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66)
83. 마지막을 향하는 싸움
토르가 죽은 이후 아이언이 한 건 부하들의 뒤를 따라가는 것뿐이었다.
토르와의 싸움으로 힘이 바닥난 아이언을 보호하며 북쪽 중심축을 부수기 위해서 신성 연합군을 죽이면서 전진했다.
전원 기사급으로 구성된 별동대와 기동 야전군의 공격으로 신성 연합군의 진형이 붕괴되었다.
본래 이 정도로 붕괴될 전력이 아니지만 토르가 패했다는 사실이 그들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거기다 기동 야전군의 중심인 아리엘의 활약이 미쳤다.
“괴…… 괴물 같은 년…….”
이단 심문관 중 하나가 아리엘에게 피를 토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아리엘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목을 쳐 내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전열이 붕괴되고, 기동 야전군의 기세에 속절없이 밀리던 신성 연합군이 북쪽 중심축 앞에서 다시금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곳은 절대 내줄 수 없다는 듯, 악을 쓰면서 전열을 정비했다.
“막아라!”
“신께서 함께하신다!”
“신께서 내린 임무를 목숨으로 사수하라!”
흡사 광신도 같은 모습으로 미친 듯이 몰려오는 기동 야전군을 막기 위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아리엘이 냉정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아리엘식 유성검」
그녀가 마스터가 되고 나서 재정립한 그녀만의 유성검.
일직선으로 뻗은 수많은 검기들이 압축되어 둥근 구체로 변해 적들을 유린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쾌검에 오러에 폭의 묘리를 섞은 그녀만의 결전기.
퍼버버버벅!
앞을 막는 성기사들이 그녀가 날린 오러를 막지 못하고 몸이 터져 죽어 나갔다.
그런 그녀의 결전기를 막은 자들은 몇몇 이단 심문관들 뿐이었다.
하지만 기동 야전군에는 아리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른쪽엔 어둠을 뿜어내는 사자, 왼쪽엔 빛을 뿜어내는 사자가 나타나 적들을 유린했다.
그 뒤를 기사단과 돌격대가 돌진해 왔다.
“많이들 성장했네.”
아이언이 기사단과 돌격대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북동부에서 성장을 거듭한 기동 야전군의 기사단과 돌격대는 어딜 가도 에이스 취급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들을 이끄는 기사단장과 돌격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아리엘이나 카온처럼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루뎀과 로뎀의 고유 능력을 활용한 검술은 마스터를 넘볼 정도로 강력했다.
“흩어져서 축을 구축하는 구조물들을 부숴라.”
“예!”
아이언의 명령에 부하들이 일제히 흩어져 축을 구축하는 구조물들을 부숴 나갔다.
물론 그 근처에 숨어서 끝까지 저항하는 신성 연합군이 있었으나 이미 대세는 넘어간 뒤라 의미가 없었다.
“음…….”
아이언이 갑자기 일렁거리는 마력의 흐름에 잠시 비틀거렸다.
“괜찮으십니까?”
아리엘이 걱정스레 묻자 아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힘의 소모가 너무 커서 일시적으로 이런 거야.”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거대한 중심축을 바라보았다.
토르를 소환한 대가일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중심축에는 잔여 힘이 많지 않았다.
‘어쩌면 나와 싸우는 내내 이곳에서 힘을 사용했던 것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거의 비어 있는 중심축을 바라보았다.
아직 파괴하지 않은 축에서 계속해서 힘이 모여들고 있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파괴해야 했다.
신성 연합군의 끈질긴 방해 속에서도 기어코 중심축을 지탱하는 구조물을 모조리 박살 낸 기동 야전군이 검은 기둥을 만들었던 중심 구조물에 모여들었다.
“시작해.”
“예!”
아이언의 명령에 마지막 남은 구조물까지 파괴하기 시작하자 대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북족 중심축이 완전히 망가진 순간 대지에서 검은 기운이 솟아올랐다.
언덕 아래에 막대한 양의 힘을 저장해 뒀는지 타락한 기운들이 갈라진 대지의 틈새로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본 순간 아이언이 검을 땅에 박아 넣고 눈을 감았다.
“사령관님! 무리하지 마십시오!”
아이언이 다친 몸으로 성역을 만들기 시작하자 아리엘이 걱정스레 말했다.
“버틸 만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감고 집중했다.
어느새 약간 회복한 신성력을 이용해 뱁새의 힘까지 흉내냈다.
부정한 것을 멸하는 힘과 신성력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대지에서 뿜어지는 타락한 기운을 정화해 나갔다.
실시간으로 정화되어 가는 것을 보자 기동 야전군과 별동대가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땀에서 뿜어지는 검은 기운과 하늘을 감싼 하얀 기운이 격렬하게 싸우더니 조금씩 새하얀 기운으로 주변이 채워져 나가는 모습은 경외심이 들게 했다.
그렇게 한동안 성역으로 인해서 타락한 기운이 정화되어가는 것을 볼 때였다.
콰득!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게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북쪽 중심축을 성공적으로 파괴했습니다. 그로 인해 외부 신의 계획이 어그러집니다.]
-외부 신의 계획의 성공확률이 25% 줄어듭니다.
-남은 중심축을 부수세요. 중심축이 파괴될수록 외부 신의 계획이 어그러집니다.
[북쪽 중심축을 파괴한 데에 대한 소정이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을 준다는 말과 함께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의 몸이 빛났다.
반면에 아이언의 경우 아무런 빛무리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을 보면서 이번에도 보상이 유예되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
망가진 자신의 검에 빛무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토르를 죽인 보상으로 옛 전신의 정수 일부가 검에 깃듭니다.]
시스템 음성이 들려오는 순간 아이언의 애검 철벽에서 ‘파지직!’ 소리와 함께 뇌전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망가졌던 검이 서서히 복구되어 갔다.
[전신의 정수가 깃들며 자연의 기운이 반응합니다. 믿을 수 없는 시너지가 일어납니다.]
-뇌전의 힘이 증폭합니다.
-토르의 무기 묠니르의 금속이 스며들어 검이 복구되며 더 강하게 벼려집니다. 특수한 금속의 능력으로 망가져도 자체적으로 빠른 복구가 가능해집니다.
-특수능력으로 이제부터 모든 자연의 기운은 뇌전으로 전환됩니다.
자신의 검의 업그레이드 소식을 들으면서 아이언이 빙그레 웃었다.
항상 고생시켜서 미안했는데 이런 식으로 강해진 자신의 애검을 보며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사라졌다.
“고생했다.”
철벽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한 아이언이 진화하기 위해 둥둥 떠 있는 철벽을 바라보며 근처에 주저앉았다.
그러는 동안 다른 이들 역시 새로 얻은 보상 등으로 환하게 빛나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바로 그때, 또 한 번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아포칼립스 세 번째 스토리 ‘신의 강림을 막아라!’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첫 번째 목표 중심축을 모두 제거하세요!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남은 중심축 0/3)
-두 번째 목표 진의 중심부에 도달하세요! (필요 조건! 첫 번째 목표 클리어)
-세 번째 목표 신의 완벽한 강림을 저지하세요. (필요조건! 첫 번째, 두 번째 목표 클리어)
[서브 퀘스트 ‘모든 축을 파괴하세요!’가 생성됩니다.]
[서브 퀘스트 ‘타락한 신의 성물을 파괴하세요!’가 생성됩니다.]
[서브 퀘스트 ‘세뇌된 인간들을 구원하세요!’가 생성됩니다.]
[서브 퀘스트 ‘변절자들을 처치하세요!’가 생성됩니다.]
(후략)
세 번째 스토라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기념하듯 엄청난 양의 서브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동시에 인간 측에 명확한 목표를 만들어 주었다.
‘신의 강림을 막아라!’
시스템의 이 명확한 목표는 자칫 갈팡질팡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목표 지점으로 향할 수 있게 해 주는 등불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모두가 시스템에 의해 생성된 퀘스트를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아이언에게 서부 사령관이 직접 연락을 해 왔다.
-들었나?
“예. 아무래도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서부 사령관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모든 전력이 서부에 집결했네.
“딱 맞게 도착했군요. 그렇다면 이제 군을 나눠 중심축을 공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부 사령관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신성 연합군과 싸울 때가 온 것이다.
그러자 서부 사령관이 갑자기 목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아이언이 그 모습을 갸웃거리며 의아하게 생각할 때였다.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아리엘 파브리스를 기동 야전군 사령관직에 임명하는 것에 동의했네. 또한 그녀의 계급 역시 대장으로 승진했네.
“……네?”
아리엘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게르만을 바라보다가 아이언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다른 이들 역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반면에 아이언은 ‘드디어 올 것이 왔나?’라는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아이언의 표정을 보면서 게르만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이언 카터 대장은 오늘부로 제국군을 총괄하는 제국군 총사령관직에 임명되며 계급 역시 대장에서 원수로 승진했네. 이는 오늘부로 확정된 바이며 모든 사령관들과 군단장이 추천했으며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네.
게르만의 말에 근처에 모여든 기동 야전군과 별동대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멍하니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충성! 아이언 카터 원수께서 제국군 총사령관직에 임명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게르만의 경례에 아이언이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 이렇게 갑자기…….”
-송구하지만 총사령관님과 아리엘 사령관은 잠시 복귀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이 임명된 자리이다보니 약식으로라도 진행을 해야 한다는 게 중앙의 의견이라……. 제국민들도 그걸 원하는 것 같습니다.
게르만의 말에 아이언이 한숨을 쉬다가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갑작스레 사령관직에 올라서 부담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마스터에 오른 아리엘이었고, 기동 야전군에서 아이언을 제외하고 가장 잘 이끌던 그녀였기에 사실 그녀말고 적임자도 딱히 없었다.
“일단…… 복귀하겠습니다.”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충성!
아이언의 말에 게르만이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금 경례를 했다.
그런 그의 경례를 어쩔 수 없이 받아 준 아이언은 입을 쩍 벌리고 경악 어린 표정을 짓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단…… 복귀한다.”
아이언의 명령에 놀란 표정을 짓던 부하들이 일제히 복귀할 준비를 서둘렀다.
부상을 입은 아이언을 대장선으로 조심스레 옮겼고, 부상당한 이들과 시신들 역시 비공선에 태웠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아포칼립스 임시 총괄 본부가 된 서부 사령부로 향했다.
“으음…….”
대장선에 탄 아이언은 부하들의 부담스러울 정도의 눈빛 공격에 침음성을 흘렸다.
존경 어린 눈빛, 영웅을 본 것 같은 경외심이 담긴 표정 등을 보면서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이건 서부 사령부에 비하면 약과였다.
아이언이 탄 대장선이 서부 사령부의 요새에 보이는 순간 제국 전역에 모여든 모든 정예 병력들이 아이언을 향해 경례를 했다.
“제국군 총사령관께 경례!”
게르만의 호령과 함께 모든 이들이 대장선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부 사령관을 시작으로 모든 사령관들과 병력들이 일제히 경례를 올렸다.
그러자 대장선 안에 타고 있던 아리엘 역시 그에 맞춰서 아이언을 향해 경례했다.
“총사령관께 경례!”
“충성!”
대장선에 있는 모든 이들의 경례. 그리고 밖에 있는 사령부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아이언을 향해 경례를 올리자 천하의 아이언도 부담스럽다는 표정이 얼굴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아……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