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4화 (14/221)

14. 파격적인 제안, 그리고 휴가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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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등급의 병사에게, 장교가 되라니······.

대대장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 한 마디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참모 전원이 식사를 멈출 정도였다.

탁-

식기 소리가 멎으며 일순간 고요해졌다.

이현욱은 일부러라도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사관이 아니라 장교 임관이라······ 솔직히 이럴 줄은 몰랐다.’

솔직히 부사관 제의 정도는 예상했다만, 장교는 꿈도 꾸지 않았다.

누구나 알고 있듯, 장교는 군대의 3대 계급 구분 중 가장 높은 신분이다.

그리고 AMT 장교라면 ‘플레이어 등급’을 배제하고 선발하는 건 말이 안 될 정도로 그 기준이 깐깐했고, 그렇기에 AMT 병사 출신이 장교로 임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아니, 지금껏 없었다.

‘심지어 그 최영준마저도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몇 년 뒤 모두의 예상을 깨고 A등급까지 오르지만, 장교 교육을 받기에는 너무 늦었으니까······.’

이처럼 처음 부여받은 ‘등급’이 플레이어의 운명을 결정짓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훈련소에 입소하여 2달의 훈련을 받는다.

이때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최초 등급’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수료식 당일, 그 등급을 바탕으로 ‘입찰 경쟁’이 시작된다.

‘일종의 드래프트(Draft)인 셈이지.’

즉, 플레이어 신인 등용문이다.

민간 길드, AMT, PMC 등,

플레이어 고용 권한이 있는 조직들이 더욱 우수한 플레이어 자원을 얻기 위하여 경쟁하는데, 이때, 웬만한 플레이어는 ‘민간 길드’의 선택을 받고 싶어 한다.

명예, 돈, 생활 모든 면에서 민간 길드가 가장 유리한 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차선책으로······.

‘훈련소장 추천으로 에 입학하기를 원한다.’

아무리 군인일지라도 장교 계급 정도라면 플레이어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기 마련이었으며 전역 후 민간 길드에 입단하는 루트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선택도 받지 못할 경우······.

‘바로 이곳, 병사 신분으로 2년을 보내게 되는 거지.’

즉 병사 출신이라는 건 최악으로 사례로서, 양품(良品)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김강석의 제안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수 있었다.

“······.”

그런데 장교가 되라니······ 다들 놀랐을 테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있었다.

그중에는 공략소대장, 서은하도 있었다.

그녀는 오묘한 표정으로 이현욱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김강석은 그런 분위기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제 할 말을 이어나갔다.

“비록 자네의 플레이어 능력은 F등급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능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보여준 전투력은······ 내가 평가하기에는 족히 C등급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은 소형 몬스터가 아니라 오크 정도만 만나도 자네의 전투력이 급감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그것도 두고 봐야겠지.”

C등급은 AMT 내 비공식적인 ‘장교 임무 수행 기준’에 해당했다.

쉽게 말해서 C등급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웬만해서는 진급이 제한된다.

대대 무기고 관리인인 오정태 중위처럼 대위 진급이 유보되고 결국 반강제 전역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투력을 떠나서 자네의 그 판단력, 그게 자네의 가장 큰 능력이다.”

판단력이라······.

지금까지 김강석의 마음에 들고자 했던 이현욱의 말과 행동, 그 공략법이 제대로 먹힌 탓인지, 김강석의 평가가 퍽 후한 것 같았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자네를 좋게 본 건 나뿐만이 아니야. 흑호 부대 전술교육관의 명함을 받았다고 들었다.”

“예, 그렇습니다.”

“흑호 부대도 널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쪽으로 가면 부사관 신분이지만 사실상 막내다. 이등병 생활을 다시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야.”

은근슬쩍 흑호 부대 견제까지······.

“만일 장교 임관을 도전해보겠다면, 내가 물심양면 지원해줄 생각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김강석의 지원이란, AMT의 중요 라인 중 하나에 올라탔음을 뜻했다.

그는 AMT의 설립 멤버인 만큼 최고 윗선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꿀꺽-

가장 가까이에서 김강석을 보필하고 있음에도, 그 라인의 끝자락도 아직 못 잡은 몇몇 장교들이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중에서 제일 큰 소리는 1중대 2소대장, 이희민 중위였다. 식기에 거의 코를 박다시피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걸, 이현욱은 보았다.

“이현욱 상병, 어떻게 생각하나? 한 번 이현욱 소위라고 불리어보는 건.”

김강석은 그렇게 바람까지 넣었다.

“아······.”

그러나 이현욱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군에 남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었다.

‘무엇보다 장교로 임관하기 위해서는 에 입학하여 2년의 레이드 지휘반 교육과정을 수료해야만 한다.’

이현욱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딱 잘라서 거절하는 건 좋지 못하다.’

대대장, 김강석의 신임은 엄청난 무기였다.

그와의 인연은 남은 군 생활 기간은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서 전역 후에도 큰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아니,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었다.

즉, 간사한 생각일지라도 김강석이 내려준 동아줄을 잡을 듯 말 듯 할 필요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대장님께선 지난 며칠간 제게 너무나 큰 기회를 주셨습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지난 며칠간은 테스트였고 그 결과로 이제야 진짜 기회를 주는 거지. 자네의 분수는 증명됐어.”

김강석은 ‘진짜’에 힘을 주어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근래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지 판단을 내리기에는 혼란스러울 따름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F등급입니다.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런 제가 중책을 맡게 된다면······.”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대대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단순히 적과 싸워 이기는 게 아니라 병사들에게 제 판단을 믿고 따르게 만드는 것, 저는 지휘관이 지녀야 할 역량 중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대장님께서는 제 판단력이 좋다고 하셨지만, 옳은 리더십과 옳은 팀워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지 않겠습니까? F등급인 제가 그 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사실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장교 조직이 F등급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뜻이었다.

그런데도 김강석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리더십과 팀워크의 중요성······ 역시나 참 군인이 듣기에 마음에 드는 답변일 터였다.

“······그런데 저는 아직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볼 기회가 없습니다. 며칠 전에 임시 분대장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현욱 자네는 역시 핵심을 볼 줄 알아.”

김강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휴가 중에 한 번 생각해봐. 긍정적으로.”

“예, 진지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이현욱은 김강석에게 직접 부탁하여, 내일부터 3박 4일간의 휴가를 승인받았다.

그러나 휴가 기간에 김강석의 권유를 생각해볼 여유 따위는 없을 것이었다.

‘성장을 위해서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번 휴가를 폭발적인 성장을 위한 ‘히든 스테이지’로 만들 생각뿐이었다.

‘무엇보다 복귀 날이, 그 사건이 터지는 날과 겹친다.’

앞으로 벌어질 중요한 사건들······.

이현욱은 회귀 직후 그것들을 수첩에 정리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밑줄이 그어진 사건이 몇 개 있었는데, 앞으로 4일 후, 그 첫 번째 ‘밑줄’에 도달한다.

‘······4차 웨이브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

웨이브(Wave).

특정 지역 내에 게이트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현시점 상 1~3차 웨이브를 겪은 지역은 대부분 폐허가 되었으며 일부 지역은 다시 수복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몬스터의 땅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사건이 서울에서 벌어진다.’

거대한 파도와 같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이현욱이 유일했다.

그렇기에 그의 모든 행보는 철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그 기간 내내 모든 이득을 취한다.’

***

그렇게 대대장과의 식사를 마치고 1중대 병영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

“······이현욱!”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서은하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니 무언가 날아들었고, 이현욱은 엉거주춤 그걸 받아냈다.

······초콜릿이었다.

“······.”

이걸 왜 주냐는 표정으로 서은하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어제는 미안했다.”

“······예?”

대체 뭐가 미안했다는 건지 대답도 없이, 어깨를 한 번 툭 치고 이현욱을 지나쳤다.

어찌 보면 굉장히 쿨한, 멋있는 여 간부의 모습이었다만······.

이현욱 헛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아, 어제 코볼트 흑마법사를 제압한 직후에 나를 쏘아붙였던 것 때문인가?’

그녀는 그 일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하여튼, 겉멋이 잔뜩 들었다니까······.’

겉으로는 분명 차갑고 냉정한 기사의 모습이다.

당직 근무를 설 때면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어떻게든 붙들고 있으며, 무슨 일이 터지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명감 넘치는 군인이며 최고의 탱커였다.

그런 그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근데 나는, 술주정 부리면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모습을 여러 번 봐서 그런지 영······.’

다만, 이현욱은 알고 있었다.

서은하가 겉으로는 차가워도, 어제 쏘아붙였던 한 마디가 신경 쓰여서 이렇게 초콜릿 같은 거로 은근슬쩍 사과를 건넬 정도로 생각이 많고 정도 많은 스타일이라는 걸,

그래서 동료를 위해 기꺼이 죽었다는 것을······.

***

이현욱은 생활관에 도착해서, 녹색의 무언가를 안민태의 침대 위로 던졌다.

분대장 견장이었다.

“오, 드디어 제가 이걸 달아보는 겁니까?”

휴가에 앞서 분대 지휘권을 안민태에게 넘긴 것이었다.

“너무 좋아하지 마. 대타의 대타니까.”

“아? 그러고 보니······ 근데 어디 가십니까? 곧 저녁 식사 집합입니다.”

“잠깐 PX 좀.”

PX(Post eXchange).

우리 말로 충성 클럽, 군대의 매점이었다.

다만, AMT의 PX에는 ‘군용 아이템 상점’도 포함어 있었다.

“오! 이번에 번 포상 포인트로 플렉스하는 겁니까?”

“그냥 휴가 나가기 전에 좀 쓰려고.”

“아! 현금화하시려고 합니까?”

“자세한 건 묻지 말고.”

군용 아이템 상점에서 ‘포상 포인트’로 구매하는 아이템은 보급품이 아니며 전부 해당 플레이어 개인에게 귀속되었다.

그렇기에 포상 포인트로 산 아이템을 사회에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일명 ‘현금화’도 가능했다.

PX는 1중대 병영과 2중대 병영 사이의 건물에 있었다.

‘언제나 바글바글하군.’

역시 PX는 병사들의 안식처다. 여군 남군을 불문하고 그 근처에 무리 지어 있었다.

내부는 꽤 넓었다.

한쪽에 매대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 테이블 십여 개가 일정한 간격을 놓여 있었다.

그런데,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정면의 테이블, 그곳에 달갑지 않은 얼굴들이 앉아 있었다.

오상국 병장과 곽진철 상병, 자칭 2중대 실세 듀오였다.

“와! 신 아줌마 이 짬찌가 벌써 상병을 달았어? 시간 빨라?”

“아 진짜······ 상국이 아저씨 말하는 거 보면 후임들이 얼마나 싫을지 알 것 같다.”

그들은 2중대 여군 두 명과 마주 앉아 있었다.

본디 이성 병사 간의 밀접 접촉은 금지되어 있었다만, 강력한 제제가 없는 이상 이 혈기왕성한 젊은 군인들 사이에서 그런 사사로운 규칙이 제대로 지켜질 리 만무했다.

“으흐흐! 나 그래도 사랑받는 선임이야. 안 그러냐 진철아?”

“하하하! 오 병장님은 솔직히 필요악이죠.”

“웩, 그럼 쓰레기라는 뜻 아닌가? 오 병장 역시는 역시야.”

이현욱은 별생각 없이 그들을 지나치려고 했는데······.

“어! 저기 저 상병, 그 사람이지?”

“아, F등급인데 봉쇄 작전 지휘했던 그 사람?”

여군들이 이현욱을 가리키며 말했고, 오상국과 곽진철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응? 누구?”

오상국은 고개를 돌려 이현욱을 보았음에도 애써 모르는 척했다.

“왜~ 이틀 전 이태원 작전에서 F등급인데 엄청난 공 세우고 대대장 표창받았다는 아저씨네 중대 사람.”

“저분 우리 중대에서도 엄청 유명해. 인사 좀 시켜줘 봐.”

“아니, 아줌마들! 남의 중대 일에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이 많았어?”

오상국은 저도 모르게 꽥, 소리를 냈다.

“아니 이 아저씨······ 갑자기 왜 짜증을 내고 그래? 당연히 아저씨들한텐 관심 없지. 저 사람처럼 오빠 같으면 모를까. 그나저나 소문대로 잘 생겼네~”

2중대 여군들이 킥킥 웃었다.

“근데, 그래도 상국이 아저씨가 저 사람 선임 아니야? 한 번 불러주면 안 돼?”

“······무, 무슨 소리야! 이 여자들이 진짜!”

이현욱의 귀에도 그들의 대화가 들렸지만,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쳐서 PX의 가장 안쪽의 ‘아이템 코너’로 갔다.

‘내가 가진 포상 포인트가 5,500점이었지.’

국제 표준 규격의 ‘회복 물약(소)’ 1개가 포상 포인트 100점 정도였다.

그리고 그게 시중에서 약 15만 원대에 거래된다는 걸 생각하면, 6,000점은 무려 900만 원 정도의 가치였다.

‘현금화를 하기 좋은 아이템이 어디 보자······.’

현금화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수요가 많은 아이템을 사서 나갈 필요가 있었다.

“역시 ‘오브’지.”

오브(Orb).

마법이 담긴 구체로, 아이템에 특정 ‘특성’을 부여할 때 쓰이는 물건이었다.

범용성이 높은 아이템으로써 시장 가격이 높고 안정적이었다.

이현욱은 5등급짜리, 저급의 오브를 총 3개 구매했다.

개당 포상 포인트로 1,500점으로, 다 합쳐서 약 675만 원인 셈이었다.

‘그리고 진통 물약은 굳이 살 필요 없겠어. 곧 흡수가 끝날 거야.’

- 위장에 ‘브레스 룸’이 형성되는 중입니다. (78%)

* 극심한 통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속 쓰림이 계속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되었다.

‘브레스 룸이 완성되면 체내 용광로가 만들어질 테니 소화 속도가 훨씬 빠를 거다.’

지금까지는 금속을 삼킨 뒤 운동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브레스 룸’은 일종의 ‘용광로’ 기능도 하기에 앞으로 능력 성장 속도가 몇 배로 빨라질 수 있을 것이었다.

이현욱은 포상 포인트로 오브 3개를 산 뒤, 전용 세이프 박스로 포장했다.

오브라는 물건이 장비 아이템에 반응하는 소비 아이템인 만큼, 잘못했다간 애먼 아이템에 들러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오상국과 곽진철은 여전히 테이블에 앉아서 두 여군과 대화 중이었다.

계산을 마친 이현욱이 출입구로 다가가자, 다소 흥분한듯한 오상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들어 봐. 저 새끼 저거 별거 아니라니까? 애초에 F등급이잖아. 그냥 운이 좋았던 것뿐이야. 고블린 몇 마리랑 방에 가둬 놓으면 그냥 뒈질 놈이라니까? 시발, 그런 소문이 나는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래! 걔가 무슨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참나!”

아무리 들어도 저 장대한 비난의 대상은 이현욱이었다.

이현욱을 발견한 여군 하나가 풉, 하고 웃자 오상국의 말문이 닫혔다.

“아줌마, 왜 비웃고 그래?”

“미안한데 상국이 아저씨, 저분이 다 들은 것 같은데?”

“······뭐?”

오상국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로 뒤를 지나고 있는 이현욱과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

잠깐의 침묵, 오상국은 눈을 빠르게 끔뻑이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딸꾹!”

별안간 딸꾹질하기 시작했다.

“응? 상국이 아저씨, 왜 그래?”

“딸꾹! 딸꾹! 아, 씨, 딸꾹!”

“······오, 오 병장님?”

곽진철도 덩달아 당황하여 오상국에 자신이 마시고 있던 음료수 캔을 내밀었다.

“딸꾹! 딸꾹!”

“헐! 저 F등급 오빠, 진짜로 무섭기 한가 보다? 눈만 마주쳤다고 딸꾹질할 정도로?”

“아, 아니 시바-딸꾹! 그게 아니-딸꾹!”

그 모습에 여군들이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어이구, 상국이 아저씨가 아니라 딸꾹이 아저씨라고 불러야겠네!”

이현욱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을 한 번 바라보고 지나쳤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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