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98화 (29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98)

93. 세계를 건 대륙 전쟁

고운 모래로 뒤덮인 사막에는 아무도 없었다.

게이트 앞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고 있을 병력도, 오염된 대지도 없었다.

-사막이라…….

바알이 그리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사막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떠한 생명체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막이라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는 있을진대 이곳은 그러한 것이 없었다.

-그래. 이런 곳도 있었지.

바알이 뒤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포함한 악마들이 졌다는 것을 증명하듯, 거대했던 게이트가 무너진 잔해들이 그대로 있었다.

폭발이라도 한 것인지, 게이트를 구성했던 조각들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모래 곳곳에 파묻혀 있었고, 악마들의 사체는 전부 가루가 되었는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힘과 태초의 악마들을 제약하는 시스템의 강력한 힘이 패배의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이다.

-네 부하들은 걱정할 것 없다.

“……뭐?”

바알의 말에 아이언이 애써 아닌 척 되물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과 다르게 최대한 기감을 넓혀서 부하들을 찾고 있었다.

게이트의 폭발 흔적이 있기에 혹시나 전멸한 것은 아닌지,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잔혹하지. 하지만 승리하는 자에게는 누구보다 달콤한 보상을 내린다.

바알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가루가 되어 사라져 가는 몸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악마들은 패배했고, 그 대가는 자신을 포함해 이곳으로 넘어온 모든 악마들의 소멸이었다.

대신 인간들은 반대급부로 보상을 받을 것이다.

죽어 가는 인간은 그 즉시 회복될 것이며, 설령 죽었더라도 영혼이 위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았다면 부활할 것이다.

실로 경이로운 힘이지만 시스템은 그것이 가능하다.

자신이 본 어떤 신보다 위대한 존재가 ‘시스템’이란 존재였기 때문이다.

“……멸망이란 존재를 만나 본 적 있나?

아이언의 물음에 바알이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멸망을 대적할 때는 그 정체를 모르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

바알의 말에 아이언이 침묵했다.

정체를 알게 되면 대적할 의지조차 상실할 정도로 힘들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상대로 승리해 놓고 그런 표정을 짓는 건 곤란한데?

바알의 말에 아이언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바알이 피식 웃으면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축하한다. 너와 인간들의 승리다.

바알이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사막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이언을 보았다.

그런 그의 얼굴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나한테 져서 그런 것인가?’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할 때, 바알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나와 같은 ‘패배자’가 되진 않기를 바라마.

바알이 할 말을 끝냈다는 듯,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악착같이 잡고 있던 육체가 완전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가루가 되어 사라져 가는 바알.

-주신이 보았던 풍경이 이런 것인가?

과거 한번 ‘죽음’을 맞이했던 주신.

‘그가 마지막 순간에 보았던 풍경이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란 생각과 함께 바알의 몸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악마왕이 소멸되었습니다. 이로써 오스리아 대륙 내의 위협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공통 보상으로 대륙을 장악한 인류에게 시스템이 버프를 부여합니다.

-주신이 추가적으로 축복을 내립니다.

-악마왕의 육체를 제물 삼아 과거 풍요의 신이었던 권능이 폐허가 된 사막에 깃듭니다.

시스템의 음성이 끝나자마자 가루로 흩어진 바알의 잔재들이 사막 곳곳에 스며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믿을 수 없는 이적.

“이게…….”

황금빛으로 물드는 사막에 풀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어나고, 동물들이 나타났다.

처음엔 환상인가 싶었던 아이언은 자신의 발밑에 자라난 풀들을 본 순간 이 모든 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의심치 말라. 한때 '풍요의 신'이었던 나 ‘바알’의 권능일지니…….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바알의 음성.

-부디 이 풍경을 지켜 내거라.

바알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스리아 대륙에서 바알의 존재감이 소멸되었다.

“풍요의 신…….”

한때 신이었던 바알이 어째서 악마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신’이었던 그조차 결국 멸망의 세력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멸망이란 힘이 거대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악마’란 개체들도 한때 신을 믿었던 신도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남 생각할 때가 아니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사막이었던 대지를 바라보았다.

초록빛으로 물든 대지를 보았다.

무너진 게이트의 잔해는 어느새 넝쿨이 자라나 있었다.

“……지켜야겠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기감을 펼치는 순간, 멀리 떨어졌던 제국군의 병력이 아이언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런 그들을 마중 나간 아이언.

“총사령관님!”

가장 먼저 아리엘이 비룡을 타고 아이언을 향해 날아왔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리엘이 울먹이면서 말하자 뒤따라온 지휘관들도 마찬가지로 울먹였다.

홀로 태초의 악마들을 상대하러 간 후 모든 이들이 사력을 다해 악마들과 맞서 싸웠다.

대공과 상위 악마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은 절망감을 느꼈다.

이들조차 이리 강할진대, 태초의 악마들을 홀로 상대하는 아이언이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생각과 달리 아이언은 혼자서 그들을 물리쳤다.

“강해졌구나.”

어느새 다가온 라이너의 말에 아이언이 슬쩍 웃었다.

딱히 기세를 드러낸 것도, 그렇다고 힘을 보인 것도 아님에도 라이너는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한 단계 더 성장하여 자신마저도 넘볼 수 없는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는 것을…….

“그보다 축하할 일이 생겼군요.”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리엘과 에이든을 바라보았다.

마스터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누구보다 빠른 성장을 보여 준 두 사람.

아마 아이언이 없었다면 미래의 대륙을 이끌 천재라고 칭송받았을 두 천재가 이제는 또 다른 벽을 넘보고 있었다.

다른 이들 역시 아리엘과 에이든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다는 게 보였다.

기존의 마스터들은 불완전했던 마스터의 경지를 안정시키며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벽에 막혀 헤매던 이들은 벽에 균열을 만들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게 보였다.

악마들과의 싸움이 제국군을 또 한 번 성장시켜 준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동대륙과의 전쟁뿐인가?”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이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좀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두 가주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 버프와 주신의 축복을 받았지만 아이언의 몸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태초신의 격을 일부 사용한 여파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리하게 신수들과의 융합 시간을 늘린 것에 대한 반작용이 몸에 쌓여 있었다.

덕분에 마스터급 무인들조차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아이언의 몸과 힘의 균형이 깨진 상태였다.

“가면서 회복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은 자신을 바라보는 제국군과 마주 보았다.

“마지막 싸움만 남았다. 좀만 더 힘내자.”

크지 않은 음성.

하지만 모든 이들이 아이언의 음성을 듣고는 고개를 들고 경례를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은 아이언이 말했다.

“가자. 전우들을 도우러.”

총사령관의 명령에 모든 병력이 일제히 오스리아 대륙 동부로 움직였다.

그렇게 오스리아 대륙 최고의 군대와 최강의 가문들이 동대륙과의 싸움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사라진 사막?」

제국 광장에 제목이 대문짝 만하게 박힌 영상이 나타났다.

오염된 기운에 황폐화 되었던 사막이 녹색의 물결로 뒤덮였다는 소식과 함께 666일의 대륙 최흉의 게이트가 클리어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모든 이들이 환호했다.

대륙을 집어삼킬지 모르는 게이트를 클리어했다는 말에 모든 이들이 희망을 보았으며, 이중으로 나뉜 전선 때문에 고생하던 군부도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동대륙과 전투를 치르고 있다는 대륙 동부 전선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크으…… 지옥귀들이 너무 많아!”

“어떻게 버틴 건데…….이대로 밀릴 수는 없어!”

모든 이들이 악착같이 버텼지만, 동대륙에서 신급 존재들이 넘어오기 시작하자 상황은 악화되어 갔다.

제국의 신무기와, 높은 수준의 군대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강자들이 오스리아를 침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부 전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지원군을 요청했지만 이미 제국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군대를 지원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여기저기가 조금씩 뚫려 가면서 동부 전선이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동남부의 전선 역시 옆 동네의 전선이 뚫린 것처럼 지옥귀들에게 밀려 후퇴를 결정하려 했다.

“모두 후퇴해!”

“하지만 부상 입은 자들이…….”

장교의 명령에 한 병사가 부상 입은 동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은…… 버린다.”

냉혹할지도 모르는 명령.

하지만 부상 입은 자들까지 데리고 가기엔 지옥귀들의 기세가 매서웠다.

부상 입은 자들을 그들의 먹잇감으로 내주고 온전한 병사들만으로도 추슬러 새로운 전선을 구축해야 했다.

그런 장교의 결정에 병사가 울먹였다.

그도 알고는 있었다.

지금 이 결정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마저도 많은 병사들이 죽어 나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싸웠던 전우를 제물 삼아 목숨을 부지하는 것에 죄책감이 몰려왔다.

“……움직이자.”

“……예.”

마지못해 명령을 내리는 장교와 눈물을 흘리며 명을 따르는 병사.

그렇게 동남부의 전선 하나가 또다시 후퇴할 준비를 할 때였다.

상공에서 빛줄기가 떨어지더니 해변가를 초토화하기 시작했다.

“……어?”

병사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자 장교가 황급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비공선에는 제국 최강의 군대로 칭송받는 기동 야전군의 마크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사…… 살았다.”

장교의 말에 병사도 살았다는 생각에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동부의 한 전선이 기동 야전군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것을 시작으로, 동부 전선 곳곳이 지원군의 도움으로 서서히 안정화되어 갔다.

그리고 그건 동대륙의 침공을 최전선에서 막고 있는 전진기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치직! 늦어서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하늘은 기동 야전군이 맡겠습니다.

-서부군을 빼놓으면 섭섭한데?

그토록 기다리던 지원군.

그것도 가장 믿을 만한 전력인 제국 최강의 공중 부대를 보유한 두 군이 합류했다.

하지만 지원군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지상은 우리에게 맡겨 주십시오.

제국 최강의 방어 부대를 갖고 있는 카이든 월이 이끄는 특수 방위군의 정예 병력이 워프를 타고 넘어왔다.

동시에 그들을 괴롭히던 신급 존재들을 학살하기 시작하는 두 가주와 제국의 엘리트 가문들의 정예 병력.

사막을 지키던 제국 최정예 병력의 합류에 점점 어려워지던 전진기지의 전황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그러자 동부 사령관이 흥분한 표정으로 상황판을 바라보다 통신구를 향해 물었다.

“한데 총사령관께선 어디에 계시는지…….”

동부 사령관의 물음에 답한 것은 전진기지로 넘어온 지휘관들이 아닌 수도에 있는 폴덴이었다.

-……가장 앞에서 날뛰고 계십니다.

폴덴의 말에 동부 사령관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상공에 환한 빛이 내려오면서 새까맣게 뒤덮은 엄청난 숫자의 타락한 존재들을 소멸시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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