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99)
93. 세계를 건 대륙 전쟁 (2)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서쪽의 군대들.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남자가 혼자서 무지막지하게 몰려오는 타락한 존재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화염의 폭풍이 휘저으며 상공을 붉게 물들였고, 바다에서는 뇌전이 휘감긴 소용돌이로 안에 있는 생물체를 전기구이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듯 신수들의 힘으로 새까맣게 몰려오는 타락한 존재들이 몰살당하기 시작하자 전선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후…….”
신수들에게 타락한 존재들을 막아 줄 것을 부탁한 아이언은 정신을 집중하며 체내에서 뿜어지는 힘을 컨트롤했다.
오러마저 배제한 아이언은 오직 신성력만을 전력으로 사용했다.
‘한계까지 압축한다.’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신성력을 압축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공중에 떠 있는 아이언을 중심으로 빛이 응축되더니 이내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마치 충격파가 퍼져 나가듯, 바다와 하늘의 사이로 빛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그런데 그것이 한 번이 아니었다.
반복해서 퍼져 나가는 빛의 파장에 하늘과 바다의 오염된 기운들이 서서히 소멸되어 나갔다.
그러고도 남은 신성력은 빛의 입자로 변하여 일정 구역마다 모여들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수십만 개의 빛의 구체들이 마치 결계처럼 동대륙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았다.
파삭!
-키에에엑!
-크르륵…….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빛의 구들로 만들어진 결계는 타락한 존재의 침입을 허용치 않았다.
각 구체에서 뿜어지는 파장에 맞는 순간 웬만한 타락한 존재들은 그 즉시 소멸했다.
설령 그것을 버텨 냈다고 하더라도 빛의 구에 닿은 상태 그대로 불에 타듯 재만 남기고 사라졌다.
어찌어찌 결계를 뚫고 들어왔다 해도 신수들이 내버려 두지 않았다.
“혼자서 전쟁을 좌지우지하는군.”
제국 최강의 영웅이 보이는 힘은 여태껏 냉철한 판단을 놓지 않았던 동부 사령관마저 멍하니 정면만 바라보게 할 만큼 장관이었다.
-총사령관께서 무리하게 두시면 안 됩니다.
모두가 멍하니 타락한 존재들이 스러져 가는 걸 지켜보고 있을 때, 아리엘에게서 연락이 왔다.
-총사령관께서 666일의 게이트를 홀로 클리어하셨습니다. 이 이상 무리하게 두시면 안 됩니다!
카이든 월까지 총사령관을 걱정하자 동부 사령관이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병력을 재정비했다.
아이언이 무리하면서까지 타락한 존재들을 홀로 막고 있는 것은 제국군이 재정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자 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휘관들도 전부 정신을 차리고 군을 재정비하고 다시금 전쟁을 하기 위해 무기를 정비했다.
그렇게 모든 병력이 준비를 마치자 마도사인 남부 사령관이 아이언에게 다가갔다.
“총사령관님.”
“남부 사령관?”
“남은 건 저희한테 맡겨 주시고 좀 쉬십시오.”
“맞습니다. 부디 쉬십시오.”
사정을 다 들었다는 듯, 남부 사령관이 말하자 뒤이어 동부 사령관도 달려왔다.
두 마도사의 말에 아이언이 잠시 고민하다가 신수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 신수들의 모습을 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들에게 돌아오라 명하고 뿜어내던 빛의 파장을 멈출 때였다.
갑자기 거대한 검은 창과 검이 아이언을 향해 날아들었다.
신수들의 불의 폭풍을 뚫고 들어오자 다급히 빛의 구체들을 뭉쳐 방패를 만들었지만 그마저도 뚫어 냈다.
쿠우웅!
“……신?”
자신의 빛의 방패와 신수들의 힘을 뚫을 정도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런 아이언의 추측이 맞다는 듯, 멀리서 사상력의 파장이 퍼져 나왔다.
“아무래도…….”
“물러서라.”
아이언이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려 할 때, 라이너와 테리언이 다가왔다.
에이든과 아리엘 역시 그들의 뒤에 날아왔다.
“마도구인가?”
“비행 마법이 각인된 망토입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아리엘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러는 사이 비행 망토를 두른 두 명의 사령관이 더 아이언에게 다가왔다.
한 명은 사령관들 중 가장 많은 전쟁 경험을 갖고 있는 북부 사령관 제든 윅스였고, 다른 한 명은 제국의 중심부를 지키던 중앙 사령관 레오폴드였다.
“두 사람…….”
“노력 많이 했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제든 윅스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북동부에서 아이언을 위해 희생한 크림슨처럼 자신 역시 도움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아리엘과 에이든처럼 다음 단계로 가는 길목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중앙군 사령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 붕괴되었던 중앙군의 치욕을 스스로 털어 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가 제든 윅스와 같은 반열에 올라서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맡겨 주십시오!”
다섯 명의 사령관들이 경례를 올리면서 부탁했고, 에이든과 두 가주 역시 자신들을 믿어 주길 바라며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군대들.
그들 전부가 자신들에게 맡겨 달라고 말해 오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회복에 전념하죠.”
아이언의 말에 그제야 자세를 풀고 환하게 웃는 사령관들.
어느새 작게 변한 신수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나는 아이언을 지키기 위해 사령관들과 두 가주가 선봉에 섰다.
그리고 뒤이어 제국의 최정예 병력이 포문을 열었다.
“많이 발전했네.”
수많은 공중 함대에서 열린 포문들과 섬 전체를 빼곡히 채운 마도포.
전진기지의 앞을 지키는 강철 골렘.
한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공중 함대와 해상 함대.
거기에다 거대한 워프 게이트에서 지원 병력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오스리아 대륙에서 계속해서 병력을 태운 함대가 몰려오고 있었다.
-한동안은 안심해도 될 듯하다.
대장선에 들어온 흐레스벨그가 감상 평을 내뱉자 아이언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치직! 남동부 73포인트 지점 타락한 군단 전멸 완료! 전선이 안정화되는 대로 전진기지로 합류함.
-북동부 날치섬 지점 확보 완료. 일부 병력은 전진기지로 돌리겠다.
-제국 서부 지역 안정화 완료. 남아 있는 정예 병력 전원, 동부군으로 합류시키겠다.
-북부 방어는 고대종에게 돌리고 남은 병력 전원, 동부군에 합류하겠다.
실시간으로 안정화되어 가는 오스리아 대륙에서 남는 병력을 보내겠다고 연락이 오고 있었고, 중앙에서는 물자를 쌓아 두고 대기하고 있었다.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워프의 한계치를 계산해서 지속적으로 보내오고 있었고, 화물선은 쉼 없이 전진기지로 몰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중앙에서도 이 전투가 마지막 전투라는 것을 알기에 모든 것을 쥐어짜 내 사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회복에 전념해라.
“……그래.”
흐레스벨그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위해 준비한 회복실로 들어갔다.
“뱁새가 보고 싶네.”
회복에 들어가려 할 때, 갑자기 뱁새가 생각났다.
언제나 자신을 호되게 야단치면서도 매번 회복을 위해 애써 주었던 뱁새가 없는 게 오늘따라 더욱 크게 느껴진 탓이다.
-곧 볼 수 있을 거다.
“그럴까?”
-그래. 거의 다 왔다.
흐레스벨그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회복을 위해 명상에 들어갔다.
밖으로 내돌던 신성력을 오직 육체의 회복에 전념하게 했으며, 자연의 기운 역시 신수들의 회복에만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초신의 격을 끌어다 쓴 후유증을 회복하는 것은 더뎠다.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무리하게 끌어다 썼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보다 불균형이 심각한데? 단시간에 끝낼 순 없겠어.’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며 회복에 몰두했다.
그러면서도 외부의 기운은 계속해서 신경 쓰고 있었다.
두 가주도 감당할 수 없는 적이 나타난다면 자신이 직접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이언이 움직일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
두 가주를 필두로 마스터들 전원이 전면에 나서며 적들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신급 존재는 두 가주와 아리엘, 에이든, 제든 윅스, 레오폴드가 막아섰다.
그 뒤를 사령관들을 비롯한 마스터들이 받쳐 주면서 신들의 공격을 완벽에 가깝게 막아 냈다.
“넘어와 봐.”
에이든이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신을 바라보았다.
개구리 모습을 거대한 신은 분노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에이든에게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에이든이 떠 있는 지점이 동대륙과 서대륙의 경계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제약만으로도 힘이 반토막 나서 힘든 지경인데 서대륙으로 진입하면 더욱 힘들어졌다.
주신의 영역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힘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그렇다면 에이든을 이기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에이든이 영악하게 주신의 영역 끝자락에서 신을 골려먹으며 상대하며 시간을 끌었고, 그건 아리엘을 비롯한 경계에 선 다른 마스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사이 두 가주는 불완전한 강림을 한 신들을 하나둘 처치했다.
-괴……물 같은 놈들…….
“내가 괴물이라……. 그렇다면 내 아들은 뭔가?”
라이너가 자신을 괴물이라고 부르는 신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시스템 제약이 없어도 웬만한 신들은 소멸시킬 것 같은 강대한 힘을 가진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아들을 생각하면 이 경지에 만족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더 강해져야 한다.’
라이너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먹잇감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건 테리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투광인 테리언은 신 하나를 소멸시키면서 혀로 입술을 축였다.
“재밌네.”
멸망이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따분한 삶을 살았던 그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언이 나타나 자신의 마음에 불을 지펴 놓더니 멸망이 시작되었다.
숱한 목숨의 위기 속에서 테리언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이언이란 존재가 저 멀리서 빛을 밝혀 주었다.
어서 오라고, 자신이 있는 곳까지 도달해 달라고 말하며 테리언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간 결과 현재의 자신에 도달해 있었다.
“더! 더! 더 올라간다.”
테리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또 다른 신을 사냥하기 위해 움직였다.
약해 보이는 놈들은 주신의 영역 밖으로 나가 사냥하고, 힘들 것 같으면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복하면서 두 가주는 빠르게 신들의 숫자를 줄여 나갔다.
그리고 해상과 공중에서는 수많은 타락한 존재들이 제국군에게 죽어 나가면서 전선을 만들고 있었다.
주신의 영역의 경계선에서 유지되는 아슬아슬하게 균형.
그런데 그 균형을 깨는 존재가 나타났다.
“드래곤 로드인가? 타락한 것 같은데…….”
“결국 멸망에게 먹힌 건가? 멍청한…….”
남부 사령관과 동부 사령관이 동대륙의 황제였던 타락한 드래곤 로드를 막기 위해 마력을 끌어 올렸다.
명색이 드래곤 로드인 만큼 그랜드 마스터급의 존재일 것이 분명하기에 두 마도사는 목숨을 걸 준비를 했다.
바로 그때, 한기가 불어닥치면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제가 막겠습니다.”
“자네는…… 21군단장?”
동부 사령관의 말에 카온이 경례를 올리면서 푸른 검을 뽑아 들었다.
“자네…….”
남부 사령관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카온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전에 잠시 봤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성장한 카온 템페트.
“아직 힘을 전부 갈무리하지 못해 아리엘 사령관처럼 싸우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벌 순 있습니다.”
카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정면을 바라보았다.
“사령관들께선 드래곤 로드를 제외한 다른 분들을 부탁드립니다.”
카온의 말에 정면을 바라본 두 마도사는 침음성을 삼켰다.
드래곤 로드의 주변에 동대륙을 지배하는 핵심 종족의 수장들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면 말하게. 언제든 도우러 가지.”
“나 역시.”
두 마도사의 말에 카온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기를 끌어 올렸다.
동대륙의 황제였던 드래곤 로드가 타락한 기운을 온몸으로 내뿜으면서 주신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타락했다지만 본래 이 세계의 소속이었기에 시스템의 제약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주신이 부여한 제약은 아니었다.
-크으으으…….
주신의 영역에 들어서자마자 타락한 기운들이 소멸하는 것을 느낀 드래곤 로드가 바로 아가리를 벌렸다.
단번에 주변을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앞에 선 카온 템페트가 드래곤 로드의 공격을 막아 냈다.
‘할 만하다.’
시스템은 몰라도 주신은 타락한 존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고, 그것이 카온으로 하여금 드래곤 로드를 붙잡고 늘어질 수 있게끔 해 주었다.
그렇게 미래의 제국을 책임질 일곱 명의 영웅과 마스터들을 필두로 제국이 타락한 존재들과의 전쟁을 버텨 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승기를 잡아 가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이대로 승리를 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때였다.
쿠우웅!
하늘이 열리면서 화염의 회오리가 내려왔다.
화염의 회오리와 바다가 만나 막대한 양의 수증기가 만들어졌고, 그곳에서 작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옥왕…….
카온과 싸우던 드래곤 로드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동대륙을 집어삼킨 그조차, 이렇게 타락하게 만든 존재.
불완전하게 강림했음에도 모든 신들조차 발아래로 둘 정도의 강력한 존재인 지옥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그때, 기다렸다는 빛의 기둥이 나타나며 신성력의 폭풍이 만들어졌다.
지옥왕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제국의 영웅이 회복을 마치고 깨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