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5화 (5/221)

5. 영내 게이트 발생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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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m 앞에 보이는 보라색 일렁거림, 그건 게이트였다.

‘거의 다 왔다.’

산길을 오르는 이현욱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의 시선은 정면 바닥만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특유의 감각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거의 모든 곳의 금속을 감지해내는 중이었다.

그의 금속 감지 능력은 현재 약 102m 밖, 약 500g 물체까지 감지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능력을 이용하여 몬스터의 위치를 ‘식별’할 생각이었다.

‘금속, 정확히는 움직이는 금속을 잡아내야 한다.’

부대 곳곳에 금속이 잔뜩 존재했다.

철책, 초소, 말뚝 등 그것들이 식별 작업을 방해했다. 하지만 이현욱이 잡아내고자 하는 건 움직이는 금속, 즉, 고블린이 들고 다니는 날붙이였다.

그리고 그때······.

삐-빅-

- 여, 여기는 6번 초소! 수, 순식간에 포위당했다! 고블린이다! 고, 고블린 십여 마리가 초소를 향해 오고 있다! 게, 게이트다! 영내 게이트가 열렸다! 즉시 지원 바란다!

다급한 무전과 동시에 가까운 거리에서 총소리 연달아 울렸다.

타-다-다-다-당!

이현욱과 박준모는 동시에 자세를 낮췄다.

박준모는 아예 엎드려 쏴 자세를 취했지만, 이현욱은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쩌-엉!

이내 전방에서 빛이 번적였다.

번개 마법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 6번 초소의 모습이 드러났다. 6번 초소의 초병 중 ‘전격(電擊)’ 계열의 마법사가 있는 듯했는데, 고블린 한 마리가 그걸 맞고 저 멀리 튕겨 나가는 게 보였다.

끼이이······

이현욱의 기억상 6번 초소의 초병은 ‘사수’와 ‘마법사’였다.

‘저 친구들,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었다. 아마 곧 무너진다.’

초소에 랜턴이 있으며 주변 수풀도 짧게 깎아 두었지만, 야밤에 고블린 같은 작은 체구의 날렵한 몬스터를 포착해내어 정확하게 사격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즉, 전사 계열의 플레이어가 없는 이상 고블린 무리의 접근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여기는 5번 초소. 지금 6번 초소로 지원을 가고 있다.”

이현욱은 산길을 올라가면서 그렇게 무전을 했다.

- 여기는 지휘통제실, 5번 초소! 잠깐 대기하······

그렇게 말하던 상황병의 목소리가 끊기더니, 이내 다른 목소리가 치고 나왔다.

- 야! 5번! 5번! 너희 F급들 아니야? 아니 시발, 누가 근무를 F급끼리 붙여뒀어?

남자였다.

그 목소리는 지휘통제실의 책임자, 당직 사령으로 보였다.

- 야! 5분대기조 출발했으니까! 너희는 그냥 초소에 박혀 있어! 괜히 나대다가······

이현욱은 워키토키의 음량을 줄여버렸다.

당직 사령의 성내는 목소리가 성가셔서 그랬다기보다 그 소음 때문에 위치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5분대기조가 있지만, 막사에서 출발해서 산을 타고 올라오는 데 꽤 걸린다.’

지난 삶에서 경험했다. 5분대기조를 기다렸다가 6번 초소가 처참하게 당하고 말았다.

“이현욱 상병님! 방금 당직 사령님께서 오, 올라가지 말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준모야, 우리가 안 가면 쟤들 크게 다친다. 그리고 어쩌면 죽을 수도 있어.”

“아······.”

하지만 이현욱은 솔직히 6번 초소의 초병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저 게이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상당하는 점에 끌렸다. 이렇게 급히 움직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엘리트 몬스터 하나가 사살되고 꽤 좋은 아이템을 하나 떨어뜨린다.’

고블린 샤먼(Goblin Shaman).

흔히 ‘엘리트 몬스터’로 구분되는 놈이 나오는데, 엘리트 몬스터를 사냥할 시 일반 몬스터와 보다 훨씬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이현욱은 자세를 낮췄다. 동시에 ‘조정간’을 단발로 맞췄다.

삐-빅-

- 여, 여기 6번 초소! 김정옥 상병님이 다, 다쳤습니다! 빠, 빨리! 악! 빨리 구해주십시오!

워키토키 너머로 들려오는 얼이 빠진 목소리, 아마도 6번 초소의 부사수인 듯했다.

바로 그 순간, 이현욱은 총구를 들어 올렸다.

‘후! 드디어 느껴진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움직이는 금속’들이 드디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약 300g의 무게······

고블린들이 들고 다니는 ‘조잡한 단검’이 확실했다.

그 지점들을 향해, 이현욱은 거침없이 격발했다.

타-앙! 타-앙!

두 발의 총성 이후, 정면의 수풀에서 괴성과 함께 무언가 풀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

5.56mm의 총알이 고블린의 머리통에 명중했다. 물론, 평범한 총알 따위가 몬스터의 두개골을 관통할 수는 없지만, 머리를 제대로 맞춘다면 뇌진탕을 일으켜 쓰러뜨릴 수 있었다.

타-앙!

재차 격발, 이번에도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명중이었다.

그때, 6번 초소 쪽에서 다시금 번개 마법이 쏘아졌다.

쩌-엉!

그로 인해 세상이 일순간 백색 빛으로 물들며 시야가 넓어졌는데······

그 순간, 박준모는 보았다.

“어?”

끼-이!

수풀 속에 엎드려 있다가, 자신을 향해 몸을 날리는 마리의 고블린을······.

“어, 안 돼!”

박준모는 서둘러 총구를 들어 올렸다.

“······아!”

그 순간, 자신이 아직 총알을 장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서둘러 노리쇠를 당겨 장전하려고 했지만, 놈은 이미 그의 목전까지 다가왔다.

끼에에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박준모는 뒤로 엎어지며 양팔로 머리를 가렸다.

푹!

그와 동시에 살이 꿰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의 몸은 멀쩡했다. 반면 자신에게 달려들던 고블린이 앞으로 고꾸라져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놈의 뒤통수에 M9 대검이 박혀 있었다.

“아······.”

그 너머에서, 이현욱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가볍게 왼손을 들어 올리자······.

퓨-욱-

고블린의 뒤통수에서 M9 대검이 뽑혀 올라 허공에 우뚝, 정지했다.

“그거 봐, 박준모. 내가 그런 몸으로는 고블린 한 마리도 못 잡겠다고 했잖아.”

그건, 그가 얼마 전에 했던 말이었다.

“아······ 죄, 죄송합······.”

“정신 차리고 일어나. 그리고 총 말고 네가 잘 하는 마법을 써. 그래야 달라질 수 있어.”

이현욱은 그 말을 끝으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M9 대검이 수평으로 눕더니, 그의 시선을 따라서 어둠 속으로 쏘아져 나갔다.

적을 추격하는 것이었다.

쉬-이-익!

대검이 스쳐 지나간 자리, 수풀이 잘려나가며 랜턴의 불빛 속에서 어지러이 흩날렸다. 이현욱은 그 속으로 달려 들어가며 조준 사격을 이어나갔다.

타-앙! 타-앙!

그리고 어느새 그의 등 뒤로 3개의 단검이 추가로 떠올라 있었다.

조잡한 단검, 고블린이 떨어뜨린 무기였다.

“······어?”

그렇다. 그는 지금 총 4개의 단검을 조종하고 있었다.

‘달라진다니······ 진짜로 달라질 수 있는 거야?’

박준모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가 ‘F급’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3개의 단검은 마치 거대한 말벌이 된 것처럼 위협적으로 정지 비행하더니 곧 수풀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 장면은 수면을 향해 활강하는 매라고 착각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박준모는 자신의 거친 숨을 억누르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집중했다.

타-앙! 타-앙! 타-앙!

시끄러운 총격 사이, 사이마다 고블린의 비명이 간헐적으로 터졌다.

박준모는 얼이 나간 채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변했다. 확실히 변했다.’

그가 변한 게 마음가짐만이 아니라는 것을, 박준모가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

‘역시나 쉽다.’

고블린 9마리, 이현욱이 단 3분 만에 처리한 몬스터 숫자였다.

몸과 능력은 옛것이었지만 전생의 기억은 휘발되지 않았다. 고블린 같은 하급 몬스터는 물론이거니와 국가 하나를 전복시킬 만큼 강력한 몬스터도 토벌해보았다.

솔직히 이 정도는 단검 하나만 있어도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이현욱은 어느새 6번 초소를 식별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해 있었다.

그 사이 이현욱은 놈들의 뒤로 돌아나갔다.

모든 고블린이 조잡한 단검을 하나씩 들고 있었기에 이현욱은 놈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했고 어렵지 않게 피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찾았다.’

게이트 근처에서 이상한 복장의 고블린을 하나 발견했다. 온몸을 뒤덮은 문신과 치렁치렁한 장신구들, 그리고 평범한 고블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놈······.

저게 바로 이번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이자 엘리트 몬스터인 ‘고블린 샤먼’이었다.

‘단숨에 제압하지 않으면, 모든 고블린이 나한테 달려올 거다.’

이현욱의 숨을 멈추고 놈의 무릎을 조준했다.

타-앙! 타-앙! 타-앙!

단발로 3발을 격발, 정확한 조준 사격이었다.

놈의 무릎에 3발의 탄환이 적중했다.

끼에에에!

놈의 괴성, 그와 동시에 이현욱의 등 뒤에서부터 단검이 쏘아졌다.

그러나 놈은 ‘엘리트 몬스터’답게 단검의 접근을 감지해내고 곧장 작은 목각 방패를 들어 올려 몸을 가렸다.

퉁! 퉁!

단검 2개는 방패에 막히고 말았지만,

‘소용없다.’

쉭-

나머지 1개는 허공에서 방향을 틀더니 방패를 빗겨서 지나갔다. 다년간 다수의 금속을 통제하며 ‘비행 궤도’를 조절하는 법에 도가 튼 그였다.

푹!

놈의 옆구리에 단검이 처박히며 그 더러운 몸뚱이가 크게 휘청거렸다.

끅!

꽤 치명적인 한 방이었음에도 놈은 의기를 꺾지 않았다. 제 옆구리에 박힌 단검과 방패에 박힌 단검을 죄다 뽑아내더니 등 뒤, 게이트 너머로 던져버렸다.

저렇게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금속은 조종할 수 없었다.

단검이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 눈치챈 걸까?

‘역시 이름값을 하는군.’

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현욱의 감각은 근 150m 이내, 수많은 금속을 감지하고 있었다.

“······네 것 좀 잠깐 빌린다.”

이현욱은 고블린 샤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놈은 목과 팔뚝에 웬 장신구를 주렁주렁 차고 있었는데, 그것 중 일부는 금속 조각이었다. 이현욱이 그걸 움직이자, 긴 목걸이가 순식간에 제 주인의 목을 칭칭 휘감기 시작했다.

······케, 켁!

목이 졸린 고블린 샤먼은 방패를 떨어뜨리고 제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콰-득!

그렇게 악력으로 제 목걸이를 끊어버리긴 했다만······.

“아무리 위급해도 한눈팔면 안 되지.”

어느새 놈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조잡한 단검 하나가 하늘로 치솟았다.

놈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무리 엘리트 몬스터일 지라도 이런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다음 순간, 단검은 놈의 정수리를 향해 낙하했다.

푹!

놈의 몸이 수직으로 무너졌다.

쿵-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이현욱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고블린 샤먼이 제거되면 놈의 지휘를 받던 고블린 무리가 혼란에 빠지며 오합지졸이 되긴 한다만, 여전히 다수가 남아 있었다.

타-다-다-당!

정확한 조준 사격, 그리고 다수의 단검을 이용하여 남은 놈들을 말 그대로 사냥했다.

그러는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금속’을 띄워 주머니 안으로 긁어모았다.

대부분 탄피였고, 종종 푸른 빛을 내는 작은 돌이 섞여 있었다.

마나 스톤(Mana Stone).

그건 거의 모든 몬스터가 떨어뜨리는 아이템이자 이계의 에너지원이었다. 이름은 스톤, 즉 돌이지만 사실상 금속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현욱이 이걸 삼키면 ‘금속 총량’뿐만 아니라 ‘마나 총량’이 늘어나게 된다.

그는 그렇게 금속을 긁어모으며 고블린 샤먼의 시체로 다가갔다.

‘분명 그게 떨어졌을 텐데······.’

그는 금속을 움직이는 능력-금속 통제력을 발휘해 샤먼 근처를 훑었다. 녀석의 몸 주변에서 잡다한 금속들이 감지되었다.

대부분 장신구였다.

하지만 그가 찾는 건 그런 잡스러운 게 아니었다.

‘······찾았다.’

이내, 아주 묵직한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웅- 턱!

그는 그걸 끌어당겨, 왼손으로 잡았다. 단단한 흑색의 금속 덩어리였다.

- ‘아다만트’을 획득하였습니다.

“······이건?”

아다만트(adamant).

전설의 금속으로 불리는 아이템이었다.

최상위 등급 무기 제작에 사용되는 아주 귀한 마법 금속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재질이었다.

탱커 포지션의 플레이어라면 이 아다만트 합금 만들어진 갑옷을 장만하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가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만큼, 10g 당 백만 원이 넘는 초고가의 아이템이기도 했다.

‘이걸 벌써 얻다니······.’

이현욱은 지름 6cm 정도 되는 그 물건을 누가 볼까, 재빨리 입에 넣었다.

꿀-꺽-

역시 크기가 커서 삼키는 것 역시 버거웠다만, 기어코 목 안으로 넘겼다.

- 주의! 이미 흡수 중인 ‘금속’이 있습니다. 흡수 지연이 발생합니다.

전에 삼킨 자물쇠가 아직 소화되지 않은 상태였고 ‘흡수 지연’이라는 패널티가 발동되었다. 쉽게 생각해서 ‘소화 불량’인 셈이었는데, 흡수 시간이 대폭 증가했다.

- 금속 흡수까지 (09:48:51) 남았습니다.

어찌 보면 다소 비효율적인 선택이었다만······.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군에서 수거해갔을 거다.’

AMT 규정상, 군사 작전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은 군 소유가 된다.

마나 스톤을 싹 쓸어가지 않고 몇 개만 챙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너무 욕심부리면 의심을 살 수 있었으며 혹여 집중 감찰이라도 받게 된다면 골치 아파진다.

그때였다.

쩌-어-엉-

어디선가 새하얀 빛이 터지며 하늘로 치솟아 일대를 새하얗게 물들였다.

번개 마법처럼 단발적인 빛이 아니었으며, 근처의 경계등을 묻어 버릴 정도로 밝은 빛줄기였다.

‘홀리 라이트(Holy Light)다.’

그건 신성 계열 플레이어가 가지는 기본 스킬 중 하나였다.

‘드디어 성기사가 왔군.’

당직 사관, 서은하 중위였다.

“······전원 뒤로 물러나!”

고함과 함께, 그녀가 6번 초소 앞으로 착지했다.

그녀는 양손으로 장검을 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소에는 방패에 철제 갑옷까지 장비하여 진짜 기사다운 모습일 터였지만, 지금은 급한 대로 무기만 들고 달려온 것이었다.

“부상자 부축하여 게이트에서 멀리 벗어······ 어?”

그러나 이미 모든 게 끝난 뒤였다.

서은하는 멍한 얼굴이 되어 다시 한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피로 얼룩진 수풀 속에 홀로 서 있는 병사, 이현욱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어, 어떻게 된 거지?”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현욱은 침착하게 거수경례를 했다.

“······.”

그녀로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

이내 5분대기조가 도착했으며 그 이후, 대대장이 관사에서 내려왔다.

이현욱은 생활관으로 복귀하여 잠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 훅! 행정반에서 전파합니다. 상병 이현욱······ 지금 즉시 지휘통제실로 가시기 바랍니다. 대대장님 호출입니다. 다시 한번 전파합니다······

그 목소리는 당직 부관, 곽진철이었는데, 왠지 모를 울적함이 느껴졌다.

녀석의 성격상 이현욱이 활약했다는 소식을 듣자 배가 아프기 시작했을 것이었다.

이현욱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상이다.’

F급 플레이어가 영내 게이트 발생을 완벽히 막아냈다.

어떻게 본다면, 이등병이 간첩을 잡은 것과 마찬가지인 사건이었다.

후한 포상이 있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걸 달라고 해야겠어.’

굉장히 제한적인 군 생활이지만, 이 기간에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생각보다 꽤 컸다.

‘수준이 저평가된 아이템, 잠재 아이템 중 하나가 대대 무기고에 있다.’

꽤 오랫동안 능력 향상 방법이 베일에 싸여 있게 될 F급 플레이어처럼 ‘상세 정보’가 숨겨져 있는 아이템이 존재했다.

이름하여 ‘잠재 아이템’이다.

아이템은 무릇 그 성능이 고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강화’를 통하여 아이템 능력을 향상할 수 있지만, 여느 게임이 그렇듯 강화의 성공 확률은 그리 높지 않기에 위험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잠재 아이템은 그런 제한 없이 특정 요건에 의해 ‘성장’한다.

이현욱이 회귀 이후 적어 내려간 수첩 한쪽에 그것들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이번 포상으로 그걸 요구한다면, 어렵지 않게 내어줄 거다.’

아직 F급 플레이어의 잠재력조차 밝혀지지 않은 시기, 그 아이템의 가치는 오직 한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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