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89)
89. 멸망에서 살아남아라! (2)
아이언의 집무실에 들어선 통신장교들이 일제히 보고를 시작했다.
“북부 사령부 보고입니다. 예상했던 모든 지역의 게이트들이 열렸다고 합니다. 그중 몇 곳은 예상보다 강력해 거점 지역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서부 사령부 역시 마찬가집니다. 이쪽은 완성되지 못한 임시 요새가 많아 더 상황이 어렵습니다.”
“남부 사령부…….”
“동부 사령부…….”
“중앙 사령부…….”
각 지역의 사령부에서 다급하게 전해 오는 상황은 다급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특수 방위군과 기동 야전군은?”
아이언의 물음에 폴덴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입니다.”
바로 그때, 특수 방위군과 기동 야전군이 동시에 보고하러 왔다.
“사막 전 지역 문제없습니다.”
통신장교의 보고에 아이언은 폴덴을 바라보았다.
“예상보단…….”
“예. 별거 없는 거 같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피해라고?’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분명 피해는 있었다.
지금도 통신장교들이 계속해서 보고하고 있었고, 그 대부분의 보고가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보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멸망이라고 생각될 정도라고는?
절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수도 주위는?”
“안전합니다.”
오스리아 대륙에서 가장 강력하게 주신의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일까?
신기하게 중앙 지역에는 게이트가 극히 적었다.
게다가 그마저도 운명의 세 여신의 신전이 세워지고 나서는 게이트 규모 자체도 줄어들어 버렸다.
덕분에 중앙 지역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안전했다.
그렇기에 가장 걱정했던 것은 사막 지역이었다.
제국의 수도에서 가장 먼 곳은 사막 지역과 북부 산맥 너머의 동토였고, 그 두 곳에 큰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고대종들에게서 연락 없어?”
“아직 없습니다. 오히려 그쪽도 열린 게이트가 너무 적어서 당황하고 있다고 합니다.”
폴덴의 보고에 아이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뭘까?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건가?’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듯 계획대로 진행할 것을 명령했다.
전 지역의 게이트들을 막는 데 집중하면서 학자들을 파견했다.
게이트를 안전하기 파괴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였다.
일반적인 게이트와 멸망의 게이트가 같은지 알 수 없었고, 아이언이 모든 지역의 게이트를 혼자 파괴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생각해 낸 방안이었다.
“두 가주는?”
“이미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나도 준비해야겠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이트를 안전하게 파괴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아이언이 직접 강대한 힘을 쏟아부어 부술 수밖에 없었다.
제국 최강의 전력인 세 명은 바로 그것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수도의 상공에 시스템창이 나타났다.
“뭐야?”
아이언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게이트 지역 주변에 있는 아군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볼 때였다.
[타락한 존재 10만 마리 소멸의 조건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조건 클리어를 통해 멸망의 마지막 스토리가 정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멸망을 막는 인류에게 메인 퀘스트를 드립니다.]
1. 모든 게이트를 닫으십시오. 게이트를 제때 닫지 못한다면 해당 게이트에서 신급 존재가 출현합니다.
2. 대륙에 숨어 있는 멸망의 씨앗을 파괴하십시오(게이트를 파괴할 때마다 단서가 나옵니다).
3. 게이트의 중심부에 있는 봉인석을 모아 주신에게 바치십시오(봉인석을 제물로 바칠 때마다 주신이 더 강력해집니다).
시스템창이 뜨자마자 아이언은 폴덴을 돌아보았다.
“각 사령부에 연락해서 몇 곳이라고 게이트부터 내부에 진입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폴덴이 통신장교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동안 아이언은 곧바로 무구들을 챙겼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야겠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게이트가 어디야?”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직접 움직이려 할 때였다.
“게이트 위에 타이머가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뭐?”
아이언이 인상을 찌푸리자 폴덴은 영상구를 통해 직접 보여 주었다.
각 사령부에서 보내온 영상에는 게이트 위에 뜬 타이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래. 쉬울 리가 없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폴덴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 지역의 게이트에 타이머를 확인하라고 해. 그리고 가장 급한 곳만 추려.”
“급한 곳에 직접 가시려는 겁니까?”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가주에게도 연락하고.”
“예.”
“사령관들에게도 위험하지 않은 곳은 마스터 파견해서 조기에 게이트를 클리어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폴덴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모든 장교들이 아이언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아이언도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마쳤다.
끼룩!
작게 변해 다가온 천둥새가 아이언을 향해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긴장하는 아이언의 기분을 느끼고 풀어 주기 위함이었다.
“후…… 고맙다.”
아이언은 천둥새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시시각각 변해 가는 지도를 바라보았다.
상공에 떠 있는 반투명한 오스리아 대륙 지도에는 아군의 현황이 전부 보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지도에서 반투명한 창이 떴다.
[조건을 충족할 때마다 지도는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숨겨진 조건을 클리어해 보세요.]
“장난하는 건가?”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표정을 구겼다.
인류에겐 생존이 걸린 일이지만 시스템에겐 이건 단순한 게임일 뿐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마치 장난하는 것처럼 알려 주고 있었다.
“어째서 외부 신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군.”
시스템은 자신들의 편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말을 듣는 장난감이 필요했을 뿐.
대륙 최강의 반열에 오른 아이언이지만 시스템에겐 그저 장난감일 뿐이었다.
신의 반열에 오른 자들마저 시스템에겐 거역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
그런 그에게 화내봐야 답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속으로 불편한 감정을 삭이면서 폴덴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가장 위급한 지역을 추린 폴덴이 달려왔다.
“세인크리아 지역이 제일 급한데?”
“그런 것 같습니다.”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데 고작 3일 이하로 남은 지역은 대부분 세인크리아였다.
그에 반해 가장 위험지역으로 꼽았던 북부 산맥 너머와 사막 지역은 몇 개월이나 남았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본래 제국의 영토였던 지역들도 상대적으로 널널했다.
“세인크리아 주변 지역과 옛 남부 연합 수도 근방과, 동부 해안 지역이 제일 위험하네.”
“그런 것 같습니다.”
“가장 급한 건 세인크리아인가? 여긴 내가 가지.”
“혼자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폴덴이 놀란 표정으로 묻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가주에게도 부탁한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아이언이 세인크리아로 가기로 했으니 동부 지역은 라이너가, 남부 지역은 테리언이 맡게 될 것이다.
두 가주가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정한 후, 아이언은 곧바로 워프 게이트를 통해 움직였다.
초장거리 워프의 한계지점까지 이동한 후, 반복해서 워프로 이동하자 세인크리아까지는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다음부터였다.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서부군의 장교들이 일제히 경례를 올리자 그런 그들의 경례를 받아 주며 다급하게 물었다.
“가장 급한 곳이 어디지?”
“이쪽에서 45km 떨어진 지점입니다! 저희가 안내를…….”
“위치만 알려 줘.”
아이언의 말에 마도구에 다급하게 위치를 찍어 준 선임 장교.
그런 그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아이언은 곧바로 가장 급한 게이트를 향해 출발했다.
순식간에 게이트 앞까지 도착한 아이언은 홀로 게이트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다급히 따라 들어오려는 천둥새.
-끼룩!
“넌 여기 남아서 밀리는 지역이 있으면 도와줘.”
그 말에 천둥새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끼룩…….
“부탁해.”
아이언의 부탁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천둥새.
더 강해져서 돌아왔지만 아이언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마음에 전해지자 아이언이 단호하게 얘기했다.
“절대 널 못 믿어서 그런 거 아니야.”
-끼룩?
“부하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해. 그리고 한 가지 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게이트 주변을 정리해 줘, 내가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끼룩!
아이언의 진심 어린 부탁에 기운을 차린 천둥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천둥새를 설득시킨 아이언은 곧바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부탁을 받은 천둥새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황급히 날아올랐다.
부하들의 목숨을 살려 달라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함이었다.
타락한 기운이 많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날아오른 천둥새가 번개 폭풍을 불러내면서 일대의 타락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밀려 가던 전선이 순식간에 정상화되었다.
“천둥새다!”
“총사령관님의 신수다!”
“살았다!”
병력이 천둥새를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때, 천둥새는 또 다른 곳을 향해 움직였다.
가장 위험해 보이는 곳만 도와주면서 아이언이 다음으로 들어갈 만한 게이트의 앞을 정리하기 위해 빠르게 날아갔다.
유령섬에서 번개의 정수를 더 강력하게 만든 천둥새의 힘은 실로 막강했다.
천둥새는 그 힘을 뽐내듯, 홀로 대규모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면서 아이언의 부탁을 완벽하게 들어주었다.
그렇게 천둥새가 고군분투할 무렵, 그의 주인인 아이언은 게이트 내부에서 타락한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키에에에엑!
“더럽네.”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신성력이 뿜어져 나와 게이트 내부를 완전하게 정화시켜 버렸다.
그에게 달려들던 타락한 몬스터들이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은 덤이었다.
“망령들이라…….”
과거엔 성스러운 보구였던 십자문양이 박힌 방패에선 저주받은 기운이 풍겨 오고 있었고, 삭아 버려 뼈밖에 안 남은 육신에는 타락한 기운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죽음으로 영원한 안식을 취해야 할 그들이 타락한 기운을 통해 고통 속에서 아이언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막대한 신성력으로 정화시키면서 순식간에 게이트를 돌파해 나간 아이언.
끊임없이 뿜어내는 신성력은 게이트 전체를 정화시키면서 몰려드는 영혼들과 망령의 기사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게이트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신의 부활을 방해하지 마라!
엄청난 양의 마력을 뿜어내면서 아이언을 향해 공격해 들어오는 타락한 기사.
홀로 봉인석을 지키고 있었던 만큼 앞서 상대한 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지만 아이언에게 대적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파스스.
가루가 되어 사라진 타락한 기사를 뒤로하고 봉인석에 다가간 아이언.
“이게 봉인석인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봉인석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순간 아이언에게 들려오는 시스템 음성.
[게이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봉인석을 가져다 주신에게 제물로 바치세요
-5분 뒤 게이트는 소멸됩니다. 밖으로 나가시려면 중앙의 포털을 타 주세요!
시스템의 말을 따라 다급하게 포털을 타고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아이언이 처리해야 할 게이트는 많았고, 시간은 없었다.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 게이트를 향해 움직이려 할 때였다.
[숨겨진 조건을 클리어해 시스템 지도가 업그레이드됩니다.]
[게이트 첫 클리어로 서브 퀘스트들이 개방됩니다. 이제부터 각자에게 개인적인 퀘스트가 부여될 것입니다!]
[업적 ‘첫 번째로 게이트를 클리어한 자!’를 얻으셨습니다!]
[업적 ‘숨겨진 조건을 클리어한 자!’를 얻으셨습니다.]
아이언의 게이트 클리어와 함께 들려오는 시스템 음성.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곧바로 다음 게이트로 향한 아이언은 촉박한 시간 때문인지 최단 시간으로 게이트들을 클리어해 나갔다.
천둥새가 주변을 정리해 주변서 곧바로 게이트로 들어갈 수 있었던 아이언이 바로바로 게이트만 클리어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자 순식간에 세인크리아 주변의 게이트들이 하나둘 클리어되었다.
“생각보다 쉬운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게이트들.
분명 까다로운 적들도 많았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봐도 그리 어려운 조건은 아니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아이언이기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현 인류의 수준이면 대대급이면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의 게이트들도 있었다.
바로 그때 폴덴이 아이언에게 통신을 걸어왔다.
-총사령관님! 남부 사령부의 1개 사단이 게이트 공략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