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93화 (29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93)

91. 시작되는 대륙 간의 싸움

영웅 한 명으로 인해 안정화되어 가는 오스리아 대륙.

그에 반해 동대륙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지옥과 동맹을 맺은 것로도 모자라 악마에게도 일정 부분의 영토를 내주고 동맹을 맺은 동대륙.

그로인해 전체적인 게이트들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대륙의 절반이 악마와 지옥귀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총사령관께선?”

“300일대 게이트 공략 준비 중입니다.”

폴덴이 실시간으로 안정되어 가는 대륙의 상황을 보면서 묻자 부관이 곧바로 대답했다.

“홀로 말인가?”

“예.”

폴덴이 이마를 짚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언이 무리하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후…… 신수들은?”

“이미 사막으로 떠난 듯싶습니다.”

부관의 말에 폴덴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신수들이 있는 아이언이라면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폴덴의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도 있었다.

아이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게이트의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일수로 따지만 295일을 들어간 라이너와 아이언이 들어가는 325일의 게이트는 크지 않았다.

문제는 200일대와 300일대의 차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99일과 101일의 차이가 엄청났던 것처럼 200일대와 100일대의 게이트도 차이가 컸다.

두 가주가 무리하지 않고 클리어할 수 있었던 100일대와 달리 200일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목숨까지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두 가주는 아직도 게이트를 클리어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300일이다.

아무리 아이언이 두 가주에 비해서 강하다고는 해도 걱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드시…… 나오실 겁니다.”

“……그래. 믿어야지.”

폴덴은 그렇게 말하면서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비록 많은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오스리아 대륙의 게이트들은 하나둘 클리어되어 가고 있었다.

최근 게이트 공략에 여유가 생긴 덕분에 마스터들이 모여 190일대의 게이트도 클리어하고 있었다.

군부의 마지막 목표는 200일대 초반의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

그만큼 여유가 있었다.

문제는 동대륙이었다.

“동대륙에서 들어온 정보는 없었나?”

“아직까진 없었습니다. 다만 악마들이 우리 쪽 해역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후…… 최소한의 관리도 안 한다는 건가?”

악마들의 영역은 서대륙과 동대륙을 잇는 주요 항구들의 반대편 끝자락에 있었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해역 근방까지 들어온다는 것은 동대륙에서 악마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지옥 쪽은?”

“다행히 그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합니다.”

폴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지도를 바라보았다.

수도 상공에 떠 있는 지도를 영상구로 비춰 주는 지도에선 아직 많은 게이트들이 남아 있었고, 그것보다 더 최악인 것은 대륙 전역에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린다는 점이었다.

거점 방어 형태로 조금씩 전선을 밀고 있지만 안정화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아직도 아슬아슬한 것이, 조금만 삐끗해서 신이 부활하기로 한다면 그때부턴 오스리아 대륙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동대륙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폴덴은 자꾸만 동대륙의 지도에 눈길이 갔다.

이성은 오스리아 대륙에 전념하라고 말하는데, 자꾸만 그의 촉은 동대륙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한 폴덴이 아이언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렸다.

폴덴이 고민 끝에 보낸 보고에 아이언에게서 나온 답변은 간결했다.

[네 맘대로 해.]

“하…… 장난하나.”

고민 끝에 보낸 답장을 본 폴덴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아이언이 그만큼 자신을 신뢰하고 있기도 했고, 실제로 아이언보다 폴덴이 더 방대한 정보들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었기에 그가 결정을 내리는 게 맞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관의 물음에 폴덴이 고심을 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직은…… 아직은 기다려 보자.”

“……예.”

“대신 동부 사령관께 준비는 해 놓으라고 해. 언제든 동대륙과 싸울 수 있도록…….”

폴덴이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도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고, 수많은 물자들이 각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제국은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멸망을 막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동대륙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미치겠군.”

이대로 동대륙을 놔두면 완전히 썩어서 후에 오스리아에 큰 위협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폴덴은 반군들에게 물자만 더 지원하는 선에서 현상 유지를 선택했고, 이 선택은 아이언에게도 보고되었다.

“그렇군.”

부관의 보고를 들은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정된 정보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보다 현재는 폴덴의 판단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당장 동대륙을 돕는 건 무리였다.

‘도우려면 전력을 다해 도와야지.’

어설프게 도우면 소중한 목숨들과 물자만 소모될 뿐이다.

그럴 바에 지금처럼 현상 유지 후, 내부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전력을 다해 돕는 편이 나았다.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니 지금처럼 폴덴에게 모든 판단을 맡긴다고 전해.”

“예!”

아이언의 명령에 아리엘이 직접 경례를 올렸다.

“사막을 잘 부탁한다.”

아이언이 그 말과 함께 게이트 내부로 들어갔다.

그러자 신수들 역시 그를 따라서 안으로 진입했다.

AAA급으로 명명된 게이트.

666일짜리 S급 게이트 외에 사실상 오스리아에서 가장 위험한 게이트에 들어온 아이언의 표정은 어두웠다.

온몸을 짓누르는 힘.

-삐…….

피닉스조차 기분 나쁘다는 듯, 작게 울었다.

게이트에 들어오기 위해 몸을 작게 변화시킨 신수들이 아이언의 어깨와 머리에서 기분 나쁘다는 듯 울음을 터뜨렸다.

쿵! 쿵! 쿵! 뿌우우우~!

거대한 울림과 함께 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주변을 짓누르는 힘이 강해졌다.

“마기…….”

강력한 마기가 주변을 감싸면서 아이언을 향해 적대적인 살의를 내뿜었다.

이 정도로 마가를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최소 마스터급 이상의 강자라는 뜻.

“마공작들인가?”

자신의 앞에선 네 명의 마족들을 바라보았다.

마계 내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존재들이 자신을 향해 강렬한 투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스터 최상위에 위치해 있거나 그랜드 마스터에 버금가는 존재들.

그런 존재들이 아이언 하나를 막기 위해 뭉쳤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뒤로 거대한 마물들을 이끌고 나온 수많은 마족들과 백작급 이상의 마스터급에 이른 상위 마족들까지 죄다 몰려왔다.

오로지 아이언 하나를 막겠다는 일념 하나로 몰려온 것이다.

“많기도 하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어느새 아이언의 신수들 역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나마 본래 힘을 전부 갖고 온 게 아니라 다행인가?’

시스템의 제재와 주신의 제재는 지속되고 있었다.

게이트 내부라 본래 힘을 좀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마계에서만큼 힘을 내뿜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마족들이 아이언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쳤다.

자존심 강한 상위 마족들은 물론이고, 개개인이 막강한 힘을 가진 마공작들까지 전부 힘을 합친 것이다.

“시간 없으니 움직이자.”

아이언의 말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피닉스였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 화염비를 뿌리면서 움직였고, 두 개의 달의 두 줄기 빛이 정면을 꿰뚫었다.

뒤이어 천둥새 역시 수천 개의 뇌전을 내리꽂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랜드 마스터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세 신수들의 힘에 마공작들이 움직였다.

“흐레스벨그.”

-저 녀석들한테 힘쓰긴 아까운데……. 뒤에 나올 놈을 내가 처리하면 안 되나?

아이언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혀를 차면서 날아오르는 흐레스벨그.

-쯧! 욕심 많은 녀석.

흐레스벨그가 그렇게 말하고는 본신의 힘을 발휘했다.

항상 작은 형태로 있던 녀석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 개의 달은 물론이고 환상종이라 불리는 피닉스와 천둥새마저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해진 흐레스벨그가 폭풍을 일으키면서 날아올랐다.

그러자 남은 하나의 마공작과 대부분의 상위 마족들이 흐레스벨그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아이언을 막기 위해 몰려온 마족들 대부분이 신수들과 전투를 벌이자, 저 멀리서 검은 기둥이 솟아오르면서 엄청난 양의 마기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마왕인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갑자기 한 줄기 검은 빛이 아이언을 향해 쏘아졌다.

쿠우우웅!

‘강하네.’

황급히 신성력의 방패로 막기는 했지만 완벽하게 막아 내지 못해 검으로 쳐 낼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주신의 사도여, 반갑구나.

“악마라…….”

검은 책을 든 흑발의 남성이 웃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난 일흔한 번째 마왕인 단탈리온이라 한다.

“……태초의 72악마인가?

-잘 알고 있군.

단탈리온의 말에 아이언이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666일의 게이트도 악마들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군.”

-똑똑해!

흑발의 남자가 흥분하며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요즘 인간들은 악마들을 잘 모를 터인데 자네 같은 주신의 사도가 우리를 이리 잘 알다니, 감격스럽구먼!

“일흔한 번째인 네가 이곳에 나왔다면 악마들도 짬밥을 따지나?

-하하! 맞는 말일세. 서열이 낮은 탓에 뭉쳐 있지 못하고 이리 따로 나와 버렸다네. 실로 아쉬운 일이지…….

단탈리온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의외군. 일흔두 번째 악마는 어디 가고 네가 나왔지?”

아이언도 익히 알고 있는 72악마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으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네가 죽이지 않았느냐?

단탈리온의 말에 아이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가 보낸 선봉대였는데 무참하게 죽여 버렸더군.

“설마…….”

사막에서 자신과 거래를 제안했던 자를 떠올린 아이언이 헛웃음을 흘렸다.

“같은 악마인데 그 정도로……. 아니, 시스템의 제약이 지독하다는 뜻이군.”

-맞네.

단탈리온이 순순히 인정하며 시스템의 제약이 얼마나 지독한지 설명해 주었다.

멸망이 시작되기 전에 강제로 넘어온 악마가 받을 제약은 끔찍했다.

인간으로 따지면 벌레로 변해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엄청난 제약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흔두 번째 악마는 그 제약을 받아들이며 사막으로 넘어왔다.

“다 부쉈는데…….”

-자네가 발견했을 땐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후였지. 후후후후~.

단탈리온이 웃으면서 말하자 아이언의 표정이 구겨졌다.

-악마에 대해 더 궁금한 건 없나? 내 인심 써서 다 말해 주지. 시스템에 관한 것도 일부분이라면 말해 주겠네.

마치 큰 인심 쓴다는 듯 말하자 아이언은 곧바로 백색검을 만들어 냈다.

“잡담은 여기까지.”

그렇게 말하면서 백색검을 휘두르자 단탈리온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이런……. 들켰나?

단탈리온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마치 자신을 직접 봐서 반갑다는 듯이 다가왔지만 사실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여기서 시간을 버는 것이 666일의 게이트와 연관이 있는 건가?”

아이언이 다른 게이트들도 시간을 벌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며 물었다.

-……글쎄? 나와 좀 더 대화를 해 주면 알려 줄지도?

단탈리온의 말에 아이언은 대화를 하는 대신 온 힘을 끌어내 대응했다.

하지만 아이언의 굳어진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전력으로 임해도 이 싸움이 빠르게 결판 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싸움이 예정된 아이언과 아직도 게이트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두 가주.

그로 인해 모든 그랜드 마스터급을 게이트에 묶이게 된 제국에게 최악의 상황이 닥쳤다.

“동대륙의 악마들이 동부군의 기지 하나를 습격했다고 합니다!”

폴덴에게 전해지는 하나의 소식.

그것은 동대륙과 서대륙 간의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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