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87화 (28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87)

88. 멸망을 대비하는 오스리아와 혼란에 빠진 동대륙 (3)

군도 전체가 완전히 타락했다.

검게 물든 군도와 주변 바닷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하울링.

“지옥의 늑대들인가?”

아이언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중얼거렸다.

군도 전체에 퍼져 나가는 신성력에 괴로워하며 울부짖는 지옥의 존재들은 끔찍했다.

본래라면 아무리 아이언이라도 이렇듯 압도적으로 적들을 쓸어 버릴 순 없었다.

하지만 세계의 결계를 건너오는 과정에서 힘을 잃었다.

거기다 더해 아직 멸망이 시작되지 않아 시스템에게 제약을 받게 되면서 일반 몬스터 이하 수준으로 격하된 것이다.

덕분에 아이언 혼자서 적들을 쓸어 버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언은 미적거리면서 군도 전체를 완전히 정화시키지 않았다.

‘이참에 동대륙의 군대도 확인해 보고 싶은데…….’

전면전은 힘들지만 국지전 정도라면 현재의 제국도 충분히 감당 가능했다.

“국지전 정도는 괜찮겠지?”

“예. 이미 동부 사령부에 그에 관한 답을 받아 왔습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폴덴이 관련 보고서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아이언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사제들 있나?”

“예!”

아이언의 물음에 사제 몇 명이 걸어 나왔다.

멸망과의 싸움에 대비해서 가장 중점적으로 양성시킨 특수 인원들.

그들이 바로 사제들이었다.

타락한 존재들에 의해 오염된 지역을 복구하고, 오염된 기운에 부상당한 인원들을 정화시키기 위한 존재들.

비록 외부 신들로 인해 사제란 직업이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주신으로 인해 다시금 부활할 수 있었다.

“맡겨도 되겠나?”

“예! 맡겨 주십시오!”

아이언의 명령에 군 소속 사제들이 바삐 움직였다.

마법처럼 신성력 역시 많은 발전이 있었다.

아이언이 주도적으로 기동 야전군을 통해 마공학과 신성력을 결합시키면서 생긴 발전은 현재의 사제들에게도 이어졌고, 비공선에도 그것이 장착되었다.

“쓸 만하네.”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각각의 비공선이 쏘아 내는 빛에 의해 타락한 기운들이 실시간으로 정화되었다.

사제들이 뿜어낸 신성력을 마공학을 통해 증폭시켜서 쏘아 내는 빛줄기는 웬만한 타락한 존재들은 버티지도 못하고 소멸될 정도로 강력했다.

보고서로 전부 받아 보았지만 직접 보는 것만큼 확실한건 없었다.

그 결과 아이언이 보기에 멸망이 온다 해도 충분하다는 보고서의 말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들이 옵니다.”

멀리서 보이는 동대륙의 함선들.

거기에 더해 비공선만큼 거대한 드래곤들도 보였다.

“확실히 힘을 좀 회복했나 보네.”

동대륙 쪽 하늘에서 날아오는 드래곤을 보면서 아이언이 중얼거렸다.

몰려오는 드래곤들 대부분이 북동부에서 싸웠던 때보다는 강력해 보였다.

아이언이 북동부에서 빠져나온 후의 드래곤과 비견될 정도의 힘을 보이는 드래곤들이 대놓고 아이언이 있는 함대 쪽으로 마력 파장을 뿜어냈다.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네.”

“대놓고 마력 파장을 뿜어내는데?”

마법사들이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만한 족속들답게 마치 오스리아 대륙의 제군군을 제압하려는 듯한 마력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대응 가능한가?”

아이언의 물음에 마법사들이 각 잡고 섰다.

“가능합니다!”

대표로 보이는 마법사의 우렁찬 대답에 아이언은 미소를 지었다.

“한 방 먹여 줘라.”

“예!”

아이언의 명령에 마법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공중 함대뿐만이 아니라 해상 함대에서도 마법사들이 움직이면서 드래곤들을 향해 강력한 마력 파장을 뿜어냈다.

용의 마력으로 점철된 주변 지역이 순식간에 마법사들의 마력으로 바뀌며 드래곤들의 마나 필드를 박살 냈다.

“어디 과거의 유물 따위가…….”

“우리도 이제 고대 마도학 정도는 알고 있다고?”

“거기에 현대 마도학의 정수까지 알고 있지.”

마법사들이 코웃음치면서 드래곤의 마나 필드를 박살 내자 용들이 대놓고 살기를 드러냈다.

‘마법사들도 많이 발전했네.’

제국의 전 지역에서 발생한 전장에 서 본 아이언이 볼 때 마법사들의 수준이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

‘더 발전하겠지.’

고대 마도학과 마공학을 통해 마법사들을 보조할 무기까지 쥘 테니 더 강해질 것이다.

멸망 전까지 최대한 준비를 하겠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전장 속에서도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인류의 수준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해볼 만해.’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용인까지 있네.”

드래곤들의 마법이 박살 나자 모습을 드러낸 용인들.

그들을 보면서 동대륙이 정말로 드래곤들에게 점령당했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아이언이 이들을 확인하고자 한 것은 저들이 지옥귀나 악마와 계약을 했냐 안 했냐의 유무였다.

“이렇게는 알 수 없나?”

아이언은 드래곤들의 마나를 느껴 보았지만 타락한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만약 동대륙의 존재들이 악마나 지옥귀와 완전히 손잡았다면 그들에게 힘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거기까진 가지 않은 듯싶었다.

‘뭐…… 현시점에선 이것도 확실하지 않네.’

언뜻 보는 것만으로는 동대륙에 대하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생각에 잠겼을 때 가장 덩치가 큰 드래곤 하나가 아이언이 있는 비공선 앞으로 날아왔다.

-서대륙의 인간들이여…… 여긴 동대륙의 영역이거늘 왜 침범하는 거지?

멀리서 근엄하게 말을 거는 드래곤.

그러자 아이언의 눈짓을 받은 폴덴이 앞으로 나섰다.

동대륙의 언어로 자동 통역되는 마력구를 입에 대고 입을 열었다.

“타락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보고가 들려왔고, 제국 입장에선 이것을 간과할 수 없었다.”

폴덴의 말에 드래곤의 입이 다물렸다.

“반대로 묻고 싶군. 어째서 이 타락한 지역을 그냥 놔둔 거지? 이렇게 달려온 걸 보면 그쪽도 여력이 있는 것 아닌가?”

폴덴의 물음에 늙은 드래곤은 입을 다물고 한참을 침묵했다.

-……그와 관련해서는 이쪽의 기밀 사항으로 말할 수 없다.

늙은 드래곤의 말에 폴덴이 다시금 말했다.

“오스리아 대륙은 이미 모든 타락한 지역을 정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힘들다면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

-쫑알쫑알 시끄럽군.

폴덴의 말을 끊고 나서는 또 하나의 드래곤.

늙은 드래곤과 다르게 덩치는 좀 더 작았으나 가진 바 힘은 결코 작지 않았다.

-타락한 지역을 정화하든 말든 그건 우리가 할 일이고, 너희는 우리 땅을 침범했다.

“자기들 땅이라…….”

아이언은 가만히 군도를 바라보았다.

엄밀히 말하면 이곳은 동대륙의 영역이라 보긴 어려웠다.

본래 교역이 계속되었다면 이곳은 중립지대였을 것이다.

-무릎 꿇고 사과를 하든지 아니면 우리한테 죽든지…….

-그만!

젊은 드래곤의 말에 늙은 드래곤이 그의 말을 끊었다.

-왜 말리시는 겁니까. 저들은 우리 영역을 침범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저들과 전투를 벌이는 건 안 됩니다.

-어차피…… 상관없지 않습니까?

젊은 드래곤의 말에 늙은 드래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언젠가는 저곳을 밀어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서대륙을 자극하면 우리가 어려워집니다.

-그럼 계약된 작전 일자를 앞당기면 되지요. 책임이 두려운 것이라면 아버지께 제가 직접 얘기하겠습니다.

젊은 드래곤의 말에 늙은 드래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고작 책임 소재를 피하기 위해 이러는 것처럼 말하는 젊은 드래곤.

생각 같아선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로드의 아들이었다.

동대륙 황제로 등극한 자의 아들을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다. 지금도 지휘권은 자신에게 있지만 황자의 말을 거역하긴 어려웠다.

-지휘권을 보장해 드리고 싶지만 이번만큼은 제 말에 따라 주시죠.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그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국지전으로 끝내야 한다.’

늙은 드래곤이 이렇게 생각할 때, 젊은 드래곤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아가리를 쩍 벌리고 브레스를 발사했다.

바로 그 순간, 거대한 백색의 방패가 만들어지면서 브레스를 막아 냈다.

그러자 용인들을 비롯한 같이 따라온 드래곤들 전원이 브레스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백색의 방패가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 신성력이라면…….

늙은 드래곤이 짐작되는 게 있는 듯 거대한 두 눈을 더욱더 크게 떴다.

바로 그때, 한명의 남자가 허공에 뜬 채 가만히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본 황자가 다시금 아가리를 벌렸다.

-아…… 안 됩니다!

뒤늦게 늙은 드래곤이 막아 보려 했지만 이미 브레스는 날아가고 있었다.

“공격이라……. 그쪽이 내린 명령 같지는 않은데…….”

어느새 나타난 남자가 늙은 드래곤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주신의 사도인가?

“그래. 아이언 카터라고 한다.”

늙은 드래곤이 자신의 앞까지 날아온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하나만 묻지. 그대들은 악마나 지옥과 계약을 했나?”

-…….

답이 없는 늙은 드래곤을 보면서 아이언의 눈이 가늘어졌다.

“계약을 했거나 계약 직전이거나……. 어찌 되었건 우리의 확실한 ‘적’이라는 거군.”

눈앞의 늙은 드래곤은 바라지 않은 눈치였으나 그건 상관없었다.

저들의 결정으로 서대륙과 동대륙은 확실하게 적이 된 것이니.

“아쉽군.”

늙은 드래곤같은 자들이 동대륙을 집어삼켰다면 아이언도 충분히 대화를 해 볼 여지가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언이 안타까워하며 늙은 드래곤과 좀 더 대화를 하려고 할 때, 어느새 나타난 젊은 드래곤이 마법을 영창했다.

자신의 브레스를 피해 나타난 아이언을 죽이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자 주변의 드래곤들 역시 마법을 발현했다.

-건방진 인간 새끼!

-안 됩니다!

늙은 드래곤이 다급하게 말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난 상황이었다.

고위 마법들이 몰아치는 순간, 아이언의 검이 뽑혀 나와 움직였다.

-커헉…….

가장 먼저 다가온 드래곤의 목이 떨어졌고, 주변에 있는 용인들 역시 하나둘 목이 떨어졌다.

-미…… 미친…….

아이언이 보인 말도 안되는 무력에 드래곤들이 당황하면서 주춤거렸다.

전의를 잃을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 때문인지 생성했던 고대 마법들도 하나둘 소멸되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언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키이잉!

-멈춰 주게.

“늦었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늙은 드래곤을 향해 아이언이 싸늘하게 말했다.

전력을 다한 브레스 공격을 자신들을 살려 둘 생각이 없는 공격이었다.

그런 그들을 굳이 살려 줘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전면전이네!

“전면전은 무슨……. 여기서 너희들 다 죽여도 절대 전면전은 불가능해.

아이언이 확답을 내리듯 말했다.

동대륙과 서대륙이 전면전을 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게다가 멸망이 머지 않았다.

그들이 누구와 계약을 했든지 일단 멸망은 버티고 나서야 전면전을 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동대륙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음에도 총독과 아이언이 동대륙과의 전쟁을 포기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나…… 나를 지켜라!

동대륙의 황자가 자신을 지키라고 명령하면서 늙은 드래곤에게도 아이언과 싸울 것을 종용했다.

그러자 아이언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면서 늙은 드래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죽였다.

늙은 드래곤이 공격을 하든지 말든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하나하나 손수 검으로 베어 죽여 버리는 아이언을 보면서 동대륙의 황자가 덜덜 떨었다.

자신의 앞에 검을 들고 나타났음에도 마법조차 발현시키지 못할 정도의 극도의 공포감.

-커헉!

늙은 드래곤을 제외한 마지막 드래곤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은 아이언이 상처 입은 채 겨우 날고 있는 늙은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가서 전해. 멸망 후에 결판을 내자고.”

-그리…… 전하지.

온몸이 망신창이가 된 늙은 드래곤은 쓸쓸하게 동대륙 쪽으로 날아갔다.

“우리도 뒤로 물린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모든 함대들이 일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근방의 용족들은 늙은 드래곤의 명령으로 전부 뒤로 빠지는 상황에서 아이언 역시 동부 사령부에 연락해 모든 함대를 뒤로 물렸다.

그러자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국지전 이상으로 넘어가진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물론 이 사건으로 인해 동대륙과 서대륙의 사이는 최악으로 흘러갔고, 결코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더군다나 아이언이 직접 동대륙이 타 차원 존재와 계약했을 거라는 걸 확인해 주었는데 그 증거로 동대륙 곳곳에 오염된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즉! 멸망이 끝난다 하더라도 서대륙과 동대륙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동대륙에도 서대륙의 상황이 흘러들어 가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서대륙에 도움을 청합시다.

-악마보다 인간들이 낫지.

-타락한 존재와 동맹이라니…….

몇몇 종족들이 악마와 동맹을 맺은 현 황실에 반기를 들었다.

물론 막강한 동맹 체제를 구축한 현 황실에 대놓고 반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암중에서는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세력을 형성했고, 그들은 모든 감시망을 피해 비밀리에 제국에게 서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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