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80화 (280/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80)

86. 유적지 (2)

아이언이 말을 끝내는 순간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계단을 하나씩 밟고 갈 필요 없이 날아올라서 갈 생각인 것이다.

그러자 허공에 결계가 펼쳐졌다.

마치 계단을 통해 오라는 듯, 강력한 힘이 아이언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부엉아!”

아이언의 부름에 두 개의 달이 아이언을 등에 태우고는 날아올랐다.

검은 마력이 짓누르는 힘에 저항하며 날아오른 순간 두 개의 달의 거대한 눈에서 두 개의 빛을 발사했다.

지이잉!

마치 레이저처럼 뻗어 나가는 두 줄기의 빛이 결계를 가격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 피닉스와 천둥새가 힘을 보탰다.

그러자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결계 조각.

-오만하구나.

아이언이 결계를 부수고 날아오는 것을 보며 은발의 여인이 손을 움직였다.

그 순간 공간이 일렁이면서 아이언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공간만이 아니야.’

순간이지만 아이언은 자신의 시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본래라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시간 자체가 뒤로 당겨지면서 신수들과 아이언이 밀려난 것이다.

그것을 느낀 아이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시공간을 다룬다고?’

신과도 싸워 봤던 아이언이 당혹스러울 정도의 능력.

하지만 신의 권능처럼 완전하지 않았다.

으득!

아이언이 이를 악물면서 검에 힘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그의 의지에 따라 신성력이 반응하며 순식간에 백색검이 만들어졌다.

쿠우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자신을 옭아매던 힘을 베어 버렸다.

그러자 신수들도 힘을 합쳤다.

두 개의 달, 피닉스, 천둥새의 힘이 합쳐지면서 초월기가 발현되었다.

신조차 죽일 수 있는 빛이 쏘아졌고, 뒤이어 아이언의 백색검이 날아들었다.

키잉!

전력을 다한 아이언의 공격에 그녀의 마법이 모조리 박살 났다.

하지만 그녀의 방어 결계 하나를 남겨 두고 신수들의 공격이 소멸되고 아이언의 백색검 역시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쯧! 무인의 호승심이란 참으로 귀찮구나.

그녀가 아이언을 보면서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완숙한 그랜드 마스터가 보일 수 있는 초월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가진 바 힘이 일반적인 그랜드 마스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았다.

거기다가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그녀는 오랜 경험으로 아이언이 아직 숨긴 힘과 여력이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

‘뱁새도 있고, 흐레스벨그도 남았어.’

아이언이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녀의 앞에 섰다.

그의 생각처럼 신성력을 증폭시켜 더 강력한 백색검을 만들 수도 있었고, 흐레스벨그를 통해 더 강력하게 압박할 수도 있었다.

그것을 파악한 은발의 여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언이 숨긴 것처럼 여인 역시 아직 사용하지 않은 힘이 많았으나 의미 없었다.

자신은 아이언과 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자존심 좀 상하는 것뿐.

하지만 그마저도 오랜 세월 상인으로 살아온 그녀에게 별 시답잖은 것이었다.

-쯧!

은발의 여인이 혀를 차면서 결계를 거두는 순간, 높이 솟았던 신전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계단들이 차례대로 소멸되기 시작했다.

[차원상점주를 강제로 인정하게 만드셨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모든 퀘스트를 단시간에 돌파해 보너스가 산정됩니다.

-차원상점주에게 강제로 인정하게 한 업적에 보너스가 산정됩니다.

-타락한 존재들이 차원상점주를 통해 당신과의 거래를 원합니다.

-당신을 인정한 차원상점주가 당신과의 특별한 거래를 원합니다.

차원상점주에 의해 땅으로 가라앉은 신전이 모습을 변형하기 시작했다.

신전의 모습이 변하면서 주변의 풍경 역시 변해 갔다.

“으음…….”

바뀐 모습에 아이언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황했느냐?

차원상담주의 말에 아이언이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아이언의 입장에선 충분히 당혹스러울 만했던 탓이다.

‘오랜만이네…….’

익숙한 풍경.

과거 이곳으로 오기 전에 살았던 지구의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언이 아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너의 고향의 현재 풍경을 따왔느니라.

그녀의 말에 아이언이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풍경을 보여 준 이유가 있는 건가?’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할 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먼저 모든 퀘스트를 클리어한 것을 축하한다.

차원상점주가 그렇게 말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그러자 허공에 폭죽이 터지면서 아이언의 머리로 폭죽의 내용물들이 쏟아졌다.

“차원상점이 대체 뭐지?”

-갓게임 동안 해당 지역에 마련된 일종의 비밀 기능이다. 영웅에 한정해 그의 공적에 따라 보상을 주기 위한 곳이지.

“그렇다면 벽화들이…….”

-이곳에 방문했던 손님들이니라. 너 역시 벽화로 그려질 것이다.

그녀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입구에 있던 벽화는 뭐지?”

아이언의 물음에 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과거 이곳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웠던 영웅이다. 오랜만에 이곳에 온 만큼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들었지.

그녀가 자랑하듯 말하면서 웃었다.

-네가 멸망을 막아 낸다면 내 특별히 그곳에 그려 주마.

그녀가 그리 말하면서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나저나 아쉽군. 좀만 더 버텼으면…….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아마 발견되지 않으면 그녀에게 뭔가 이득 되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는군.”

-…….

“하긴……. 그러니 이렇게 꽁꽁 숨겨 뒀겠지.”

아이언의 말에 차원상점주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뭐…… 본래라면 발견하기 어려워야 하지만 외부 신들이 삽질하는 통에 이리 쉽게 드러나게 되었구나.

차원상점주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쯧! 운 좋은 놈. 좀만 더 있었어도…… 에휴!

한숨을 쉬며 말하는 그녀에게 아이언이 조용히 물었다.

“차원상점에 제한 시간 같은 것도 있나?

-아포칼립스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멸망이 진행되기 전까지만 한시적으로 열리는 게 차원상점이다.

“아…….”

그녀의 말이 맞다면 아이언은 정말 운이 좋은 게 맞았다.

-멍청한 신들이 건들지만 않았다면 네놈이 발견할 확률은 극히 낮았을 것이니라. 쯧! 그들이 불법적으로 차원상점을 열려고 한 탓에 괜히 주변에 오염된 기운만 퍼져 나갔지. 뭐 그 덕에 자네가 여기 있는 것이지만.

“잠깐. 오염된 기운이 퍼졌다고?

-그래. 차원상점 주변에 있는 오염된 기운은 결계를 통해 가둬지고 있었다. 그걸 외부 신들이 건드린 바람에 이리된 것이다. 뭐…… 덕분에 시스템이 열받아 인간에게 보상을 퍼 준 것 같다만…….

차원상점주의 말에 아이언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가 언제지?”

-대충…… 아포칼립스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될 즈음인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군.

“하…….”

그녀의 말에 아이언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외부 신들이 신성 연합국을 장악할 때쯤이었다. 그런데 그때, 외부 신들이 이런 삽질을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어쩐지 보상을 너무 퍼 주는 감이 있더라니…….’

만약 외부 신이 삽질하지 않았으면 이 정도로 보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자신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식은땀이 났다.

“대체 왜 그런 삽질을 한 거지?”

-그들도 얻을 게 있었으니까. 뭐…… 이곳에 있는 혼돈의 기운을 잔뜩 가져가 뭘 한 것 같은데 그것까진 모르겠군. 그리고 애초에 신이란 놈들은 시스템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인정하지 않는다고?”

-오만한 그놈들이 자신들의 위에 있는 시스템의 힘을 빌리기보다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했다.

그녀의 말에 아이언은 단박에 그게 뭔지 알아냈다.

신을 강림시킬 진.

그것을 구축한 타락한 기운이 차원상점에서 공수된 것이었다.

결국 그들의 오만함 때문에 인류는 승리할 수 있었다.

시스템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과 달리 인류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때문에 승리했다.

“설마 고대종도?”

-뭐 신에 버금가는 종들이니 마찬가지겠지.

어째서 인간들에게 보상이 퍼부어졌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가장 약한 인간들이기에 시스템에 기댈 수밖에 없었고, 시스템 입장에선 그런 인간들이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시스템도 감정이란 게 있는 건가?’

아이언이 이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계음 같은 음성과 달리 사실은 감정이 있는 존재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 차원상점주의 입이 열렸다.

-알고 싶은 것도 대충 안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일이나 해 볼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시스템창이 아이언의 앞에 생성되었다.

[보상안(멸망 기간 동안 활동하며 쌓은 공적치 + 차원상점 퀘스트 보상)]

1. 게이트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기+모든 타락한 존재에게 대규모 디버프 부여.

2. 모든 인류에게 성장 버프+모든 인류에게 대규모 버프 부여

3. 최상위 무기 1억 개+대규모 마도구 생성기 (멸망 끝날 때까지의 기간 한정 제품)

4. 최상급 과학기술 제공 + 최상급 마도 기술 제공

5. 신의 무구 + 신급 스킬

-자! 골라 보거라.

차원상점주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아이언에게 말했다.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할지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4번은 전체적인 기술력을, 3번은 인류 전체의 무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 2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5번은 아이언 개인의 힘만 강화하는 것뿐이다.

멸망이 시작되면 어떤 존재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언이 강해지는 것 역시 중요할 테지만, 인류 전체가 강해지는 것 역시 중요했다.

그런 아이언이 보기에 두 가지 전부 어느 정도 충족되는 게 1번이었다.

상대의 힘이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아이언이 상대하기 편해질 테고, 인류 전체적으로도 상대하기 수월해질 것이다.

“1번.”

-개인의 욕심을 버렸군?

차원상점주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신의 무구는 차치하고 과학기술이나 최상위 무기 등만 하더라도 아이언이 개인적으로 이용하려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

반면에 1번과 2번은 개인적인 욕심이 없어야만 가능했다.

“멸망을 앞두고 욕심은 무슨…….”

아이언의 말에 차원상점주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맞는 말이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짝!’ 하고 손뼉을 쳤다.

그 순간…….

[차원상점의 보상에 의해 게이트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세계 전체에 강력한 결계가 쳐집니다. 이 결계에 의해 게이트로 넘어온 타락한 존재들의 힘은 대폭 하락할 것입니다!]

시스템 음성이 들려온 순간 아이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또다시 멸망에 버틸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게이트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건 물량이 반으로 줄었다는 것이고, 힘 역시 대폭 줄었으니 해볼 만했다.

-정말 멸망을 버텨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빤히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차원상점주가 된 이후 수없이 많은 영웅들을 보았다.

그들 중 멸망의 스토리를 깨면서 결국 진정한 멸망을 마주한 존재들은 상당히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진정한 멸망 앞에선 전부 무너졌다.

아이언보다 강한 존재도, 현 인류보다 높은 수준의 문명을 가진 존재도 있었지만 멸망 앞에선 전부 무너졌다.

하지만 이곳은 어느 때보다 운이 좋았다.

이세계인과 시스템에 의해 어느 정도 올라온 문명, 그리고 인류를 이끄는 아이언 역시 차원상점에 온 영웅들 중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강했다.

그런 상황에서 타락한 존재들에게 강력한 디버프가 부여되었다.

-다급하긴 한가 보군.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음성들에 차원상점주가 피식 웃었다.

갑자기 웃는 그녀의 모습에 아이언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 그녀가 말했다.

-멸망의 존재들이 거래를 하고 싶다는군.

“……거래?”

아이언의 물음에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아이언 앞에 시스템창이 나타났다.

[영웅에게 제안하는 중재안]

-이대로 본래 세계인 지구로 돌아갈 것.

※ 보상안

1. 지구의 침공을 늦춰 주겠다.

2. 오스리아 대륙에 한정해 침공을 10년간 늦춰 주겠다.

3. 신의 무구 1개 세트 지급+신의 스킬 1개 지급.

4. 진보된 기술을 지구에 건네주겠다.

보상안을 본 아이언이 미간을 찌푸릴 때, 차원상점주가 팔을 휘저었다.

-참고로 현 지구 상황은 이러하네.

그녀가 팔을 휘젓는 순간 지구의 풍경이 보였다.

차원상점주에 보인 지구의 풍경은 아이언이 알던 풍경이 아니었다.

수많은 몬스터와 싸우는 풍경.

전생의 자신이 고생했던 그때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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