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90)
89. 멸망에서 살아남아라! (3)
무려 1개 사단이 들어갔는데 실패했다.
아이언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결과였다.
자신이 클리어한 게이트들이 유독 쉬웠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것치곤, 아이언이 클리어한 게이트 숫자가 꽤 되었다.
“혹시?”
아이언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
“혹시 실패한 게이트의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었지?”
-……53일입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폴덴이 곧바로 대답했다.
-혹시…….
“그래. 남은 시간, 그게 게이트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 같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폴덴이 곧바로 통신을 끊고 움직였다.
그동안 아이언은 당장에 급한 게이트를 또 하나 처리했다.
그런 후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폴덴이 다급하게 말했다.
-두 가주가 직접 확인한 바로는 총사령관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왜 몰랐지?”
-게이트 밖으로 나오는 몬스터들의 수준은 비슷했습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인상을 썼다.
“녀석들이 머리를 썼군.”
일부러 약한 녀석들을 보내서 수준을 맞췄다.
만약 안일하게 대처해서 막는 데만 집중했다면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뻔했다.
“그래도 빨리 알아채서 다행이군.”
-그렇습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단급 병력이 희생되었지만 그들로 인해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단 시간이 가장 많이 남은 게이트부터 알아봐.”
-예!
아이언은 가장 강력한 게이트로 추정되는 곳을 보고하라고 명령한 뒤, 주변의 몬스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게이트를 부쉈음에도 이미 나온 몬스터들은 소멸하지 않았기에, 세인크리아 일대를 어지럽히는 모든 타락한 몬스터들을 청소했다.
천둥새와 아이언이 전력을 다해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동안 폴덴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대륙에 퍼져 있는 엄청난 숫자의 게이트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그렇게 한참을 알아보던 폴덴으로부터 마침내 연락이 왔다.
-사막 지역 북서쪽 지역입니다. 기간은 666일입니다.
폴덴의 보고에 아이언은 잠시 침묵했다.
“……666일이라고?”
-그렇습니다. 현재 지도에 보이는 게이트 중 가장 많은 날이 남은 게이트가 666일입니다.
아이언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폴덴에게 다시 물었다.
“사단급 병력이 전멸한 게 53일짜리였나?”
-……그렇습니다.
아이언과 폴덴은 한동안 침묵했다.
사단급 병력을 전멸시킨 게이트도 100일을 넘지 않았는데 이건 무려 666일이었다.
“지금 당장 이 정보를 각 사령부에 뿌려.”
-알겠습니다!
“하나 더. 희생된 사단급 병력을 기준으로 모든 게이트의 위험도를 측정해. 우린 이제부터 그것을 기준으로 작전을 새로 짠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폴덴이 황급히 명령을 내리는 게 들렸다.
그것을 들으며 잠시 기다려 준 아이언이 다시금 명령을 내렸다.
“주요 지휘관들 전부 소집해. 나도 바로 복귀한다.”
-예!
생각보다 수준 낮은 게이트에 여유 있던 군부가 다시금 바쁘게 돌아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도에 각 게이트의 타이머가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빠르게 위험한 게이트와 아닌 게이트를 판단할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사령관들은?”
“전부 모였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모든 사령관들이 영상구를 통해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각 사령부에서 영상구를 통해 대기하고 있던 그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아이언에게 경례를 했다.
“바쁜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시간 없으니 바로 회의를 시작하죠.”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폴덴이 준비한 자료들을 가지고 회의를 시작했다.
일정이 다급했기에 회의는 1시간도 안 되어서 끝냈다.
결론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100일 이상 남은 게이트는 건들지 말 것
2. 일단 모든 전력을 이용해 시간이 조금 남은 게이트들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할 것
3. 100일 안에 주요 게이트 외의 모든 게이트를 처리할 것
4. 각 사령부에서 게이트 클리어만을 위한 팀을 만들 것
아이언이 큰 줄기를 잡아 주었으니 이제 각 사령부에 맞게 그것을 적용하면 될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게이트에서든 신이 부활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언의 말에 사령관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이 부활하는 순간 골치 아파진다.
그것을 알기에 모든 사령부는 일단 시간이 가장 적게 남은 게이트부터 클리어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50일 이상은 무조건 군단급 병력으로 클리어하십시오. 불안하면 마스터급을 투입해도 상관없습니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모든 사령관들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일단 잡다한 것부터 전부 정리하고 고위험도 게이트를 어찌할지 생각해 봅시다. 이상.”
아이언의 말을 마지막으로 회의는 끝났다.
군부에서 최상위 계층의 회의가 끝났으니 나머지는 밑의 사람들의 일이었다.
“폴덴.”
“예.”
“지금처럼 중요한 일 있으면 바로 불러.”
“게이트를 클리어하시려는 겁니까?”
폴덴의 물음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에서 놀고 있어 봐야 의미가 없었다.
시간이 생명인 지금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게이트를 클리어해야 했다.
중요 게이트 외의 나머지 모든 게이트를 처리하면서 남는 시간 동안 게이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 보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언은 본인과 두 가주, 마스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대륙에 있는 모든 게이트들의 관리에 들어간다.”
폴덴이 아이언을 대신해서 대륙의 모든 게이트들의 관리를 위해 비상 체제로 들어갔다.
광장 위에 떠 있는 지도를 보면서 게이트들의 현황을 보고, 가장 위급한 게이트들을 마스터급 이상의 강자들에게 알려 주었다.
“서부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중앙 사령부에 연락해서 지원해 주라고 해.”
“예!”
“남서쪽 2개 사단의 전열이 일부 붕괴되었다고 합니다.”
“수도 방위군 빼서 보내 줘.”
“예!”
총사령관을 대신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폴덴은 여유 있는 중앙군과 수도 방위군을 빼내 각 지역에 지원을 보내면서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게이트에서 몰려나오는 몬스터들은 많았지만 그 수준은 높지 않았다.
덕분에 제국의 전열이 아슬아슬하게나마 붕괴되지 않고 있었다.
“녀석들의 오판 덕분에 가까스로 버틸 만은 하네.”
폴덴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타락한 존재들을 생각했다.
게이트 내부에서 신을 부활시키기 위해 전력을 집중한 덕분에 혼란이 적었다.
물론 그 때문에 게이트 클리어가 상당히 빡빡하게 이뤄지게 생겼지만 폴덴 입장에서는 이게 나았다.
클리어까지 남은 시간이 아슬아슬한 게이트가 상당히 많았지만, 적어도 지휘관 입장에서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락한 존재들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가 없었다.
“북부에서 다급히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북부에서?”
부하의 보고에 폴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국군 중에서도 수준 높은 병력을 갖고 있는 북부에서 요청이 들어온 게 의외였기 때문이다.
고대종과의 협력 덕분에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곳이 북부였다.
“이유는?”
“갑자기 게이트 밖으로 나오는 몬스터들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부하의 보고에 폴덴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당장 다른 곳도 알아봐.”
“예!”
폴덴은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고는 곧바로 아이언과 직통으로 열린 통신구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무슨 일이야?
“북부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북부?
아이언 역시 폴덴처럼 의외라는 듯 의문에 가득 찬 음성이 들려왔다.
“현재 북부에 있는 게이트들이 일제히 수준 높은 몬스터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폴덴의 보고에 아이언은 잠시 침묵했다.
-녀석들이 우리가 알아챘다는 걸 눈치챈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은?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잠시 침묵하더니 명령을 내렸다.
-작전을 변경해야겠군.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위험지역은 거점 방어로 돌리고, 게이트 공략대를 중심으로 위험 게이트 공략부터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만약을 대비해 만들어 둔 작전을 시작했다.
마스터급이 포함된 게이트 전문 공략대를 중심으로 게이트를 공략하고 위험지역은 거점 방어로 돌린다는 명령이 하달되자, 제국 전역이 곧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삐이이이~ 2단계 작전 실행. 북부의 모든 병력은 거점으로 집결하라! 다시 한번 말한다. 북부의 모든 병력은…….
북부 전 지역에 거점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이 하달되면서 수많은 병력이 거점으로 모였다.
“2단계 작전은 얼마나 진행되었지?”
“8할 이상이 진행되었습니다. 다행히 사상자는 많지 않습니다.”
북부 사령관인 제든 윅스의 말에 옆에 있던 부관이 재빨리 간이 상황판을 건네며 설명했다.
“좋아. 우린 다음 단계에 돌입한다.”
“전부 집결시키겠습니다.”
부관이 그렇게 말하며 경례를 하고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이때를 위해서 양성한 북부 최고의 특수부대인 팬텀 솔저를 소집했다.
북부 최고의 기사단인 팬텀 나이트와 함께 짝을 이뤄 게이트 공략대가 될 부대가 집결했다.
“모두 모였나?”
“그렇습니다!”
“좋아.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열 유지시켜.”
제든 윅스의 말에 부관이 말없이 경례를 올렸다.
그런 그를 믿음직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든 윅스가 움직였다.
마스터인 그가 직접 이끄는 북부의 게이트 공략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북부의 게이트 공략대가 움직이는 동안 북부군은 사력을 다해 거점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막아 내고 있었다.
쾅! 쾅!
“밀리지 마! 이곳만큼은 무조건 사수한다!”
북부의 거점 중 하나에서 지휘관이 타락한 몬스터를 직접 베어 내며 소리쳤다.
갑작스럽게 몰려나온 거대한 몬스터들의 공격에 전열이 빠르게 무너졌지만 다행히 요새까지 무사히 후퇴할 수 있었고, 그곳을 중심으로 버티고 있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중앙에서 병력을 긁어모아 지원군을 파견했다.
문제는, 위기에 처한 군은 북부군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남부 쪽에서도 몬스터들의 수준이 급격히 상승 중이라고 합니다.”
“사막 지역에서 연락 왔습니다. 갑작스레 몬스터들의 수준이…….”
여기저기에서 폴덴을 향해 보고가 들어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동부군은 인어족과 함께 빠르게 퇴치 중이라는 것과, 서부군은 아이언의 도움으로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치겠군. 더 이상 파견할 수 있는 병력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중앙군도 이 이상 지원군을 보내면 이쪽 지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 일단 버티라고 해! 징집이라도 해서 지원군을…….”
폴덴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지원 요청을 처리할 때였다.
“북부 8군단에서의 연락입니다. 현재 전선은 안정되어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뭐? 갑자기? 그쪽이 가장 다급한 거 아니었나?”
폴덴의 말에 통신장교가 웃으면서 말했다.
“신수가 나타나 쓸어버렸다고 합니다.”
“뭐?”
폴덴이 멍청하게 되묻자 통신장교가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총사령관님의 부엉이 신수가 타락한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고 합니다. 덕분에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고, 현재는 안정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그럼 그쪽으로 보내기로 한 지원군을 남쪽으로…….”
폴덴이 그렇게 말할 때, 남쪽을 담당하는 통신장교가 나타났다.
“남부군 17군단에서 연락 왔습니다. 이쪽도 전열이 붕괴되지 않고 현재 안정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쪽도? 설마 거기도 신수가 나타났나?”
“그건 잘……. 하지만 갑자기 회오리들이 나타나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있다고 합니다!”
통신장교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폴덴은 아이언의 신수 중 하나인 흐레스벨그를 떠올렸다.
바로 그때, 사막 지역에서도 연락이 들어왔다.
다급하다고 연락 왔던 특수 방위군에서도 전선이 안정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쪽은 피닉스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통신장교의 대답에 폴덴이 헛웃음을 지었다.
“내 형이지만…… 진짜 괴물이네.”
폴덴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아이언의 괴물 같은 신수들을 향해 속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