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81화 (28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81)

86. 유적지 (3)

지구의 게이트들이 나타나고, 그곳이 폭주하며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세계는 그것들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전생의 자신이 겪은 것보다 훨씬 약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진 심각하지는 않네.”

-앞으로 더 강해지겠지.

아이언의 말을 정정해 주는 차원상점주.

그녀의 말처럼 지구 역시 점점 많은 몬스터들과 더 높은 수준의 적들이 등장할 것이다.

-타락한 존재들이 나올 때까진 시간이 꽤 남았지만 뭐…….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마치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듯한 그녀의 표정.

그러자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거절.”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그녀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위에 있는 공간이 일렁이면서 갖가지 색깔의 기운들이 비쳤다.

-시끄럽네. 저 녀석이 거절한 걸 어떡하라는 것이냐! 쯧!

비웃듯이 말하며 거절한 아이언에 분노했는지 차원상점주에게 소리치고 있는 듯싶었다.

차원상점주가 귀찮다는 듯 팔을 휘젓는 순간 일렁이던 공간이 잠잠해졌다.

그러자 그녀가 아이언을 향해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내 입장에선 아쉽긴 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하구나. 네가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순간 이곳에서 얻은 보상은 사라지는 셈이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멸망은 미룬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 이번 기회에 끝을 보는 게 맞긴 하겠지.

그녀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자신이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곳의 멸망이 잠깐 유예되고 자신은 역시 지구로 돌아가 멸망을 막기 위해 힘쓸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제안이긴 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행운이 겹친 지금의 기회를 놓치는 것만큼 좋진 않을 것이다.

진짜 멸망이라는 재앙을 절반 규모로 죽이고, 심지어 디버프까지 받은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짝!

차원상점주가 손뼉을 치며 생각에 잠긴 아이언과 귀찮게 구는 타락한 존재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자! 내가 할 일은 이제 끝났구나. 너희들의 거래는 거절되었으니 이건 파기하도록 하겠다.

차원상점주가 그렇게 말하면서 팔을 휘젓자 허공에 계약서가 생성되었다.

시스템창으로 허공에 생성된 타락한 존재와 차원상점주와의 계약서가 소멸되자 상공에서 일렁이던 공간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중재안이 파기되었습니다! 차원상점에서 얻은 모든 보상이 정상적으로 적용됩니다.]

-타락한 존재들이 당신에게 더 분노합니다!

-몇몇 타락한 존재들은 당신을 꼬드길 새로운 방법을 찾습니다.

시스템 음성이 들려온 순간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공간을 바라보았다.

“사라진 건가?”

-그래. 계약이 끝났으니 이곳에 저들이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지.

차원상점주가 그렇게 말하며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자! 너도 이제 슬슬 가야지? 아까부터 밖에서 자꾸 날 귀찮게 하네.

“귀찮게 한다고?”

아이언의 물음에 차원상점주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톡 건드려 밖의 상황을 보여 주었다.

그곳에는 자신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자 결계를 뚫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있은 지 얼마나 되었지?”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시간축이 조금 뒤틀려 있다는 것을 느끼긴 했다.

아이언 입장에선 최단 시간으로 돌파했지만 밖에선 많은 시간이 흘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쪽 시간으로 일주일쯤 되었다.

“음…….”

그녀의 말에 아이언이 저들이 왜 저렇게까지 무리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알았으면 우리도 슬슬 마무리하자.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번 손뼉을 치는 순간 주변의 공간이 완전히 변해 가기 시작했다.

지구의 풍경은 사라지고, 벽화가 그려졌던 거대한 공동도 일그러졌다.

그렇게 나타난 곳은 고대 유적지 같은 풍경이었다.

“아…….”

바로 앞에 자신이 들어왔던 입구로 보이는 풍경이 보이자 아이언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환영 마법인가?’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정확한 건 알 수 없었다.

마법을 잘 모르기도 했지만, 단순한 환영 마법 이상으로 공간 계열의 능력까지 동원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 좁은 곳에 그러한 거대한 구조물이 들어설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높이 솟은 신전까지 날아올랐기에 잘 알 수 있었다.

‘그건 진짜였어.’

단순한 환영 마법은 아니라고 생각한 아이언이 빤히 차원상점주를 바라보았다.

“당신…… 정체가 뭐지?”

-그깟게 무에 궁금하느냐.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하거라. 멸망을 막기로 정했으니 앞으로 고된 나날이 이어질 것이다.

차원상점주의 말에 아이언이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공간 능력……. 게다가 잠시지만 시간도 뒤로 돌렸다. 그런 능력은 신이라 해도 쉽지 않을 텐데.”

-……그게 궁금한가?

“그래.”

-나에 대해 알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녀의 말에 아이언이 침묵했다.

본인에 대한 정보 역시 유료라는 것에 아이언이 인상을 찌푸렸다가 그녀의 표정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 역시 자신의 정보를 거래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설마…… 시스템?”

-그래.

“지독하군.”

아이언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스템과 거래한 이상 감수해야 할 일이지. 그러니…… 멸망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싸웠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오랜 세월 차원상점주로 일하면서 얻은 마법과 권능마저 뚫고 자신의 앞에 섰던 모습.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자는 더 성장할 거다. 그렇다면…… 그 존재도 이길지 모르겠군.’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아이언을 향해 말했다.

-그래…… 너라면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손뼉을 쳤다.

그러자 아이언과 차원상점주 앞에 시스템창으로 된 계약서가 떠올랐다.

[차원상점주의 계약서]

1. 멸망에서 승리 시 차원상점주의 이름을 제국의 중심에 새겨 주는 것.

2. 그녀의 자매들 역시 마찬가지로 제국의 중심에 새겨 줄 것.

3. 그녀들의 신전을 지어 줄 것.

보상안

과거 : 잃어버린 고대 마법 / 현재 : 멸망한 어느 세계의 마공학 / 미래 : ??차원의 발전된 과학기술.

마녀의 계약서를 본 아이언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보상으로 내민 것은 과거 잃어버린 고대 마법과 현재 수준을 좀 더 끌어올릴 마공학, 그리고 아직은 닿지 못할 수준의 발전된 과학기술이었다.

이것들을 받는 순간 오스리아 대륙의 기술은 한 차원, 아니 그 이상을 발전할 것이 자명했다.

‘제일 필요한 걸 쥐여 주는군.’

디버프가 주어진 이상 가장 필요한 건 인류의 무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방법이었다.

축복도 좋았지만 기술 역시 축복처럼 쓸 만했다.

일반 병력의 수준이 한층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표정으로 울드를 바라보았다.

“이걸…… 해 주면 넌 어떤 제재를 받지?”

아이언의 물음에 차원상점주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상식적으로 시스템의 제한을 받는 그녀가 이런 조건을 아무런 희생 없이 해 줄 수 없을 거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넌 그런 걸 알 필요는 없다. 그저 내 조건을 받아들이면 될 뿐.

“……받아들이겠다.”

아이언의 말에 차원상점주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인 아이언이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고, 그걸 예상한 듯 차원상점주가 손뼉을 쳤다.

그 순간 허공에 뜬 계약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차원상점주와의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약속이 이행될시 그녀의 보상이 이뤄질 것입니다!]

-과거의 신 울드와 계약에 따라 운명의 세 여신을 위한 신전을 지으십시오!

-과거의 신 울드, 현재의 신 베르단디, 미래의 신 스쿨드의 석상을 지으십시오.

-보상이 이뤄지는 즉시 신전에 보상들이 주어질 것입니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성사되었다는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고, 울드가 아이언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걸로 그대들이 멸망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은 늘었구나.

“……그래.”

아이언이 울드를 바라보았다.

“무엇을 희생했는진 모르겠지만 투자한 걸 후회하지 않도록 해 주마.”

-그래. 기대하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가라는 듯 손짓하는 울드의 모습에 아이언이 피식 웃으며 유적지의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아이언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오래된 유적지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공간이 일렁이면서 타락한 존재들이 있었을 때처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시끄럽군.

자신의 선택에 시끄럽게 구는 존재들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차원상점주 중에 가장 냉정하다고 평가받았던 그녀다.

정에 흔들리지 않고, 쓸데없는 도박조차 하지 않았다.

오로지 거래에만 집중하며 재미없게 살아왔던 그녀였기에 많은 존재들이 이번에 그녀가 한 선택에 의아함을 보였다.

-도박이 성공해야 할 터인데……. 이번이 아니면 나도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으니…….

오랜 세월 차원을 떠돈 그녀.

그녀가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자신의 자매들을 다시금 부활시키기 위함이었다.

차원상점주 중 최상위 실적을 올렸던 그녀였으나 시스템은 그녀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항상 시련을 주었다.

그 모든 시련을 이겨 내고 자매들을 부활시킬 포인트를 거의 모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 포인트 중 상당 부분을 투자한 것이다.

시스템이 허용하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투자했다.

그만큼 그녀가 이번 도박에 건 것은 큰 것이었다.

개인에게 쥐여 주는 무구도 아니고, 대규모 버프에 해당하는 것을 세 개나 지급해 버렸다.

-후…… 허탈하네.

악착같이 모은 포인트를 대부분 소진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모은 것이라 그것을 사용한 허탈감이 상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감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처음엔 과거 신으로 군림했던 곳이었기에 아쉬움이 있었다면, 아이언과 대화를 나누고 난 지금은 자신의 도박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너의 도박이 성공할 것이라 보느냐?

유적지가 완전히 무너진 후, 검은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용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멸망 그 자체라 불릴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

수많은 멸망 중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그 존재는 울드의 이번 선택을 잘못되었다 말하고 있었다.

-나의 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울드가 그렇게 말하며 오랜 세월 간직한 두 자매들의 정수를 꺼내 들었다.

한때 운명의 세 여신으로 불렸던 그녀의 감은 아이언이 자신과 자매들을 시스템으로부터 구원해 줄 것이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거대한 용이 살기를 드러냈다.

-……후회할 것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거대한 용.

울드의 이번 선택으로 자신에게 예정된 멸망마저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에 분노한 용이 울드에게 경고한 것이다.

오스리아가 멸망한다면 이번 선택으로 울드는 멸망의 존재들에게 보복을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울드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빨리 멸망이 끝나는 날이 찾아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 녀석…… 어쩌면 저 용까지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울드가 그렇게 말하면서 저 멀리 보이는 푸른 행성을 바라보았다.

‘지구’라 불리는 행성에 예정된 멸망.

어쩌면 오스리아 대륙을 지킨 영웅은 자신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또다시 험난한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아이언은 그마저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오스리아 대륙의 멸망도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니었고, 그런 그를 막아 낼 정도라면 지구에 예정된 멸망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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