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78화 (27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78)

85.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지다 (3)

중앙에서 워프 게이트를 통해 아이언이 움직이는 동안 두 가주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고대 유적지를 발견했다는 것과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는 소식에 폐관에 들어갔던 가주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오염된 사막 지역에서 유적지가 나왔다는 소식도 퍼져 나갔다.

“가주들이 움직일 정도면…… 위험한 걸까?”

“그럴지도…….”

“유적지 조사일 뿐이라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거기서 아이언이 이미 유적지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의 불안이 가중되었다.

‘총사령관인 아이언마저 움직인다면 정말 위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어…… 어떡하지?”

“멸망을 대비하기도 바쁜데 또 전쟁이야?”

“하…… 제발…… 별일 아니기를…….”

멸망까지 시간은 남았으나, 그것과 별개로 또 다른 위협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이 걱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의원에 의해서 기밀로 취급되던 동대륙과의 상황이 터져 나왔다.

[동대륙! 제국을 적으로 규정하다]

동대륙에 대한 소식이 퍼져 나가자 제국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그것은 곧 분노로 이어졌다.

“생각이란 게 없는 놈들이네!”

“용족이 황제라며?”

“미친 거지! 멸망이 끝나면 동대륙부터 점령해 버려야 해!”

분노한 제국민들이 동대륙과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움직였으나, 다행히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들도 지금 상황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노는 여전했다.

멸망을 앞둔 지금 상황에서 제국의 뒤를 노리는 동대륙의 행태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국의 수도가 분노에 차 있을 무렵, 오염된 사막에 있는 제국군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충성!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

모든 군인들이 일제히 경례를 올리자 아이언이 경례를 받아 주며 안으로 들어갔다.

특수방위군을 거쳐 기동 야전군의 사령부로 온 아이언은 오랜만에 익숙한 인물들을 보았다.

한때 휘하에 있던 부하들.

그들이 아이언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경례를 올렸다.

“폴덴, 오랜만이다?”

“신수가 훤해졌군.”

폴덴이 다크서클이 가득 낀 얼굴로 루뎀과 로뎀 형제를 바라보았다.

기동 야전군에서 유일하게 아이언이 중앙으로 데려간 인물이 폴덴이었다.

정보부는 이곳 사막보다 중앙에서 더 쓰임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일같이 서류에 치여 사는 폴덴과 달리 루뎀과 로뎀은 간간이 실전을 치르는 것 말고는 크게 힘든 일이 없었다.

그때문인지 실력도 부쩍 늘었고, 몸도 더 좋아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폴덴이 부러워할 때, 아이언이 의외의 인물들이 기동 야전군에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랜만이네.”

“응. 정말 오랜만이야. 형.”

자신의 인사에 인상을 찌푸리는 카이덴과 반갑게 미소를 짓는 에이든.

“그런데 너흰 여기 왜 있는 거냐?”

“실전 때문에 왔어. 가주께서 멸망을 앞두고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거든.”

“흠…… 좋은 선택이네.”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카이덴을 보았다.

“너도 온 걸 보면 여기가 수련하긴 괜찮은가 보네.”

아이언의 말에 카이덴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실전감각을 유지하기에 여기만큼 괜찮은 곳도 없었다.

타락한 존재들과의 전투가 예정된 만큼 오염된 마나에 저항하면서 타락한 기운을 내뿜는 몬스터들과 싸우는 것은 어떤 수련보다 도움이 되었다.

“가주들이 오시면 움직이실 겁니까?”

폴덴의 물음에 아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난 먼저 움직인다.”

“보좌하겠습니다.”

세리덴의 말에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특유의 사이코패스 같은 기질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진중하면서도 군단장의 모습을 갖추게 된 세리덴.

그런 그의 모습에 카이덴이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 이제 기동 야전군 사령관이 아니야.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 없어.”

“아리엘 사령관의 명령입니다.”

세리덴의 대답에 기동 야전군의 모든 지휘관들이 자세를 바로잡고 고개를 숙였다.

“저희가 총사령관님을 보좌하겠습니다!”

세리덴이 대표로 말하자 아이언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그래.”

아이언의 대답에 기동 야전군의 지휘관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언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너희는 여기 남을 거냐?”

아이언의 물음에 카이덴이 가만히 에이든을 바라보았다.

“실베스티앙이 남아서 가주가 도착하실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저흰 형이랑 움직일게요.”

“예!”

에이든의 명령에 은사자 부단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실베스티앙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수많은 전쟁으로 전사자가 많은 레온하르트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였다.

레온하르트에서 파견된 자들도 갈라져서 아이언과 같이 움직일 사람들이 정해지자 곧바로 유적지로 향할 준비를 했다.

“몬스터?”

아이언이 괴생명체를 보면서 중얼거리자 곧, 거대한 박쥐 비스무리하게 생긴 녀석이 뾰족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러자 세리덴이 재빠르게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빨리 움직여! 곧 적들이 몰려온다.”

세리덴의 명령에 오염된 사막 지역을 최고 속도로 뚫고 나가는 비공선.

그러자 얼마 후 비공선을 향해 오염된 존재들이 달려들었다.

“최소한으로 대응하며 전진한다!”

세리덴이 지휘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언이 비공선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존재들을 자세하게 관찰했다.

“괴상하게 생겼네.”

거대한 박쥐의 날개를 단 괴생명체들이 비공선을 향해 날아드는 것을 보고 아이언이 말했다.

보랏빛 독액을 뿜어내는 괴생명체들은 본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되어 있었다.

보통 조금은 본래 모습이 남아 있는 게 일반적인데 오염된 사막은 그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 농도가 높았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은데?”

“최근 들어 급격하게 숫자가 불어났습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세리덴이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일반적인 몬스터와 달리 오염된 존재들은 상대하게는 피곤했다.

전투를 좋아하는 세리덴조차 꺼릴 정도였다.

남동부에 있을 땐, 지휘관이라는 자리가 짜증 났던 세리덴이지만 이곳에선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이니 말을 다 한 것이다.

“얼마나 불어났길래 그래?”

피곤한 표정의 세리덴을 보면서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러자 세리덴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몇 배는 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묘합니다.”

“묘해?”

“그렇습니다. 저희가 유적지를 발견한 시점부터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음…….”

세리덴의 말에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유적지와 저 녀석들이 연관성이 있다는 건가?”

“그게…… 애매합니다. 유적지 쪽의 몬스터는 저렇게 오염된 녀석들이 아닙니다.”

세리덴의 말에 아이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돌덩이 같은 녀석들인데…… 자세한 건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심상치 않은 놈들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세리덴이 자신도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도착해 보면 알겠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공중 함대의 공격에 모조리 찢긴 괴생명체들.

전투가 끝나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움직인 기동 야전군은 거의 이틀을 날아간 끝에 마침내 목적지 근방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앞에서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거 같은데?”

“아리엘 사령관이 있는 곳까진 아직 좀 더 가야 합니다. 아무래도 특수방위군이 전투 중인 것 같습니다.”

세리덴의 그 말과 함께 특수방위군을 돕기 위해 병력을 준비시켰다.

쾅! 쾅!

포성과 함께 한창 전투 중인 특수방위군을 돕기 위해 기동 야전군이 움직였다.

세리덴의 23군단이 돕기 시작하자 고전 중이던 특수방위군은 곧바로 위기에 벗어나 적들을 섬멸해 나갔다.

-총사령관님을 뵙습니다!

“반갑네. 사령관과 1군단장은 어딨나?”

-사령관이 이끄는 주력군은 유적지에 있습니다. 1군단장의 주력군 역시 마찬가집니다. 저희는 후방을 지키라고 명받았습니다.

후방을 지키라는 명을 받은 장교가 아이언에게 각 잡고 인사하자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아이언을 태운 비공선은 곧장 유적지로 향했다.

“세리덴이 말한 게 저거군.”

가고일 같은 녀석들인데 생긴 게 전부 제멋대로였다.

그런데 유적지로 다가갈수록 특이한 존재들이 나왔다.

조인족 같은 존재들과 정령체 같은 존재들부터 외계인같이 생긴 녀석들까지 다양한 존재들이 나왔다.

그들 모두 인간들에게 적대적인지 보자마자 공격하고 있었다.

“타락한 기운도 조금 느껴지는데…….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르네.”

아이언이 그들에게 느껴지는 기운을 분석하며 턱을 문질렀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타락한 기운과는 다르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유적지 근방의 생명체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세리덴의 23군단은 유적지로 빠르게 전진했다.

“총사령관님, 유적지 외부에 도착했습니다.”

세리덴의 말에 상념에 젖어 있던 아이언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유적지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에 특수방위군과 기동야전군의 주력군이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구축한 임시 진지에 유적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존재들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유적지를 지키는 가디언들인가?”

“예.”

아이언의 물음에 세리덴이 곧바로 대답했다.

유적지에서 끝도 없이 몰려오는 가디언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아이언은 갑자기 눈을 부릅떴다.

“저건!”

아이언이 놀란 눈으로 한 물체를 바라보았다.

이세계인들에 의해 이곳에 만들어진 탱크.

그와 비슷한 형체가 움직이면서 기동 야전군과 특수방위군을 공격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탱크에서 발사되는 보랏빛 빛줄기였다.

“마력 압축포…… 같은 건가?”

아이언이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기동 야전군이 구축한 결계에 의해 막히긴 했지만 강력한 파장을 만들어 내면서 결계를 뒤흔들 만큼 파괴력을 보였다.

“……미사일.”

미사일까지 나타난 것을 본 아이언의 표정은 굳어졌다.

이곳이 평범한 유적지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저 탱크 형태…… 미국의 것이었어. 그렇다면 지구의 것이 넘어왔다는 건데…….’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어느새 반파된 탱크를 바라보았다.

수없이 튀어나오는 가디언들 중에 지구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들이 종종 보이자 아이언은 고심에 빠졌다.

단순히 지구의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유적지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전부 다른 문명의 것으로 추정될 만한 것들이었다. 괴상하지만 지구의 것보다 수준 높은 기술을 가진 것도 있었다.

“아리엘이 다급하게 부를 만하네.”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유적지에서 몰려나온 적들이 하나둘 안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언제 공격했냐는 듯 전부 사라져 버린 가디언들.

반격을 해봄직했지만, 그것도 힘든 것이 유적지 주변에는 강력한 결계가 쳐져 있었다.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었다.

“게이트……?”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유적지 외부에 완벽히 진입한 아이언이 주변의 기이한 힘을 느꼈다.

‘유적지와 오스리아 대륙의 공간이 연결된 건가?’

서로 다른 두 공간이 인위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은 아이언.

그랜드 마스터에 이르렀기에 느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두 공간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결계의 힘까지 느껴졌다.

그동안 이곳이 발견되지 않았던 힘의 잔재를 느낀 것이다.

‘외부 신이 없앤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유적지를 바라보았다.

외부 신이 없앴는지, 아니면 멸망이 진행되면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일반적인 유적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대마도사나 신화시대의 잔재가 잠들어 있는 정도의 유적지와는 차원이 다른 유적지라는 것만큼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언의 생각에 쐐기를 박듯, 유적지를 들어가는 정면에 그려진 벽화가 그것을 증명했다.

“아리엘이 말한 것이 저것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외부에 있는 벽화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그간 싸웠던 흐림르와 오딘을 비롯한 온갖 문명의 영웅들이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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