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86)
88. 멸망을 대비하는 오스리아와 혼란에 빠진 동대륙 (2)
중앙으로 돌아온 아이언이 곧바로 향한 곳은 총독부였다.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
“……그래.”
과할 정도의 인사.
워프 게이트에서도 느꼈지만 아이언을 향한 존경심이 뚝뚝 떨어지는 눈은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대륙의 영웅이라는 업적과 사막 지역마저 완전히 점령한 아이언의 업적은 이들에게 존경심을 넘어 신앙심마저 생길 정도였다.
만약 지금 당장 아이언이 황제가 된다고 발표한다면 누구라도 지지할 정도였다.
그들의 과한 관심 속에서 총독부에 도착한 아이언이 곧바로 총독의 집무실로 향했다.
“연락은 받았습니다.”
체베라 총독이 아이언을 보면서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항상 밝은 웃음으로 맞이하던 그가 굳은 얼굴로 맞이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동대륙은 여전히 우리에게 적대적입니까?”
“예.”
아이언의 물음에 체베라 총독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이미…….”
“……예. 악마들의 꾐에 넘어간 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아이언이 차마 말을 끝맺지 못하자 체베라 총독도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오스리아와 달리 동대륙은 인간들의 승리로 끝난 게 아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주신의 영역이 된 게 아니기에 오스리아 대륙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멸망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동대륙과는 적대 관계가 예정되었으니 큰 상관은 없지 않겠습니까?”
체베라 총독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만약 악마나 지옥귀 혹은 다른 타락한 존재들이 동대륙을 집어삼킨다면 상당히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약…… 때문입니까?”
“……예.”
아이언의 말에 체베라 총독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스리아 대륙으로 넘어오는 타락한 존재들은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동대륙은?
“차원상점에 의해 세계 전체에 결계가 쳐졌다 했으니 어느 정도 힘이 제약될 것은 분명한데…….”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지옥귀나 악마처럼 동맹 혹은 그에 준하는 계약을 했다면…….”
“적어도 그들에 한해서는 시스템의 제약이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아마 지옥귀가 동대륙을 먹는다면 거의 확실할 겁니다.”
체베라 총독의 말에 아이언이 확신하듯 말했다.
그러자 총독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했다.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하지만 지금 동대륙과 전쟁을 하기엔…….”
“여의치 않죠.”
아이언의 말에 총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전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 제국의 모든 부분에서 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체베라 총독이 들고 온 보고서엔 제국의 현재 상황이 드러나 있었다.
모든 부분이 우상향 되어 있는 그래프는 제국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알려 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차원상점의 보상까지 더해진다면?
“세 여신의 신전은 언제쯤 완공되는 겁니까?”
“곧 완성될 겁니다. 안 그래도 건축업자들에게 퀘스트가 부여되었다고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체베라 총독이 웃으면서 말했다.
가뜩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제국에게 차원 상점의 보상까지 더해진다면 발전을 더 가속화될 것이다.
제국 입장에서도 지금이 멸망을 대비하기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후…… 미치겠군.”
아이언이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대륙으로 가 봐야 하나…….”
“안 됩니다!”
아이언의 중얼거림에 체베라 총독이 곧바로 말했다.
“절대 안 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총독.
현재 제국에서 아이언의 지위는 단순한 그랜드 마스터나 전쟁 영웅 정도의 위치가 아니었다.
제국의 핵심 그 자체였다.
아이언이 잘못되면 그 혼란을 체베라 총독이나 다른 사람들로는 감히 메꿀 수가 없을 정도의 위치였다.
그렇기에 아이언이 동대륙을 홀로 가려 한다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말려야 할 판이었다.
“……일단 동부 사령관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무조건 말릴 기세로 바라보는 총독에게 안 간다고 확답을 하고 총괄 사령부로 돌아온 아이언이 그 즉시 동부 사령관과 회의를 시작했다.
인어족과 협정을 맺은 동부 사령부는 최근 영역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었고, 군부 역시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었다.
앞으로 있을 동대륙과의 싸움을 대비해 미리부터 군부의 규모를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앙에 허락도 받았고, 빵빵한 지원까지 받았으니 거침없이 확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다.
“동대륙까진 무리군요.”
-……예. 지금 당장은 멸망을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할 것 같습니다.
동부 사령관의 보고에 아이언이 착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을 흘러갔다.
[운명의 세 여신을 위한 신전 완공!]
[중앙의 신전에서 쏟아지는 혁신적인 기술들! 제국을 한 차원 더 높은 경지로 이끌다!]
[고대 마도학으로 인해 제국의 모든 마법사들의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
[발전된 기술 적용으로 육·해·공 가릴 것 없이 모든 무기가 더 강화된다!]
두 달이 지날 무렵, 급하게 지은 것치곤 그럴 듯한 신전에서 쏟아지는 기술들이 적용된 물품들이 제국 전역에서 쏟아져 나왔다.
“시간이 부족해!”
“아! 이 기술까진 적용하고 싶은데…… 시간이 얼마 없어!”
운명의 세 여신이 준 고대 마도학, 마공학, 현재 기술론 어림도 없는 과학기술 등이 쌓여 있었다.
문제는 이것을 적용시키는 건 현대의 사람들인데 시간이 없었다.
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았다.
지금도 신전에서는 온갖 기술들이 시스템창이나 물품으로 넘어와 알려 주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발전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오스리아 대륙에 있는 모든 게이트를 찾아 대비하고 있었다.
“절반으로 줄지 않았다면 끔찍했겠어.”
“그러게.”
차원상점의 보상으로 게이트의 절반이 줄어들고 제국의 군대 전체를 게이트 방어로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빠듯했다.
만약 아이언이 차원상점의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활약이 적었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뻔했다.
“정말 다행이야.”
한 병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게 아이언 덕분임을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게이트의 숫자를 줄인 덕분에 한결 편해진 군부도,
미래의 기술들을 알게 된 학자들도,
고대마도학을 알게 된 마법사들도,
발전된 마공학을 알게 된 공방도,
그로 인해 이익을 얻게 된 많은 제국민들도 아이언이 제국에 존재하는 것에 감사함을 표했다.
그러나 모두가 아이언에게 감사해하고 있을 이 순간, 정작 아이언을 보좌하는 폴덴은 그런 아이언을 무감정한 표정으로 대하고 있었다.
“이건 하셔야 합니다.”
폴덴이 비척거리면서 다가와 아이언에게 산더미 같은 서류 더미를 안겨다 주었다.
“……그래.”
거의 좀비처럼 수련실로 찾아와서 말하는 통에 아이언이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일을 했다.
‘으음…… 갑자기 그때가 생각나네.’
좀비처럼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폴덴을 바라보면서 사막에서 막 돌아왔을 때가 떠올랐다.
아이언이 사막으로 떠난 이후 일에 치여 죽을 지경이던 폴덴이 복귀한 아이언을 보고 환한 웃음을 지었었다.
하지만 사정을 듣고 다시금 수련을 해야 한다고 하자 지옥귀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언을 노려본 게 생각났다.
그때만 해도 분노라는 감정은 남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저 기계처럼 멍한 표정으로 묵묵히 일만 할 뿐이다.
마치 영혼이 가출이라도 한 것처럼…….
그렇기에 아이언은 폴덴이 가끔씩 가져오는 일 더미를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미치겠네.”
지금 아이언이 보는 것들은 하나같이 중요한 보고서들이다.
각 사령부에서 올라온 보고서부터 군부간의 협업에 관한 보고서들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보고서들은 크게 세 가지였다.
[신무기 개발 보고서]
[게이트 관련 보고서]
[군사 개편 작업 보고서]
폴덴이 가장 위에 올려놓은 만큼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었지만 아이언은 개인적으로 좀 더 공들여 보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동대륙 관련된 보고서였다.
동부 사령부에서 최근 인어족의 도움을 받아 동대륙 인근 해역까지 정찰 지역을 확대했고, 그 결과 동대륙에 대핸 좀 더 심도 깊은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거…… 가면 폴덴이 날 죽일 거 같은데…….”
[동대륙 인근 해역 정찰 보고서 - 오염 지역 확대]
동부 사령부에서 온 보고서를 보면서 아이언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염 지역 확대라……. 악마나 지옥귀가 영역화를 시작한 건가?”
사막 지역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서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멍하니 있던 폴덴이 아이언을 향해 말했다.
“갈 거면 저도 데려가십쇼.”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신 줄을 다른 데로 놓고 있는 줄 알았던 폴덴의 눈동자가 다시금 돌아왔기 때문이다.
“동대륙에 가시려는 거 아닙니까?”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동대륙은 아니고…… 중간 지점에 있던 지역으로 가볼까 생각 중이야.”
“마요르카 군도 말씀이군요.”
아이언에게 보고한 건 이미 폴덴이 한 번씩 본 것이기에 잘 알고 있었다.
사막 지역의 검은 대지처럼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바다에서 사는 인어족조차 접근하기 쉽지 않을 정도의 오염 농도였다.
이미 동대륙에서 보내온 첩보를 들어온 아이언 입장에서는 한 번쯤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악마나 지옥귀 때문으로 보시는 겁니까?”
“그래. 첩보대로라면 동대륙 곳곳에 이런 지역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이게 단순 게이트 때문인지, 악마 때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아이언의 말에 폴덴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좌하겠습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남아서 업무 좀 봐 달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금 삼켰다.
여기서 그 말을 했다간 폴덴이 곧바로 칼 뽑고 달려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비공선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라면 신수를 타고 움직였겠지만, 지금의 아이언에겐 신수가 한 마리도 없었다.
직접 날 수 있지만 힘을 사용하는 게 상당히 귀찮은 작업인지라 얌전히 폴덴이 준비한 비공선에 올라탔다.
“거창하네.”
“어쩔 수 없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폴덴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총사령관이 움직인다는 소식에 그를 경호할 공중 함대가 움직였다.
심지어 동부군의 영역에 들어서자 동부 사령부에서 직접 차출한 부대까지 함께했다.
바다에 도착하자 함대 일부가 아이언의 공중 함대를 따라 이동할 정도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다른 곳도 아니고 위험 지역으로 가는 것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신수도 없지 않습니까.”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없어도 센데?”
“압니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군부 입장에선 ‘혹시나’라는 게 있기 때문에 아이언이 가장 약한 시기에 혹시나 있을 위험을 배제하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나온 게 이런 과잉 보호였다.
어쨌든 군부에 의해 다수의 공중 함대와 해상함대를 이끌고 위험 지역에 도착한 아이언이 첫 번째로 한 일은 신성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쿠우웅!
작은 섬 몇 개를 감쌀 정도로 막대한 빛무리가 일렁이자 타락한 기운들이 천천히 소멸되어 갔다.
바로 그때, 아이언에게 익숙한 기운이 풍겨 나오기 시작했다.
“일 났군.”
“악마입니까?”
“아니. 지옥귀다.”
폴덴의 물음에 아이언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가 생각한 최악의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아직 멸망까진 시간이 남았는데…….”
폴덴의 말처럼 멸망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아이언이 보기에 멸망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기 전에 탐색전부터 하는 것처럼 멸망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이 세계를 먹기 위해 탐색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동대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