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75화 (27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75)

84. 절대 신의 강림! (4)

과거 세상을 호령했던 절대 신이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멸망이 시작되기 전, 무적이라 평가받던 마스터들은 물론이고, 대륙 역사에서 몇 명 없는 그랜드 마스터들에게도 절망감을 주었던 오딘.

그가 결국 패배한 것이다.

힘이 빠졌는지 한쪽 무릎을 꿇은 오딘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이내 오딘의 몸에서 넘치던 기운들이 소멸되어 갔다.

‘이겼다!’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절대 신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대량의 공적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지옥문을 막아 내셨습니다! 대량의 공적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외부 신들의 계획을 막아 내셨습니다. 대량의 공적치를 획득하셨습니다!]

(후략)

인간들의 승리를 상징하는 시스템 음성이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오딘과 아이언을 중심으로 빛의 장막이 펼쳐졌다.

그리고 곧 절대 신이 강림했던 자리를 중심으로 빛의 회오리가 만들어지면서 근방에 있던 마스터들과 두 가주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총사령관님!”

갑자기 멀리서 아이언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휘몰아치는 빛의 회오리는 소리마저 차단해 버렸다.

그러자 죽은 줄 알았던 오딘이 다시금 부활했다.

-긴장할 거 없다.

오딘이 힘겨운 표정으로 아이언을 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런 오딘의 말에도 아이언은 긴장감을 풀지 못했다.

물론 그런 마음과 달리 아이언의 몸은 움직이지 못했다.

이미 한계 이상으로 움직여 온몸에 힘이 한 줌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을 들 힘도 없어.’

모든 전력을 다했다.

신수들은 한동안 소환할 엄두도 못할 정도로 힘을 쏟아부었고, 아이언 자신도 한동안 검을 들기는커녕 오러를 운용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내상을 입었다.

고작 10분간 완전 융합을 ‘흉내’ 낸 것만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오딘이 다시금 일어서는 것을 경계했다.

-으음…….

자리에서 힙겹에 일어선 오딘이 불순한 마음으로 손을 뻗자마자 가루가 되어 가는 자신의 신체를 보면서 침음성을 삼켰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자신의 행동 자체를 시스템이 제약했다.

시스템에 의해 패배가 확정된 시점부터 오딘의 힘은 다시금 제약되었다.

마치 이 대륙에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처럼 오딘이란 존재 자체가 소멸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온전히 시스템의 힘 때문이었다.

오딘 자신과 아이언만 가둔 빛의 회오리가 오딘의 존재를 유지시키게끔 해 주는 시스템의 힘이었다.

‘내 할 일만 하고 꺼지란 것이냐?’

오딘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얌전히 손을 내렸다.

지금도 조금씩 소멸되어 가는 신체인데, 쓸데없는 행동으로 그 시간을 더 단축시킬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

오딘의 귓가에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음성.

그리고 그건 오딘이 마지막 해야 할 일을 하게끔 종용하고 있었다.

-개 같은 것들…….

오딘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패배한 시점에서 자신에게 선택지란 없었다.

애초에 갓 게임이란 것이 패배자에겐 한없이 잔혹한 것이었으니 꼬우면 승리했어야 했다.

이미 자신의 소멸은 예정되어 있었기에, 순순히 시스템의 의도대로 따라야 남은 외부 신들이라도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싸우려는 게 아니니 경계하지 마라.

오딘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짧은 거리를 걸어갔음에도 오딘을 지탱하는 두 다리의 상당 부분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더 많은 신체가 사라지기 전에 자신의 할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어느새 아이언의 앞에까지 다가온 오딘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움찔!

아이언이 오딘의 행동에 움찔했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처음엔 오딘의 힘 때문이라 생각하며 저항하려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지금도 소멸되어 가고 있는 오딘의 힘이라기엔 너무 강력했다.

게다가 오딘이 보여 주었던 힘보다 한층 더 높은 격이 느껴졌다.

‘시스템인가?’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앞서 손을 들어 올렸던 때와 달리 이번엔 가루가 되지 않고 온전히 형체를 유지했다.

피잉!

오딘의 손가락이 아이언의 이마에 닿는 순간, 지식이 아이언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이건…….”

아이언이 멍하니 오딘을 바라보면서 묻자 가루가 되어 가는 오딘이 한쪽 남은 눈으로 아이언을 응시했다.

-멸망.

아이언이 본 것의 정체를 말해 준 오딘이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과거 짐의 세계를 멸망시켰던 불의 거인. 그가 다시 오는 것이다.

오딘이 그렇게 말하면서 피곤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때도, 지금도 자신은 그를 따르는 자들을 지키지 못했다.

“이게…… 끝인가?”

아이언의 물음에 오딘이 피식 웃었다.

마치 아이언에게 감당할 수 있겠냐는 비웃음이 담긴 미소.

그러자 아이언이 입술을 깨물었다.

피잉!

입술을 깨무는 아이언의 이마에 다시금 손가락을 가져다 댄 오딘.

그러자 다시금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오딘의 기억들.

“아…….”

아이언이 말을 내뱉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아이언의 모습에도 오딘은 타박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

오딘이 그렇게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본 건…….”

-멸망의 파편들이다.

“아…….”

오딘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럼…… 수르트도?”

-그래. 수르트 역시 멸망의 파편 중 하나일 뿐, 멸망 그 자체는 아니다.

오딘이 확언에 아이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제 다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멸망이란 존재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네 일생을 건다해도 멸망의 일부분을 없애는 것도 힘겨울 것이다. 그 정도로 멸망은 거대하지.

오딘이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과거 자신 역시도 멸망을 막아 보려 한 적이 있었다.

미미르의 샘에서 얻은 지식과 예언을 통해 알게 된 미래의 일을 바꾸기 위해 발악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미래는 바뀌지 못했다.

-그러니…… 발버둥 쳐라. 짐을 이겼으니 마지막까지 멸망을 막아 보거라. 그럼…….

오딘이 말을 멈추고 아이언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의 세계도 구할 수 있을지 모르지.

“뭐?”

오딘의 말에 아이언이 눈을 동그렇게 뜨고 되물었다.

그러자 오딘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러려면 우선 이 세상부터 구해야겠지.

“…….”

오딘의 말에 아이언이 침묵했다.

하지만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웃으면서 자신의 소멸을 맞이했다.

-부디 멸망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마.

마지막으로 축언과 함께 사라진 오딘.

그와 동시에 빛의 회오리가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이언과 오딘을 감쌌던 빛의 회오리는 가루가 된 오딘을 빨아들이면서 천천히 하늘로 솟구쳤다.

그렇게 모든 빛이 사라지고, 오딘의 잔재가 대륙에서 완전히 사라진 순간.

[아포칼립스 세 번째 스토리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대량의 공적치가 주어집니다!]

[완료하지 못한 모든 서브 퀘스트가 종료됩니다!]

[공적치를 계산합니다. 보상은 공적치에 따라 결정됩니다.]

시스템 음성이 들려오고 아이언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늘에서 빛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잘못 본 것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

“이게…… 뭐지?”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떨어지는 빛가루에 당황할 때, 다시금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모든 시련을 이겨 낸 인간들에게 주신이 축복을 내립니다.]

“아…….”

“이게…….”

시스템 음성에 사람들이 멍하니 중얼거릴 때였다.

상처 입었던 몸들이 서서히 아물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피로했던 몸 역시 회복되고 있었다.

전투로 인해 족히 몇 달은 정양할 것을 각오했던 마스터들과 두 가주 역시 신기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그건 아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딘으로 인해 입은 내상이 빠른 속도로 치유되고 있었다.

-짹!

“너도 회복된 거야?”

불쑥 나온 뱁새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던 아이언이 물었다.

-짹!

아이언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뱁새가 머리에 안착했다.

“힘쓰지 마.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아.

-짹.

아이언의 말에 뱁새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신의 축복이라……. 직접 내리는 축복은 정말 오랜만이군.

흐레스벨그가 그리운 시절을 회상하며 말했다.

“주신이 누군지 아는 거야?”

-……그래.

흐레스벨그가 짧게 대답하며 하늘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뭐라고 말하려 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빌어먹을 제약……. 아직도 남은 건가?

흐레스벨그가 투덜거리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나중에 가면 다 알게 될터.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라.

“음…… 그래.”

흐레스벨그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느새 아이언의 모든 신수들이 나와서 주신의 축복을 맞으며 힘을 회복할 때였다.

공적치 계산이 끝났는지 시스템이 모두에게 보상을 내리기 시작했다.

[공적치 계산이 끝났습니다.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를 합산하여 공적치를 계산한 결과 다음과 같은 보상을 드립니다.]

-강철 육체를 3단계에서 max단계까지 상승시킵니다.

-융합 스킬이 대폭 상승합니다.

-세계수의 정수를 세계수의 심장으로 변환합니다.

-흐레스벨그의 힘이 대폭 회복됩니다.

-뱁새의 힘이 해금됩니다. 이제 태양신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신수들의 힘이 대폭 상승합니다.

세 번째 스토리를 클리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덕분일까?

엄청난 양의 보상이 쏟아졌다.

-보상으로 신의 육체가 주어집니다. 삐! 거인왕의 육체와 신의 육체가 합쳐집니다.

신의 육체와 거인왕의 육체.

두개의 스킬이 합쳐지자 아이언의 몸에 곧바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태초신의 육체를 획득합니다. 격이 높아 짧은 시간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으음…….”

보상 효과는 바로 왔다.

태초신의 육체가 깃들었으나 현재 아이언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어 곧바로 육체 곳곳에 힘이 잠들었다.

그리고 감당하기 힘들었던 세계수의 정수는 심장에 이식되며 더욱 강력한 자연의 기운을 발산했다.

하지만 4단계를 넘어 max단계까지 상승된 강철 육체와 기존에 있단 max급 자연지체, 높아진 경지가 간신히 그 힘을 받아들였다.

강해진 신수들 역시 심장에서 뿜어지는 기운들을 일부 나눠 받으면서 간신히 육체가 버텨 낼 수 있었다.

“갈 길이 머네.”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머리 위에 앉아 있던 뱁새가 환한 빛을 뿜어내면서 진화를 하고 있었다.

더욱 강해진 신수들과 본래 힘을 되찾아 가는 흐레스벨그의 힘도 대단했지만 뱁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대체…… 네 정체가 뭐니?”

아이언의 물음에도 뱁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보상으로 얻은 힘을 은은하게 뿜어낼 뿐이었다.

시스템 창에 나온 것처럼 뱁새의 작은 몸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힘인 태양의 기운이 주변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건 세계수의 옆을 지켰던 흐레스벨그의 것보다도 강력한 힘이었다.

마치 절대 신 오딘을 보는 것 같은 격이 느껴졌으나, 이내 빛이 사그라들면서 그 힘은 다시금 뱁새의 작은 몸 안으로 쏙 사라져 버렸다.

[모든 보상 절차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아포칼립스의 사전 스토리가 끝났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멸망의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뱁새의 기운이 갈무리 되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진짜…… 시작인가?”

사전에 의심했던 터라 큰 놀람은 없었지만, 막상 진짜 멸망이 시작되는 음성이 들려오자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 신을 막는 과정도 행운이 거듭해 아슬아슬하게 막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사전 준비에 불과했다.

진짜 멸망을 막기 위해 시스템이 안배한 장치.

[아포칼립스 마지막 스토리 ‘진정한 멸망’이 시작됩니다.]

[북쪽에 세계수가 심겼습니다. 타락한 존재들의 강림 숫자가 대폭 줄어듭니다.]

[고대종들이 인류의 편에 합류합니다. 대륙 북쪽 지역은 그들이 막아 줄 것입니다!]

[동쪽 지역의 방어를 위해 인어족이 인류의 편에 합류합니다!]

[남쪽 지역의 방어를 위해 정령들과 영수들이 인류의 편에 합류합니다. 또한 성장이 끝나지 않은 어린 세계수의 영향으로 강림하는 타락한 존재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시스템 음성을 듣던 사람들의 눈에 희망이 차올랐다.

그동안 자신들이 했던 고생들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표정은 이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서부 지역의 인류가 멸절했습니다. 주신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멸망의 신이 강림할 것입니다.]

[대륙 서부 열사의 사막에 타락한 자들의 군대가 들이닥칠 것입니다. 그들과 생존을 건 최후의 전쟁을 대비하십시오!]

-힘겨운 여정을 걸어온 인간들이여…… 마지막 결전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부디 멸망을 이겨 내고 생존하시길 바랍니다.

시스템 음성이 끝나는 순간 인류는 무거운 침묵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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