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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77화 (27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77)

85.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지다 (2)

제국의 총사령관이 서류 지옥에서 허우적거릴 때, 다른 이들 역시 바쁜 건 마찬가지였다.

각 지역의 사령관들 역시 서류 지옥에 빠져 있었으며, 현장직들 역시 매일같이 야근에 빠져 있을 정도로 바빴다.

“빌어먹을…… 해도 해도 끝이 안 나는군.”

제든 윅스가 이를 갈면서 책상을 내리쳤다.

‘탕!’ 소리가 나면서 애써 정리해 놓은 서류의 산이 무너져 내리자 제든 윅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모르게 내리쳤지만 그 대가는 더 일이 늘어난 것뿐이다.

도무지 줄지 않는 일.

이게 다 작전지역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작전지역만 늘어났다면 상관없겠지만, 수도에 표시된 게이트 예정지까지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였다.

대륙 북부 전체에 퍼진 게이트를 관리해야 했다.

물론 북부 사령부만 일이 늘어난 게 아니었다.

“에혀…….”

제든 윅스가 지도를 바라보았다.

오스리아 대륙 전체가 제국의 영토가 된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지도에는 각 사령부의 영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서부군은 신성 연합국 지역 전체를 총괄하게 되었고, 남부군은 대수림과 옛 왕국 연합 지역까지 총괄하게 되었다.

동부군 역시 근방의 섬 전체를 관리해야 했다.

중앙군 같은 경우 옛 제국의 영토의 5할 이상을 관리해야 했다.

모든 사령부가 감당해야 할 작전 범위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그럼 북동부군과 기동 야전군은 뭐 하냐고?

북동부군은 아예 사막 인근 지역으로 사령부를 이동시켜 특수 방위군으로 개편했으며, 기동 야전군 역시 사막 지역 쪽에 본부를 옮겨 그곳의 조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다들 고생이군.”

오염된 대지에서 요새를 건설하고 안쪽을 조사하는 것에 비하면 이쪽이 훨씬 편했으니 힘들다고 찡찡대는 것은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힘든 건 힘든 것이었다.

“어떻게든 두 가주를 꼬셔야 하는데…….”

제든 윅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두 가주를 사령관으로 앉힐 방법을 궁리했다.

황가가 무너진 이후 신분제가 유명무실해졌고, 아포칼립스를 함께 막으면서 군부와 귀족 세력의 사병들의 구분은 없어졌다.

사실상 지금에 와서는 귀족들의 사병 모두 군부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는 건 제국의 기둥이라는 두 가문 역시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거기다 두 가주 역시 앞으로의 싸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그랜드 마스터들이었으니 군부의 요직에 앉아야 마땅했다.

하지만 두 가주는 수련을 핑계로 도통 나오질 않았다.

폐관수련을 한다고 가문에 박혀서는 두문불출하니 군부로 꼬실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든 꼬셔서 관할 지역을 조금이라도 넘겨야 할 텐데…….”

제든윅스가 자신의 책상에 쌓인 서류의 탑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기 위해 고심할 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통신장교가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총사령관께서 명령을 하달하셨습니다.”

아이언이 내린 명령서에는 동대륙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

멸망이 앞에 있는데 자신들을 적대하는 동대륙을 생각하며 제든 윅스가 이를 갈았다.

가뜩이나 일이 많은데 할 일이 더 늘어나 버렸다.

대부분 동부군이 해야 할 일이기는 히지만 북부군 역시 해군이 있었고, 만약을 대비해 동부군을 경계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북동부가 빠지면서 그 자리를 메꾸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휠 지경인데 자꾸만 일이 늘어났다.

“용족? 하, 이 새끼들…….”

북동부에서 자신들을 괴롭혔던 오만한 존재들을 생각하면서 이를 갈았다.

서리 거인들이 물러나고, 아이언과 서부군이 떠난 이후 남은 병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용족부터 족치는 일이었다.

다른 종족들은 패배를 직감하고 미래를 위해 제국군과 협정을 맺는 존재들도 있었는데 용족만큼은 마지막까지 골치 아프 게 했다.

게다가 특유의 오만함 때문에 말도 통하지 않았다.

뭔 말만 하려고 하면 ‘하등한 필멸자 주제에…….’라고 말하며 대놓고 무시부터 했다.

제든 윅스가 인간을 벌레 취급하는 용족 때문에 일거리가 늘어나자 이를 갈고 있을 때였다.

“사…… 사령관님!”

“무슨 일이지?”

“서…… 서리 거인이 관할 영역 문제로 찾아왔습니다. 나가 보셔야…….”

헐레벌떡 들어온 장교의 말에 제든 윅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갈 필요도 없겠군.”

건물의 최상층의 창문에 거대한 눈동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거인이 제든 윅스를 빤히 바라보자 한숨을 쉬면서 창문을 열었다.

“쯧! 통신구 줬잖나. 그거 사용하라고 준 건데 왜 자꾸 찾아와!”

제든 윅스의 호통에 서리 거인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었다.

-마법은 익숙지 않군. 그냥 찾아오는 게 편하다.

서리 전사장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제든 윅스에게 말했다.

“하…… 그래서 이번엔 또 뭐가 문제인가?”

-관할구역이 너무 넓다.

“하! 지금 장난하나?”

제든 윅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리 전사장을 노려보았다.

“솔직히 우리가 산맥 아래쪽을 다 커버하는데 너희들끼리 위쪽을 커버하는 게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알고 있다. 하지만 개체수가 부족한 걸 어쩌나? 너희들이 전쟁 중에 고대종들을 박살 내면서 개체수가 급감했잖나.

서리 전사장의 말에 제든 윅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새로운 고대종도 계속 깨어나고 있잖나.”

-그거 감안하고 말하는 것이다.

“하…… 일단 들어오……지는 말고 내가 나가지.”

제든 윅스가 집무실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박박 긁으면서 널브러진 서류 더미에서 종이 몇 장과 지도를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오늘따라 일복 터지는 제든 윅스가 미쳐 버릴 것 같은 하루를 보내는 사이, 동대륙 때문에 가장 일복 터지게 생긴 동부 사령관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고생 많으십니다.”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반가운 인물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동부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하…….”

동부 사령관이 머리를 짚으면서 잠깐 동안 화를 삭이다가 눈앞에 있는 푸른 머리칼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미안하네. 오랜만에 찾아왔는데 못 볼 꼴을 보여 주었군.”

“아닙니다. 고생할 때 찾아온 제 잘못이죠.”

“후…… 가뜩이나 일이 많은데 쓸데없는 헛짓거리에 대폭 일거리가 생겨 버려서 잠깐 감정 조절이 안 됐었네.”

동부 사령관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에게 자신에게 온 명령서를 보여 주었다.

“이건…….”

“동대륙과 적이 되었네. 우리와 동맹을 맺은 인어족도 여파가 있을 것 같은데 조심하게.”

“그리 전하겠습니다.”

푸른 머리칼의 사내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아는 사람이 인어족에 있어서 편하구만. 마테오 부관…… 아니, 마테오 군?”

“편하게 말씀하십쇼.”

“마테오 군으로 하지. 어쨌든 자네가 있어서 참 다행일세.”

리처드 버튼이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멸망을 막기 위해 인어족과 손잡았다지만 기본적으로 인어들은 인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거기다 말도 잘 통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언어야 통한다지만 사회와 관념이 달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때가 많았다.

그것을 중간에서 조율한 게 마테오 가르시아였다.

다니엘 세바요르가 살려 준 후, 인어족들에게 지속적으로 인간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그였다.

덕분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그나저나 해룡은 괜찮겠나?

리처드의 물음에 마테오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해룡들과 고대 고래족들은 이미 인간과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입니다.”

“음…… 그래도 용족인데?”

리처드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본적으로 용족들은 오만함을 갖고 있었고, 타 종족을 벌레 보듯 하는 것이 패시브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해룡이라도 딱히 다를 것 같지 않았다.

“해룡들은 정령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용족과는 계열이 좀 다릅니다.”

“음…… 그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때 정령계와 용족들 사이에서 둘 다 배척당했었습니다.”

“……그렇군. 미안하네.”

리처드가 오만한 용족과 같은 취급한 것을 사과하자 마테오가 웃으면서 손사래쳤다.

“지금은 저희 일족과 함께하니 괜찮습니다.”

마테오의 말에 리처드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 일 좀 줄여 줄려 했더니 도리어 일거리를 더 쥐어 주게 생겼군.”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멸망을 막을 때까지이니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아닐 것 같군.”

마테오의 말에 리처드가 첨삭된 자료들을 보여 주었다.

동대륙의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된 자료를 본 마테오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심각하군요.”

“잘하면 우리가 타락한 존재들과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동안 이 대륙을 침공할 수도 있네.”

오스리아 대륙에서 쫓겨난 용족은 원한을 잊지 않고 있다.

소멸된 외부 신들을 믿고 있는 일부 종족들 역시 제국에 원한을 갖고 있다.

그런 상황이니 멸망이 끝나기 전까지 쳐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안심할 수 없었다.

“고생이십니다.”

“그래도 해내야지. 기동 야전군과 특수 방위군이 하는 고생에 비하면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니…….”

리처드 버튼이 그렇게 말하면서 서쪽을 바라보았다.

타락한 대지에서 고생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눈을 빛냈다.

“만약 동대륙에서 움직임이 보인다면 선제공격할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하네.”

“……알겠습니다.”

리처드의 말에 마테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많은 멸망의 군대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서부에 부담을 줄 순 없었다.

동대륙의 병력 정도는 해상에서 막아 줘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게 동부군과 인어족이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준비를 약속할 무렵, 제국에서 가장 고생하고 있는 군 중 하나인 특수 방위군의 사령부에 한 장의 보고서가 급히 날아들었다.

“이게…… 사실인가?”

“예! 방금 기동 야전군 사령관이 직접 확인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옛 북동부군이자 지금은 특수 방위군이 된 사령관 카이든 월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바로 총사령관께 보고 올리게. 그리고 스카이 랭스 군단장을 불러 주게.”

“예!”

카이든 월의 명령에 장교가 다급히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스카이 랭스가 카이든의 집무실로 찾아왔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앉게.”

카이든이 스카이 랭스를 자리에 앉히고는 책상에서 보고서를 가져다 건네주었다.

“이게…… 사실입니까?”

“아리엘 사령관이 직접 확인했다고 하네. 만약을 위해 우리에게 지원 요청을 했네.”

카이든의 말에 스카이 랭스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당장 군단의 주요 병력을 소집하겠습니다.”

“그러게. 나도 직할대를 직접 이끌고 가 봐야겠네.”

“사령관님까지 말씀이십니까?”

카이든까지 간다고 하자 스카이 랭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만약을 대비해야겠지,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마스터 넷이라면 만약의 사태에도 어느 정도 대처는 가능하지 않겠나?”

마스터 넷과 기사단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랜드 마스터급이라도 시간 벌이 혹은 퇴각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최대한 빨리 준비하게.”

“예!”

카이든의 명령에 스카이 랭스가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카이든도 밖으로 나가 출정 준비를 명령하고는 자신도 준비를 시작했다.

특수 제작된 무구를 착용하고 자신의 애검까지 착용하자 곧바로 밖으로 나가 오염된 사막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때쯤, 정신없이 서류를 처리하던 아이언에게 보고서가 당도했다.

[멸망에 관련된 유적지를 찾았습니다.]

심상치 않은 보고서의 제목에 다급히 읽어 내려가는 아이언.

거기에는 기동 야전군의 정찰대에 의해 발견된 유적지에 멸망에 관련된 그림들과 옛 신화시대가 무너진 사건들이 그려져 있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보고서의 마지막 문구…….

-시스템이 멸망에 관련된 중요한 뭔가가 잠들어 있다고 합니다. 심도 깊은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아리엘이 직접 적은 보고서의 마지막 문구에 아이언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두 가주에게 연락하게.”

아이언이 문을 벌컥 열고 장교에게 명령을 내린 후, 검을 들었다.

“어…… 어디로 가십니까?”

“오염된 사막으로 간다.”

장교의 물음에 아이언은 짤막하게 답하고는 곧장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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