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82화 (282/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82)

87. 꼬시는 악마들과 발전하는 인류

홀로 유적지로 들어갔던 아이언이 다시 밖으로 나오는 순간, 굳건해 보이던 유적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할 일을 다 했다는 건가?”

아이언이 뒤를 돌아보면서 각오를 다졌다.

자신을 믿고 도박을 건 차원상점주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무너진 유적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아이언이 다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마스터들과 두 가주가 서 있었다.

“늦게 돌아와서 죄송합니다.”

군부의 지휘관들의 얼굴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라이너 역시 걱정을 많이 한 듯 얼굴이 상해 있었다.

“이 친구 폼 잡는 꼴을 보니 웃기는군.”

테리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라이너의 등을 두드렸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장이라도 결계를 부수고 들어갈 생각이었던 라이너였기 때문이다.

아마 아이언이 나오는 것보다 유적지가 무너지는 게 빨랐다면 라이너는 더 생각지 않고 결계를 부쉈을 것이다.

“그보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어느새 다가온 아리엘의 물음에 다들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다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새 무너져 내린 유적지 앞에 시스템 창이 떡하니 떠 있었기 때문이다.

[차원상점의 상품이 전부 매진되었습니다!]

“어…….”

아이언이 자신이 매진시킨 차원상점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아이언에게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단독으로 차원상점의 상품을 매진시키셨습니다. 업적 ‘홀로 차원상점 털어먹기!’를 달성하셨습니다.]

-보통 다수가 참여하는 차원상점의 퀘스트를 단독 클리어한 것도 모자라 매진시키셨습니다.

-이는 매우 경이로운 일입니다.

-다수의 초월자들이 당신의 경이로운 업적을 축하합니다!

다수가 참여해도 매진시킬 수 없었던 차원상점을 홀로 매진시켜 버린 아이언을 시스템이 직접 칭찬하면서 팡파르까지 터뜨렸다.

허공에서 환영으로 만들어진 종이 꽃가루들이 내려지며 팡파르 소리가 들려오자 아이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개인 업적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도 전부 그 음성을 듣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 음…… 혹시 들으셨어요?”

그의 물음에 다들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이언은 그 시선을 피해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일단…… 주변 좀 정리하죠.”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면서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끝도 없이 퍼져 나가는 신성력이 타락한 대지를 정화시키기 시작하자 다들 감탄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동안 전투에서 사용하거나 성역을 구축하는 데에만 사용하느라 이런 식으로 신성력을 사용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는데, 순수하게 정화만을 위해 퍼뜨리는 신성력의 범위는 엄청났다.

“……굉장하군.”

테리언이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야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먼 지역까지 실시간으로 정화되는 모습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움직이죠.”

아이언이 두 가주에게 말하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들은 한 가지 착각을 했다.

그의 정화 작업이 한 번으로 끝날 것이라는 착각을 말이다.

아이언은 두 가주와 지휘관들이 비공선에 타서 움직이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정화 작업을 실시했다.

비공선에 가득 찬 신성력이 공중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면서 마치 빛가루처럼 사막 지역에 떨어져 내렸다.

그 덕분에 검은 땅으로 가득한 사막들이 다시금 황금빛 모래가 있는 풍경으로 변해 갔다.

“뱁새야, 컨트롤 부탁해.”

-짹!

아이언의 부탁에 몸에서 뿜어지는 막대한 양의 신성력을 뱁새가 직접 컨트롤했다.

그러는 동안 아이언은 두 가주와 지휘관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차원상점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퀘스트를 깨고, 그때문에 게이트의 숫자가 줄었을 것이란 설명과 그들의 힘도 줄어서 나올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어쩐지 갑자기 게이트가 줄어든다고 시스템 음성이 들려오더니만…….”

다들 그제야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을 때,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어쩌면 시스템이 고장 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휘관들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중앙정부에 상황을 알아봤고, 그 결과 정말로 수도에 표시된 게이트들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군부는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해당 지역을 직접 가보기도 했지만, 정말로 일렁이는 공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카이든 월과 아리엘을 통해 게이트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확답을 들은 아이언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시스템이 일 하나는 빠릿빠릿하게 잘하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아이언이 마지막으로 차원상점주와 있었던 일들도 설명해 주었다.

사실 그가 이렇게 모두에게 안에 있던 일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녀들의 신전을 지으면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군.”

“예. 그러니 수도에 돌아가는 대로 그녀들의 신전을 지어야 합니다.”

아이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두 가주는 시큰둥했다.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군부 입장에선 환영했다.

“고대 마법이라……. 마탑이 환장하겠군.”

“과학기술원과 공방도 마찬가지야.”

“사실상 이번 혜택은 그들의 것이지.”

지휘관들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마탑과 공방이 얻을 혜택에 대해 잡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군부 입장에선 나쁜 일은 아니다.

그들의 발전으로 인해서 더 좋은 무기들이 군부로 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중앙에 연락해.”

“예!”

아리엘의 명령에 통신장교가 다급히 움직였다.

그렇게 중앙정부에 아이언이 얻은 성과가 보고된 후, 두 가주는 다시 가문으로 복귀하기 위해 비공선을 갈아탔다.

특수방위군 역시 본래의 임무를 위해 사령부로 복귀하고, 남은 건 기동 야전군뿐이었다.

“나 혼자 움직이면 된다니까.”

“그래도 총사령관이신데 홀로 움직이시다뇨.”

아리엘의 말에 다른 이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 낭비만 돼.”

기동 야전군의 사령관 전용선을 타고 가라는 아리엘의 말에도 딱 잘라 거절한 아이언이 그들에게 할 일을 말해 주었다.

“내가 정화한 곳들을 중심으로 전진기지를 건설해.”

“다시 오염될 걸 걱정하시는 겁니까?”

아리엘의 물음에 아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오스리아 대륙에서 사막 지역은 생각보다 넓다. 제국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광활한 영토였다.

신성 연합국의 영토조차 3분의 1은 사막 지역이었을 정도로 넓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제국 수도에 표시된 게이트에서 사막 지역은 숫자가 매우 적었다.

거의 대부분이 차원상점이 있는 부근까지만 표시되었을 정도.

차원상점을 클리어한 아이언이 사막 지역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이 부분에 대해 이상함을 느꼈다.

‘두 개였나?’

차원상점 너머의 지역까지 표시된 게이트는 단 두 개.

아이언은 그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멸망을 앞둔 지금은 적어도 오스리아 대륙만큼은 완벽하게 파악해야 했기에 이 참에 미지의 지역으로 남은 사막을 완전히 파헤쳐 보기로 한 것이다.

“게이트를 조사하려는 것입니까?”

아이언의 생각을 꿰뚫어 본 아리엘이 곧바로 묻자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상해. 이참에 사막 지역을 정화하면서 제대로 조사해 봐야겠어.”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곧 폴덴 소장의 곡소리가 들리겠군요.”

아리엘의 말에 아이언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녀의 눈을 피했다.

중앙에서도 자신과 함께 매일같이 야근을 했던 폴덴이 이제는 아이언의 일마저 해야 할 판국이니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게 된 것이다.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그 숫자를 불려 가고 있을 게 뻔한 상황.

부르르!

아이언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면서 생각했다.

‘전생엔 어떻게 했지?’

전생엔 몬스터들을 막아 내면서 산더미처럼 서류 더미도 곧잘 처리하고는 했는데 이번 생에선 유독 힘들었다.

이럴 땐 지구의 전자 시스템이 부러워지곤 했다.

“흠흠…… 어쨌든 기동 야전군을 중심으로 전진기지를 구축해 봐. 그리고 특수방위군에게 기동 야전군 사령부와 전진기지까지의 보급로 구축을 검토해 보라고 해.”

“총사령관으로서 명령이십니까?”

“그래.”

아이언의 대답에 아리엘이 똑바로 서며 경례를 올렸다.

“명을 받듭니다!”

“잘 부탁한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두 개의 달을 불렀다.

그러자 두 개의 달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본인이 날 수 있으면서 왜 자꾸 자신의 등에 올라타느냐는 것이었다.

흐레스벨그와 계약하면서 본인이 날아갈 수도 있지만 부엉이의 등에 올라타서 가는 게 편하기 때문에 자주 애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엉이가 슬슬 귀찮아하면서 아이언에게 자꾸 항의하고 있었다.

날 수 없을 때야 모르겠지만 날 수 있는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 부엉이가 빤히 아이언을 바라보았지만 웃으면서 등에 올라타자 한숨을 폭 하고 쉬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부우우!

어느새 작게 변해 아이언의 어깨에 올라탄 천둥새와 피닉스.

그리고 뱁새의 옆에 자리한 흐레스벨그.

그런 그들의 모습에 자신만 거대화해서 날아가게 되자 부엉이가 항의했다.

“다음번엔 피닉스 등에 탈게. 아니, 천둥새에 타야 하나?”

아이언이 그렇게 말했지만 아마 다음번에도 부엉이의 등에 탈 것 같았다.

계약자이기에 피닉스의 불길이나 천둥새의 뇌전에 피해를 입지는 않지만 조금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엉이의 소심한 항의와 함께 사막 지역을 돌아다니게 된 아이언이 보이는 족족 타락한 기운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그저 가만히 부엉이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신성력을 개방하면 뱁새가 자신의 능력을 가미해서 알아서 정화시켜 주었다.

고작 며칠 만에 차원상점이 있는 곳 주변을 죄다 정화시켜 버린 아이언이 그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사막 지역을 전부 정화시킨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지금 급한 것은 차원상점 너머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여긴 황금색이네.”

차원상점의 영향으로 오스리아 대륙 서쪽 지역도 검에 물들긴 했지만 좀 더 움직이자 황금색의 모래사막이 보였다.

바로 그때, 아이언에게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주신의 영역이 확대됩니다.]

-영역 확대로 수도에 있는 지도에 대륙 서부 지역이 표시됩니다.

[무언가의 방해로 주신이 온전히 대륙을 점령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보상으로 대륙 전 지역의 게이트 발생지가 표시됩니다.

-주신의 대륙 장악으로 추가적인 축복이 부여됩니다.

-주신이 대륙 전체를 장악하게 되면서 타락한 존재들의 진입이 까다로워집니다.

-개인 보상으로 ‘대륙의 영웅’ 업적이 생성됩니다.

“대륙의 영웅…….”

아이언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제국 전 지역에서 활약하며 완벽한 ‘제국의 영웅’이란 업적을 이뤄 냈으나 아직 대륙의 영웅이란 업적은 이뤄 내지 못했다.

사실 오딘을 쓰러뜨리고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보상이지만 얻지 못해 아쉬워했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이뤄지게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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