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91화 (29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91)

90. 한 명의 영웅이 가진 힘!

흔히 전설에 남을 영웅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어 내는 자라고들 한다.

역사에 남을 영웅이 있다면 그 전쟁은 승리를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할 정도였다.

어떤 시기에는 그런 영웅이 존재하기도 하고, 또 몇백 년 동안 영웅이라 불릴 존재가 없기도 했다.

그리고 현 인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을 보유하고 있었다.

“남부, 흐레스벨그로 인해 전선 안정화! 각 게이트로 전선을 올릴 준비 중!”

“북부, 두 개의 달의 활약으로 거점 방어 성공! 현재는 전열을 정비해 밀고 올라갈 계획입니다!”

“서부, 천둥새의 활약으로 각 게이트 공략 준비 완료!”

“사막 지역에서 기동 야전군과 특수 방위군이 4개의 게이트 공략 팀 준비 완료! 피닉스를 대동하고 길을 뚫을 계획입니다!”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들으면서 폴덴이 정보부에 물었다.

“그럼 당장 급한 곳은 없는 건가?”

“그렇습니다!”

부하의 보고에 폴덴이 한숨을 쉬면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언 혼자서 남부, 북부, 서부, 사막 지역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 덕분에 폴덴은 한결 컨트롤하기 편한 상태가 되었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게…… 가능한 건가?”

신수들의 활약만으로 제국 전역에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총사령관님은?”

“현재 동부 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그쪽에서 홀로 게이트를 공략하신다 전하셨습니다.”

폴덴의 물음에 총사령관만을 담당하는 장교가 환하게 웃으면서 보고했다.

“총사령관께서 클리어한 게이트가 몇 개지?”

“오늘부로 388개입니다!”

“괴물이네.”

자랑스레 대답하는 장교를 보면서 폴덴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웅 한 명이 제국군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두 가주는?”

“테리언 가주는 남동쪽 게이트들을, 라이너 가주는 북서쪽의 게이트들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다행이군.”

아이언으로 인해 안정되자 2개의 가문 역시 본래 계획대로 게이트 공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무너지는 전열을 회복하기 위해 두 가문이 게이트 공략 대신 전선에 투입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본래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역사에 나오는 다른 영웅들도 이러했을까?”

폴덴이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근처에 있던 다른 장교들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상상이 가질 않았다.

두 가주도 전설상의 영웅처럼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들조차, 아이언과 비교해 보면 아득한 차이가 났다.

“어쩌면 총사령관께선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영웅이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손가락은 무슨. 첫손가락에 꼽히시겠지. 이미 이룬 업적만으로도 거의 그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한 젊은 장교의 말에 중년의 장교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러자 근처에 있는 다른 장교들 역시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천재를 넘어 괴물이라고 표현했던 것마저 과소평가라고 해야 할 지경에 이른 아이언이었다.

폴덴 역시 이에 동의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 정신을 차리고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만들어 드리려면 우리가 더 열심히 뛰어야겠지? 자! 집중해!”

“예!”

폴덴의 명령에 모든 장교들이 대답과 동시에 일에 집중했다.

불과 몇 년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발전된 마도구를 통해 실시간으로 각 군부에서 이뤄지는 전투 현황을 파악하면서 정신없이 일할 때였다.

“총사령관께서 연락해 오셨습니다!”

황급히 달려온 통신장교의 말에 폴덴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통신장교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113일짜리 게이트에 진입하신다 합니다!”

“A급을? 벌써?”

“예!”

“혼자 들어가신다고?”

“그렇습니다!”

폴덴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통신장교가 혀로 입술을 축이며 말했다.

“총사령관께서 참모장께 개인적으로 전해 드리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뭐지?”

폴덴의 물음에 통신장교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100일짜리는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내 걱정 할 시간에 지휘나 완벽하게 해라.”

통신장교의 말에 폴덴이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통신장교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초…… 총사령관께서 그대로 전하라 하셨습니다!”

“……알았다.”

통신장교는 혹시라도 꾸지람을 들을까 황급히 집무실에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쉰 폴덴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무리하는 것을 즐기는 자신의 형님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왔지만, 이번에도 무사히 돌아올 것을 믿으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폴덴이 한숨을 쉬며 다시금 일에 집중할 때, 동생이 한숨을 푹푹 쉬며 걱정하게 만든 아이언은 게이트의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타락한 몬스터들의 사체가 즐비했다.

그중에는 드래곤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몬스터들도 있었다.

동방의 용이라 불리는 존재.

하지만 현재에는 사라진 거대한 용들이, 몸 여기저기가 잘린 채 죽어 있었다.

“용이라…….”

아이언은 남동부에서 싸웠던 이무기를 떠올렸다.

“그 녀석이 더 강했던 것 같은데.”

힘이 제약된 것임을 감안해도 이무기가 더 강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들은 잡졸에 불과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아이언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게이트로 진입했다.

쿠웅!

“시작부터 환영 인사가 거칠군.”

게이트에 진입하자마자 아이언을 향해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뇌전과 주술들.

한 가지 특이한 건, 게이트 밖으로 나온 용들과 비슷한 크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의 위력은 훨씬 더 강력하다는 점이었다.

“100일짜리부터가 진짜군.”

이제껏 클리어했던 게이트들은 그저 타락한 기운에 잠식되었을 뿐 별다른 특색이 없었다.

대부분 망자들과, 형체가 무너진 몬스터들에 의해 유지되던 게이트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검은 바다로 이루어진 게이트 내부에는 수많은 검은 용들이 즐비했다.

“해룡들이라…….”

한때 동대륙과 서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바다를 점령했던 위대한 일족.

그들이 타락한 모습으로 나타나 아이언을 공략하고 있었다.

‘쉽지 않겠어.’

아이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그랜드 마스터인 아이언 입장에서 까다로운 공격은 아니었다.

혼자서도 충분히 돌파해 봉인석까지 도달할 수 있는 수준.

하지만 그가 아닌 다른 이들이라면?

두 가주야 걱정이 없다 하더라도, 군대로 이곳을 클리어하려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용신께는 못 간다!

몇몇 용들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아이언은 막대한 신성력으로 찍어 누르면서 계속 전진했다.

그러자 게이트가 흔들리면서 검은 바다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용신이시여…….

모든 용들이 게이트 중심부를 향해 울음을 토해 냈다.

바로 그때, 아이언의 백색검이 길어지면서 중심부를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콰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중심부로 날아가던 백색검이 멈추었다.

“……만만한 놈은 아니군.”

아이언이 인상을 찡그렸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 막혔다.

그렇다는 건, 최소 외부 신들에 준하는 힘을 가진 존재가 깨어났다는 것이다.

-외부 신들이 애먹을 만하군.

거대한 검은 바다가 일렁일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검은 용이 아이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거인조차 작아 보일 정도의 크기를 가진 용.

검은 뱀장어처럼 생긴 거대한 용의 위압감은 엄청났으나, 신조차 죽인 아이언이 이 정도로 겁먹을 리 없었다.

“제대로 깨어났으면 모를까, 지금은 별거 아니군.”

-확실히…… 그러하다. 내가 제대로 깨어났어도 지금의 너에게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진대 지금 수준으론 더더욱 어렵겠지.

용신이 순순히 인정하자 아이언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죽음을 각오한 건가?”

-후후…… 그러하다. 짐은 이미 그대에게 죽음을 맞이할 것을 각오했느니.

용신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찡그러졌다.

죽을 줄 알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대가 온 시점에서 짐은 약속한 바를 이루게 되었느니라. 이로서 짐의 일족은 삶을 더 영위할 수 있을 것인즉, 빠르게 짐의 목표를 이루게 해 준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하노라.

용신의 말에 아이언은 그제야 눈앞의 존재가 왜 웃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을 끌려는 셈인가?”

-그러하다. 짐과 일족은 전력을 다해 그대를 붙잡고 늘어질 것이다.

용신이 순순히 인정하자 아이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신수도 없이 홀로 짐의 게이트에 방문해 준 그대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노라.

용신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면서 물을 움직였다.

바다를 조종하는 해룡의 권능이 발현되자 다른 용들도 움직였다.

그러자 아이언은 처음부터 전력으로 신성력을 발현했다. 동시에 백색검이 움직이며 사방에서 달려드는 용들을 베어 냈다.

-쉽지 않을 것이다.

용신이 그렇게 말한 순간 검은 바다 곳곳에서 회오리가 만들어지며 아이언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이언의 검이 바다를 조종하는 용신을 향해 나아가며 회오리를 가르고, 신성력이 실시간으로 검은 바다를 정화시켰다.

신마저 베어 죽인 아이언이 전력을 다하자 수많은 용들이 거대한 몸이 두 동강 난 채 죽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신은 아이언을 향해 움직이지 않았다.

본인을 따르는 일족이 수없이 죽어 나가도 바다만 조종할 뿐 아이언을 향해 쉽게 달려들지 않았다.

‘전부 죽이고 상대한다.’

상대가 자신과의 싸움을 피하며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을 알기에 아이언은 용신과의 싸움을 서두르려던 생각을 버렸다.

대신 게이트 내부에 있는 모든 용들을 전부 쓸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달려드는 용들을 하나하나 전부 죽여 나갔다.

“쓸데없는 발악이었다.”

마침내 거대한 몸뚱이를 가진 용신의 앞에 선 아이언이 살기를 줄줄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용신은 목표한 바를 이룬 듯 만족스럽게 웃을 뿐이었다.

-용신이시여…….

-훌륭하다. 그대의 희생으로 우리 일족은 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용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마지막으로 쓰러진 용의 죽음을 축복해 주었다.

동시에 모든 힘을 끌어모아 움직였다.

눈앞에 다가온 아이언을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쿠구구구!

거인조차 우습게 볼 정도의 몸뚱이가 움직이자 게이트 전체가 흔들렸다.

바다가 요동치고, 타락한 기운이 휘몰아치며 회오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언의 백색검은 그 모든 것을 베어 내면서 용신의 거대한 몸뚱이를 치즈 자르듯 갈라 나갔다.

-크아아아!

용신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목숨을 도외시한 돌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언에겐 어떤 효과도 없었다.

용신의 막강한 주술도, 바다를 움직이는 권능도 소용없었다.

완벽하게 융합된 백색검의 힘에 타락한 힘은 죄다 소멸했고, 멸망에 엎드려 받은 힘은 실시간으로 소멸되어 갔다.

-……괴물이구나.

그 말을 마지막으로 검은 바다 위로 용신의 거대한 몸뚱이가 쓰러졌다.

그리고 얼마 후, 용신의 사체에서 떠오른 거대한 검은 보석.

아이언이 그것에 손을 댄 순간 환하게 빛나면서 게이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포털이 열렸다.

“초…… 총사령관께서 나오셨습니다!”

포털 밖으로 나온 아이언을 향해 한 병사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그런 그를 향해 황급히 달려오는 동부군의 장교들.

그런 그들에게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게이트에 들어간 지 며칠이나 지났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장교의 말을 듣는 순간 아이언은 어째서 용신이 웃으며 죽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용들은 아이언을 묶어 둔다는 전략을 충실히 수행해 냈다.

“어려운 싸움이 되겠어…….”

아이언이 어두운 표정으로 게이트가 있던 지역을 바라보았다.

앞으로의 싸움이 결코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곧바로 폴덴이 있는 중앙 지역으로 가기 위해 움직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