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7화 (17/221)

17. 폭발적인 성장, 그리고 기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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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서 내린 서은하 중위는 베이지색 코트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일임에도 전투복이 아닌 걸 보아하니 아마도 휴가인 듯했다.

“충성!”

선탑자 소위가 그녀에게 경례한 뒤 현재 상황에 대해서 짤막하게 보고했고,

그녀는 곳곳에 널브러진 오크 시체를 살핀 뒤, 이현욱과 유해나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유해나가 비죽, 웃었다.

“오, 이게 누구야? 기사단장님 셋째 딸이잖아? 많이 컸네?”

그렇게 아는 체했지만 틀렸다. 둘째 딸이었다.

“······제3항마여단 2대대 공략소대장입니다.”

어쨌든, 그런 아는 척에도 불구하고 서은하는 매우 건조하게 사무적으로 응대했고, 유해나의 표정도 덩달아서 차갑게 굳었다. 어울리지 않는 서운함마저 느껴졌는데······.

아무래도 두 사람의 악연은 꽤 오래전부터 맺어진 모양이었다.

“무슨 대장이라고? 흠, 우리 서은하 양 정도면 AMT에서 썩기 아까운데.”

“······.”

“잘 됐다. 이 명함 그냥 서은하 양이 받아갈래? 아직 어리니까 새로 시작해도 좋을 때잖아.”

유해나는 이현욱이 받지 않은 명함을 팔랑팔랑 흔들어댔다.

‘생각해보니 서은하 역시 유해나의 그 집착 대상 중 하나였지.’

처음에는 정복하려고 했으나 끝내 손에 쥐지 못하니 부숴버리겠다는 기괴한 마음으로, 유하나는 서은하를 노렸었다.

그리고 끝내 그 욕망을 이루게 된다.

“이 근방에 발생한 게이트의 공략 권한은 제3항마여단 1대대가 가지게 되었습니다. 권한이 없는 무장 플레이어는 현 장소, 그러니까 ‘레드 그라운드’에 계시면 안 됩니다. 나가주시죠.”

“아, 벌써 너희가 달려가서 차지한 거야? 빠르네? 근데······.”

유해나는 냉소를 머금으며, 자신의 SUV 쪽을 가리켰다.

“······어차피 우리는 관심 없어.”

그녀의 팀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차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었다.

“오크 게이트 같은 건 우리 레벨에 안 맞거든. 그냥 지나가던 길에 긴급 지원 요청이 들어와서 올라온 거야, 인도주의 차원에서.”

“······.”

“이렇게 좋은 뜻으로 온 건데 다들 쌀쌀맞게 대하니까······ 내 기분이 좀 그렇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유해나가 속한 공략팀은 청화 길드 내에서도 최상위 실력자들이었고 적어도 트롤 게이트 정도는 되어야 나설 것이었다.

“그럼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작전지에서 차 좀 빼주시죠.”

“아, 알겠다니까! 근데 잠깐만······.”

유해나의 시선이 이현욱에게 옮겨졌다.

“······거기, 이현욱 상병님?”

서은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해나와 이현욱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유해나가 이현욱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섰다.

“내 담당 지역이 이 일대라서 어쩌면 큼직한 던전이 열릴 때 얼굴 보게 될 것 같은데, 첫인상 좀 좋게좋게 가져가면 서로 좋게좋게 되지 않을까 해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렇게 말하며, 이현욱의 전투복 앞주머니에 자기 명함을 찔러 넣었다.

“잘 생각하고 연락하려면······ 뭐, 하세요. 내가 또 보기보다 그렇게 사람 안 가리니까.”

유해나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서, SUV에 탔다.

그렇게 청화 길드의 SUV가 출발하자, 서은하가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녀의 표정이 묘한 짜증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황상, 유해나 때문인 듯했다.

“이현욱······ 너, 휴가야?”

“예, 그렇습니다.”

“······.”

몇 초간의 정적······.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돌아서 버렸다.

‘아무리 봐도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현욱은 서은하의 스타일을 잘 알았다.

저렇게 복잡한 표정으로 형식적인 안부를 물은 뒤 잠시 머뭇거릴 땐, 할 말이 있으나 끝내 주저한 것이었다.

‘저렇게 몇 번 곱씹다가 언젠가 말하고 만다.’

이렇듯, 은근히 소심한 내면을 가진 그녀였다.

잠시 후, AMT 헌병 조사반이 도착하여 몬스터 습격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그 시간 약 30분이 걸렸고, 그 뒤에야 진정한 의미의 휴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

예정보다 2시간이나 늦은 시각, 이현욱과 최선아는 서울역에 도착했다.

“부소대장님,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응? 이현욱 상병은 기차 안 타려고? 같은 방향이라서 같이 타고 갈 줄 알았는데.”

이현욱은 작별인사에 최선아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아, 저는 서울에서 만날 사람이 있어서 나중에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응,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복귀해서 보자. 안녕!”

“예,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이현욱은 자신의 주소지인 수원으로 갈 생각이 없었다.

오래전, 부모를 잃은 뒤 친척 집에 얹혀살게 되었는데, 좋지 않은 기억만 남은 시간이었다.

즉, 그의 미래에는 기록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현욱은 가장 먼저 사복을 구매하여 갈아입었다.

편한 옷이라기보다 그래도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는 블레이저와 슬랙스였는데, 최선에게 말한 ‘따로 만날 사람’ 앞에서 격식을 차리기 위함이었다.

이어서 영등포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11시가 지나고 있었다. 온갖 예상 밖의 사건이 벌어지며 적지 않은 시간이 낭비되었다.

“계획대로 되려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겠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당연히 흡수할 금속을, 그것도 질 좋은 금속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내 영등포구 문래동의 ‘대장간 골목’이라고 불리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과거에 ‘철강 골목’이 있었던 자리였는데, 게임이 시작된 이후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모여서 ‘마법 재료 공학’ 및 ‘아이템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며 그 규모가 점차 커졌고, 몇 년 전부터 ‘대장장이 조합’이 출범하여 대장장이들의 이권을 위하여 활동하는 등, 나름대로 플레이어 세계의 주요 축 중 하나로 부상하는 중이었다만······.

‘말이 좋아 조합이지, 일부 기득권을 가진 대장장이에게만 유리한 적폐 덩어리다.’

전형적으로 썩어빠진 조직, 그게 대장장이 조합이라는 걸 이현욱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적폐에 짓눌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진짜 실력자를 알고 있다.’

쨍-강! 쨍-강!

골목 입구에서부터 금속을 두드려 펴는 단조(鍛造) 작업 소리가 들려왔다.

이현욱은 골목 입구의 ‘조합 사무실’로 들어갔다.

대장장이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조합을 통해야 한다는-즉,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절차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직원이 컴퓨터 앞에 앉은 채 시큰둥하게 인사했다.

심지어 이현욱이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반강제적으로 조합 창구를 이용하게끔 했으면서 이런 서비스 정신이라니······ 조합의 수준을 알만한 장면이었다.

“안녕하세요.”

“어, 예, 무슨 일로 오셨어요?”

“잠시만요······.”

이현욱은 지갑에서 명함을 찾는 척하다가, 다른 명함들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툭- 툭- 툭-

흑호 부대 전술교육관 천명호 준위의 명함,

청화 길드 서울공략부장 캐서린 유의 명함,

그리고 휴가 나가서 혹시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라고, 대대장 김강식이 챙겨준 명함까지,

그 3장의 휘황찬란한 이름이 책상 위에 놓이자······.

“······.”

직원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어? 뭐야 이 사람?’

그는 생각했다.

이런 명함을 들고 있는 남자가 등장부터 당당하게 제 명함을 건네주려고 한다면, 그게 의미하는 바는 명징하다고.

‘······이 사람, 꽤 거물이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 건 꽤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었다.

직원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가시적인 미소를 장착했다.

“아, 이런······ 어떻게 제 명함만 두고 왔네요.”

“하하하, 괜찮습니다, 사장님. 자, 이쪽에 편하게 앉으세요.”

명함 따위가 무엇이 중요하리, 직원이 사무실 한쪽의 소파를 아주 정중한 자세로 가리켰다.

“사장님, 찾으시는 물건을 말씀해주시면 질 좋은 것들로 추려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게,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아! 전속 대장장이를 찾으시는군요? 그럼 제가 사장님의 아이템 용도에 맞게, 딱 알맞은 장인을 추천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몬스터의 배리어를 뚫고 뼈와 살을 끊어내는 무기, 전투 계열 플레이어의 장비 아이템은 언제나 수리가 필요했고 그건 대장장이 플레이어의 일이었다.

특히나 상위권의 플레이어는 자신의 값비싼 장비를 아무한테나 맡기지는 않았으며, 자신의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줄 ‘전속 대장장이’를 두곤 했다.

“아뇨, 저는 따로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직원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조합의 힘은 새로운 손님에게 대장장이를 추천할 권한에 있었기 때문인데, 즉, 조합의 핵심 권력을 받들어 모시는 대장장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는 것이었다.

“저, 혹시 그 장인분 성함이 어떻게 될까요?”

“강정두 장인입니다.”

“······.”

직원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아마도 추천 명단에서 배제된 이름이기 때문이겠지.’

강정두 장인은 조합이라는 거대한 구조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조합의 눈 밖에 나버렸고 지금은 찬밥 신세일 터였다.

‘하지만 가장 실력 있는 대장장이 중 한 명이다.’

직원은 쭈뼛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 사장님, 그분은 영 실적이 좋지 못하신대, 제가 더 실력 좋은 분으로······.”

“아뇨, 꼭 강정두 장인으로 부탁합니다.”

“······.”

“혹시 제 말 못 들으셨습니까?”

“하하하······ 정 그러시겠다면, 알겠습니다.”

직원은 역시나 강정두를 배제하려고 했다.

명함 꺼내놓기 작전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지점에서 문전박대당했을 수도 있었다.

잠시 후, 안쪽 문이 열리며 백발의 늙은이가 나타났다.

‘강정두 장인, 그 이름은 숱하게 들었으나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불과 4년 뒤에 명을 달리하지만, 그전까지 엄청난 아이템을 만들어낼 진짜 장인이다.

‘잘만하면, 저분이 만들어내는 물건을 전부 가질 수 있다.’

이현욱은 그 엄청난 위인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 지경이었다.

“아이고 사장님, 이 노인을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강정두라고 합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가 허리를 직각으로 꾸벅 숙였다.

“저 어르신, 실례가 안 된다면 어르신의 공방에 가서 직접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게, 이 노인의 거처는 꽤 누추합니다.”

“괜찮습니다.”

직원의 표정이 한 번 더 굳어졌다.

조합의 사무실이 아니라 ‘블랙리스트’인 대장장이의 공방으로 가겠다니,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거물급 손님이라고 오해한 터, 감히 막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이현욱은 대장장이 골목에서 가장 구석진 곳, 허름한 건물로 들어갔다.

녹슨 셔터가 반쯤 열려 있는 작업장에는 작은 모루와 화구, 녹슨 작업대가 전부였다.

“이것 참, 초라해서 면목 없습니다. 구경만 하고 가신다고 해도 좋습니다.”

“아닙니다, 어르신의 경력이 느껴지는 장소군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참으로 기쁩니다.”

거처는 초라하지만, 그 안에 걸려 있는 물건은 그렇지 않았다.

이현욱은 입구에서부터 엄청난 물건을 발견했다.

그건, 검은색 창이었다.

‘저건 오리할콘 촉으로 만든 투창이다.’

훗날, 잘츠부르크의 ‘드래곤 나이트’가 쓰게 될 투창 병기 중 하나였다.

‘아직 배리어 붕괴 효과가 적용된 것 같진 않은데, 1년 뒤쯤에나 완성되겠군.’

꿀꺽-

침이 절로 넘어갔다.

그러나 감히 당장은 얻을 수 없었다.

선뜻 사겠다고 요구하기에는, 강정도 장인조차 그 값을 알고 있을 것이었으며 이현욱에게는 그럴 만한 돈이 아직 없었다.

‘강 장인이 모든 걸 다 내놓아도 저것만은 쉽사리 내놓지 않았었다.’

이현욱이 듣기로는 강정두가 죽기 직전, 오스트리아의 영웅 드래곤 나이트가 직접 찾아와서 유럽 대륙에 나타난 드래곤 ‘타라스크’의 심장에 저 창을 기필코 박아 넣겠다고, 반나절의 설득 끝에 겨우 얻어냈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저 창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된다.

‘후······ 일단은 내 주제 것, 마법 속성이 부여된 금속을 먹어야 한다.’

어떤 금속을 먹든 성장을 하긴 하겠다만, 몇 번을 상기했던 것처럼 질 좋은 금속-특히 마법이 담긴 금속을 찾아서 먹어야만 했다.

그럴 경우, 단순히 금속 통제력만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스킬’은 물론이거니와 특정 마법에 대한 ‘내성’까지 생성되며 그 수준이 극에 달하면 ‘면역’에 이르게 된다.

가령, 화염 속성으로 인첸트된 금속을 계속 먹다 보면 불에 휩싸여도 화상을 입지 않는다.

‘당장은 독 면역이 필요하다.’

이틀 뒤 일어날 사건 4차 웨이브의 전조,

바로 그 순간을 위하여 ‘독 면역’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사장님, 제가 혼자 일 하는 게 아니라 조수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인사드리라고 하겠습니다.”

“하하, 좋죠.”

“얘, 희설아!”

칠순 노인이 목청도 좋았다.

그의 부름에 공방 안쪽, 방에서부터 발걸음이 들려왔다.

“아, 왜!”

제 할아버지와 맞먹는 목청, 다만 하이톤의 여자 목소리였다.

“나 지금 인첸트 연습하고 있었단 말이야!”

공방 안쪽 문이 열리고, 얼굴에 검댕을 잔뜩 묻히고 있는, 단발머리의 여자애가 나왔다.

‘강희설, 아직 앳되군.’

그녀의 나이를 대략 계산해보니, 아마도 고등학교 1~2학년 정도일 터였다.

‘강정두는 지금으로부터 4년 뒤에 죽는다.’

별다른 지병에 의한 건 아니었고 노환에 의한 자연사이기에 이현욱이 막을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저 여자, 백설(Snow White) 강희설은 점점 성장할 거다. 그리고 훗날 드워프 장인 7명과 함께 최초의 명인 등급 아이템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 게임에는 ‘가문 시스템’이라는 게 존재한다.

쉽게 말해서 플레이어 능력에도 ‘가족력’이 반영된다.

가령, 아버지가 마법사 플레이어로 각성했다면 나중에 그 자식들이 각성할 시 마법사 관련 특성을 얻을 가능성이 컸다.

육군 성기사단장 서백진 장군의 둘째 딸인 서은하가 성기사 플레이어인 것도 바로 그런 예였으며, 강희설 역시 강정두의 손녀로서 대장장이의 특성으로 각성한 것이었다.

“응? 이 아저씨는 누구야?”

“아저씨라니, 사장님이시다!”

“아! 손놈~”

“이년이, 소, 소, 손놈이라니! 말버릇하고는 진짜!”

“아니, 할아버지가 맨날······.”

“이것아! 언제 철이 들래?”

이현욱은 피식 웃었다.

‘역시나 아주 철부지군. 앞으로도 철들 일은 없을 텐데.’

특히나 저런 막돼먹은 말버릇을 제 할아버지인 강정두에게 배운 것이라는 걸, 이현욱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강정두, 겉으로는 유해 보이지만 고집 있고 강단 있는 늙은이다.’

오죽하면 대장장이 조합과 대거리를 하고 척을 지겠는가?

“하하, 괜찮습니다. 손녀분도 대장장이 플레이어신가 봅니다.”

“기구하게 운명이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일가족이 가업을 이루고 있으니까, 더욱 믿고 맡길 수 있겠습니다.”

이현욱의 말에 강정두는 황공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현욱의 강정두의 공방에서 ‘독 속성’이 인첸트된 마법 금속을 최대한 구매했다.

그 무게가 무려 11kg, 가격만 해도 2,200만 원이었다.

그것 외에 쓸만한 마법 금속 재질의 단검 1자루와 쇠 구슬 20개를 구매했다.

특히나 이 지름 3cm짜리 쇠 구슬은 미스릴-텅스텐합금으로, 적당한 무게에 괜찮은 항마력이 내재하어 몬스터의 ‘배리어’를 효과적으로 붕괴시킬 것이었다.

그리고 쇠 구슬은 무엇보다 조종하기 편한 금속이었는데, 무게 중심이 가운데에 위치하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 위하여 신경을 쓸 필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마법 금속 쇠 구슬이 20개에 290만 원이면, 꽤 싸게 샀다.’

AMT 병사는 이렇게 개인 병기를 직접 구매하여 반입할 수 있었다.

‘이맘때에 적금을 꼬박꼬박 들어놔서 다행이야.’

AMT는 나름 직업 군인이기에 매달 직장인만큼의 월급이 들어오는데, 군인이 으레 그렇듯 부대 안에만 있으니 돈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통장에는 현재 약 3,800만 원 정도가 들어 있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장님!”

단 한 번의 거래만으로 몇 달 치 수입을 얻은 강정두는 신이 났고 강희설 역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고 있었다.

“와! 이, 이천 만 원! 대박······ 할아버지, 오늘은 치킨이랑 피자랑······”

“이것아, 그 주둥아- 흠, 입 좀 가만히 좀 있어 봐!”

저 말괄량이 같은 이미지는 나이가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을 터였다.

“물건이 아주 좋네요. 자주 거래하러 올 테니까, 부디 건강하셔야 합니다.”

“아이고, 물론입니다.”

“손녀분도 나중에 또 봐요.”

“네네! 자주 좀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히히!”

“아이고, 이것아······.”

자주 만나면 좋은 쪽은 오히려 이현욱이었다.

이렇게, 질 좋은 금속 공급처가 확보되었다.

***

이현욱은 근처 모텔에 숙소를 잡았다.

“후······.”

그리고 지금, 긴장한 표정으로 방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강정두로부터 구매한 ‘독 속성’이 ‘인첸트’된 금속이 쌓여 있었다.

주문할 때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절단해달라고 요구했기에 전부 한입에 삼킬 수 있는 크기였다.

그중 하나를 들어 삼켰다.

꿀꺽-

- 금속 흡수까지 (00:19:59) 남았습니다.

평소였다만 위와 같은 시간이 걸렸을 테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현욱은 단전에 힘을 주었다.

우-웅-

그러자 몸 깊은 곳에서부터 어떤 울림이 느껴졌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거대한 기계에 시동이 걸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악마의 메달 (인페르노)를 흡수해서 새로이 생성된 기관,

‘체내 용광로’가 작동하는 것이었다.

- 체내 용광로가 작동하여 금속 흡수 효율이 급상승합니다. (+250%)

금속을 단순히 소화하는 걸 넘어서 그야말로 녹여서 흡수한다.

다만······.

- 주의! 심각한 고통이 동반됩니다!

- 주의! 심각한 고통이 동반됩니다!

- 주의! 심각한 고통이 동반됩니다!

“······큭!”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 통증이 동반된다.

이현욱은 고통을 감내하며 이를 악물었다.

미칠 것 같지만, 참아내야만 했다.

그리한다면······.

‘11kg의 금속, 오늘 안에 전부 흡수한다!’

······내일의 이현욱은, 지금보다 3배는 강력해져서 눈을 뜨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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