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0화 (10/221)

10. 이태원2동, 게이트 봉쇄 작전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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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대, 잘 들어라.”

작전지로 가는 수송 트럭 안에서 이현욱은 분대원들을 집중시켰다.

이곳, 탑차에 승차한 병력 중에서는 이현욱이 가장 상급자였다. 이현욱보다 상급 지휘자인 부소대장이 조수석에 타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들었겠지만, 오늘 작전 대상은 코볼트 던전이다.”

코볼트(Kobold).

집단생활을 하는 소형 몬스터. 여러모로 고블린과 비슷한 몬스터였다. 하지만 면밀하게 살피면 훨씬 까다로운 족속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만약 코볼트를 마주한다면 그 겉모습만 보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상당히 영악한 놈들이니까.”

오죽하면 대(對)오크전 사상자보다 대(對)코볼트전 사상자가 더 많을 정도였다.

물론, 사망자 비율만 따지면 전자가 압도적일 테지만.

“놈들은 온갖 독침을 사용하는데, 특히 마비 독침을 주로 쓴다. 그러니까 전투복 팔 걷은 거 내리고 목 카라 세워서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면적을 최소화해라. 박준모, 너 말 하는 거다. 산 채로 눈알 뽑히고 싶지는 않겠지?”

“헉!”

박준모가 허겁지겁 전투복 카라를 세웠다.

“그리고 코볼트는 태생적으로 굴에서 사는 놈들인 만큼 하수구를 이용해서 신출귀몰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고.”

“우리가 있는 후방도 그리 안전하지 않다는 말씀이군요.”

“그래,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사주 경계에 철저해야 한다.”

9명의 분대원이 이현욱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5분대, 그들에게서 평소와 다른 긴장과 의기가 느껴졌다. 평소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들 모두 그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현욱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어제부터 진짜 분대장처럼 말씀하신다. 심지어 아주 상세해. 전문가 같아.’

어쩌면 아주 사소한 변화일뿐이었다. 리더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조직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지금의 이현욱 상병이라면, 믿고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형이지만, 등을 맡길 수는 없다고 여겼던 안민태도 이제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이내 수송 트럭이 멈춰 섰다. 작전지에 도착한 것이었다.

텅! 텅!

누군가 차체를 두들겼다. 하차하라는 신호였다.

“자, 내리자.”

트럭에서 내리니 이태원 2동의 주택가가 펼쳐졌다.

우-웅-

작은 공터와 주택가의 주차장을 군용 차량이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하늘에는 십여 대의 드론들이 떠 있었다.

이곳이 2대대의 임시 주둔지였다.

“빨리 움직여!”

여기저기서 고함이 들리며 병력이 줄지어 이동했다.

“1소대는 벌써 진입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민태의 말대로, 가장 먼저 도착한 1소대. 1분대와 2분대는 분대별로 골목 입구 서 있었다.

사실상 저들이 이번 작전의 핵심 전력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다.

반면 지원 분대는······.

“5분대! 뭐 하고 있어? 빨리 짐부터 내려!”

언제나 들러리일 뿐이었다.

“1소대가 5분 내로 작전 들어가야 하니까, 최대한 빨리 해독 물약 키트를 보급해!”

중위가 다가오며 소리쳤다.

이희민 중위, 2소대의 소대장이었다.

그 명령에 따라, 5분대원들은 트럭에서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이현욱!”

누군가 이현욱을 찾았다.

“이현욱, 어딨어?”

중대장, 곽용준 대위였는데, 무슨 일인지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현욱! 대대장님 호출이다! 지금 즉시 임시 지휘소 쪽으로 가 봐!”

“대대장님께서 말씀입니까?”

“그래, 작전 전에 너한테 명령할 게 있다고 하신다. 빨리!”

곽용준은 그렇게 소리치며 주둔지의 중심 부근을 가리켰다.

‘대대장이 나를 왜 찾지? 그것도 지금 이 타이밍에?’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호출이라니.

미래를 경험한 이현욱일지라도 짐작 가는 바가 없었다. 아마도 지난 대면 이후 새로운 방향의 미래가 시작된 듯했다.

예측 밖이었다만, 걱정할 필요 없었다. 애초에 미래를 바꾸어 자신에게 이롭게 하는 게 그의 목적이었으니까.

‘이것도 그 과정의 하나겠지.’

“안민태.”

“예?”

“내가 돌아올 때까지 네가 분대 지휘해서 보급 끝내 둬.”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1호 차가 세워진 곳 부근, 군용 천막이 하나 세워져 있었고 바로 그곳에 대대장이 있었다. 그는 참모들과 함께 지도를 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옆에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흑호 부대 간부, 천명호 준위다.’

그가 이 작전에 동행할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었다만, 그는 지금, 작전 지도가 아닌 이현욱을 바라보고 있었다.

“충성! 상병 이현욱, 호출받고 왔습니다.”

김강석은 작전 지도를 살피다가 이현욱을 올려다보았다.

“이현욱 상병.”

“상병, 이현욱!”

“넌 오늘 다른 임무를 맡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그러나 이현욱은 그 어떤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강석의 입을 바라보았다.

“넌 지금부터 현재 부재중인 1분대장을 대신하여 1분대를 지휘, 게이트 봉쇄하고 2차, 3차 분출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김강석의 말에 참모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대, 대대장님, 그게 무슨······.”

“광역마법통제관님, 가만히 있으세요. 다 생각이 있습니다.”

“아, 예!”

엄청나게 파격적인 임무 변경이 아닐 수 없었다. 1중대의 1진,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는 1분대를 지휘하라니······ 그것도 F급한테?

심지어 이현욱에게 대체하라고 한 부재중인 1분대장은, 바로 그 최영준 병장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1소대장을 통해서 전달받도록 하고. 대대장 앞에서 AMT 전술 교본을 읊어대는 자네라면 게이트 봉쇄 작전의 개요 정도는 알고 있겠지?”

이현욱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대장님.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그래.”

“제가 갑자기 왜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그 당위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김강석이 깍지 낀 손을 턱에 가져다 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널 한 번, 평가해보려고 한다.”

이현욱은 그 한 마디로 김강석의 뜻을 헤아렸다.

‘지난번 대면 이후, 나를 생각 이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군.’

F등급의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기대를 걸 만큼 이현욱을 좋게 본 것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김강석의 취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지점을 공략하는 대사를 읊어댔으니······.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남자, 천명호 준위······.’

두 사람은 분명 이현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목격한 것을 주고받으며 이현욱에 관한 기대감이 배가 되었을 거고.

F등급이 이런 거물들의 기대를 받는 건, 현 시점상 유례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이현욱은 김강석의 눈을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대대장님, 현재 5분대의 지휘자 입장으로 감히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어, 해봐.”

김강석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의 눈매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건 기대였다.

이현욱의 말대꾸를 한 번 겪어본바, 그의 말에는 꽤 진중한 판단이 담겨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순간에도 이현욱을 평가 중이었다.

“저는 자대 배치부터 현재까지 5분대에 속해서 ‘지원 작전’을 익히고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그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바로 분대 지휘자, 분대장 역할입니다.”

이현욱은 왼손 검지로 자신의 오른쪽 어깨, 녹색 견장을 툭, 건드렸다.

“음, 그래서?”

“제가 없더라도 5분대는 완벽한 임무 수행을 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훈련이 아닌 실전 상황에서 제 역할을 비우는 것,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다른 분대의 목숨을 책임지고 맡게 되는 것······.”

이현욱은 잠시 말을 끊고,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이런 순간을 기회라고 여겨서 움켜쥐어 두 분대, 더 나아가 작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김강석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대답도 없었다.

그는 그저 이현욱을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현욱이 말을 이어나갔다.

“······군인은 개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군인으로서 능력을 증명하는 건, 꼭 개인적인 공을 세워야만 가능한 게 아닐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대대장님,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지금 평가받고 싶지 않습니다. 코볼트는 지능 수치가 0.68인 영악한 몬스터이며 독이라는 까다로운 무기를 사용합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누군가 다치고 말 겁니다.”

마지막에 은근슬쩍 끼얹은 몬스터에 대한 지식까지, 이번에도 철저하게 참 군인인 김강석의 취향을 공략하는 말이었다.

“······.”

김강석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야전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렇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1분대 지휘자, 즉 1분대장의 역할.

무려 최영준 병장의 빈자리를 대신하라는 건 분명 엄청나 기회였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지금, 중대의 중심인 1분대장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그의 주가는 치솟을 터였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실, 오늘의 핵심 이벤트는 전방이 아니라 후방에서 시작될 테니까.’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는 건, 오늘 ‘대어’는 후방에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걸 놓칠 순 없었다.

“······5분대장.”

김강석은 이현욱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직책명으로 불렀다.

“상병, 이현욱!”

“그래, 자네 말대로 자네의 원래 임무를 수행해. 이건 실전인 만큼 자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완벽하게 해내. 평가는 미루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그래, 가봐.”

이현욱은 경례하고 돌아섰다.

그가 등을 돌리자마자, 김강석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천명호를 바라보았다.

“······보셨습니까?”

“예, 재밌게 잘 봤습니다. 몸놀림뿐만 아니라 말솜씨까지 좋군요. 그나저나 대대장님께서 저 친구 고집을 들어주신 게 의외입니다. 이번 테스트의 안전을 위해 꽤 공을 들이시지 않았습니까?”

무턱대고 F급을 일선에 투입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만약을 대비하여 대대장 직속 소대인 ‘공략소대’까지 대기시켜두었다.

“정답을 말하는데 어쩌겠습니까? 틀렸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죠.”

기어코 김강석의 얼굴 위로 흐뭇한 미소가 퍼졌다.

“이현욱, 역시 전사보단 군인입니다. 충실하고 영리한 목양견이죠.”

김강석은, 이현욱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천명호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내저으며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저 친구가 싸우는 걸 직접 보신다면 전사에 더 가깝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목양견이라······ 저 친구는 개가 아니라 표범입니다. 사냥감의 약점을 철두철미하게 파고드는 노련한 사냥꾼이죠.”

“하하하······ 어느 쪽이든 탐나는군요.”

두 사람의 시선이 이현욱의 등에 꽂혔다.

***

- 치-익! 여기는 1소대, 레드 그라운드로 진입한다. 이상.

이현욱의 워키토키에서 1소대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1소대 소속, 1분대와 2분대가 일렬종대로 각기 다른 골목으로 진입했다. 선두와 후방에는 ‘탱커’가 위치하고 그 가운데 ‘딜러’와 ‘힐러’가 위치한 전형적인 ‘레이드 포지션’이었다.

그리고 ‘레드 그라운드(Red Ground)’는 게이트가 열리며 피난 명령이 내려진 지역을 뜻했다.

지금 그 내부에는 몬스터가 있을 가능성이 희박했다. 민간 길드 ‘청화(靑火)’ 소속의 플레이어들이 1차 분출을 막은 뒤, 게이트 입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가 있으므로 방심할 수 없었다.

‘오늘이 바로 그 예외에 해당한다.’

1차 분출과 함께 32마리의 코볼트가 등장했고 전부 제압했다는 게 처음 대응한 ‘청화 길드’ 측의 보고였다만, 그들 역시 게이트가 발생한 이후 최대한 빠르게 대응한 것일 뿐이다.

‘눈에 띄는 걸 전부 처리하고 나니 32마리였겠지.’

즉, 분출과 동시에 어딘가로 숨거나 멀리 흩어졌을 경우, 놓칠 수밖에 없었다.

“읏-챠!”

안민태가 하수구 뚜껑을 열었다.

“윽!”

고약한 악취가 올라왔다.

“냄새가······ 코볼트 놈들은 진짜 이런 곳에서 물장구치는 걸 좋아합니까?”

“상황에 따라 네가 거기로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

“아······ 제발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빨리 센서나 설치해.”

“예!”

분대원들은 임시 주둔지 주변의 하수구에 ‘움직임 감지 센서’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는 코볼트 대응 메뉴얼 중 하나였다.

그때, 임시 주둔지 안으로 군용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후속 병력이었다.

“2중대다!”

누군가가 말했고, 하수구 안으로 소을 넣어 센서를 설치하던 안민태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 그럼 2중대 2분대에 그 여신도 왔냐? 이세희 병장이었나?”

2중대는 전부 여군이었다.

대한민국 국적의 플레이어로서 ‘의무 임무 기간’에 따라 AMT에 복무하는 것, 그건 여성 플레이어들도 해당했다.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안 보입니다.”

어쨌든, 남자만으로 구성된 1중대원들은, 마치 수학여행에서 여고생들을 마주한 남고생들처럼 눈알을 굴려댔으며 2중대의 여군들도 이쪽을 힐끔거렸다.

“안민태, 내가 작전 투입 전에 뭐라고 했지?”

“예? 아! 그러게 말입니다! 얘들아 뭐 하냐? 눈알은 사주 경계할 때만 굴려라!”

“안민태. 네가 제일 먼저 고개를 돌렸다.”

“아 저는 움직임이 포착되어서 경계 차원에서 확인한 겁니다. 하하······.”

그러는 동안 2중대의 여군들은 차단선을 조성하기 위해 주변부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2소대, 우리도 이동한다! 이현욱! 센서 설치 끝났나?”

2소대장 이희민 중위였다.

“예, 하나만 설치하면 마무리입니다. 전부 정상 작동 중입니다.”

그는 도끼눈을 뜨고 작업 중인 5분대의 모습을 쓱, 훑었다.

‘저거 아무리 봐도 꼬투리 잡고 싶어 하는 표정인데.’

이희민은 원래 그런 인간이었다. 아랫사람을 조금도 가만히 두지 않는 흔히 말하는 ‘주적’ 스타일의 간부.

더군다나 오상국과 곽진철 등 부조리를 주도하는 상급 병사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만큼, 지금의 이현욱을 아니꼽게 여길 것이었다.

하지만 딱히 꼬투리 잡을만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입맛을 쩝쩝 다실뿐이었다.

“흠, 그래······ 지금 즉시, 중간 거점으로 이동한다.”

“예.”

- 칙- 2소대, 중간 거점으로 이동하겠음. 이상.

무전을 마친 이희민이 손을 들어 올렸다.

5분대를 비롯한 2소대가 그에게 시선을 모았다.

“2소대, 이동한다!”

1소대가 레드 그라운드로 진입한 지 5분 정도 지난 시각,

2소대 소속의 3분대, 4분대, 5분대는 주택가의 골목으로 진입하여, 1소대가 안전을 확인한 길을 따라 줄지어 이동했다.

5분대는 맨 뒤에서 이현욱을 선두로 하여 2열 종대로 진입했다.

“안민태.”

“예.”

“애들 사주 경계 신경 써.”

“알겠습니다.”

이현욱은 앞으로 걸어가며 눈을 감았다.

‘······분명 있다. 그리고 찾아낼 수 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능력을 발휘하여 일대의 금속을 읽어내려갔다.

인간의 세계는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들의 무게, 질량, 형태가 이현욱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렇기에 눈을 감고 있음에도 마치 지도를 읽는 것처럼 일대의 지리를 선명하게 인지했다.

‘땅 위가 아니다. 땅 밑, 깊숙이.’

땅 밑으로 감각을 옮겼다.

파이프, 전선, 각종 쓰레기,

그것들을 훑고 지나갔다.

‘조금 더 아래, 하수구로.’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포착되었다. 한 대 엉켜 움직이는 금속들이.

‘코볼트다. 총 14마리.’

그렇다.

1차 분출 때 포착되지 않은 잔존 몬스터가 발밑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박준모.”

“예.”

“전격 스킬, 최대 몇 발 쏠 수 있지?”

박준모는 전격 스킬을 무기로 사용했다.

다만 일반적인 마법사 계열과는 그 방식이 아주 달랐는데, 체내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F급인 만큼 그 용량이 매우 적었다.

“아, 그게 4번밖에······.”

박준모는 의기소침하게 대답했다. F급들이 으레 그렇듯, 능력과 관련된 질문이 들어오면 자신감이 하락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잘 쥐어짜면 5번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철컥-

며칠 전 초소 근무 때처럼,

이현욱이 K2C1 소총의 조종간을 ‘안전’에서 ‘단발’로 바꾸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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