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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303화 (30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303)

95. 에필로그

전쟁이 끝났다.

주신의 희생으로 무스펠의 불꽃이 사라지고, 그 틈을 노려 모든 것을 건 ‘영웅’의 공격으로 마침내 멸망은 완전히 끝을 맺었다.

멸망이 끝나며 시스템 역시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제 할 일이 끝났다는 듯 사람들에게 엄청난 보상만을 쥐여 주며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끝났음에 기뻐했다.

시스템마저 사라지자 멸망이 완전히 끝났음을 확신하며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드러냈다.

그리고 살아남은 것에 안도하며 눈물을 흘렸다.

모두의 환호 속에서 시스템이 사라진 날을 기념하며 세계 전체가 같은 날에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를 위해 희생한 영웅을 기리다]

영웅을 기리는 거대한 석상.

그를 상징하는 칠흑의 검과 신수들까지 표현된 거대한 석상은 제국뿐만 아니라 새롭게 생겨난 모든 국가들마저 신성시될 정도로 신성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한 여인이 슬픈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제국을 지키는 최강의 7인 - 아리엘 파브리스]

한때 기동 야전군의 지휘관이었던 그녀는 이제 이런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단한 자가 되어 있었다.

제국에 일곱 명뿐인 그랜드 마스터인 그녀는 차기 그랜드 마스터들도 따라갈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오늘도 석상 앞에서 영웅을 기리고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전우들인 기동 야전군 출신의 모든 지휘관들과 병력은 매번 때가 되면 이곳에 와 영웅을 기렸다.

“오늘도 여기에 있는 거냐?”

“……카드로.”

차기 그랜드 마스터가 될 거라 여겨지는 카드로가 웃으면서 거대한 석상 앞에 섰다.

그 역시 제국의 핵심 인사가 되어 권력의 중추가 되었음에도 매번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는 넌?”

“나야 뭐…….”

카드로가 석상을 올려다보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멸망을 막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고, 평생을 고생만 하고는 떠나 버린 영웅.

친우이자 존경하는 지휘관이었던 그를 따라가고자 오늘까지도 노력하고 있는 카드로가 말없이 묵념을 했다.

그렇게 아리엘과 카드로가 말없이 석상을 보면서 그리운 상관을 생각하고 있을 때, 뒤이어 사람들이 하나둘 석상 앞으로 왔다.

모두가 기동 야전군 출신이었으며, 레온하르트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벌써 와 계셨네요.”

제국을 지키는 7인이자 그랜드 마스터가 된 에이든이 쓴웃음을 지으며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가주께선…….”

“오셨습니다.”

에이든이 그렇게 말하며 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멀리서 라이너가 석상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초월의 경지에 이른 아이언을 따라잡기 위해 아직까지도 수련을 멈추지 않고 있는 라이너.

그리고 그런 그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수련을 거듭하는 테리언.

두 사람에 의해 인류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성장 중이었다.

벌써 몇 년이나 흘렀음에도 인류는 아이언이 개척한 길을 따라 여전히 걷고 있는 중이었다.

“형이 그립네요. 전쟁이 끝나면…… 예전처럼 같이 수련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에이든이 그렇게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건 그의 뒤에 선 레온하르트의 다른 형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지에 올랐으며 신화가 되어 버린 그였기에 형제들은 더욱 그가 그리웠다.

그런 그를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카이덴이었다.

“이리 갈 거면…….”

아이언을 인정하지 않고 애써 제 마음을 속이며 살갑게 굴지 못한 카이덴.

그렇기에 사라져 버린 아이언이 더욱 그리웠다.

카이덴을 비롯해 기족들 전원이 아이언을 그리워하며 묵념을 시작하자 기동 야전군을 비롯한 군부 인사들도 속속 도착해 묵념을 했다.

어느새 석상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기동 야전군과 레온하르트 가문을 위해서 자리를 비켜 준 것일 뿐, 대륙을 지킨 영웅을 위한 마음은 제국민들 모두가 똑같았다.

제국의 광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작은 종을 울리며 영웅을 기렸다.

어느 때와 같은 엄숙한 풍경 속에서 종소리만 울려 퍼지는 풍경.

“어? 엄마!”

“쉿! 조용히…….”

아이가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으면서 손가락을 가리켰지만 어미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아이를 나무랐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치마를 붙잡으면서 손가락으로 석상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아이엄마 역시 아이의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거대한 석상이 조금씩 빛을 발하는 것이 보였다.

“어? 마법……인가?”

아이엄마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도 마법을 조금 배웠기에 그것이 아님을 잘 알았다.

그렇다고 신성력도 아니었다.

알 수 없는 힘에 빛이 나는 석상.

처음엔 미약했던 빛은 점차 강해지고 마침내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빛무리가 일었다.

[타 차원이 멸망의 위협 속에 있습니다. 구하러 가시겠습니까?]

몇 년간 사라졌던 시스템 음성이 다시금 들려오자 모두가 혼란스러워했다.

다시금 멸망이 시작되려나 싶었지만, 혼란을 잠재우고 다시금 글을 읽자 이곳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타 차원?”

“……거기를 왜?”

모두가 왜 타 차원을 구해야 하는지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시스템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모든 차원이 무너지면 멸망의 세력이 다시금 이곳에 올 수 있습니다.]

“어?”

“그럼…….”

언젠가 다시 올지 모르는 멸망.

그것을 막기 위해서도 타 차원을 도와주어야만 했다.

조금씩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시스템은 다시 말했다.

[당신들을 도와주던 이세계인들의 세계입니다.]

“아!”

“그럼…… 돕긴…… 해야겠지?”

몇몇 사람들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어떤 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간신히 회복해 가는 대륙이었다.

그런데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을 다시금 전쟁터로 내몰 수는 없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시스템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당신들의 ‘영웅’이 그곳에 있습니다.]

마치 이래도 안 갈 거냐고 말하는 듯한 시스템.

[구하러 가시겠습니까? (Yes/No)]

멍하니 시스템 창을 바라보는 사람들.

‘이것이 진짜인가?’ 하며 눈을 비비는 사람들.

그렇게 모두가 혼란스러워할 때, 가장 먼저 손가락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었다.

“먼저 간다.”

아리엘이 그 말을 끝으로 빛에 휩싸이자 카드로가 웃으면서 뒤를 따랐다.

그리고 뒤이어 많은 군인들이 하나둘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재밌겠군.”

“오랜만에 아들 얼굴 좀 봐야겠군.”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두 무인마저 빛무리에 감싸이며 사라졌다.

어느새 광장에는 많은 군인들이 사라져 있었다.

가정을 꾸린 사람들, 가족을 위해, 연인을 위해, 남은 사람들마저 미련 섞인 눈으로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애써 외면했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영웅을 위해 기도했다.

“부디 그곳에 가신 분들이 영웅을 도울 수 있기를…….”

한 여인의 기도에 남은 사람들이 눈을 감고 기도했다.

자신들의 영웅이 그곳에서도 멸망을 막아 주기를…….

* * *

언젠가부터 지구에 생긴 던전.

그것들은 가만 놔두면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몬스터들을 토해 내기 때문에 반드시 토벌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물론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광석, 마석, 식물이 나오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위험했기에 그곳을 안전하게 클리어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극소수의 헌터들.

그들만이 안전하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세계를 다녀온 자들이 생기면서 게이트는 더 이상 위험 지역이 아니게 되었다.

또 그들이 오면서 지구는 급격하게 변했다.

김정태.

해리 윌리엄스.

로바노프.

제이미.

히카르두.

알아사드.

이세계를 다녀온 최강의 6인을 필두로 던전은 안전하게 클리어되었다.

모두가 이제는 안전한 세상이 될 거라 말했으나 이세계를 다녀온 이들은 하나같이 공통되게 말했다.

“더 큰 위협에 대비해야 합니다.”

“멸망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성장해야 합니다.”

이세계를 다녀온 이들은 거대한 위협에 맞설 힘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믿진 않았다.

‘우리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며 현재의 안정된 상황에서 돈을 더 벌 생각만 궁리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계에서 돌아온 헌터들을 필두로 대부분의 헌터들은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이세계에서 넘어올 때 막강한 힘을 가지고 들어온 헌터들은 더욱더 강해지며 세계를 이끄는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세계를 넘어온 헌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

한숨을 쉬며 열심히 던전에서 구르는 한 남자.

“뱁새야, 이게 최선이냐?”

-짹!

머리 위에 앉은 뱁새가 한숨 쉬고 다시 구르라고 재촉하자 남자는 하는 수 없이 다시금 검을 들어올렸다.

한때 세계를 구했던 남자 아이언…… 아니 이제는 이정후가 된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라와 융합한 대가는 굉장히 컸다.

세계를 구한 보상으로 신수들과 본래 갖고 있던 모든 힘을 전부 갖고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초월자가 된 아이언이기에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다시 성장하게끔 했다.

그 때문인지 모든 신수들이 아기 새로 변해서 쥐꼬리만한 신수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도 완전히 절망적인 건 아니었다.

“요거 신기하네.”

이곳에 넘어오며 새로 얻게 된 능력인 주술.

그건 토템을 통해 버프를 구현하거나 광역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요즘 이것을 성장시키느라 나름 재미를 느끼는 중이었다.

“후…… 힘들었다.”

-짹.

던전 밖으로 나온 이정후가 힘들다는 듯 소매로 이마를 닦았다.

힘들긴커녕 놀다 왔으면서 땀을 훔치는 척하는 가증스러운 이정후의 모습에 뱁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로 그때, 이정후가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정태냐?”

-야! 언제까지 뒤를 봐줘야 되냐? 토템 성장시킨다고 놀지 말고 얼른 성장부터 해라!

“……노는 거 아니다.”

-구라 까지 마라. 내가 네 실력을 아는데 뭔 개소리야! 너 자꾸 [email protected]^@$^%#$&%$!

욕설이 들려오자 곧바로 폰을 꺼 버렸다.

나중에 욕 좀 먹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짹! 짹짹!

뱁새가 정신 좀 차리라는 듯 호통을 쳤지만 정후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좀만 더 놀자. 열심히 했잖아.”

이정후의 말에 뱁새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사실 이곳에 넘어와 모든 힘을 잃고 허망하게 있던 아이언을 도와준 게 바로 김정태였다.

비록 싸가지를 말아먹어서 만날 때마다 비웃었지만 그래도 가장 착실하게 도와준 놈이었다.

물론 김정태도 목적 없이 도와준 건 아니었다.

“자기들만으로는 힘들 거 같으니까 나를 도와주는 거겠지.”

자신들도 멸망이 어떤 것인지 겪어 봤기에 이정후를 성장시키려고 닦달하는 것일 뿐이었다.

물론 그걸 감안해도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었다.

그가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그의 친지들을 찾아 챙겨 준 것들이 이세계 6인방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같은 한국인 김정태가 가장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응? 게이트? 갑자기?”

던전에서 돌아오던 이정후는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무리에 기겁했다.

게이트 규모가 심상치 않았기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짹짹!

뱁새가 ‘진즉에 성장 좀 했어야지!’라며 호통을 쳤다.

그런 뱁새의 호통 속에서 이정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뭐지?”

거대한 빛무리로 이어진 게이트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익숙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어?”

실로 오랜만에 보는,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던 여인이 이정후의 앞에 섰다.

“……오랜만이야.”

익숙하지 않은 은발의 여인이 그리운 표정으로 웃으면서 인사하자 잠시 멍하니 있던 이정후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그래. 오랜만이야.”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마칩니다

후기

안녕하세요.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를 쓴 .로튼애플.입니다.

완결까지 참 오래도 걸렸네요.

사실 이 소설을 쓴 계기는 갑자기 군인들이 유명해지게 되면서 쓰게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많은 분들의 조언을 받아 초기 구상과는 다르게 변했습니다.

그래도 처음 구상할 때 생각했던 완결 부분은 변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중반에 초반의 흡입력이 사라졌다고 조언해 주신 분들과, 중간중간 산으로 갔다고 말해 주신 분들 덕분에 중심을 최대한 잃지 않고 끝까지 왔습니다.

조언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매번 후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끝까지 따라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글이었으나 끝맺음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독자분들 덕분입니다.

다음 글은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단 더 발전한 소설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며, 부족한 글쟁이는 이만 물러갑니다.

완결까지 읽어 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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