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94화 (29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94)

91. 시작되는 대륙 간의 싸움 (2)

동대륙의 침공 소식에 폴덴의 집무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들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폴덴이 보고한 장교에게 물었다.

“동부군 소식은?”

“대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폴덴의 다급한 물음에 동부군 담당 장교가 곧바로 답했다.

“이유는?”

“침공한 악마들의 수준이 낮았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폴덴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동부군 담당 장교는 그렇지 않다는 듯, 바로 말했다.

“국지전 수준은 넘을 것 같습니다. 이미 대규모 악마들이 몰려오고 있단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미친……. 반군에서 정보가 없었는데?”

“이미…… 동대륙 반군 집단은…….”

보고하는 장교가 침통한 표정을 짓자 폴덴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자신의 오판으로 인해 동대륙의 귀중한 정보망을 잃고 견제할 세력까지 잃게 된 것이다.

“반군 집단이 완전히 와해됐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의미한 견제 세력이 되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안전 지역을 중심으로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울 듯싶습니다.”

부하의 보고에 폴덴이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남부군 1개 사단과 중앙군 2개 군단을 동부로 보내.”

“예!”

“자넨 지금 당장 의회로 지금 소식을 전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전해.”

“예!”

“자네들은 사령관님들과 마스터들이 게이트 클리어하는 대로 바로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폴덴이 각 장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동부군에게 동대륙과 전쟁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다급하게 모든 일을 처리한 폴덴이 의자에 앉았다.

‘틀린 판단은 아니었어.’

폴덴이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자신의 오판에 대한 책임은 모든 전쟁이 끝나고 지면 그만이다.

지금은 동대륙에 대한 문제를 풀어야 할 때였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폴덴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지도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게이트들이 클리어되고, 전선 역시 안정화되어 가고 있었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어쩌면 이걸 노린 것일지도 모르지.’

교활한 악마들이라면 지금 자신들이 가장 필요한 게 시간인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을 노린 것이리라.

폴덴이 곧바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머물던 정보들을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악마들이 지금 시기에 공격한 이유.]

1. 오스리아가 안정화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2. 시간을 벌기 위함?(666일 게이트 혹은 또 다른 멸망과 연관되어 있을 수도)

3. 후에 있을 싸움을 위한 탐색?

지금 당장 폴덴이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세 가지였다.

멸망 세력인 악마 입장에서 오스리아가 안정화되어 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혼란을 이끌어 내고, 그동안 동대륙을 자신들이 완전히 장악해야만 했다.

게다가 666일 게이트나 아직 등장하지 않은 멸망을 위해서 시간을 끌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겸사겸사 서대륙을 탐색하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동대륙과 서대륙과의 전쟁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으니 탐색전을 펼치려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뭐가 되었든 지금 시기에 침공은 제국에게 치명타였다.

“교활한 놈들…….”

폴덴이 이를 갈면서 악마들을 찢어 죽일 기세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결국 이번 침공으로 제국은 오스리아를 완전히 안정화하지도 못했고, 앞으로의 게이트 클리어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제국에 혼란까지 줄 수 있을 테니 최상의 결과였다.

악마의 한 방에 폴덴을 비롯한 군부가 당황하고 있을 때, 의회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국 제국민 전원이 동대륙의 침공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대륙과의 전쟁 임박!]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동대륙과 전쟁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여기서 또?”

“더는 힘든데…….”

“후…… 큰일이군.”

전쟁으로 인해 삶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동대륙과의 전쟁 소식이 들려오자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선택지는 없었다.

신문에는 동대륙과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자세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악마와 지옥귀에 점령당한 동대륙의 상황과 수많은 게이트들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해서 신급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사실까지 적혀 있었다.

숨김없이 모든 사실을 전부 알려 주자 제국민들도 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은 더 어려워졌고, 팍팍한 삶 속에서 귀중한 자식들을 군대로 보내야만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징집이라…….”

체베라 총독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가장 하기 싫었던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체베라 총독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팍팍한 삶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것은 건장한 자식들이 있었기 때문일 텐데, 국가가 그들을 뺏어 가는 것처럼 느낄 테니 가난한 가정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잔혹하기만 했다.

“……의회에 보내게.”

“예.”

체베라 총독이 한참을 고심하다 결국 사인을 하고 만 징집병 모집에 결재서를 들고 나간 비서관.

그 역시 자식이 있는지라 착잡하기만 했다.

마스터와 고위 기사들이 죄다 게이트에 들어간 상황에서 채 정리되지 않은 몬스터들을 두고 동대륙과 전쟁을 해야 했기에 징집은 필수 불가결적인 요소였다.

“최악이군.”

체베레 총독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제국의 상황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총독의 결재를 받자 의회 역시 빠르게 징집안에 대해 가결하고 곧바로 제국의 젊은이들에 대한 징집을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징집병들은 일차적으로 그나마 안전한 전선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안전한 전선으로 투입되면 그곳에 복무하던 자들을 동부군으로 움직인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그렇게 각 군에서 모은 병력을 재편성해서 동대륙의 악마들에 대응한다는 게 군부의 결정이었지만 이 방안도 완벽하진 못했다.

“북부는 빼기 어렵다 합니다.”

“사막 지역의 특수 방위군과 기동 야전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징집병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지역들.

그곳이 바로 북부와 사막 지역이었다.

정예군으로만 구성관 북부군과 사막 지역의 군대는 징집병으로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아무리 신무기를 쥐여 준다고 하더라도 경험이 없다면 절대 버텨 낼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후…… 단순히 몬스터만 강한 것 때문이라면 얘기해 보겠지만…….”

폴덴도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북부는 갑작스럽게 추워지는 계절 때문에, 사막 지역은 뜨거운 지역이었기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몬스터들의 수준도 오스리아 대륙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사막 지역은 오스리아에서 유일하게 두 개 군이 상주 중이고, 북부는 고대종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예정된 병력보다 적어지겠군.”

“……그렇습니다.”

폴덴의 말에 옆에 있던 부관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중앙군도 더 이상 보내 줄 여력은 없겠지?”

“그렇습니다.”

부관의 대답에 폴덴이 한참을 고민하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총사령부의 호위대를 일부만 남기고 전부 보내.”

“예? 하지만…….”

“보내. 지금 상황에서 여기를 호위해서 뭐 하게.”

폴덴의 말에 부관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호위대를 보내 봤자 큰 도움은 안 될 겁니다.”

“없는 것보단 낫겠지.”

그의 결정에 부관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결국 총사령부를 지키던 부대마저 몇 명만 남기고 전부 보내 버렸다.

이런 총사령부의 결정에 각 사령부도 본진을 지키던 부대를 일부만 남기고 전부 동부군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군부의 이런 결정에 정부도 동참했다.

의회와 총독부를 지키던 경호부대도 동부군으로 보내면서 제국 각 지역에서 조금씩이나마 동부로 실력자들을 보냈다. 비록 얼마 안 되는 숫자였지만 중요 시설의 경호 부대들은 나름 실력자들이었기에 전력 자체는 꽤나 상승한 셈이 되었다.

그렇게 제국이 바닥까지 긁어모은 병력이 동부군에서 재편성되면서 악마들과 싸울 준비가 되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오. 오히려 동대륙과의 전쟁에 선봉에 서게 되어 영광이오.”

동부 사령관의 환대에 오히려 영광이라고 말하며 웃는 중앙군 사령관.

“막아 봅시다, 시간은 우리 편이니…….”

“그럽시다.”

두 사령관이 악수하면서 악마를 상대로 바다를 지켜 내보이고자 했다.

제국 각 지역에서 지원하러 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하늘을 뒤덮은 엄청난 양의 비공선들과 새로이 건조된 초거대 공중 요새.

게다가 바다를 뒤덮은 엄청난 숫자의 함선들까지.

그런데 이 함선들이 모두 최신식 무기들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레오폴드는 동부 사령관이 괜히 자신감을 보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방 80km 지점 악마 군대 집결 중!”

“전쟁 준비!”

오스리아 대륙이 장악한 바다에서 가장 먼 곳에 존재하는 섬에 만든 전진기지를 향해 악마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공중 병력은 맡기겠습니다.”

“알겠소.”

동부 사령관이 친히 함대를 이끌기 위해 움직이자, 중앙 사령관도 공중 요새에 탑승해 공중 함대를 이끌었다.

시작은 제국군 측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수천 개의 초대형 마도포가 빛을 뿜었다.

그러자 새까맣게 몰려들던 악마들 상당수가 소멸되어 버렸다.

“와아아아아아!”

악마들 다수가 소멸된 것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른 병력.

하지만 그들의 환호성을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가 다시금 악마들로 새까맣게 채워졌기 때문이다.

“어려운 싸움이 되겠군.”

끝도 없이 몰려드는 악마들을 보면서 동부 사령관이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느새 사정거리에 든 악마들을 향해 포격이 시작되고 마법들이 난사되었다.

그러자 악마들도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흑마법이 본격적으로 발현되었으며, 마기를 두른 악마들이 무식하게 돌진해 오기도 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비룡 기사들이 달려들었고, 수많은 수백만 발의 마탄들이 저지선을 형성했다.

“쉽진 않을 거다.”

예상외로 강력한 저항에 악마들을 이끄는 지휘관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것을 본 동부 사령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악마 지휘관조차 당황할 정도로 인류가 가진 힘이 막강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예상외의 강력한 화력으로 악마들을 당황시키면서 인류의 군대가 활약을 이어 나갈 무렵, 게이트에 들어갔던 공략대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게이트에 있던 두 가주 역시 마침내 클리어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비록 만신창이의 모습이었지만 클리어를 했다는 게 중요했다.

“총사령관께선?”

테리언의 물음에 부관이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후…… 동대륙이 문제라고?”

“그렇습니다.”

테리언의 말에 부관이 곧바로 대답했다.

“라이너는?”

“동대륙을 도우러 간다 하셨습니다.”

“……그럼 나도 그쪽으로 가야겠지.”

테리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아들을 믿고 동대륙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라이너의 결정을 존중한 것이다.

그렇게 게이트를 클리어한 자들이 하나둘, 동대륙으로 지원하러 가기 위해 움직일 때 아직 게이트 안에 있는 아이언은 고된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헉…… 헉…….”

아이언이 헉헉대면서 검을 지팡이 삼아 바로 섰다.

게이트 내 최강자인 마왕 단탈리온은 죽인 지 오래였다.

문제는 마왕이 죽었음에도 이놈의 마족들은 끝도 없이 달려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개 같은 놈…….”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는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부하들을 강화시킨 단탈리온 덕분에 아이언과 신수들은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냥 게이트 중심부를 부수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탈리온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끌게 하기 위해 수를 썼다.

‘내 부하들이 하나라도 남은 상태에서 게이트가 클리어된다면 그 즉시 666일의 게이트가 열릴 걸세.’

그 말을 유언으로 내뱉고는 죽어 버린 단탈리온을 생각하면서 아이언이 이를 갈았다.

“좀만 더 힘내자. 전부 죽이고 나가자.”

지친 신수들을 향해 아이언이 말하자 모든 신수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