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96)
92. 악마왕의 게이트 (2)
아이언이 홀로 태초의 악마들을 잡겠다고 한순간 빛이 감싸면서 그를 게이트 안으로 집어삼켰다.
그것을 본 아리엘의 표정은 무너질 듯 일그러졌다.
“또…… 또 혼자 하시려는 겁니까?”
아리엘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주변에 보이는 악마들을 바라보았다.
현재의 제국군 수준으로는 게이트 밖으로 몰려나오는 악마들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버거웠다.
악마들의 숫자는 많았고, 이전 게이트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들이었으니 당연했다.
“우리라도 들어가지.”
“그래.”
어느새 게이트 앞으로 온 두 가주가 들어가려는 순간 알 수 없는 힘이 두 사람을 뒤로 밀어냈다.
[자격이 없습니다.]
자격이 없다는 말에 라이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뭔 개소…….”
알 수 없는 말에 화를 내려는 라이너에게 시스템 창이 답을 내놓았다.
[안쪽 게이트는 이미 퀘스트 중입니다. 끝나고 진입해 주세요!]
친절하게 이유를 알려 준 시스템 창에 라이너와 테리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퀘스트라…….”
“안쪽에 있는 큰 악마들을 홀로 막기 위해 간 것인가?”
테리언이 자신이 막았던 거대한 악마를 생각하며 말했다.
지휘관 입장에선 훌륭한 판단이었다.
제국 입장에서는 지금 몰려드는 악마들도 처리하기 어려웠다.
마왕급에 비견되는 거대 악마들까지 모여든다면 현재의 제국군 수준으로는 막기 어려웠다.
“최악이군.”
“그래. 어른이 해야 할 일을…….”
라이너와 테리언이 게이트를 바라보다가 하늘에 떠 있는 악마를 바라보았다.
마왕급인 태초 악마들은 아니지만, 상위 악마들조차 굽어볼 정도로 막강한 존재감을 보이는 악마들.
마계를 주름잡는 대공들이었다.
“……할 일이 정해졌군.”
라이너의 말에 테리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아리엘.”
“예.”
침울해 있는 아리엘을 보면서 테리언이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자꾸나.”
그의 말에 아리엘도 상공을 바라보았다.
현재 자신의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인 대공들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더 강해져야 돼.’
아리엘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을 꽉 쥐었다.
그의 상관인 아이언이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자신들이 태초의 악마들을 막아야 했다.
홀로 게이트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한 그의 희생을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성장해야만 했다.
그런 아리엘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녀의 앞에 시스템창이 떴다.
[대공급 악마를 사냥하세요.]
-보상 : 알 수 없음.
-대공급 악마를 사냥할 때마다 보상 수준이 올라갑니다.
[상위 악마를 사냥하세요.]
-보상 : 알 수 없음.
-상위 악마를 사냥한 숫자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달라집니다.
두 개의 퀘스트를 본 아리엘은 곧바로 움직였다.
시스템이 지금보다 더 강해지게끔 돕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지체할 것 없이 상위 악마를 처치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 아리엘의 모습에 두 가주 역시 대공들을 향해 움직였다.
시간이 갈수록 밖으로 나온 대공들을 쌓여 갈 것이니 빠르게 줄여 나가야 했다.
‘아직은 우리가 우위야.’
본래의 힘이라면 두 가주에 버금갈 만한 존재들인 대공들이 디버프를 먹어 약해진 지금이 기회였다.
아무리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다수가 모이면 두 가주도 목숨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666일의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제국의 가장 강력한 군대들과 가문들이 모여 전투를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동부 해안 역시 전쟁을 시작했다.
동대륙에서 침공한 악마들을 막기 위해서 사막으로 모인 정예군을 제외한 제국의 모든 병력이 모여들었다.
징집병으로 대륙 각 지역의 전선을 유지시킨 채 동부로 군을 모은 제국은 온갖 신식 무기를 배치해 대륙 전쟁이 들어갔다.
“막아! 해안가로 접근 못 하게 막아!”
“전진기지는 뭐 하는 거야! 악마들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다니!”
“지옥귀가 남부 해안가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현재 교전 중!”
동부 사령부를 중심으로 전진기지에서 동대륙에서 침공한 악마들을 막고는 있지만, 워낙 숫자가 많은 탓에 그들을 전부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이 우회해서 오스리아 대륙으로 넘어오는 통에 제국 동부 전체가 전선이 되고 말았다.
“위기군.”
체베라 총독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말처럼 제국은 지금 위기에 빠져 있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긴장의 연속.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총 사령관은 스스로를 희생해서 666일의 게이트에 들어갔고, 사막 지역과 동부 해안으로 주 전선이 양분화되어 있었다.
지휘관 입장에서는 전선이 두 개나 되는 최악인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대륙 내부에 있는 몬스터들도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었다.
총독 스스로도 ‘과연 이 위기를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대륙 여기저기가 곪아 터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제국은 아슬아슬하게나마 버티고 있었다.
“어서 돌아오십쇼. 제국은 당신이 필요합니다.”
현 제국의 중심인 아이언이 게이트에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체베라 총독은 다시금 책상에 앉았다.
잔뜩 쌓인 서류 더미를 보면서 다시금 의지를 불태웠다.
목숨 걸고 싸우는 군인들을 위해서라도, 온갖 희생을 하면서 제국을 지탱하고 있는 제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더 힘을 내야 했다.
몇 번이나 코피를 쏟아 내면서도 끝내 자리를 지키는 체베라 총독 덕분일까?
아니면 사력을 다해 버티고 있는 제국의 모든 사람들 덕분일까?
멸망 세력의 파상 공세에도 불구하고 제국은 버티고 있었다.
끈질기게 버티는 인류를 뒤로하고 게이트로 들어선 아이언 역시 그들의 의지를 느낀 것인지 태초의 악마들을 상대로 꿋꿋하게 싸워 나갔다.
콰아앙!
“이번엔 거대한 망치냐?”
아이언이 끔찍한 풍경 속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망치를 피해 냈다.
아무리 제약을 받았어도 태초의 악마는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전부 아이언 하나를 잡기 위해 달려드니 천하의 아이언조차 힘에 겨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신성력을 통해서 체력이라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에 버티는 것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 뻗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후우…… 후우…….”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태초의 악마들을 바라보았다.
본래 힘을 전부 쓰지 못하는 이상 아이언을 일대일로 이기긴 어려웠다.
그렇기에 그들이 방심한 틈을 타 초반에 몇 명의 악마들을 죽였지만 그게 끝이었다.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지금 수준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아이언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생각했는지 철저하게 힘을 합쳤다.
악마들은 끊임없이 아이언을 괴롭혔다.
혼자라는 점을 이용해서 조를 짜서 공격하고 빠지기를 반복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면서 부하들을 몸빵으로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삐…….
피닉스가 지친 표정으로 아이언의 위를 배회했다.
다른 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복되는 전투로 모두들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다른 신수들은 신성력을 주입해 주며 피로를 회복해 주었다.
하지만 기운으로 피로를 회복해 주는 건 한계가 있었다.
단기간 내에 신성력으로 피로를 계속해서 풀어 주다 보면 내성이 생기기도 했고, 정신적인 면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좀만 더 버텨 줘. 거의 다 왔어.”
아이언의 말에 신수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또다시 태초의 악마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조금만 쉬려고 하면 귀신같이 눈치채고 공격해 오는 태초의 악마들.
교활하게 깔짝깔짝 공격하면서 아이언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아이언도 사람인지라 몇 번이나 열받아서 들이받았지만 그때마다 손해를 봤다.
함정.
합격진.
도주.
온갖 방법들을 사용해서 아이언과 직접적인 교전은 피했다.
그래도 아이언이 이때까지 헛고생한 것은 아니었다.
‘저기까지 도달한다.’
아이언이 저 멀리 보이는 붉은 산을 바라보았다.
태초의 악마들이 본인들의 힘을 잔뜩 풀어서 가려 놓았지만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힘은 아이언조차 두려울 정도로 막강한 격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저게 완벽하게 깨어나면 인류는 멸망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악마들에게 놀아나는 척하면서 조금씩 붉은 산 쪽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악마들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모르는 척 연기하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시간 싸움에서 우위에 있는 것은 태초의 악마들이었고, 그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아이언의 한방이었다.
격렬한 전투 속에서 아이언과 악마들의 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한 방을 노려야 돼. 단숨에 뚫고 붉은 산까지 진입한다.’
‘한 방만 막으면 된다. 그러면 승리는 우리 거다.’
서로가 한 방을 준비하면서 눈치를 봤다.
아이언이 언제 숨겨 둔 한 수를 꺼낼지를 가늠하면서 격렬한 전투를 하는 척 ‘연기’를 했다.
신수들은 일부러 화려한 힘을 사용하면서도 진짜 ‘힘’은 남겨 두고 있었고, 악마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더욱 악랄하게 아이언과 신수들을 괴롭혔다.
그렇게 결렬한 전투를 이어 가던 아이언에게 붉은 산으로 갈 수 있는 틈이 보였다.
‘함정이다.’
태초의 악마들이 일부러 만든 틈.
저걸 덥석 무는 순간 자신의 패배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아이언은 그 미끼를 안 물 수가 없었다.
드드드드!
붉은 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산에 있는 뭔가가 깨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이언에게 더 이상 시간은 남지 않았고, 태초의 악마들은 그것을 알기에 미끼를 던진 것이다.
‘자! 너는 어떻게 나올 테냐?’
먼저 수를 보인 태초의 악마들이 아이언을 향해 그렇게 묻고 있었다.
함정인 것을 알면서도 ‘들어올 테냐?’라고 묻는 악마들의 질문에 아이언은 들어간다는 것으로 답했다.
백색검을 휘두르면서 안으로 진입하는 아이언.
태초의 악마들과 싸우면서 극한까지 단련된 신성력 컨트롤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흑마법들을 완벽에 가깝게 막아 냈다.
그의 백색검은 완벽하게 악마들의 사지를 끊어 내고, 목을 베어 내면서 전진하게끔 했다.
‘힘으로 뚫을 생각인가?’
악마들 중 똑똑함으로 유명했던 단탈리온보다도 한 수 위로 평가받은 마르바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숨겨 뒀던 힘까지 개방해 자신들의 군단을 뚫고 들어오는 인간.
이미 초월의 경계에 닿은 것 같은 압도적인 무력이 군단을 쓸어버리며 앞을 가로막은 태초의 악마들마저 물러서게끔 만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마법진이 발현되었다.
마법으로 유명한 태초의 악마들이 힘을 합쳐 만든 고대의 마법진은 설령 신이라도 소멸시킬 정도로 강대했다.
부족한 힘을 서로 합쳐 만든 마법진을 보면서 마르바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설령 저것을 뚫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이중 삼중으로 만들어진 함정들이 아이언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수들과 함께 갇힌 아이언을 보면서 태초의 악마들이 어떻게 가지고 놀지를 생각할 때였다.
-흐레스벨그는 어딨지?
어느 순간부터 작게 변한 채 아이언을 따라다니던 흐레스벨그를 보면서 마르바스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러자 태초의 악마들이 전부 붉은 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붉은 산 전체를 감싸는 강력한 폭풍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폭풍에서 흐레스벨그의 힘을 느꼈거늘…….
마르바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마 군단을 쓰러뜨리는 폭풍에서 흐레스벨그의 힘을 느꼈다.
-자신의 정수 일부를 저 천둥새한테 맡긴 것인가!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한 서열 3위의 바사고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자 마르바스 역시 표정이 굳어졌다.
드드드드!
-멍청한 놈들! 머리만 믿고 나대더니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무식하기로 유명한 서열 2위의 아가레스가 분노를 드러내며 게이트 전체를 뒤흔들었다.
분노하면 공간 전체를 붕괴시키는 그의 능력이 발현된 것이다.
-막아! 왕을 지켜야 한다!
아가레스의 명령에 태초의 악마들이 황급히 붉은 산으로 향했다.
-……졌군.
마르바스가 약해진 마법진을 부수며 나타나는 아이언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수 싸움에 진 것에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아쉬웠다.
본래 자신의 힘을 갖고 있었더라면 좀 더 훌륭한 싸움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과 함께 악마군단을 움직였다.
자신들의 1차 계획이 무너진 이상 자신의 손을 떠났다.
-모든 것은 왕의 뜻대로…….
마르바스가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붉은 산을 뒤덮은 폭풍에 검은 폭풍이 생성되면서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모든 태초의 악마들의 정점에 군림한 자.
악마왕 바알이 깨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