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95)
92. 악마왕의 게이트
아이언이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수많은 악마들을 쓸어 버리면서 게이트의 중심부로 전진했다.
어떻게든 그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려는 악마였지만 강력한 신성력과 끝도 없이 뿜어지는 자연의 기운에 의해 소멸되어 버렸다.
아이언 혼자 신성력과 자연의 기운 둘 다 컨트롤했을 때도 무서웠지만 신수들이 자연의 기운을 컨트롤해 주자 그의 검술이 더 매섭게 변했다.
컨트롤할 게 줄어드니 자연스레 검술과 체술 역시 더 매섭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모…… 못 간다…….
자신의 발목을 붙잡은 악마의 손을 다른 쪽 발로 부숴 버린 아이언이 남은 악마들을 바라보았다.
“쓸어버려.”
아이언의 명령에 피닉스가 날아오르며 불꽃을 사방에 퍼뜨렸다.
그러자 아이언의 신성력과 합쳐지면서 게이트 전체가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몸이 반쯤 박살 났음에도 살아남아 죽은 척하고 있던 악마들마저도 완전히 소멸되기 시작하면서 게이트 내부에 살아남은 악마들이 제로가 되었다.
“……끝났네.”
-삐이…….
피닉스가 낮게 울며 아이언에게 고생했다고 말해 왔다.
다른 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강자들만이라면 아주 힘든 건 아니었다.
문제는 그들의 끈질김이었다.
‘666일의 게이트도 이렇다면…….’
아이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게이트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갔다.
콰앙!
거대한 백색검이 게이트의 중심 구조물을 사정없이 박살 내는 순간, 본래 봉인석이었던 물체들이 게이트의 코어로 변환되며 아이언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게이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모든 악마들을 죽이셔서 악마들에게 추가 버프가 없습니다.
-완벽한 클리어로 인간들에게 소량의 버프가 주어집니다.
마침내 게이트를 클리어했다는 말과 함께 아이언의 앞에 붉은 포털이 열렸다.
“……오래 걸렸네.”
체감상으로도 매우 오래 걸린 듯한 느낌과 함께 포털에 몸을 실었다.
“초……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
“그래. 현재 어떤 상황인지 브리핑 가능하나?”
아이언의 물음에 긴장한 표정의 장교가 말을 더듬거리면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혀…… 현재 기…… 기동 야전군과 트…… 특수 방위군의 주전력은 전원 666일 게이트로 향했습니다.”
“음…… 갑자기? 왜?”
아이언의 물음에 잔뜩 긴장한 장교가 말을 더듬으려 하자 아이언이 그런 그를 제지하고 심호흡을 하라고 제스처를 취했다.
“천천히……. 급한 거 아니니까 숨 가다듬고. 좋아. 말해 봐.”
“666일 게이트에 변동 사항이 발견되었습니다.”
장교의 말에 아이언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여태까지 어떤 몬스터도 내보내지 않았던 게이트에서 갑자기 몬스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뭐? 666일 게이트에서?”
아이언이 놀란 표정으로 묻자 장교가 곧바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게다가 그 수준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 현재 2개의 군이 전력으로 방어중이라고 합니다.”
“두 가주는?”
“동대륙을 막기 위해 가셨다가 급히 666일 게이트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장교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666일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의 수준이 많이 심각한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동대륙은?”
“그쪽 역시 상당히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게이트 클리어가 완료된 마스터와 고위 기사들은 곧바로 전원 동대륙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젊은 장교로부터 설명을 들은 아이언은 곧바로 이동했다.
아직 군 경력이 길지 않아 보이는 장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게 전부였다.
그렇기에 가까운 기동 야전군 막사로 향한 아이언.
신수를 타고 이동했기에 곧바로 그인지 알아본 장교들이 굳은 자세로 경례를 올렸다.
“추…… 충성!”
“폴덴 참모장 연결되나?”
“총사령부 정보참모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바……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하위 부대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연결해야 하는 듯, 한참을 걸리자 아이언이 그에게서 통신구를 뺏어들었다.
“아! 아! 총사령관 아이언 카터다. 폴덴 참모장 연결시켜.”
-저…… 정말 초…… 총사령님 맞으…….
“맞으니까 바로 연결해.”
-예…… 옙!
아이언의 반 협박에 곧바로 총사령부로 연결된 라인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폴덴.”
-이제 나오셨습니까?
“미안. 좀 늦었다.”
고생한 것이 느껴지는 음성에 아이언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곧바로 현재 상황을 물었다.
그로부터 들은 현재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아이언이 게이트에서 발이 묶여 있는 동안 동대륙에서는 악마들과 지옥귀가 번갈아 가면서 서대륙을 침공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몇몇 게이트 공략대에만 게이트 클리어를 맡겨 두고 나머지 마스터들과 고위 기사들을 전부 동부군에 배속시켜 적들의 침공을 막고 있는 중이었다.
그마저도 곧 클리어할 것으로 보고 있고, 밖에 나오는 즉시 동부군으로 이동시킬 예정이었다.
“징집병에게 전선 유지를 시킨다라……. 총독께서 그렇게 결정할 정도라면 정말 최악인 상황이군.”
-……그렇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폴덴이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두 가주가 666일 게이트로 오는 거라면 이쪽도 상황은 심각하다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폴덴이 대답과 동시에 설명을 시작했다.
고위 악마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오스리아에 있던 상위 게이트 수십 개에서 쏟아질 물량이 한 군데서 나오고 있었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했다.
“서부군까지만 사막으로 지원하라고 해.”
-예?
폴덴의 되물음에 아이언이 다시 말했다.
“기동 야전군, 특수 방위군, 서부군, 신검가, 사자가문까지만 666일 게이트에 합류시킨다.”
-……괜찮겠습니까?
“해 봐야지. 동부 쪽도 심상치 않은데 이곳에만 전력을 집중시키라고 말할 순 없잖아.”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 보이는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니 666일의 게이트가 심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그럼 서부군에게 그렇게 전해 주고 동부는 좀만 더 버텨 달라고 전해 줘.”
아이언이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을 끊으려 할 때였다.
-총사령관님!
“왜?”
-북부 쪽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동대륙과 666일 게이트만으로도 힘든 상황에게 북부까지 말썽이라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쪽에 게이트라도 나타난 거야?”
자신이 들어갔을 때만 하더라도 300일급 이상의 게이트는 없었다.
하지만 멸망 중인 상황에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알 수가 없는 법.
아이언이 불안한 표정으로 폴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게이트가 나타난 게 아니고…… 그쪽에서 막대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합니다.
“신……성력? 외부 신인가?”
-그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사제들을 파견해 보니 주신의 신성력과 똑같은 힘이라고 합니다.
폴덴의 보고에 아이언이 잠시 침묵했다.
“……그것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건?”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게이트 공략이 수월해져 현재는 고대종들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북부군은 주둔시켜 두고 있습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상황 판단을 끝내고 단호하게 말했다.
“북부군도 빼서 동부로 돌려.”
-예? 하지만…….
“모든 걸 대비할 순 없어. 지금 당장 위급한 곳은 동대륙 쪽이잖아.
아이언의 말에 폴덴이 침묵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알겠습니다.
“모두에게 무운을 빈다고 전해.
-……그리 전하겠습니다.
폴덴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리고는 곧바로 666일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위치를 찍어 달라고 할 필요도 없었다.
끔찍한 기운이 아이언이 있는 곳까지 퍼져 나왔기 때문이다.
“쉴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는 일이었네.”
아이언의 넋두리에 이번만큼은 다들 공감한 듯, 신수들도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딱히 힘든 건 아니었고, 육체적으로도 지친 건 아니었다.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잠깐 쉬는 동안 어느 정도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부분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쿠구궁!
“뭐지?”
아이언이 갑자기 공간이 흔들린다는 느낌에 미간을 찌푸릴 때였다.
[오스리아의 게이트가 단 한 개만 남게 되었습니다. 대륙의 마지막 게이트 특전으로 게이트를 해방합니다!]
-남은 일수에 비례해 디버프가 주어집니다.
-게이트 클리어 시 남은 몬스터들의 혼이 악마들의 제물로 바쳐져 디버프 일부가 해소됩니다.
“이런 미친!”
아이언이 황급히 두 개의 달에게 게이트 쪽으로 가 달라고 하자 거대 부엉이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거대한 게이트 근방의 공간에 균열이 가면서 엄청난 크기의 악마가 대륙으로 넘어오려 하는 것이 보였다.
“안 닿지?”
-부!
아이언이 두 개의 달에게 힘이 닿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사정거리가 긴 편에 해당하는 두 개의 달의 힘이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 순간, 넘어오려는 악마를 향해 거대한 사자가 달려들었다.
균열이 간 공간 사이로 넘어오는 팔을 물어뜯어 균열 너머로 버려 버렸다.
그러자 악마가 넘어오는 것을 돕기 위해 수많은 고위 악마들이 달려들었지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유성우에 의해 묵사발이 나기 시작했다.
“가주들이 도착했나 보네.”
아이언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또 다른 곳에서 공간에 균열이 가면서 거대한 악마가 대륙으로 넘어오려 했다.
“……태초의 악마들인가?”
72악마.
자신이 두 명을 죽였으니 남은 건 일흔 명인데, 그들 전부가 오스리아 대륙으로 넘어오려고 한다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완벽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신의 반열에 있는 존재들이 일흔 명이나 넘어온다면 절대 막을 수 없었다.
“부엉아!”
-부우우!
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을 안 부엉이가 전력으로 움직이며, 공간을 뚫고 넘어오려는 태초의 악마 하나에게 두 줄기의 광선을 날렸다.
신성력이 섞인 빛줄기에 가격당한 태초의 악마의 팔이 불타면서 공간을 넘어오지 못하자 아이언이 곧바로 백색검을 뽑아 균열을 만들어 넘어오려는 또 다른 악마를 베어 냈다.
그렇게 다급하게 태초의 악마들이 넘어오려는 것을 막아 낸 아이언이 666일의 게이트 앞에 뭉친 악마들을 쓸어버리며 지상에 착지했다.
그러자 마침 잘 만났다는 듯, 666일의 게이트에서 나오는 모든 기운이 아이언을 향해 몰아치며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총사령관님!”
멀리서 아리엘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이언은 침착하게 신성력을 뿜어내며 대응했다.
그리고는 백색검을 거대화 시켜 그대로 게이트를 베어 냈다.
카가가가각!
-끼에에에에에엑!
마치 게이트가 살아 있는 것이라도 되는 양 끔찍한 소리와 함께 피를 뿜어내는 것처럼 붉은 기운을 뿜어냈다.
바로 그때, 아이언을 향해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태초의 악마를 소멸시킨 자의 특전이 주어집니다.]
-특전을 이용해 게이트 내부로 들어간다면 태초의 악마 전부를 게이트 내부에 묶어 둘 수 있습니다.
※특전을 받은 자가 사망하여도 태초의 악마들은 대륙에 넘어올 수 없습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Yes/No)]
아이언의 눈앞에 보이는 시스템 창.
그것을 보고 고민하던 아이언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막을 수 있겠지.”
자신이 없더라도 태초의 악마만 아니라면 저들은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아이언이 망설임 없이 시스템 창을 향해 말했다.
“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