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88)
89. 멸망에서 살아남아라!
동대륙과 서대륙의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지만 오스리아 대륙에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소수의 고대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종족들은 전부 동대륙으로 떠났고, 대륙에 남은 인간들은 7할 이상이 제국민들이었다.
그리고 그 제국민들은 아이언을 향해 무한한 존경을 표하고 있었다.
남은 2할의 남부 왕국 출신 사람들과 극소수의 신성 연합국 출신, 사막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마저도 아이언만큼은 신뢰했다.
특히 사막 지역 사람들은 더욱 그러했다.
악마와 지옥귀에 홀려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던 그들을 해방시켜 준 것이 아이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언이 굳건한 제국에 흔들릴 여지 따윈 없었다.
오히려 흔들리는 건 동대륙 쪽이었다.
어느 날 오스리아 대륙에 몰래 들어온 동대륙 사람에 의해서 전해진 한 장의 서신.
그건 곧바로 제국의 수도로 전해졌다.
“서신이라…….”
“도울 방법이 있겠습니까?”
체베라 총독의 말에 아이언은 고민했다.
‘동대륙을 돕는 게 맞을까?’
현재 제국의 전력은 오스리아 대륙을 온전히 막기에도 버거울 정도였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서 동대륙에 주요 전력을 보내는 게 적절한 판단이냐는 것이었다.
“인원을 보내기 어렵다면 무기라도 쥐여 주는 게 어떻습니까?”
“물자만 지원하자는 뜻입니까?”
총독의 제안에 아이언은 그건 해 볼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좀 빠듯하겠군요.”
아이언은 광장의 상공에 떠 있는 시스템창을 바라보았다.
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을 조금 넘는 시간뿐.
그 시간 안에 동대륙에 물자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일단 사령관들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이쪽 일은 저한테 맡겨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한 후 총독을 배웅했다.
그러곤 곧바로 사령관들을 소집했다.
그는 워프를 통해 곧바로 모인 사령관들을 통해 동대륙의 일을 전해 주었다.
그러자 그들을 통해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
“가능합니다.”
아리엘의 말에 다른 사령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각 사령부의 핵심 부대를 모으면 됩니다.”
아리엘의 말에 다른 사령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군과 기동 야전군에 우선 배치된 초대형 공중 모함, 거기다 더 해동부군의 초대형 함선을 통해 물자를 옮길 수 있고, 그들의 보호는 각 군의 핵심 전력이 맡는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데 시간이…….”
“초대형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거대한 함선마저 이동시킬 수 있는 초대형 워프 프로젝트.
그거면 동부 사령부의 전진기지까진 단숨에 갈 수 있었고, 동대륙 쪽에서 말한 영역에 전해 주기만 하면 되니 문제는 없었다.
“……아직 불안하지 않나?”
아이언의 물음에 폴덴이 고개를 저었다.
“7할까진 올라왔습니다.”
“그 정도 확률이면…… 불안하거잖아.”
“마탑에 물어봤더니 다수 마법사들이 달라붙는다면 9할 이상으로 올라간답니다. 어차피 단기 작전이고 멸망 전이니 이 작전에 다수의 마법사들이 달라붙어도 무리는 없습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은 고민했다.
“1할의 실패 확률이라…….”
“그 정돈 괜찮을 겁니다.”
아리엘의 말에 다른 사령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군인이기에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뭣하면 남부 사령부의 마법사들을 더 내주어야겠습니다.”
제국에서 가장 많은 마법사를 보유하고 있는 남부 사령관마저 이리 말하자 결국 아이언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후…… 그럼 이대로 진행하죠.”
사령관들의 말에 아이언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동대륙에서 넘어온 사람을 통해 접선 장소를 정하라고 전해.”
“예!”
폴덴에게 명령을 내린 후, 사령관들의 협조와 함께 작전은 차질 없이 바로 진행되었다.
그날 당일 중앙 지역으로 각 사령부의 핵심 부대들이 몰려들었다.
특수 방위군의 고스트, 동부군의 위스퍼, 기동 야전군의 레이븐, 북부군의 팬텀 솔저 등 여러 지역의 특수부대들이 들어왔다.
서부군의 정예 공군과 남부의 특수 마법 집단까지 와서 보조했다.
[작전명 : 쥐구멍]
정식으로 작전명까지 정해지고, 동대륙의 반군 세력에게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제국 정예 병력이 전부 달라붙었다.
하지만 이것만 붙잡고 있을 순 없었다.
동대륙에 제국의 끄나풀을 만드는 것은 중요했지만 멸망을 대비하는 것만큼 중요할 순 없었다.
폴덴에게 쥐구멍 작전을 맡기고 아이언은 직접 각 지역의 게이트을 막기 위한 시설 점검에 들어갔다.
멸망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불안감은 커져 갔고, 그로 인해 사회의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갈 때마다 극도의 공포감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물자를 빼돌려 잠적하는 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굳건했던 제국이라도 멸망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동대륙의 쥐구멍 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폴덴이 돌아왔다.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며칠 만에 폴덴이 아이언에게 복귀해 보고서를 올렸다.
쥐구멍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 루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물자를 옮길 기반 시설까지 갖췄다고 전했다.
“그럼 복귀해.”
“예!”
폴덴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이 건네준 서류를 훑어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총독이 애를 쓰고는 있지만 그의 연설로도 사람들은 안심하기는커녕 더욱 더 불안해했다.
“내가 직접 연설해야겠어.”
“그걸로 되겠습니까?”
폴덴의 물음에 아이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해 봐야지.”
아이언의 말에 폴덴이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모은 정보들을 가지고 모든 제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총동 대신 아이언이 직접 연설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지자 사람들의 혼란이 잠시나마 멈추었다.
일시적이지만 제국의 영웅의 연설을 듣기 위해 잠적하려던 사람들조차 수도의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수많은 인파가 모인 제국의 광장.
그곳에서 하늘에 떠 있던 아이언은 광장의 중심부로 내려섰다.
“광장에 모여 주신 제국민들께 인사드립니다. 현 총사령관직을 맡고 있는 아이언 카터입니다.”
아이언 카터가 인사와 함께 미리 준비된 마력구에 영상을 띄웠다.
“모두들 멸망을 앞두고 불안하신 거 압니다. 어떤 분은 도망치려고 하신 분들도 있고, 가족들을 데리고 오지로 떠나려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들께 보여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이 영상만 봐 주십시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영상에 띄워진 작전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제국 전 지역에 있는 게이트에 만들어진 임시 요새.
그리고 오스리아 대륙을 관통하는 철도.
대규모 워프 게이트.
신무기들.
발전함 마법사들.
고유 능력의 발전으로 더 강력해진 병력.
영상에 나온 것들을 직접 설명한 후 잠시 숨을 고른 아이언은 다시 한번 말했다.
“보시다시피 인류는 멸망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가진 부모 혹은 노약자를 모시는 자식 입장에서 불안한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제국군은 멸망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믿어 주십시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것들로도 불안하시다면 저를 믿어 주십시오.”
아이언의 말에 모든 제국민들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믿어 달라는 아이언의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제국을 숱한 위기에서 구한 영웅이 직접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며 연설하는 모습에서 멸망에 대한 불안감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제 힘을 잃거나 약해졌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 증거가 사라진 신수들이라더군요.”
아이언이 그렇게 말한 순간 저 멀리 거대한 푸른 새 하나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멸망 전까지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천둥새가 돌아온 것이다.
“신수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해지지도 않았죠.”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뽑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늘을 향해 거대한 백색검이 뻗어 나갔다.
구름을 꿰뚫을 정도로 솟아오른 백색검의 끝에서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뿜어지면서 순식간에 수도 전체에 성스러운 빛가루를 떨어뜨렸다.
사제들이 보았다면 경악했을 정도의 신성력 컨트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이언은 틈나는 대로 신성력 컨트롤에 최선을 다했다.
정체되어 가는 검술과 오러 운용 능력.
그런 상황에서 뱁새가 사라져 어려워진 신성력 컨트롤을 연마하고 신수들이 떠난 후 자연의 기운을 혼자 통제하면서 아이언의 실력은 조금씩 올라갔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반드시 멸망을 막아 내겠습니다.”
어느새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한데 모인 빛가루들은 하나의 구체가 되었다.
그러자 그 주변에 바람과 화염, 물, 대지의 기운이 빛을 발하며 휘몰아쳤다.
극한에 이른 컨트롤에 모든 이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느새 사람들의 눈엔 아이언에 대한 신뢰감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모두 각자 맡은 바 역할만 제대로 행해 주신다면 멸망은 반드시 막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망치지 말고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를 지켜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아이언이 고개를 숙이면서 부탁하자 모든 제국민들이 그제야 환호하며 아이언을 향해 믿는다고 소리쳤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은 수도만이 아니었다.
사막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도, 남부 해안가에서 사는 사람들도, 신성 연합국의 지역을 재건하는 데 파견된 노동자들도 모두 이 영상을 보고 소리쳤다.
“믿겠습니다!”
제국의 영웅이 믿어 달라고 부탁했고, 제국민은 그에 응답했다.
“다른 사람을 몰러도 총사령관님을 욕하는 넘은 내가 조져 불 거시여!”
“암! 그라믄!”
북부의 시골 남자들이 마을 중앙에 설치된 영상구를 보면서 말했다.
한때 몬스터들에게 밀린 마을을 재건할 수 있게 해 준 영웅.
제국의 어떤 곳보다 아이언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곳이 바로 북부였다.
“자! 자! 영웅께서 명령하신 거 다들 들었제! 모두 준비들 하자고!”
“그려!”
중년 남자의 말에 시골 남자들이 일제히 집으로 달려갔다.
아이언의 석상 위에 만들어진 마력 구체는 수도의 시스템창을 보여 주고 있었다.
[1d :: 02 : 10 : 35]
한때 120일이나 남았던 시간은 고작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움직였다.
대륙 전체에 퍼진 게이트들이 한꺼번에 터질 예정인 만큼 어느 때보다 더욱 완벽한 준비가 필요했다.
오스리아 대륙 전체 사람들이 마지막 준비를 마친 후, 다음 날이 자정이 되었다.
몇 시간 후면 터질 예정인 게이트들은 당장이라도 뚫고 나오고자 하는 몬스터들로 가득했다.
시스템의 결계가 막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둑이 뚫린 것처럼 막대한 양의 타락한 몬스터들이 몰려나올 것이 분명했다.
“저 녀석들을 막아 주는 막이 몇 시간 뒤면 사라진다는 거지?”
“그러게. 후…… 새삼 왜 멸망이라 부르는지 알겠네.”
용병 출신의 두 남녀가 끔찍한 모습을 하는 몬스터들을 보면서 부르르 떨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게이트 앞에 선 병력과 사람들의 눈은 긴장감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시스템이 막아 주던 결계의 시간이 다 되었다.
“시작되었습니다.”
폴덴의 보고와 함께 아이언의 집무실을 향해 엄청난 숫자의 장교들이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