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74)
84. 절대 신의 강림! (3)
실로 압도적인 광경에 마도사들이 기함을 토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찾았다.
신이 강할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한 바였고, 오딘은 그 신들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있던 존재였다.
“내 뒤에만 쫓아오시오.”
라이너의 말에 몇몇 마스터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테리언 역시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두 가주가 움직이자 마스터들이 일제히 양쪽으로 갈라졌다.
“우린 마법을 막아 줍시다.”
동부 사령관의 말에 마도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도사들 중 가장 경험이 많은 남부 사령관과 동부 사령관이 오딘의 마법을 주로 막았고, 아직 마도사가 얼마 안 된 마탑주들이 그를 보조했다.
남부 마탑주 시에라와 동부 마탑주 콘셀, 중앙 마탑주 산토스, 그리고 마도사가 되면서 새로이 북부 마탑주가 된 마일드 프리스턴이 오딘의 마법들을 막기 위해 결계를 펼치고 자신의 고유 마법을 난사했다.
그런 마도사들의 보조에 마스터들이 빠르게 오딘에게 접근했다.
-접근하면 될 줄 알았나?
오딘이 그렇게 말하면서 궁그닐을 휘둘렀다.
그러자 빛이 뿜어지면서 사방을 녹여 버렸다.
어느새 신전이 있던 자리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지면서 대지가 용암처럼 들끓었다.
그리고 그런 대지를 박차며 몸을 날리는 마스터들.
콰과과광!
-확실히 인간들치곤 꽤나 강하군.
오딘이 그렇게 말하며 마스터들이 전력을 다한 공격을 평가했다.
각 사령관들이 자신들의 결전기를 펼치며 오딘을 압박해 보았지만 오딘은 가볍게 창을 휘두르는 것으로 그들의 결전기를 막아 냈다.
그나마 경험 많은 사령관들이기에 오딘이 창이라도 휘두른 것이었다.
마스터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사실상 시스템 보상으로 벽을 넘은 마스터들은 오딘이 뿜어내는 빛을 뚫는 것조차 버거웠다.
“……괴물이군.”
오딘의 빈틈을 노리는 라이너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마스터들이 어째서 오딘에게 저렇게 놀아나는지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상이…… 두 개? 아니…… 마법까지 세 개인가? 아니…… 네 개군.”
테리언 역시 오딘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마도사들을 고전하게 만드는 오딘의 마법은 그 자체가 그랜드 마스터급의 심상이 담겨 있었다.
거기다 그 마법을 유지시키는 룬어들 하나하나가 자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마법들을 겨우 뚫고 오딘에게 닿아도 그가 내뿜는 빛에 담긴 심상에 막혔다.
그렇다고 그 빛이 다가 아니었다.
오딘 자체가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전신 중 하나였기에 그의 창술은 지고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들이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경험하며 쌓아 올려 겨우 완성하는 심상의 경지를 오딘은 몇 개나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심상들은 오딘이 오랜 시간 경험한 지식들과 함께하며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다.
-뭐 하느냐? 오거라.
오딘이 마스터들을 몰아붙이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라이너와 테리언을 도발했다.
이를 악물고 틈을 열려고 하는 사령관들의 의도를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대응해 주면서 두 가주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주는 섣부르게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들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움찔!
테리언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으나 사력을 다해 참아 냈다.
‘열렸다. 함정……이겠지.’
극도의 긴장 속에서 발달된 감각이 오딘의 방어가 열렸다는 것을 알려 주었지만 테리언은 참아 냈다.
그건 라이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쯧! 재미없구나.
오딘이 흥미를 잃었다는 듯, 본격적으로 힘을 개방했다.
주신의 사도인 아이언이 준비하는 게 뭔지 궁금했지만 괜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궁그닐에서 뿜어지는 빛이 주변에 퍼져 나가기 시작하자 마스터들이 일제히 뒤로 밀려났다.
오러 블레이드로 빛을 갈라내 보았지만 사상력을 마스터가 완전히 막기란 어려웠다.
그러자 두 가주가 움직였다.
-이제야 움직이는군.
오딘이 하늘을 뒤덮은 빛들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이내 오딘을 향해 미친 듯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서 유성처럼 떨어지는 그 오러들은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검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제법.
오딘이 테리언의 기술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예전엔 단순한 참격 형태의 오러였다면 지금은 하나하나가 명확한 검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오러 하나하나에 심상이 담겼다는 증거.
그에 반해 라이너는 오직 단 하나의 사자의 형태만을 구현했다.
그런데 그 사자에 담긴 라이너의 심상은 강렬했다.
모든 것을 찢어발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사자의 발톱과 이빨을 강력하게 구현했다.
두 가주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 오딘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것인가?
토르가 어째서 웃으면서 소멸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호승심.
영웅의 경지에 든 두 가주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항상 냉철한 정신을 유지하는 오딘에게 잠시나마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다.
-초월에는 한참 모자라나?
초월자.
종족 혹은 필멸자의 한계를 초월한 경지.
그랜드 마스터 역시 일정 부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긴 했지만 완전히 초월하진 못했다.
그렇기에 옛 영웅들은 기술을 통해서라도 잠깐이나마 초월자의 힘에 닿으려 했다.
하지만 두 가주의 기술은 아직 그 경지에 다다르진 못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심상을 담아 내는 데 성공했으나 그걸 정교하게 가공하지는 못한 것이다.
-아쉽구나.
오딘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 가주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향해 오딘의 궁그닐이 휘둘렸다.
그러자 빛이 창에서 뻗어 나가면서 단번에 사자를 찢어발겼다.
동시에 하늘을 뒤덮은 마법진들에서 마법이 터져 나오면서 수천 개의 유성들을 일거에 소멸시켰다.
실로 압도적인 위용에 두 가주의 표정은 굳어졌다.
하지만 다시금 기술을 사용해 오딘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자 오딘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두 그랜드 마스터를 향해 공격했다.
궁그닐이 휘둘릴 때마다 빛이 흩뿌려지면서 두 가주의 공격을 무효화시켰다.
거기다 오딘의 전투 경험이 더해지면서 순식간에 공격해 들어갔던 두 가주가 반대로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뒤로 밀려났던 마스터들이 움직였다.
전력을 다한 결전기들을 통해 잠시나마 오딘의 움직임을 묶으려 한 것이다.
-날파리들이 귀찮게 구는구나.
마스터들의 결전기를 막아 내는 동안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도사들의 고유 마법들.
거대한 얼음이 오딘의 발을 묶고, 뇌전이 떨어지거나 폭풍이 만들어졌다.
하나하나가 막강한 힘을 발휘했지만 오딘의 손짓에 움직이는 룬어들의 공격에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모든 마스터들과 마도사들이 온 힘을 쥐어짜 낸 공격이었으나 불과 몇 분도 버티지 못했다.
어느새 기력을 찾은 두 가주가 다시금 공격해 보았으나 볼 거 다 봤다는 듯 오딘은 공세를 취하며 몰아붙였다.
쾅!
“……쿨럭!”
오딘의 창에 튕겨 나간 라이너가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테리언 역시 공중에 높이 떠올랐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마스터들과 마도사들 역시 오딘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여기저기에 처박혀서 피를 토하거나 쓰러졌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오딘이 혀를 찼다.
여흥은 끝났고, 남은 건 자신이 직접 인류를 멸절시키는 것뿐이다.
주신의 품에 들어간 이상 인간들을 이용하기는 글렀다.
그렇기에 인류를 멸절시키면서 그것을 대가로 외부 신들을 좀 더 많이 이곳에 강림시키는 것뿐이다.
-오랜만의 여흥은 제법 괜찮았구나.
오딘이 그렇게 말하며 궁그닐을 하늘 높이 들었다.
그 순간, 마법진이 궁그닐의 주위로 몰려들며 하늘에서 거대한 빛이 떨어졌다.
마스터들과 두 가주, 그리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아이언까지 한꺼번에 쓸어버리기 위한 기술이었다.
신의 심판과도 같은 빛이 떨어지는 바로 그때, 하늘을 향해 거대한 검이 솟아나더니 그대로 갈라 버렸다.
-으음…….
방금의 공격은 현재 오딘이 낼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것이 단 일격에 소멸되었다.
-흐레스벨그와 준비한 것이 그것인가?
오딘이 그렇게 말하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백색의 날개과 오색의 날개, 그리고 적색, 청색, 녹빛, 흑색, 백색의 작은 날개들이 펼쳐진 모습.
온갖 힘이 한데 뭉쳐진 몸에서 막대한 힘이 몰아쳤다.
시스템이 준 융합 스킬을 사용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한데 뭉친 아이언의 힘은 오딘조차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지고한 경지에 이른 상태였어도 감탄할 정도의 힘을 온갖 제약을 받고 불완전한 강림을 한 몸으로 받아 내야 했다.
-……위험하군.
방금 전까지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었던 오딘조차 위험하다고 판단하며 곧바로 전력을 끌어냈다.
어느새 오딘의 얼굴에선 여유가 사라졌다.
-시간을…….
시간을 벌면서 생각을 이어 나가려던 오딘이었으나, 아이언이 곧바로 움직이면서 그 의도는 깨져 버렸다.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오딘을 몰아붙이는 아이언.
쾅! 쾅!
-크으…….
미친 듯이 몰아붙이는 아이언의 공격에 오딘이 침음성을 터뜨리면서 연신 뒤로 밀려났다.
다급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은 평소의 아이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시간은 10분.’
아이언이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온 힘을 다해 오딘을 공격했다.
그러자 그런 아이언을 향해 오딘 역시 전력으로 임했다.
수많은 마법진들이 아이언을 향해 마법을 날렸고, 오딘 역시 빛의 힘을 가득 담아 궁그닐을 휘둘렀다.
마법은 날개에서 뿜어지는 힘에 모조히 박살 났고, 궁그닐 역시 엄청난 힘이 뭉친 거대한 검을 이겨 내지 못하고 자꾸만 튕겨 나갔다.
현재 아이언의 경지에서 오딘과 정상적인 전투를 하는 건 너무 위험했다.
그가 가진 수많은 전투 경험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은 지식을 상대했다간 힘의 우위를 갖고 있음에도 패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막대한 힘으로 그냥 찍어 눌렀다.
가장 정석적인 힘으로 오딘을 힘으로 찍어 누르기 시작하자 오딘이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어느새 오딘의 몸에는 상처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경험으로 커버될 수 없을 정도의 힘의 차이로 밀어붙이는 아이언의 선택이 옳았던 것이다.
‘이대론 죽는다.’
오딘이 그렇게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아이언을 튕겨 냈다.
그렇게 아주 잠시간 시간을 번 오딘이 궁그닐을 오른손으로 꽉 쥐었다.
신기인 궁그닐의 올바른 사용법.
그것은 바로 투창이었다.
어떤 것도 맞히는 궁그닐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빛의 힘을 극한까지 압축해서 궁그닐에 담아 던지는 것이다.
찰나의 시간 동안 압축된 빛의 힘과 온갖 룬어들이, 궁그닐에 달라붙어 그 힘을 증폭시켰다.
그러자 아이언 역시 피하지 않고 검에 모든 힘을 담았다.
온갖 색깔로 빛나던 날개들이 가루가 되어 아이언이 만든 거대한 검에 모여들었다.
오딘도, 아이언도 서로 전력을 다한 공격.
모든 것을 소멸시킬 것 같은 광선과 온갖 힘이 휘몰아치는 검이 충돌했다.
“어……?”
오딘과 아이언의 충돌을 지켜보던 아리엘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막대한 두 힘이 부딪쳤음에도 충격파는커녕 폭발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충돌 따윈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마스터들과 그랜드 마스터들을 압도하던 힘도, 그런 힘을 뿜어내는 오딘을 몰아붙였던 아이언의 힘도 모두 사라졌다.
모두가 침묵 속에서 그 광경을 바라볼 때, 아이언이 피를 토하면서 비틀거렸다.
심각한 내상을 입은 아이언이 비틀거렸으나 검을 땅에 꽂고 버티고 섰다.
그런 아이언을 향해 오딘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졌구나.
오딘이 그렇게 말하면서 점차 가루가 되어 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지옥문을 열던 흔적도 사라졌고, 벌어져 있던 균열 역시 점차 닫혀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