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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65화 (26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65)

82. 약점을 후벼 파라! (4)

-……놀랍군.

토르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분명 이번 공격으로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힘을 끌어모았고, 결과는 의심치 않았다.

비록 완벽하진 않으나, 드높았던 격의 대부분을 갖고 강림한 자신이다.

아직 미숙한 인간 따위가 막아 낼 수 있는 일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인간은 막아 냈다.

“헉……헉…….”

아이언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기어코 토르의 망치를 튕겨 내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토르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이언의 곁에 있는 흐레스벨그를 바라보았다.

-흐레스벨그…… 그대도 참 대단하군.

토르의 말에 폭풍의 새는 가만히 침묵했다.

사실 토르의 이번 공격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이번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으나 혹시나 막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은 오로지 하나.

흐레스벨그가 힘을 사용하는 것뿐.

아이언을 지키기 위해서 폭풍의 힘을 사용해 토르의 일격을 막아 내면 그 뒤는 자신의 승리였다.

마지막까지 아낀 한 수를 사용하고 나면 토르를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흐레스벨그는 끝까지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저 인간을 믿었던 것인가?

토르의 물음에도 흐레스벨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아이언 역시 대답 대신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번엔 아이언이 공격을 시작했다.

토르가 힘을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공격하는 것이었다.

어느새 뱁새의 힘으로 손상된 육체는 회복되어 갔고, 신수들 역시 빠르게 자연의 기운을 빨아들여 다시금 힘을 발현했다.

‘강철의 길.’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토르의 압도적인 힘에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그의 결전기가 펼쳐지면서 공세로 전환했고, 토르는 전력을 다한 일격에 대한 여파인지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였던  것과 달리 계속해서 뒤로 밀려났다.

계속해서 밀고 들어가는 아이언의 공격에 주변 숲은 불타올랐고, 대지는 뒤집어졌다.

하지만 토르는 경험 많은 전신이었다.

밀려가는 자신의 흐름을 수많은 경험으로 뒤집어 낼 줄 아는 자였다.

파지직!

거대한 망치에서 다시금 터져 나오는 뇌전과 함께 아이언의 흐름을 끊어 냈다.

그 순간 아이언이 이를 악물며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여기서 끊기면 끝이다!’

이런 아이언의 생각에 토르 역시 전력을 다했다.

‘아직 흐레스벨그는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더 힘을 사용하면 위험해!’

서로가 지금 이 시점이 승부를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렇기에 토르는 무리해서 다시금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그러자 아이언 역시 생각을 읽은 신수들 역시 모든 힘을 사용했다.

아무리 자연의 기운을 끌어모아 힘을 재충전했다고 하더라도 본래 힘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렇기에 신수들 역시 이번에 다시금 융합기를 사용하면 역소환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르가 처음 소환되려 할 때 사용했던 미완성된 최종 융합기를 사용했다.

-큽!

세 신수들이 모든 힘을 모아 압축시킨 두 줄기의 빛이 토르를 향해 날아들자 천하의 전신이라도 이를 악물고 막을 수밖에 없었다.

빛을 막는 순간 지상으로 추락했고, 그것으로 모자라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 내면서 지하 깊숙이 처박혔다.

그 광경을 멀리서 본 인간들은 순간 토르를 죽였나 싶었지만 이내 하늘에서 거대한 뇌전이 떨어지며 그 생각이 헛된 것임을 깨달았다.

엄청난 양이 크레이터에 모여들었고, 그 힘들은 이내 거대한 망치 형상으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아이언은 흐레스벨그를 바라보았다.

-이 일격을 버텨 내야만 저 녀석을 소멸시킬 수 있다.

흐레스벨그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뱁새야, 도와줘.”

-짹!

아이언의 부탁에 뱁새는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짧게 대답했다.

이미 상공을 날아다니던 세 신수는 미완성의 최종 융합기를 사용하고 난 후 곧바로 역소환되었다.

미완성의 힘을 무리하게 두 번이나 사용한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에 아이언은 이를 악물고 검에 힘을 불어 넣었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피해왔던 미완의 기술.

거의 완벽하게 융합된 신성력과 오러에 또 하나의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파직!

백색의 검에 막대한 자연의 기운이 휘몰아치자 단단해 보이던 오러 블레이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도와줘.”

아이언의 부름에 뱁새가 응답했다.

백색검을 유지하는 신성력을 뱁새가 컨트롤해 주자 아이언은 강철의 오러에 자연의 기운을 무작정 담기 시작했다.

막대한 양의 자연의 기운과 끊임없이 솟구치는 신성력이 오러 블레이드에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

대해와도 같은 기운들을 품기 위해 아이언은 바닥까지 오러를 끌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기운의 융합으로 인해 만들어진 폭발전인 힘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로는 품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한 번! 단 한 번만!”

아이언이 간절하게 외치면서 자신에게 날아드는 거대한 뇌전의 망치를 향해 불완전하게 일렁이는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쿠우웅!

토르의 모든 것을 건 일격에 아이언의 불완전한 초월기가 부딪쳤고, 그 순간 주변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거대한 폭발로 만들어진 빛은 눈부실 정도로 주변을 비추면서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고 유지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빛이 사라지고 난 뒤에 만들어진 흔적은 세 신수들의 최종 융합기로 인해 만들어진 크레이터조차 작아 보일 정도의 거대한 구멍이었다.

파직! 파지직!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토르가 하늘로 떠오르면서 반쯤 뭉개진 자신의 망치를 바라보았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뇌전의 힘을 뿜어내며 하늘로 떠오른 전신.

그에 반해 아이언은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로 반쯤 망가진 검과 함께 쓰러져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마지막까지 버텨 냈던 아이언이 이번 일격을 막아 내면서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쿨럭! 아…… 아직…….”

아이언이 피를 토하면서 다시 일어나려 했다.

어느새 뱁새는 역소환되어 있었고, 신수력조차 바닥나서 치명상을 입은 아이언의 몸은 제대로 치유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흐레스벨그가 날아올랐다.

-네 할 일은 끝났다. 남은 건 내가 할 일뿐.

흐레스벨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런 그를 향해 토르가 뇌전을 뿜어내면서 달려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토르의 외침과 함께 다시금 거대한 뇌전의 망치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이언을 향해 내리쳤던 거대한 망치와는 다르게 여기저기 망가진 모습이었다.

그의 신기인 묠니르가 반쯤 뭉개진 형태 그대로 뇌전의 망치가 형상화되었고, 그것을 보면서 흐레스벨그가 웃음 지었다.

-한계구나.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낸 토르를 보면서 흐레스벨그가 작은 날개로 날갯짓을 시작했다.

뱁새만큼 작은 형상의 흐레스벨그.

하지만 그런 작은 새의 날갯짓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거대한 회오리가 만들어지면서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콰득!

거대한 뇌전의 망치가 아이언과 흐레스벨그를 동시에 없애버릴 기세로 날아들었으나 거대한 회오리에 도리어 조금씩 갈려 나가면서 소멸되어 갔다.

반면에 아이언이 있는 곳은 고요했다.

-태풍의 중심은 고요한 법.

흐레스벨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계약자를 바라보았다.

처음 망령수에서 만났을 때는 고작 이런 것과 계약하는 처지에 비관했던 자신이다.

하지만 고대종과의 전투 그리고 이곳에서의 전투를 연이어 치르면서 아이언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하는 인간을 보면서 어쩌면 자신의 계약자는 드높은 존재였던 그들의 경지에도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우리를 농락한 자들에게 닿을지도…….

흐레스벨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폭풍으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흐레스벨그는 아무것도 없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앞이 보였다.

자신의 회오리에 토르가 마지막 한 줌까지 쥐어짠 뇌전의 망치는 완전히 갈려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뇌전의 망치가 사라지고 빈약한 육신만 남은 토르마저 폭풍에 휩쓸려 나갔다.

콰득! 콰드득!

토르의 육체와 거대한 망치인 묠니르를 집어삼킨 폭풍은 마치 포식자가 잡아먹는 것처럼 토르의 온몸을 헤집어 놨다.

-타락했어도 신인가?

흐레스벨그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이내 힘을 다한 폭풍이 사라지자 만신창이가 된 토르의 육신이 지상으로 떨어져내렸다.

모든 것을 갈아 버릴 폭풍조차 토르를 완벽하게 소멸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 대신 묠니르가 완전히 소멸되었다.

토르 대신 신기가 스스로를 희생해 토르를 마지막까지 지켜 준 것이다.

-쿨럭!

토르가 피를 토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졌는가.

토르가 자신이 패했음을 느끼면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흐레스벨그가 아이언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부리를 아이언의 이마에 톡 갖다 대었다.

-수고했다.

흐레스벨그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남은 신수력을 아이언에게 불어 넣어 주고는 그대로 역소환되었다.

거대한 폭풍을 소환하고 남은 미약한 신수력.

하지만 그 힘으로 움직일 정도로 육체를 회복하는 건 가능했다.

“헉…… 헉…….”

아이언이 반쯤 망가진 검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일어났다.

거대한 전투가 끝나고, 쓰러진 아이언을 죽이고 토르를 지키기 위해 신성 연합군이 뒤에서 맹렬하게 쫓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렇기에 토르를 살리기 전에 아이언이 직접 마무리하고자 한 것이다.

-……결국 너의 승리군.

토르의 말에 아이언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런 그를 향해 토르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너라면…… 어쩌면 이 멸망을 이겨 낼지도 모르겠군.

“멸망…… 대체 그게 뭐지?”

아이언의 물음에 토르가 그런 아이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게임. 위대한 존재가 우주의 멸망을 두고 하는 게임이다.

토르의 말에 아이언이 인상을 찌푸렸다.

“게임…… 시스템 말인가?”

-그래. 태초의 용의 분노를 잠재우고 예정된 멸망을 빗겨 내기 위한 것이 바로 시스템. 그리고 분노를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게 바로 이 게임이다.

토르의 설명에 아이언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런 아이어을 토르가 깨웠다.

-얼른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나?

토르의 말에 아이언이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신성 연합군.

아이언을 죽이기 위해서 저 멀리서 신성 마법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본 아이언이 검을 쥐었다.

하지만 곧바로 토르를 죽이진 않았다.

아이언이 어째서 망설이는지 눈치챈 토르가 피식 웃었다.

-더 알고 싶다면 타락한 신들을 전부 꺾어라. 그리하면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 테지.

토르의 말에 아이언이 입술을 깨물고는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단번에 토르의 심장을 향해 철벽을 박아 넣었다.

콱!

-쿨럭!

아이언의 검에 심장이 꿰뚫린 토르가 피를 토해 내면서 멍하니 하늘을 응시했다.

신화시대 모든 것들의 위에 있던 시절.

그 시절이 하늘에 그려지는 것 같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죽음이 다가오자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덧없는 욕심에 불과했다.

-……진정한 멸망을 맞이한다 해도 그걸 이겨 냈으면 좋겠군.

토르의 말에 아이언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진정한 멸망이…… 언제지?”

-모든 신이 꺾일 때.

토르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서히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신이…… 꺾일 때라…….”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부에서의 싸움.

이것이 끝나면 진정한 멸망이 다가올 것임을 암시하는 토르의 말에 아이언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하늘을 뒤덮고 있던 검은 기운은 완전히 사라지고, 바닥까지 긁어모아 사라졌던 오러가 차올랐다.

콰앙!

“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

어느새 자신의 옆에선 아리엘을 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무리하자.”

아이언이 검은 기둥이 있던 곳을 바라보며 말하자 아리엘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앞을 뚫겠습니다.”

아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신성 연합군이 안쓰럽게 보였다.

곧 광속과도 같은 그녀의 검술에 모두가 죽어 나갈 것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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