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83)
87. 꼬시는 악마들과 발전하는 인류 (2)
대륙의 영웅이란 업적 때문일까?
아이언은 사막 전 지역을 뒤집어엎을 작전으로 움직였다.
자꾸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부엉이를 채찍질―……이라고 쓰고 부탁이라고 읽는다―하며 사막 지역을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네.”
수도에 표시된 게이트 의심 지역을 향해 움직였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마도구를 통해 게이트가 있을 만한 지역을 계속해서 보고 있지만 가도 가도 모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근방에 있어야 정상인데…….”
아이언이 부엉이의 등에서 사막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즉시 신성력을 내뿜었다.
온몸에서 최대치의 신성력이 뿜어지면서 사막 지역에 빛가루를 뿌려 댔다.
그러자 두 개의 달이 고개를 들어 아이언을 뒤돌아봤다.
마치 뭐 하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아이언은 계속해서 신성력을 내뿜었다.
한때 수많은 부족들과 국가들이 있었던 곳답게 미친 듯이 뿌려 대는 신성력에도 반응이 있는 곳은 없었다.
처음 하루가 지날 때만 해도 두 개의 달이 협조적이었지만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가 되자 슬슬 짜증 섞인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좀만 더 해 보자. 시스템이 구라 치는 게 아닌 이상 없을 수가 없어.”
아이언의 물에 두 개의 달이 거대한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다른 데를 가는 것도 아니고, 주위만 이 잡듯 뒤지니 두 개의 달 입장에서도 짜증이 날 만했다.
-부우~ 부부부(이틀 안에 못 찾으면 나한테 맞을 줄 알아)!
“그래.”
아이언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부엉이의 협박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또다시 하루가 지나고 아이언도 ‘슬슬 포기할까?’라고 생각할 때였다.
“맞네.”
아이언이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에 미소를 지었다.
시스템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이 근방에 있어야 할 게이트.
하지만 보이지 않았기에 아이언은 지하에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물론 지하에 있다고 찾을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시스템은 상당히 친절했고, 게이트 지역은 지하에 있다고 하더라도 지상까지 공간이 일렁거리게끔 해서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곳은 주신의 영역이 아니다.
주신의 영역이 그렇다면 시스템이 타락한 존재와 주신 사이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취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는 건 다른 곳처럼 친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맞지?”
-부…….
아이언이 웃으면서 말하자, 두 개의 달은 말없이 의심 지역으로 하강했다.
그 모습을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은 아이언은 등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동시에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면서 대지를 향해 그대로 후려쳤다.
쿠우웅!
거대한 모래언덕이 순식간에 파여 나가면서 모래폭풍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서 아이언의 오러 블레이드가 계속해서 지하로 파고들며 내려갔다.
캉!
“그래. 뭔가 있을 줄 알았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회전시켰다.
그러자 강력한 폭풍과 함께 모래들이 회오리치면서 주변으로 비산했다.
마치 드릴처럼 파고든 모래언덕엔 순식간에 지하로 이어지는 깊은 구멍이 만들어졌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지하로 이어지는 길을 만든 아이언이 신성력을 내뿜었다.
그 순간, 아이언이 뚫은 구멍으로 엄청난 양의 타락한 기운이 내뿜어졌다.
“엄청나네.”
차원상점이 내뿜은 타락한 기운이 한데 뭉쳐 솟구치는 것처럼 끈적한 기운이 아이언을 향해 날아들었다.
분명 위기감을 느껴야 할 정도의 기운이었지만 숱한 경험을 한 아이언에겐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어느새 백색검으로 변한 오러 블레이드가 그대로 검은 기운을 갈라 내면서 소멸시켜 버렸다.
뱁새의 능력까지 가미된 백색검은 타락한 기운 그 자체를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타락한 기운이 소멸하고 그 대신 농축된 마나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가자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만 나오지?”
그의 말에도 나오지 않는 존재를 보면서 아이언이 두 개의 달에게 말했다.
“부엉아, 한 발 갈겨 줘라.”
-부!
아이언의 명령에 두 개의 달이 하늘로 날아올라 가 구멍을 향해 두 줄기의 빛을 발사했다.
주변 모래들을 녹여 버리면서 지하로 파고드는 강력한 빛줄기.
그 순간, 마기가 뿜어지면서 주변을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 땅이 떨리면서 지하에 있는 건축물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 일렁이는 게이트가 보였다.
“뭔가 익숙한데…… 아!”
아이언은 익숙한 건물 구조물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외부 신들을 강림시키기 위한 구조물.
그것과 유사한 건물들이 있었다.
안쪽에 혼돈의 기운이 있었고, 타락한 기운들이 주변을 맴도는 건 게이트에서 차원물고기들이 작업하는 것과 유사했다.
‘자신들과 유사한 환경을 위한 작업인가? 저건 급하게 만든 걸 보니 디버프 때문이군.’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건축물들을 부수기 위해 다시 검을 들어 올리려 할 때였다.
-잠깐.
갑작스럽게 나타난 한 악마.
거대한 뿔을 달고 있는 악마가 아이언을 향해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언이 다시금 검을 내렸다.
-거래를 하고 싶다.
“얘기는 차원상점에서 다 끝난 거 아닌가?”
-우린 아니야.
아이언의 말에 악마가 자신들은 거기 없었다는 듯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악마의 모습에 아이언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멸망과 싸우기로 마음먹은 이상 악마가 어떤 제안을 하든 개소리일 수밖에 없었다.
악마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황급하게 입을 열었다.
-너보고 본래 세계로 돌아가라는 게 아니다. 물론 멸망에게 세계를 내주고 우리가 보호하겠단 소리도 아니야.
“그럼?”
아이언이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 악마가 작게 한숨을 내쉬곤 심호흡을 가다듬은 후에 입을 열었다.
-이곳을 우리에게 줘.
악마의 개소리를 들은 아이언이 다시금 백색검을 들어 올렸다.
-사막! 사막 지역만 달라고!
“뭔 개소리야?”
악마의 말에 아이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희 인간 입장에서 이곳은 버려진 땅 아닌가?
악마의 말에 아이언이 말없이 검을 내리고는 악마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처럼 외부 신과 싸울 때까지 이곳은 제국에게 관심 외의 지역이었고, 현재도 거의 버려진 땅 취급이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전무할 것으로 추정되고, 오염되어 온갖 마물들이 들끓는 지역이었으니 당연했다.
-이 사막 지역을 우리에게 넘겨주면 이쪽에서 넘어오는 다른 존재들을 우리가 막아 줄게.
악마의 말에 아이언이 더 말해 보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너희 인간들 입장에서 대륙 중앙 지역도 관리하기 힘든 거 아니야?
악마가 다 안다는 듯 말하자 아이언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말처럼 현재 제국은 옛 신성 연합국 영토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현재의 수준으론 도저히 사막 지역까지 관리할 순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맡겨. 사막 지역에 오는 다른 존재들은 우리가 막겠어. 그리고 멸망이 끝날 때까지 서로 싸우지 않기로 하자.
“악마와 평화협정이라…….”
악마의 말에 아이언이 턱을 문질렀다.
분명 그럴듯한 말이었다.
현재 제국 입장에서 사막까지 막기 힘든 상황이니 악마에게 맡겨 두고 생존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었다.
“개소리는 다 했나?”
-왜…… 왜! 너희 입장에서도 이건 좋은 기회일 텐데?
악마의 말에 아이언은 피식 웃었다.
“겉보기엔 그렇긴 해. 확실히 현재 제국 수준으론 사막까진 버겁긴 하거든.”
아이언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그건 현재의 제국일 때의 얘기지.”
차원상점주에게 받은 보상이라면 제국은 한 차원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주신의 영역도 중요했다.
“차원상점주에게 받은 보상, 그리고 주신의 영역.”
아이언이 그렇게 말한 순간 악마가 움찔했다.
그의 말처럼 주신의 영역이 오스리아 대륙 전역에 뻗치는 건 매우 중요했다.
추가적인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인류가 한층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락한 존재들이 이곳에 진입하기 까다로워진다는 것은 큰 의미로 보면 디버프다.
상대는 약해지고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고 악마와 협조한다?
-그…… 그걸 감안해도…….
“아! 그리고 내 개인적인 업적도 있었지?”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이참에 대륙의 영웅은 되어 봐야 하지 않겠어?”
그의 말에 악마가 이를 악물었다.
동시에 타락한 기운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솟구친 검은 기운이 수만 개의 창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설득이 될 것 같지 않자 아이언을 죽이려 한 것이다.
하나하나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지만 의미가 없었다.
“마스터한테도 안 먹힐 공격이네.”
아이언이 악마의 공격을 비웃었다.
은신에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는지 공격들이 중간중간 감지되지 않았지만 의미가 없었다.
신성력을 내뿜는 것으로 대부분의 힘을 무력화시켰고, 나머지마저도 아이언에게 다가오기 전에 오러의 폭풍에 소멸되어 버렸다.
검조차 휘두르지 않고 자신의 회심의 일격을 모조리 소멸시킨 아이언을 괴물 보듯 바라보았다.
‘본래 힘을 갖고 있었어도 죽었겠군.’
은신에 특화된 악마였기에 숨으려 작정하면 목숨을 보존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사방으로 신성력을 퍼뜨리면 결국 발각될 것이니 그 순간 죽은 목숨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아닌 전투에 특화된 악마가 왔다 해도 승부는 어려울 것이다.
본래 힘을 갖고 온다 해도 어려울 상황에서 지금처럼 제약이 있는 상황이면 필패였다.
“잘 가.”
아이언의 말에 마지막 발악으로 숨겨 둔 하위 악마들을 모조리 불러내고, 타락한 기운을 모조리 사용해 일시적으로 힘을 강화해 봤지만 이미 외부 신들을 통해 한차례 겪어 본 아이언이기에 당황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소멸시켜 버렸다.
-끄으…….
저항조차 못하고 그대로 죽어 버린 악마.
그를 따르는 수많은 하위 악마들까지 모조리 죽어 나가자 곧바로 건물 파괴에 들어갔다.
보기만 해도 역겨운 기운의 응집체가 액체처럼 흘러내리는 건물들.
그것을 모조리 파괴하고, 전력으로 신성력을 내뿜어 정화하기 시작했다.
“드럽게 넓네.”
악마에 의해 지상으로 솟아오른 건물은 거대했다.
거의 도시 규모의 건물이 모래 언덕 아래에 숨겨 있었는데, 그걸 모두 박살 내고 정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차원상점 때처럼 그냥 신성력을 퍼뜨리는 것만으로 정화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뱁새의 도움을 받아 완전히 정화시키는 데 성공한 아이언이 지친 표정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순간.
[주신의 영역이 확장됩니다!]
건물들을 모조리 부수고, 타락한 기운을 막대한 신성력으로 모조리 정화시키자 주신의 영역이 확장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은 곳은 하나인가?”
수도에 표시된 두 개의 게이트 중 하나를 찾아내 박살 냈으니 이제 남은 곳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가자.”
-부!
아이언이 다시금 두 개의 달의 등에 올라타려 하자 고개를 저으며 반대하는 두 개의 달.
이번엔 피닉스나 천둥새의 등에 타라는 것이었다.
“음…….”
난감해하는 아이언을 향해 피닉스가 선심 쓴다는 듯 날아올라 거대화했다.
-삐! 삐삐삐삐!
-부우우우! 부부부!
인심 써서 이번엔 내가 태우겠다고 말하는 피닉스를 보면 두 개의 달이 분통터진다는 듯 아이언을 향해 화풀이를 했다.
그런 두 개의 달의 항의에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돌린 아이언이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번엔 색다른 거 해 볼까? 피닉스야.”
-삐?
아이언의 부름에 피닉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런 피닉스를 향해 빙그레 미소 짓는 아이언.
그리고 얼마 뒤 피닉스의 몸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불꽃들.
신성력에 물든 하얀 화염의 비가 사막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백색의 화염이 사막을 불태우면서 게이트가 있을 만한 곳을 화염 바다로 만들었다.
피닉스의 마력이 깃들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화염은 아이언의 신성력과 뱁새의 능력이 깃들며 지하에 숨은 기운을 기어코 끌어내었다.
-항복! 항복! 우리는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나오자마자 곧바로 항복을 외치는 한 존재.
악마처럼 생겼으나 마기와는 다른 기운을 내뿜는 존재.
“이번엔 지옥귀인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지상으로 내려가며 백색검을 만들었다.
-거래! 거래합시다! 우리는 오스리아 대륙에 관심 없어요!
지옥귀의 말에 그의 코앞에서 멈춘 백색검.
그에 살았다는 표정으로 지옥귀가 더러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