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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76화 (27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76)

85.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지다

마침내 오딘을 무찔렀다.

아포칼립스의 세 번째 스토리도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웃을 수 없었다.

느슨해질 수 없었다.

이제까진 진정한 멸망이 시작되기 전, 사전 준비였다는 듯 시스템이 직접 진정한 멸망이 시작된다고 알려 왔다.

그리고 시스템 음성이 사라지고 난 후, 제국의 수도의 상공에 대륙의 지도가 반투명하게 생겨났다.

[대륙 전역에 나타난 검은 점. 이것의 정체는?]

[엄청난 숫자의 게이트 예상 지점. 과연 인류는 이 모든 걸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사라진 이세계인들. 이젠 정말 우리만으로 멸망을 막아야 한다!]

외부 신들과 신성 연합군을 이기고 난 후, 제국은 다시금 바쁘게 움직였다.

오딘의 완전 강림을 막고 사라진 이세계인들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멸망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제국 전역에서 활약하던 이세계인이 없어진 상실감은 생각보다 제국이 크게 다가왔다.

거기다 세인크리아를 중심으로 한 신성 연합 측의 인간들 중 살아남은 이들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였다.

“개 같은 놈들…….”

아이언은 외부 신들을 생각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전쟁에 승리한 후, 얻은 게 없었다.

신들에게 현혹된 인간들을 다시 교화시킬 계획까지 세웠건만, 남은 인간들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였다.

세인크리아의 인간들은 교황을 비롯한 옛 성국의 지휘부로 인해 대부분 희생당했고, 신성 연합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성 연합측 생존자 보고서]

-신성 연합군을 비롯해 세이크리아 외부의 생존자를 중심으로……(중략)……결과적으로 이지를 상실한 자들을 되돌릴 순 없었다.

보고서 내용을 본 아이언의 표정은 구겨졌다.

외부 신을 믿는 추종자들은 신들이 패배했음에도 여전히 신을 부르짖으면서 현실을 도피했다.

그나마 외곽 지역에서 살아남았던 인간들은 세뇌가 덜 되어서인지 제국에 협조적으로 나왔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생존자들은 인류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멸망이 시작되면 테러를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거기다 사막 지역 역시 최악이었다.

아포칼립스 세 번째 스토리를 끝내고 난 후 제국군은 곧바로 사막 지역으로 향했다.

시스템이 말한 ‘대륙 서부 열사의 사막에 타락한 자들의 군대가 들이닥칠 것입니다.’란 문구 때문이었다.

[오염된 사막 보고서1]

아이언은 착잡한 표정으로 책상 한쪽 구석을 장식한 보고서를 봤다.

참고로 저 보고서 아래는 2, 3, 4로 이어지는 관련 보고서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본래 대륙 서부 끝에 존재하는 사막에는 수많은 왕국들이 존재했다.

그런데 그곳의 모든 왕국들이 멸망했다.

수천 개에 다다르는 부족들 역시 대부분 궤멸된 상태였다.

근데 그게 끝아 아니었다.

본래 황금색으로 빛나야 할 사막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제국이 신성 연합국에 막혀 있는 동안 사막이 오염되어 타락한 존재들에 의한 땅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 씨×, 진짜 개 같네.”

마지막까지 똥을 싸지르고 튄 외부 신들을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사막 왕국의 멸망도 그들의 소행이었기 때문이다.

외부 신들이 이 땅에 해 놓은 짓을 보면 욕하는 것으로도 부족했다.

1. 자신들을 따르는 인간들을 세뇌시켜 가축처럼 만들어 놓은 것

2. 사막 지역을 타락한 존재들에게 넘겨준 것

3. 신의 강림을 위한 진의 설치로 대륙 서부 지역의 마력 흐름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

이 모든 게 전부 신들이 해 놓고 간 짓이다.

그들에게 이 대륙의 인간과 생명체들은 자신들이 이용할 존재에 불과했다.

생명 존중?

그딴 게 있었으면 절대 이런 짓을 못했다.

그래도 외부 신 덕분에 한 가지는 좋아졌다.

“주신에 대한 믿음만 올라간 건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쓸데없는 종교 갈등은 없다는 점.

오직 주신 하나로 신앙이 통일된 제국의 모든 이들이 멸망을 막기 위해서 합심한다는 점 한 가지만 도움이 되었다.

[121d : 23: 17: 43]

아이언은 창문으로 수도 위에 떠 있는 반투명한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옛 황궁이 있던 지역 위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은 대륙을 표시한 맵과 그 아래 멸망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알려 주고 있었다.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고.”

아이언은 한숨을 푹 쉬면서 엄청나게 쌓여 있는 서류 더미로 시선을 돌렸다.

신성 연합국과 전쟁이 끝난 후, 제국은 곧바로 멸망을 막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반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지도에 표시된 모든 곳을 방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

아이언은 한숨을 쉬면서 다가오는 멸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했다.

그렇게 넘쳐 나는 서류 더미를 하나하나 처리하면서 점점 초췌해져 갈 때였다.

아이언의 집무실로 한 남자가 찾아왔다.

“총독께서 여기까진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온 체베라 총독.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대륙이…… 고대종의 손에 떨어졌습니다.”

그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느 종족입니까?”

“용족입니다.”

체베라 총독의 말에 아이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오만한 족속들이 동대륙의 주인이 되었다면 웬만한 생명체들은 전부 죽었다고 봐야 했다.

자기들 외에는 모두가 하찮다고 여기는 지독한 오만함.

그것이 용족이었다.

“의외인 점이 인간들을 전부 죽이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군대를 상당수 보존시키려고 일부러 화해 신청을 했다고 하더군요.”

“동맹입니까?”

“예. 전쟁에서 승리한 후 곧바로 동맹을 맺었습니다. 현재 동대륙 전체를 다스리는 황제가 용족의 수장이 되어 주요 종족들이 수뇌부를 구성하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체베라 총독의 말에 아이언은 그 이유를 알겠다는 듯 말했다.

“멸망이 머지않았기에 한시적으로 동맹을 맺은 것이군요.”

“그런 듯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체베라 총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봤다.

“동대륙이 제국을 적국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아이언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멸망은 세계의 공통된 문제다.

그쪽도 시스템이 있는 이상 제국과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할 텐데 적의를 드러내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북부에서 드래곤을 전멸시킨 것과, 서부에서 외부 신 중 몇몇을 죽인 것 때문이랍니다. 특히 그 몇몇 외부 신은 수뇌부가 믿었다고 합니다.”

“설마……?”

“예. 그래서 수뇌부를 구성하는 종족의 수장들 중 상당수가…… 제국에 적의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동대륙의 인간들이 멸망을 앞둔 상황을 이유로 들어 봉합하긴 했지만…….”

“어렵군요.”

멸망을 무사히 막아 낸다면 동대륙과 전쟁을 벌어야 할 판이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제국을 적대하는 행위를 하는 동대륙을 보면서 아이언은 한숨을 쉬었다.

“대체…… 생각이 있는 건지…….”

멸망이라는 공통된 적을 두고 이런 판단을 하는 동대륙의 수뇌부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아이언을 보면서 총독이 추가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예전부터 동대륙에 사는 수많은 종족들은 주신을 믿지 않았다.

아인종들부터 이곳에서는 몬스터라 불리는 종족들이 살고 있는 동대륙은 믿는 신이 다양했다.

그렇다 보니 그런 그들에게 이곳 오스리아 대륙을 지배하게 된 제국은 주신 외의 다른 존재를 배척하는 존재로 비쳤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나름대로의 화합을 이루며 평화를 구축한 동대륙 입장에선 불안했을 것이다.

동대륙의 인간들조차 그러했으니 당연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곳에서 넘어간 용족들이 동대륙의 용족들과 힘을 합쳐 전쟁에서 승리하고, 모든 종족을 통합했다.

그리고 오스리아 대륙을 통일한 제국이 주신을 제외한 다른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속삭이고 현재에 이른 것이다.

“쓰레기들.”

아이언은 이를 갈았다.

사실 제국의 모든 인간들이 주신을 믿는 것은 맞지만, 딱히 다른 신을 배척하진 않았다.

물론 최근 외부 신들 때문에 다른 신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대륙의 신앙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그 증거로, 인어족도 북동부에 살아남은 다른 종족들도 저마다 자신들이 믿는 대상이 있었고, 제국의 군부는 그것을 존중했다.

“아무래도 본인들이 동대륙을 좀 더 수월하게 장악하기 위해 제국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

체베라 총독이 이를 가는 아이언을 향해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다.

그러자 아이언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뿐만이 아니겠죠. 후에…… 저들은 제국을 공격할 생각입니다.”

오만한 용족들이 세계에서 제일 큰 땅덩어리를 점령한 인간들의 제국을 용납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동대륙의 가장 높은 위치에 선 용족들은 결국 제국을 인정하지 못하고 공격할 것이다.

어쩌면 멸망이 진행되는 와중에 제국의 뒤를 칠지도 모를 일이다.

“거슬리네.”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멸망을 앞두고 동대륙과 전쟁을 벌일 순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덮고 가자니 굉장히 찝찝했다.

‘혼자 가 볼까?’

“혼자 동대륙에 가서 용족들만 쓱싹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오스리아 대륙 최강인 자신이지만 동대륙 역시 강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홀로 맞선다는 것은 오만이었다.

자만과 오만으로 뭉친 신들이 자신의 손에 어떻게 소멸되었는지를 생각하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일단은 덮을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예. 오늘부로 동대륙에 대한 외교 라인은 닫힐 겁니다. 또한 무역 라인 역시 닫을 예정이고요.”

총독의 말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 저 역시 동부군에 동대륙을 적국의 규정하고 대응하라고 전해 두겠습니다.”

“예.”

총독이 이곳을 찾아온 의도를 알아챈 아이언의 말에 체베라 총독이 짧게 대답했다.

“많이 피곤해 보시네요.”

“총독께서 더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저야 육체라도 튼튼하지만 총독께선 그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건강 관리하셔야 합니다.”

“하하…… 그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총독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경 쓸 게 많은데…… 동대륙 때문에 일이 늘었네요. 오늘은 몇 시간이나 잘 수 있을지…….”

총독이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면서 푸념을 했다.

동대륙과 사실상 적이 된 셈이니 다른 섬들과 작은 대륙들과의 외교 문제도 생각해야 했다.

아포칼립스가 진행되면서 살아남은 대륙은 거의 없지만 주신의 영역 내에 있는 섬들은 많이들 살아남았다.

그런 이들을 오스리아 대륙 쪽으로 끌어들이고 동대륙과의 외교 문제를 재정립해야 했다.

그걸 다 처리하려면 며칠간 잠잘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런 총독을 안쓰럽게 쳐다본 아이언은 정중하게 배웅하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총독이 총독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즉시 동부군에 명령을 내렸다.

통신장교를 불러 직접 명령을 전달한 아이언은 동대륙에 대한 명령서를 직접 써 내려갔다.

[동대륙 제 2급 경계 대상 발령.]

멸망이 시작될 시 자신들의 뒤를 칠 가능성이 있기에 경계 대상에 올려 뒀다.

주적으로 규명하면 필히 동대륙 쪽으로 병력을 배치해야 하기에 주적 규정은 보류하더라도 경계 대상엔 포함시켜 둬야 했다.

“해군이 할 일이 늘어났네.”

안 그래도 바쁜 동부 사령관이 더 바빠질 것을 생각하며 그를 동정하던 아이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금 서류 더미에 고개를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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