서 1,800만 원······.’

초라했다.

전 재산을 싹 다 긁어모아도, 현 시점상에서 이미 수십 조 규모의 자산가인 <블루 트리>의 오너, 고든 프라이스와 비교한다면 새 발의 피도 안 될 돈이었다.

그러나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돈이 모이는 장소와 시간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곧 발생한 4차 웨이브, 그 뒤에 부흥하는 산업이 무엇인지, 난 알고 있다.’

즉 일찌감치 그런 ‘종목’에 투자한다면 푼돈일지라도 곧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일련의 과정을 일일이 신경 쓸 수는 없게 될 거야.’

처음 몇 푼 정도야 인터넷을 통해서 관리할 수 있을 테지만 금액이 커지게 되면, 그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앞으로도 수많은 사건이 벌어질 텐데, 그 대부분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일인 만큼, 능력 상승과 수련에 집중할 필요성이 있었다.

즉, 전문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돈의 흐름에 기민하면서도 맡은 바 일에 성실하고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

‘······떠 오르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그의 이름은 박철수, 이현욱의 고등학교 선배였다.

‘지금은 그저 작은 길드를 운영하고 있겠지만, 훗날 최고의 플레이어 에이전트가 된다.’

하물며, 훗날 을 주도할 ‘분석가’ 계열의 플레이어로서, 무려 10년 동안이나 모르고 있던 이현욱의 ‘능력 상승 방법’을 찾아준 은인이기도 했다.

‘강희설에 이어, 두 번째로 확보해야 할 인적 자원이다.’

어쩌면 사람이야말로 돈보다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었다.

***

이현욱의 신길역 근처의 낡은 상가, 그 2층의 <희망 길드> 사무실 앞에 섰을 때,

쨍그랑!

그 안에서부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시발! 형! 진짜 내가 형 때리게 하지 좀 마!”

누군가를 위협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는······ 이원철이다.’

그건 이현욱과 고등학교 동창인 양아치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위협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길드 마스터, 박철수일 것이었다.

‘그 녀석은 박철수의 시린 이 중 하나였지.’

박철수는 이현욱과 이원철의 고등학교 대선배였다.

선배라고 하지만 무려 8살 차이로서, 이현욱과 이원철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박철수는 이미 한 유명 길드에 입사하여 대리급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때 박철수의 담임 선생님이기도 했던 교감 선생님의 소개로, 박철수가 한참 어린 후배 플레이어들을 도와주기로 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선, 철수 형만큼 이타적인 인물도 드물었지······.’

그는 한 번 인연을 맺은 후배들을 끝까지 도와주었다. 심지어 이렇게 직접 길드를 차리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도 갈 곳 없는 후배들을 챙기기 위함이었으니 말 다 했다.

‘그런데, 그런 은혜를······ 이원철은 뒤통수로 갚았다.’

이현욱은 사무실 문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러자 박철수의 목소리-길드 마스터답지 않게 설설 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원철아, 너도 알잖아, 이번 달에 의뢰가 몇 건 안 들어온 거······ 너희 월급도 다 내 적금을 쪼개서 마련한 거야. 진짜 미안하다, 조금만 참아줘라.”

“아니, 그건 난 모르겠고, 마스터께서 양질의 일을 구해 와야 길드원들이 발로 뛰어서 돈을 벌어 올 거 아니야? 형이 똑바로 일 안 한 걸 누굴 탓하고 있어?”

이현욱은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내부를 살폈다.

가죽 재킷을 입은 덩치, 이원철이 내뿜은 담배 연기가 책상을 넘어가더니 주름진 셔츠를 입은 남자, 박철수의 얼굴에 끼얹어졌다. 예의범절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모습이었다.

“콜록! 콜록! 그, 내가 계속 일거리를 찾아왔는데, 너희가 다 거절하는······.”

“아, 씨발, 진짜!”

이원철의 고함에 박철수가 깜짝 놀라며 움츠러들었다.

“형! 행사 경비 따위가 의뢰야? 응? 아, 가오 상하게 진짜······.”

“······.”

“의뢰도 의뢰다운 걸 가져와야지 나랑 애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 할 거 아니야! 씨발, 경비원이 말이야 방귀야? 안 그렇냐, 얘들아?”

이원철이 그렇게 말하며 돌아보자,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 셋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예, 맞습니다! 저도 다른 길드처럼 ‘게이트 작전’ 같은 거 뛰고 싶습니다.”

“진짜, 요즘 일 하는 게 영 재미가 없습니다.”

“아, 저는 솔직히 그냥 딴 길드 갈까 고민 중입니다.”

저 셋은 이원철이 영입한 길드원들로서, 사실상 이원철의 수족이었다.

‘이때부터 이미, 길드 마스터는 박철수이지만 실세는 이원철이었다.’

이 당시 이원철은 꽤 잠재력이 있는 플레이어였다. 각성 이후 3년 만에 C등급에 도달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잔뜩 거만해진 이원철은 탐욕에 눈이 멀어 은혜를 배신으로 갚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 방법조차 정말 치졸하고 더러웠다.’

녀석은 마음에 들지 않는 길드원들을 남몰래 갈궈 퇴사하게 한 뒤, 그 자리를 제가 아는 동생들로 채워 넣는 식으로 길드를 야금야금 먹어치우며, 통제력을 손에 쥐었다.

그 모든 건 박철수가 다양한 개인 사정 때문에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로써, 결국 길드를 통째로 집어삼킨 뒤, 다른 길드에 팔아버리기에 이른다.

이현욱은 더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딸랑- 딸랑-

사무실 출입문에 걸려 있는 종이 울리자, 박철수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어서오십······ 응?”

“어? 현욱아!”

“하, 이건 또 뭐야······.”

세 사람이 이현욱을 알아보았다.

박철수, 이원철, 그리고 길드 사무실의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는 여자 동창, 김지연이었다.

“어이, 깡통 조종사, 네가 여기 무슨 볼일이야?”

이원철이 그렇게 말하며 담뱃재를 툭툭, 바닥에다가 털었다.

이현욱과 이원철, 이 둘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몹시 나쁜 편이었다.

“현욱아, 진짜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순간적으로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김지연이 물었다.

그러자 이원철이 픽, 하고 코웃음을 쳤다.

“군인 새끼가 잘 지내봤자 뭐 얼마나 잘 지내겠어?”

“······.”

“아, 나는 바로 길드로 빠져서 안 해봐서 모르지만, 바닥 인생이 보나 마나 뭐······.”

이현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서 소파 한쪽에 앉았다. 이어서 사무실을 한 번 쓱 둘러보고는, 박철수와 눈을 마주쳐다.

“철수 형, 형한테 할 말 있어서 왔는데, 바빠?”

“아, 어, 그게, 현욱아 그게 지금은······.”

“-야!”

이원철이 난데없는 고함에, 이현욱을 제외한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할 말이고 나발이고 씨발, 그 전에 오랜만에 친구를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 할 거 아니냐, 이 새끼야······ 내가 지금 몇 마디를 했는데 죄다 씹어버리냐, 재수 없게······.”

그 말에 박철수를 바라보고 있던 이현욱의 시선이, 아주 천천히 이원철에게 옮겨졌다.

“······이원철.”

“뭐, 이 새끼야! 뭔데 목소리를 그렇게 비장하게 깔고 있어?”

“나는 네 동창이 아니라, 손님으로서 길드 마스터한테 물은 거니까, 넌 입 닥치고 있어.”

순간, 이원철이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동시에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 셋, 이원철의 충성스러운 동생들이 적의를 담아 이현욱을 노려보기 시작하자, 사무실 전체에 무거운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하하하······ 이 F등급 새끼가, 군대에서 처맞고 맛이 가서 옛 기억을 잃었나······ 안 그래도 기분 더러웠는데 후- 넌 시발 이거 다 피면 뒤졌다.”

“······.”

“우리 현욱이, 오랜만에 중학교 때처럼 처맞고 싶어서 온 거지? 그치?”

이원철은 그렇게 온갖 악담을 쏟아내더니, 책상 위의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서 껐다.

“이미 다 폈다. 튀기는 늦었다, 이 새끼야.”

그리고는, 재떨이를 들어 올려 입 근처로 가져다 대더니 목구멍에서 가래를 끓어 올렸다.

“카-악! 퉤!”

그런데······.

“······응? 어? 뭐야!”

분명 재떨이에 뱉었건만, 가래침은 이원철 자신의 허벅지에 안착해 있었다. 그리고 그가 들고 있던 알루미늄 재떨이는······

웅-

······그의 손에서 벗어나 허공에 두둥실 떠 있었다.

이원철의 왼쪽 얼굴이 부르르 떨렸다.

이게 이현욱이 벌일 짓이라는 건 누가 봐도 명확했다.

“하······ 이현욱, 이, 이 개새끼가······.”

이원철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이현욱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넌 진짜 뒤졌다!”

그는 ‘격투가’ 계열의 플레이어인 만큼, 별다른 무기가 없더라도 제구실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오크와 맨손 격투를 벌이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워, 원철아 안 돼!”

“야! 그러지 마!”

박철수가 놀라서 일어섰고 김지연이 꽥 소리쳤지만, 녀석은 멈출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촤-륵!

이원철의 바지, 해골 문양의 벨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저절로 풀리더니,

“어?”

마치 누군가 잡아 기듯 듯 바닥으로 떨어지며 바지를 통째로 끌어 내버린 것이다.

그렇게, 이원철의 노란색 곰돌이 푸 팬티가 만천하에 공개되었는데, 심지어······.

“······억!”

이원철이 벗겨진 제 바지에 걸려서 철퍼덕 넘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장면까지 펼쳐졌다.

“······혀, 형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벨트는 뱀처럼 움직이더니, 엉덩이와 허벅지를 타고 넘어가, 두 발목을 칭칭 동여맨 뒤에 하나로 결합해버렸다.

촤-륵!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순식간에 다리를 포박한 것이었다.

“으, 이, 이, 개새끼가! 야! 뭐해! 저 새끼 잡아!”

이원철의 악에 받친 외침,

그러나 소파에 앉아 있던 충성스러운 동생 셋은 아무것도 못 했다.

“어, 어어······.”

그저 엉거주춤 일어선 채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이현욱과 이원철을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어······.”

그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이현욱은 소파에 기대어 앉은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이원철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는,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철수 형, 내가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데 지금 바로,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도 기괴한 장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스-스-스-스-

이현욱이 내려놓은 검은색 가방에서 웬 회색 선들이 저절로 기어 나오더니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구불거리며, 바닥에서 버둥거리는 이원철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건 흔히 와이어 로프라고 불리는 쇠줄, 강삭(鋼索)이었다.

스-스-스-스-

“으아아! 이게 뭐야! 사, 살려줘!”

두꺼운 강삭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달려드는 장면은 참으로 기괴했다.

이원철은 발버둥 치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바지조차 제대로 입을 시간이 없었다.

4줄기의 강삭이, 마치 아나콘다처럼 이원철의 몸뚱이를 칭칭 동여매어 버렸다.

“······으으으으!”

그렇게 C등급 21레벨의 플레이어 이원철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제압하는 이현욱을 바라보며, 희망 길드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박철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현욱아······ 너 많이 달라졌구나······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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